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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조연인데 나랑 사랑이나해-119화 (119/182)

〈119 화〉

집착 남캐가 없었는데요, 짜잔. 있었습니다.

이게 바로 되로 주고 말로 받기, 뿌린 대로 거두기. 그런 거구나.

한 손으로 나를 강하게 끌어안고서 오른손으로 고삐를 쥔 채 앞으로 가던 카일은 5초에 한 번씩 입을 맞춰 댔다.

“잠,잠깐만! 그만! 왜 이래요!”

“오래 못 봤어. 보고 싶어서 너무 힘들었어. ……너는 싫어?”

귀가 달려 있었으면 아래로 분명 축 처졌을 텐데.

“……싫다기보다는……”

“그럼 괜찮잖아.”

그림처럼 웃으며 카일이 다시 내 입술에 입을 맞췄다.

디에프, 네 주인이 나 없는 사이에 뭔가 잘못 먹은 게 아닐까. 앞으로 가지만 말고 대답 좀 해 봐,이 말 자식아.

자그마한 틈도 없이 카일에게 안긴 채-비록 포박당해 있었지만-주둔지 근처까지 다다랐다.

“타임! 타임,이건 진짜 아니에요. 정말 아닌 것 같아요. 이렇게 무슨 연인처럼 끌어안고 뽀뽀하면서 막사까지 가는 게,”

“연인이잖아.”

쪽.

“아! 뽀뽀 그만!”

발버둥을 치자 디에프가 투레질을 하며 제자리에서 땅을 신경질적으로 긁었다.

“카일. 전하. 황자 전하. 이성을 찾 으세요,이건 진짜.”

“널 잃고 내가 제일 많이 들었던 말이 그거였어.”

카일이 다시 내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짙은 한숨을 들이쉬었다가 천천히 내뱉었다.

“‘이성을 찾으십시오,전하.’,‘제발 좀 주무십시오.’,‘이제 그만 포기하 십시오.’ 그런 거.”

“……카일.”

“이성적으로 판단하기엔 난 너무 지쳐 버렸고,매일 밤 네가 사라지는 악몽을 꿨어.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었지.”

카일의 도톰한 입술이 내 목덜미에서 움직일 때마다 뜨거운 숨결이 닿았다가 떨어지길 반복했다.

“내가 널 어떻게 포기해.”

어느새 빨갛게 달아오른 내 볼에 짧게 키스한 카일이 입꼬리만 올려 웃었다.

“찾아서 다행이야. ……정말로 다행이야.”

“나는,카일을 버린 게 아니라,카일한테 내가 짐이 될까 봐,”

“이번 전투가 끝날 때까지도 널 못 찾으면 온 대륙에 현상 수배를 내릴 뻔했잖아. 물론 그 전에 콜린 후의 목이 성문에 걸렸겠지.”

“……저기요. 그건 좀.”

착한 얼굴에 그렇지 못한 태도. 햇살처럼 따스하게 웃으며 카일은 강아지처럼 물에 젖은 머리카락을 내게 부볐다.

“널 다시 만나서 정말 다행이야. 이제 다신 놓치지 않을 거야.”

“……알았는데 지금만 좀 놔줘요. 남들이 보면 뭐라고 생각하겠어요. 탈영병이랑 정분난 미친 황자라고 할 거 같아요.”

“괜찮아. 이미 다들 나를 반쯤 미쳤다고 하더라고.”

주둔지 근처까지 왔을 즈음 다른 병사들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카일이야 괜찮다고 하지만,남들 위에 올라서는 분이 그런 난잡한 소문에 휩싸이셔야 되겠냐고.

나는 몸을 비틀어 미끄러지듯 말 등 위로 늘어진 빨래처럼 엎드렸다.

“……조,왜 그래.”

카일의 질문에도 대답하지 않고 그 대로 엎어져 꼼짝도 하지 않았다.

이렇게 있으면 묶인 손도 잘 보이겠지.

죽은 시체를 달고 온 것마냥 두 다리가 흔들리자 병사들이 입을 틀어막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렸다.

“헙……”

“아까 급히 누구 잡으러 가시더니 결국 죽여서 데리고 오신 건가.”

“……불쌍해라.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만큼 잔인하신 분이야.”

“듣던 대로 가차 없으시네.”

남들이 웅성거리는데도 카일은 아무런 말없이 주둔지 한가운데를 거닐 었다.

“전하! 조를 잡으셨습니까!”

“……아니,이놈은 검은 머리잖습니까!”

“……홧김에 다른 사람을 죽이신 건 아니죠,전하.”

친했던 기사들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일어나도 되려나, 싶었는데 위에서 카일의 음산한 목소리가 울렸다.

