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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인공의 첫사랑을 타락시켜 버리면-57화 (57/135)

57화

샐러딘이 올 줄은 몰랐는데.

레피오스의 집으로 향하던 카리나는 문득 뒤를 돌아보며 생각했다.

샐러딘과 르네거는 여전히 바닥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

엎드린 채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입 모양을 보건대 샐러딘이 한참 욕을 퍼붓고 있는 것 같았다. 르네거는 무시하고 있었고.

샐러딘이 르네거를 싫어하는 건, 아포칼리타로서의 당연한 본능이었다. 르네거는 라템의 인간, 더 나아가 성검의 주인이었으니까.

르네거가 샐러딘을 싫어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일 터였다.

샐러딘 역시 아포칼리타이니까.

자일 외의 다른 아포칼리타가 나를 쫓아왔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린 것이겠지. 혹여 나를 공격할까 봐.

하지만 그런 것치고는 더 악감정이 있는 것 같았는데.

‘잘 모르겠다.’

그런 것보다야 중요한 건 눈앞의 상황이었다.

끼이익.

카리나는 열려 있는 문을 조심스레 밀며 안으로 들어갔다.

허름한 집 안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정리 정돈은 말끔히 돼 있었다.

레피오스는 항상 이런 식이었다.

그 끔찍한 아포칼리타의 탑에서도, 그는 항상 정갈하게 방을 정리했으며 몸을 깨끗이 유지했다.

그 습관이 어디 갈까. 카리나는 자조하며 더 발을 재우쳤다.

얼마 가지 않아, 도란도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히론의 음성이었다.

[……그러니까, 라템 놈들은 하여간…….]

라템의 수장이 했던 이야기를 떠벌리며 흉을 보고 있는 거겠지.

카리나는 비식 웃으며 그쪽을 향해 다가갔다. 달칵, 문고리를 돌린다. 그리고,

“카리나?”

레피오스를 볼 수 있게 되었다.

10살 때에 그를 마지막으로 보았으니, 꼬박 18년 만에 보게 된 얼굴이다.

하지만 그의 모습은 과거와 변함이 없었다.

길게 늘어뜨린 백발과 깡마른 팔다리. 연륜이 짙은 눈, 마디가 굵은 두꺼운 손. 모두가 다 기억에 남아 있던 모습 그대로였다.

“세상에, 이게 얼마 만인지. 자, 이리 오거라.”

레피오스는 기꺼이 카리나를 맞이했다. 카리나는 웃으며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렇지 않아도 요 몇 날 동안 계속해 네 꿈을 꾸었는데……. 이렇게 보게 될 것을 예지했나 보구나.”

레피오스는 태양신의 아들이었기에, 예지 능력이 있었다.

아버지가 레피오스를 붙잡고 윽박지르던 것이 기억난다. 당장 미래를 예지한 결과를 내놓으라고 화를 냈었지.

그때마다 레피오스는 빈정거리며 대답했었다.

-아포칼리타가 멸망하고 이 세계에서 말끔히 사라지는 미래가 궁금한 것이냐. 그렇다면 내 얼마든지 말해 주겠다. 말만 해 다오. 아포칼리타가 얼마나 끔찍하게 멸망당하는지 읊어 줄 테니까!

그리 소리를 지르던 레피오스의 얼굴은 참으로 험악했는데.

지금의 레피오스는 그때와 다르다. 아니, 과거에도 지금도 레피오스는 자신을 대할 때에 항상 친절했다.

카리나는 그가 비추는 특유의 다정함을 기꺼이 느끼며 작게 미소지었다.

“진즉 찾아뵈었어야 했는데, 죄송해요. 자일이 신경 쓰여 찾아뵙지 못했어요.”

“아니, 네가 미안할 것이 뭐가 있느냐. 다 이해한다.”

레피오스는 카리나에게 자리를 안내했다. 히론의 옆에 몸을 앉힌 카리나는 놓여 있던 물잔을 들어 올렸다.

“그래. 탑을 도망쳤다고?”

[도망만 쳤겠나. 모조리 다 부수고 꽁무니를 뺐다.]

히론은 낄낄대며 대신 대답했다.

“탑이 무너졌다는 이야기는 들었다만, 그걸 카리나 네가 한 줄은 알지 못했지. 참 대단하구나.”

“별것 아닌데요, 뭘.”

카리나는 멋쩍다는 양 목덜미를 붉혔다.

“그래서 자일에게 쫓기고 있는 것이냐?”

“……그 이유 때문은 아니에요.”

