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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노래-2화 (2/365)

2화. 보석

시몬 바스티유.

두 제국의 거대한 전쟁 사이에 피어난 무법의 꽃.

누군가에겐 꽃의 가시처럼 성가신 범죄 집단, 반대로 또 누군가에겐 아름다운 꽃망울처럼 찬란한 구세주.

이처럼 모호한 기준에 서 있는 그들에게도 정해진 운명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모든 꽃이 그러하듯 서서히 시들어 버릴 거라는 것.

- 안딜셀렌스의 발언가, 오베인

“거창하게도 써놨군.”

이른 아침,

담담히 신문을 읽던 맥레인이 착잡한 목소리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자신이 속한 조직이 이런 식으로 대서특필 되었으니 착잡한 기분이 드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그런 맥레인의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시몬은 잔뜩 흥분한 상태로 걸걸하게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크하하! 맥레인! 신문 읽어 봤나? 우리의 이름이 대문짝만하게 나왔다고!”

“그게 그렇게 좋은 일인가?”

“물론이지! 잘 보라고! 누군가에겐 아름다운 꽃망울처럼 찬란한 구세주라니!”

그런 시몬에게 맥레인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장점이라면 장점이겠어”

“뭐가?”

“좋은 것만 보려는 자네의 그 긍정적인 마음 말이야.”

“물론이지, 긍정은 우리에게 많은 걸 준다고. 거기다 내 위치에서 긍정은 죽을 때까지 끌어안고 가야 하는 덕목이기도 하고.”

“그래, 그렇게 한결같아야 시몬이지.”

호쾌하게 웃는 시몬의 모습에 맥레인도 결국엔 식은 웃음을 내뱉었다.

“보스, 일찍 일어났군요.”

그러던 중, 물을 떠 오던 안드레가 시몬을 보며 꾸벅 인사했다.

“그래, 안드레. 고생이 많군.”

“어제 보초를 섰는데 왜 아직도 안 자고 있어?”

시몬과 다르게 날 선 맥레인의 물음에,

“큰 건을 가지고 오셨다면서요? 절 빼놓고 가시려고요?!”

안드레는 코웃음을 치며 대답했다.

“풋내기가 따라가기엔 위험한 건수야. 그냥 여기서 잠이나 자는 게 어때 안드레?”

“제가 왜 아저씨 말을 들어야 하는데요?”

“좋게 말할 때 그렇게 해.”

“보스, 전 따라가면 안 되나요? 시몬 바스티유의 엄연한 일원인데?!”

“당연히 따라갈 수 있지, 너도 시몬 바스티유의 엄연한 일원이니까!”

시몬의 호쾌한 대답에 맥레인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시몬을 노려봤다.

“시몬….”

“뭐 어때, 저러면서 배우는 거지.”

“풋내기는 그 자체로 위험 요소야.”

“하지만 자네가 있잖나?”

능청스러운 시몬의 말에 결국 맥레인은 포기한 듯 다시 작은 침낭 위에 몸을 맡겼다.

* * *

선잠에서 깬 맥레인은 일어나자마자 대충 머리를 뒤로 넘긴 뒤 텐트 밖으로 나섰다.

밖에는 도시 속 신사처럼 요란한 모양의 수염을 가진 한 남자가 그에 어울리지 않게 한참 장작을 패고 있었는데, 막 나온 맥레인을 보자 바로 반응을 보였다.

“맥레인, 잘 지냈나?”

“이게 누구야? 조이, 조이 크레비디.”

“하, 맥레인이 내 이름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니.”

“이런 요망한 놈 같으니라고.”

군더더기 없는 몸을 가진 조이는 그대로 장작을 패던 도끼를 내던지고 맥레인과 짧게 어깨를 맞댔다.

“조이, 여긴 어떻게 알고 온 거야?”

“내가 모르는 게 어딨나 이 친구야!”

“연락책인 아엘라가 알려줬겠지.”

“그녀는 잘 지내고 있어.”