“아무도 내 조에게 가까이 오지 마라.”

왜 그래요,카일. 나 정말 쪽팔려서 일어나질 못하겠네.

꼼짝도 않고 엎드려 있다가 말이 멈춘 뒤에야 슬쩍 고개를 들었다.

그때,나를 번쩍 들어 올린 카일이 내 얼굴을 꽁꽁 가린 채 제 품에 안고는 막사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 갔다.

카일은 입구에서 슬쩍 뒤로 돌아 밖에 서 있는 기사들에게 명령했다.

“아무도 들어오지 마. 가까이 오지도 마라. 누가 나를 부르면 없어졌다 해. 내가 나오기 전에 이곳으로 들어오는 이들은 나갈 때 사지를 따로 내보낼 것이다.”

……아까 도레스가 한 말이 전부 사실이었던 걸까.

침대에 걸터앉은 카일은 나를 제 무릎 위에 올려 두고 뚫어질 듯 노 려봤다.

“왜 날 버렸어,조.”

“버렸다기보다는……”

“나한테 한마디 말도 없이 가 버렸잖아. 찾지 말라고도 했잖아. 그 와중에 왜 사랑한다고 했어. 나한테 왜 자꾸 잔인하게 굴어,응?”

이렇게 아련한 눈으로 애절하게 애원하는 걸 보면 여전히 내가 알던 카일인데. 조금 날이 서고 초췌해졌지만 변함없이 미모가 빛을 발하며 열일하는,마이 큐티 뷰티 프리티 카나리아. 근데,

아까 밖에서 사지를 갈라 버린다던 그 사람은 대체 누구냐고요.

“이제 없어지지 않을 거지. 나만 두고 가 버리지 않을 거지,조.”

“알았,……아,거기에 키스할 거면 손이나 풀어줘요.”

“도망가지 마.”

아기 새처럼 목덜미와 쇄골에 쪽쪽 입 맞추던 카일이 손목을 묶어 두었던 밧줄을 풀었다.

자유로워진 두 팔로 카일을 끌어안고 그대로 뒤로 쓰러뜨렸다.

에라,모르겠다. 얼마나 그리워한 내 카나리아인데. 나중은 나중이고, 이왕 잡힌 김에 사랑이나 해야겠어.

“하……. 아까부터 안고 싶어서 혼났네. 좋은 건 자기만 다 해. 알았어요. 이제 도망 안 가고 옆에 있을 게요. 됐죠.”

“너도 내가 보고 싶었어?”

“당연하죠. 내가 얼마나 카일 보고 싶었는지 알면 깜짝 놀랄걸요.”

“글쎄. 갑자기 주인 잃어버린 카나리아만 할까.”

피식 웃은 카일이 상체를 세우고 웃옷을 벗어 던지고 셔즈 단주를 풀 며 내게 몸을 겹쳐 왔다.

전쟁터에 서 구른 탓인지 약간의 잔상처가 늘었긴 했지만 여전히 말갛게 물오른 하얀 피부가 드러났다.

셔츠마저 벗은 카일이 내 위에서 그림처럼 웃다 가 짧게 키스했다.

툭 불거진 목젖과 그 아래에 물이 고일 것처럼 움푹 팬 쇄골, 든든하고 넓은 가슴과 갈래갈래 찢어진 복근,갈비뼈에 선명하게 자리 잡은 육각 모양의 외복 사근까지. 너 왜 갈비에 축구공 가죽을 박고 다니는 거니.

씨이팔. 저 사실 비상시에 볼링 치려고 머리 달고 다녔어요. 제 머리는 머리카락 키우는 화분입니다. 반성문 쓰겠습니다. 이걸 두고 왜 그리 먼 길 고생하며 살았는지. 아이고,조상님. 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인데 내가 왜 그랬을까요. 이런 둥신이 또 어디 있겠어.

단단한 어깨에 홀려서 손을 뻗는데 알밉게도 카일이 몸을 떼며 경고해 온다.

“조. 내가 확실히 말하는데,”

“지,지,지금,그걸 꼭 지금 확실히 말하셔야 돼요? 다 끝나고 하면 안 되나. 세상에. 내가 미쳐도 단단히 미쳤지,이걸 두고 어딜 쏘다닌거야.”

“다행이다. 너한테 통하는 게 있어서.”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해요? 너무 통해서 탈이지. 와! 진짜 신이야. 갓 빌테온 전하. 당신 이름으로 된 신전이 아직 없어요? 말도 안 돼. 나 앞으로 카일 가슴에다 기도한다. 카일 가슴 근육님,당신이 이 중세 시대를 밝히시는 단 하나의 빛이며, 제국의 무궁한 영광과 발전과 가슴이 너무 좋아요. 사랑해요.”