“어쨌든 쫓기고 있는 것이구나.”

카리나는 대답 대신 낯선 웃음을 뱉었다. 레피오스는 그런 카리나의 손을 꼭 잡아 주었다.

“힘들었겠구나.”

따스한 온기를 느끼니, 과거 탑에서 그와 함께 있었던 때가 떠올랐다.

그때에는 형제들과 함께 있었는데.

그때에는 형제들과 함께, 레피오스의 뒤를 졸졸 쫓아다녔었는데.

……이제는 나 혼자뿐이구나. 카리나는 새삼스러운 과거의 향취를 느끼며 고개를 떨어뜨렸다.

[힘들긴 뭐가 힘들다고. 인간 놈과 붙어 다니며 시시덕거리기만 하지.]

이런 카리나의 마음을 전혀 모르는 히론은, 비죽거리며 말했다. 인간? 레피오스는 고개를 갸웃했다.

“아, 아까 말했던 라템의 인간과 아직도 함께 다니고 있다는 것이냐?”

[그래. 매일매일 붙어 있다. 쯧.]

불만이 섞여 있는 음성이었기에, 카리나는 상념을 지우며 히론을 향해 말을 돌렸다.

“언제는 르네거와 함께 있으라 하지 않았니, 히론?”

[그건 적당한 거리를 유지했을 때의 이야기다! 너희는 매일매일 함께 있지 않느냐!]

“치료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걸 알잖아.”

[핑계라는 것도 알지.]

“이랬다가 저랬다가. 대체 어느 장단에 맞추라는 건지.”

카리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히론은 왈칵 입을 벌렸으나, 이내 다물었다. 여기서 더 했다간 카리나가 성을 낼 것 같았기 때문이다.

성질은 드러워 가지곤. 히론은 혀를 차며 고개를 돌려 버렸다.

“치료라니? 그게 무슨 말이더냐? 어딜 다친 것이냐?”

레피오스는 놀란 눈으로 되물었다. 깊은 주름 사이사이에 걱정이 깃들어 있는 게 보였다.

“그렇지 않아도 그것 때문에 왔어요. 봐주시겠어요?”

“얼마든지.”

대답을 들은 카리나는 목을 감싸고 있던 천을 풀었다. 그러자마자 피가 왈칵 쏟아지기에 이르렀다.

윽, 카리나는 손으로 상처를 감쌌으나, 레피오스가 다가와 막은 탓에 완전히 지혈할 수 없었다.

“이건…….”

상처를 살피던 레피오스는 돌연 인상을 찌푸렸다.

“카오스의 짓이군.”

카오스. 아버지의 이름이었다. 카리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죽이기 직전에 당해 버렸어요.”

“이 정도면 많이 고통스러웠을 텐데…… 장하구나, 카리나. 고생했어.”

레피오스는 상처 위에 손을 얹었다. 뜨겁고도 부드러운 기운이 넘어 오기 시작했다. 카리나는 얌전히 그의 힘을 받아들였다.

“일단 내 힘을 불어 넣어 놓았다. 하지만 이건 임시방편이야. 당분간은 계속해 치료를 받아야 할 것이다.”

“얼마나 걸릴까요?”

“족히 석 달은 걸릴 거야.”

석 달.

생각했던 것보다 더 오래 걸린다.

그렇게 되면 내가 세웠던 계획대로 움직이기 힘들어질 것 같은데. 카리나는 미간을 좁혔다.

“하지만 라템의 인간이라는 자의 도움을 받으면 단축시킬 수 있을 거다.”

“그게 무슨 말씀인가요?”

“내 힘의 근본은 성력. 라템의 인간과 힘을 합친다면 더 빠르게 치료할 수 있으리라 생각되는구나.”

카리나는 잠시 생각을 정리했다.

“레피오스 님께 치료를 받고, 르네거에게 또 치료를 받으라는 말씀인가요?”

“그래.”

레피오스의 말을 들으며, 그녀는 피식 헛웃음을 뱉었다.

이제 맹약을 풀 때가 되지 않았나, 싶었는데 또 이렇게 얽혀 버리다니.

르네거와 나는 쉽게 떨어지진 못하겠구나. 손을 오므린다.

“아쉽게도 맹약은 풀지 못하겠네, 히론.”

[……네 몸이 낫는다면야, 뭐든 할 수 있지 않겠느냐.]

말은 그렇게 해도 아쉬워하는 것 같은데. 카리나는 히론을 곁눈질로 보며 고소해했다.

이때였다.

“그런데 말이다, 카리나.”

레피오스의 목소리가 다소 진중해졌다. 그녀는 눈을 굴려 그를 올려다보았다.

“아까 전, 카오스를 죽였다는 말을 한 것이냐?”

“네.”

카리나는 당연스레 대답했다.

“전 아버지를 죽였어요. 그 결과로 네크로맨서의 힘을 얻었고요.”

“……하지만.”

레피오스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반문했다.

“카오스는 살아 있다.”

툭.

카리나의 손에서 물 잔이 떨어졌다.

“이 눈으로, 똑똑히 보았으니.”

* * *

“후우…….”

카리나가 떠나고 한참이 지나서야 샐러딘은 몸을 일으킬 수 있었다. 거리가 멀어진 덕분에 카리나의 힘이 약해진 덕분이었다.

그는 주저앉은 채 뻐근한 어깨를 돌리며, 우두커니 서 있는 르네거를 올려다보았다.

“넌 카리나가 아니었으면 내 손에 뒈졌을 놈이야.”

눈빛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었다면, 몇 백 명이고 죽였으리라 생각이 들 정도로 흉흉한 시선이 샐러딘의 눈에 가득했다.

하지만 르네거는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그저 그런 샐러딘을 물끄러미 주시할 뿐.

나는 이자를 안다.

샐러딘 아포칼리타.

작고 귀여운 외모와는 달리 피도 눈물도 없이 잔인했던 이.

지면을 무너뜨리고 폭발을 일으켜 수백의 인간들을 생매장시켰었지.

‘……짜증이.’

르네거는 주먹을 세게 바르쥐었다.

“당신은 자일 아포칼리타보다 강합니까?”

“뭐, 뭐?”

느닷없는 질문에, 샐러딘은 퍼뜩 몸을 일으켰다.

“그럼! 강하지!”

“정말입니까?”

“그래!”

“지금 당장 자일 아포칼리타가 와도 그를 이길 수 있다는 말입니까?”

“……아, 아마도?”

샐러딘은 결국 마지막에 머뭇거리고야 말았다. 르네거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피식 비웃음을 뱉었다.

“저는 자일 아포칼리타를 이겼습니다.”

그는 마치 가볍게 고개를 까딱였다.

“절 죽일 수 있으시겠습니까?”

“이, 이……!”

말뜻을 이해한 샐러딘은, 그제야 르네거에게로 달려들며 마구잡이로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아악! 건방진 새끼!”

그리고 르네거의 멱살을 낚아채기 전, 르네거는 가볍게 뒤로 피하며 샐러딘의 손목을 붙잡았다.

“카리나가 말하지 않았습니까.”

그의 손이 닿은 살에 열이 올라왔다.

“얌전히 있으라고.”

치익.

살이 타는 소리가 들렸다. 라템의 힘이 들어오고 있는 것이리라.

“이거 놔, 이 새끼야!”

샐러딘은 그의 손을 뿌리치며 다시금 소리쳤다.

“아! 아! 미친놈!”

“압니다.”

“정신 나간 놈!”

“알고 있습니다.”

“아, 아악!”

툭 건들면 파르르 올라오는 게, 꼭 불씨 같다. 그게 아니라면 작은 개라든가. 르네거는 샐러딘을 향해 승리의 미소를 내보였다. 샐러딘은 더더욱 얼굴을 굳혔다.

“너 이 새끼…… 너는 죄책감도 없냐?”

샐러딘은 크게 소리쳤다.

“너 때문에 카리나가 라템의 인간들에게 쫓기고 있는 거잖아!”

르네거는 눈을 몇 번 깜빡였다.

마치 ‘그게 뭐 어때서?’라고 말을 하는 듯 보였다. 샐러딘은 바득바득 이를 갈았다.

“너만 아니었으면 카리나가 인간들에게 쫓길 필요가 없지 않냐고!”

“제가 라템을 빠져나온 건, 카리나의 뜻이기도 했습니다.”

거짓이 아니다. 카리나가 먼저 르네거에게 권유를 했었으니까.

말문이 막힌 듯, 샐러딘은 버벅거리며 삿대질만 했다.

“그, 그건……!”

“그리고 라템의 인간들이 쫓아오는 건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제가 지키면 되니까요.”

“뭐?”

샐러딘은 들어 올렸던 손을 내리며 헛웃음을 뱉었다.

“지켜? 누가 누굴? 네가 카리나를?”

이제야 꼬투리를 잡았다는 양, 그는 크게 비죽였다.

“카리나는 보호받는 걸 싫어해. 지킴 받고 싶지 않아 한다고. 그것도 모르는 새끼가 카리나의 옆에 있다니.”