날 만나고도 좀처럼 음울한 기색을 지우지 못하던 카일의 얼굴이 그제야 밝아졌다.

전에는 내가 헛소리 길게 하면 도망갔으면서 이젠 좋아하네. 이게 바로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라는 건가.

카일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내게 말했다.

“내 옆에 있어. 내가 어딜 가든.”

“예,항상. 예. 당연하죠. 그러니까 빨리 이리 와요.”

“대답 똑바로 해. 그 전엔 못 안아.”

“아,알았어요. 알았어요. 나한테 고삐라도 채우시던가. 빨리. 응? 와, 세상에. 언제 이렇게 혼자 무럭무럭 크셨어요. 세상에나,복근이 왜 이렇 게 갈라졌어? 가뭄이야? 너무 안됐다. 제가 달래 줄게요. 이리 와요.”

“투르가 여신을 걸고 맹세하면,”

“아,알았다고요. 투르가 여신께 맹세할게요. 앞으로 평생 카일 옆에 있을 거고,절대로 도망 안 간다. 우리 둘이 애 낳고 손자 볼 때까지 카일 옆에 있을게요. 평생이 다 뭐야, 다음 생까지 쭉. 알았죠? 무덤도 옆에 같이 해요. 투르가 여신 걸 고 맹세. 나 여신 걸었다! 어? 하늘 땅 별땅 퀘퀘퉤. 됐죠!”

몸을 반 바퀴 돌려 카일의 몸을 아래로 내리깔고서 재빠르게 옷을 벗어 던졌다.

놀란 카일의 눈동자가 내 몸 곳곳을 향했다.

“왜 이리 상처투성이야.”

“나중에! 다 나중에! 이제부터 한 마디만 더 해,가만 안 둬.”

기분 좋게 울리는 카일의 웃음소리가 짙은 키스에 묻혔다.

***

“아,잠깐만. 나 허리 두 동강 난 거 같은데.”

이불 속에서 끙끙거리며 옆을 짚었지만 카일이 누워 있었던 자리는 미지근하게 식어 있었다. 눈을 번쩍뜨고 옆을 봤지만 정말 침대 위엔 나뿐이었다.

이 프리티 댄져러스가 또 나만 두 고 전쟁 나갔나 보네.

어제는 떠나지 마,혼자 두지 마, 버리지 말아 줘,하면서 신파를 대하드라마로 찍더니. 하여간 위험한 건 자기 혼자 다 하지.

침대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무언가에 획 당겨졌다.

“뭐야.”

손목이 침대 헤드에 꽁꽁 묶여 있 었다. 것도 쇠사슬로.

“어쭈,이런다고 못 나갈 사람인가, 내가.”

우리 예쁜이가 그렇게 겪고도 아직도 날 모른다.

엎드려 기다시피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 와중에 손목에 상처 날까 봐 천으로 감아 두고 묶었네.

“징하게도 묶었다,정말.”

쇠사슬을 끊을 순 없었다. 당겨 보 니 꿈쩍도 안 한다. 곁에 내려칠 검이나 도끼 따위가 있는 것도 아니 고.

그럼 침대를 부숴야지.

발로 있는 힘껏 침대 헤드를 걷어 찼다. 옆으로 돌아누워서 오른발로 계속해서 걷어차자 얼마 뒤 우지끈 소리와 함께 침대가 부서졌다.

그런데 부서진 침대 너머로 땅에 커다란 못으로 사슬이 박혀 있었다. 이런 미친. 잡히면 죽어,진짜. ……공평하게 카일도 침대에 묶어 둬야지.

침대가 부서진 소리를 들었는지 밖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괜찮으세요!”

“……도레스?”

“……사신,아니,맥스,아! 조 님?”

“하나만 하고,도레스! 일단 들어 와 봐!”

“안 돼요!”

“왜!”

“황자님이 조 님을 도우면 고향까지 마차에 눕혀서 보낸다고 했어요.”

“……영구차에 싣겠다는 거잖아!”

“네! 그래서 안 도울 거예요! 지키기만 하라고 하셨단 말이에요!”

“야! 내가 투르가 여신님이랑 좀 아는데, 너 안 죽어! 진짜야. 지금 묶인 내 양손 걸고 말한다.”

“지,진짜요?”

“그래. 지금 네가 날 안 도우면 전쟁에 큰 문제가 생겨서 너 죽을지도 몰라. 그러니까 얼른 튀어와!”

우물쭈물거리며 들어온 도레스는 손목을 묶어 놓은 쇠사슬을 풀어줬다.

“……조 님,그런데…… 여자예요?”