샐러딘은 우월감을 표하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래 봐야 이 인간은 카리나를 고작 몇 개월 본 것뿐이다.

십여 년이 넘게 카리나와 함께했던 나와는 달라.

침착해야지. 인간의 앞에서 흥분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되니까.

샐러딘은 이미 모든 바닥을 드러냈다는 생각을 차마 하지 못하며, 르네거를 향해 으스대는 모양새를 내보였다.

르네거는 그때까지도 샐러딘을 묵묵히 응시했다.

“카리나가 보호받는 걸 싫어한다라…….”

피식, 이번에는 르네거가 비웃음을 내뱉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카리나는 강하니까.”

역시, 이런 대답이 나올 줄 알았다. 르네거는 눈썹을 들어 올리며 샐러딘을 노려보았다.

“그러니까, 카리나는 강하다는 이유 하나로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하고 있던 것이군요.”

그는 빈정거림이 섞인 어투로 말을 이었다.

“참 안타깝습니다. 같은 가족에게도 이런 말을 듣다니.”

이 새끼가 지금 뭐라는 거야. 샐러딘의 눈에 바싹 힘이 들어갔다.

“함부로 떠들지 마. 너보다 내가 카리나와 함께한 시간이 더 많다는 걸 모를 리 없을 텐데?”

“함께한 시간이 많다 해서 상대를 더 잘 알고 있는 건 아닙니다.”

나만 해도 페넬로피를 잘 몰랐지. 이십여 년을 함께했지만, 그녀의 내 면이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 몰랐지. 샐러딘도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리나는 강합니다.”

르네거는 샐러딘의 말허리를 잘랐다.

“하지만 항상 강할 수 없습니다. 그녀 역시 분명 약할 때가 있고 약해지고 싶을 때가 존재합니다.”

자신이 본 바로는, 카리나는 강했지만 동시에 약했다.

그녀는 마치 여린 살을 감싸기 위해 딱딱한 껍질을 두른 갑각류 같았다.

그 껍질은 쉬이 깨지지 않으나, 한 번씩 탈피를 위해 여린 살을 드러내야 할 때가 있었다.

그러나 카리나는 그때에도 아득바득 제 몸을 지키려 했겠지. 아무도 도와주지 않으니까.

“그런 때에, 저는 카리나를 지킬 겁니다. 그게 저의 의무니까요.”

샐러딘은 자신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

단 한 번도, 카리나에 대해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던 그였다.

카리나는 강했으니까.

그 누구보다 강했으니까.

그렇기에, 지금 눈앞 인간의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 이해하고 믿고 싶지 않았다. 샐러딘은 더욱 목청을 틔웠다.

“카리나가 너를 받아 주니까 네가 뭐라도 된 줄 알고 이러나 본데, 넌 어차피 인간 새끼야. 뒈질 거라고!”

“압니다.”

르네거는 단호히 대답했다.

“하지만…….”

그러며 기쁨에 찬 미소를 슬쩍 내보였다.

“언젠가 죽을 거라면, 카리나를 지키다가 죽고 싶군요. 그게 제 마지막 소망이니까요.”

……카리나는 대체 어디서 이런 미친놈을 주워 왔지.

샐러딘은 기겁하며 인상을 썼다.

이때였다.

“샐러딘!”

검은 날개가 시야를 가득 채웠다. 샐러딘은 그 날개의 주인이 누구인지 잘 알고 있었다.

역시, 이 인간 새끼보다 나를 먼저 챙겨 주는구나. 샐러딘은 히죽 웃으며 카리나를 맞이했다.

“카리나, 이놈이 내게 뭐라고 했는 줄 알아? 자일 놈 이야기를 하면…….”

“물어볼 게 있어.”

날 먼저 챙기는 게 아니었구나.

샐러딘은 시무룩해진 채 어깨를 떨어뜨렸다.

“후우.”

카리나는 숨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샐러딘의 양팔을 붙잡았다.

“아버지가, 살아 있어?”

휙!

샐러딘의 고개가 들어 올려졌다. 그의 눈이 사방으로 흔들렸다.

마치 ‘그걸 대체 어떻게 알았냐.’는 의미 같았다. 그의 시선이 갈 길을 잃고 방황했다.

“제대로 대답해. 아버지가 살아 있어?”

하지만 이렇게까지 묻는데 거짓말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걸’ 살아 있다고 할 수 있다면.”

샐러딘은 양손을 꼭 붙잡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살아 있어.”

아.

카리나는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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