아. 참. 가슴을 동여매지 않은 상 태였다. 거봐. 내가 가슴만 안 묶어도 이렇게 훤히 여자인 게 보이는 사람인데.

나는 도레스에게 돌아서라 명령한 뒤 가슴을 붕대로 칭칭 동여댔다.

“어,원래 사신은 성별이 정해진 게 없어. 스위치처럼 왔다 갔다 할 수 있단다.”

“……스위,스위치요? 아니,세상에. 그건 악,악마나 다름없잖아요.”

“……선과 악은 종이 한 장 차이 야. 됐어. 이제 비켜. 가야 되니까.”

입고 왔던 검은 옷을 챙겨 입고 검을 집어 드는데 도레스가 허리춤 을 붙잡고 늘어졌다.

“전쟁터까지 가시면 저 진짜 죽어요! 갑옷도 없잖아요!”

“놔! 너 안 죽는다니까! 그리고 나 원래 갑옷 없이 싸웠잖아!”

“안 돼요! 가지 마세요! 카일 황자님은 진짜 하신다면 하시는 분이라고요!”

“지금 나한테 죽을래? 아니면 나중에 도망칠 기회라도 얻을래?”

“으아앙!”

도레스를 잡아 뜯다시피 떼낸 후 나는 텅 빈 막사들 사이로 뛰어다니 며 말을 찾았다.

“크로우!”

히힝_

어제 강가에 두고 왔는데도 따라온 건지 크로우의 울음소리가 근처에서 들려왔다. 나는 뛰어가 그대로 크로우의 등에 올라탔다.

“가자!”

저 멀리 날붙이 부딪치는 소리가 옹장하게 전해졌다.

대군이 싸우는 중인 듯했다. 오늘이 정말 마지막 전투라면,내게는 카일을 지킬 마지막 기회였다.

휘날리는 바람에 눈이 시릴 정도로 빠르게 달려가 단칼에 적들을 벴다.

“카일 一!”

결혼하자고 옷 벗고 꼬실 땐 언제고,약혼자를 침대에 묶어 놔? 첫날 밤에는 애인을 황궁 감옥에 가두더니 전쟁터에서도 이러기야?

너는 오늘 살아도 죽었다. 침대에서 죽어.

마구잡이로 적들을 베며 전장을 누 비자 적들의 비명이 점차 커지는 게 느껴졌다.

“검은 사신이다!”

“사신이 왔어! 도망쳐!”

대충 봐도 우리 쪽이 우세했다. 나는 앞으로 달려 나가며 눈앞에 거슬리는 적들을 단칼에 썰었다.

“여신의 곁으로 보내 주마!”

“아악! 사신이다!”

소문의 사신이라는 말에 아군들의 눈이 내 쪽을 향했다.

그중엔 나를 알고 있는 사람들도 많았다.

시선 끝에 경악으로 물든 장미 기사단 친구들이 보였지만,뭐. 나중에 차차 설명하자. 자서전이라도 쓰지 뭐.

‘마구간지기였던 나,용병이 되어 사신으로 거듭나기까지.’

적들과 합을 주고받을 것도 없이 모두 단번에 황천길 하이패스 끊어 주던 중, 저 멀리 카일의 빛나는 금발이 눈에 들어왔다.

“카일!”

적과 대치 중이던 카일이 그를 처치하고서야 나를 돌아보며 벌컥 소리를 질렀다.

“여길 왜 와!”

“내가 왜 못 와!”

당장에라도 그에게로 달려가고 싶었지만 최전방인지라 적이 밑도 끝도 없이 계속 밀려들었다.

눈앞의 적과 싸우는 와중에도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며 서로 싸워댔다.

“기다리라고 쪽지까지! 남겼는데!”

“침대 부수느라 못 봤다! 왜!”

“그걸 왜 부숴!”

“웃기시네! 묶어 놓고 갔잖아!”

굳이 알고 싶지 않았던 황자의 TMI(Too Much Information.) 에 근처에 있던 기사들의 표정이 파랗게 질려 갔다.

하지만 나도 카일에게 너무 화가 나서 주변을 살필 여유가 없었다.

“하여간,전쟁 끝나면 죽었어!”

적의 목을 바닥으로 떨군 뒤 검으 로 카일을 겨냥하며 소리를 질렀는데 뒤에서 창이 날아왔다.

“넌 황족한테 말버릇이 왜 그래!”

“스노우?! 지금 나한테 창 날렸어요?”

“네 앞에 있는 놈 모가지 뚫은 거 안 보이냐!”

“아! 정신없어! 제발 나중에 싸우세요,여러분!”

벤지의 눈물 섞인 외침과 함께 마일리지마냥 로테나 병사들의 시체가 차곡차곡 쌓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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