“능청스럽기는, 그래서 이번엔 며칠 머물다 가는 건가?”

“그래야지, 네가 큰 건을 물어왔다면서? ‘늘’ 그랬듯이.”

“늘 그렇진 않아, 거기다 이번 건은 운이 좀 따라줬거든.”

“그래서, 언제 출발하나?”

그의 물음에 맥레인은 품에서 두껍게 말린 연초를 꺼내 들었다.

“이런, 부싯돌을 놓고 왔군.”

“불이라면 여기 있어.”

이에 조이는 맥레인의 입에 물린 연초에 대고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작은 불씨 하나가 그의 엄지 위에 피어올랐고, 이내 연초 끝에서부터 감색 연기가 쏟아져 나왔다.

“그건 또 뭐야?”

놀라 묻는 맥레인의 말에 조이는 웃으며 자신의 손등을 보여주었다.

“표식을 그렸지.”

“젠장, 마법사를 만난 거야?”

“아니, 도시에 가면 이런 걸 해주는 연금술사들이 많아. 세상에 내가 마법사를 만났으면 지금 이 자리에 있겠나?”

“그건 그렇지…. 그나저나 별 개 다 있군그래.”

“그렇지? 도시엔 정말 별 개 다 있어. 남쪽에 하나 있는 중립 도시 아나?”

“온팔리스, 일전에 딱 한 번 가보긴 했는데.”

“거기엔 지금 매춘을 하는 귀쟁이도 있어.”

“말세로군.”

“그렇지, 전쟁이란 게 다 그런 거니까. 그래서, 맥레인.”

“응?”

“언제 출발하냐고.”

조이의 말에 저 멀리 보이는 시몬의 모습을 본 맥레인은 특유의 식은 웃음을 보여주며 답했다.

“곧.”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멀리서부터 시몬의 호방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자, 이제 슬슬 출발하도록 하지!”

우두머리인 시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여기저기서 조직원들이 모여들었다.

그렇게 여덟 정도가 모이자 시몬은 곧바로 그들 앞에 서서 그 우람한 체격을 내세워 설명을 이어갔다.

“다들 알다시피 우리의 맥레인 베나즈가 아주 큰 건을 가져왔지, 해서 거기에 대해 사전 준비를 좀 할까 해.”

시몬만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카리스마,

범접할 순 없지만, 반대로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 그 모호한 카리스마는 시몬 바스티유를 이끄는 원동력이었다.

그 맥레인 마저 지금은 시몬의 말을 진지한 표정으로 경청하고 있었다.

“답사에 중점을 둔 준비작업이긴 하지만 기회라는 것이 언제든 찾아올 수 있으니까, 즉시 작업 투입을 해도 될만한 재목으로 일원들을 꾸릴 거야. 다들 알겠지?”

“네, 보스.”

“예, 보스.”

“보스 말인데 따라야지!”

이내 시몬은 말이 끝나기 무섭게 맥레인을 짚었다.

“일단 우리의 맥레인 베나즈.”

시몬의 결정에 조직 일원들은 하나같이 수긍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뒤이어,

“엔제이 호킨.”

촌스러운 밀짚모자를 쓴 사내를 지목하자,

“엔제이라고? 가서 실수나 하지 마라!”

“맥레인에겐 꽤 힘든 하루가 되겠군.”

여기저기서 장난스러운 야유가 쏟아졌다.

이에 덥수룩한 수염을 실룩이며 앞으로 나온 엔제이는 한껏 토라진 표정으로 야유를 보낸 이들을 노려보았다.

“그리고 오랜만에 왔는데 실력 행사 좀 해야지, 조이 크레비디.”

“안 불렀으면 섭섭할 뻔했습니다, 보스.”

“그리고 우리 시몬 바스티유의 어엿한 일원인 안드레.”

그 말에,

초롱초롱한 눈을 번뜩이며 앞으로 나온 안드레.

그는 곧장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케니를 보며 히죽히죽 웃었다.

“이렇게 해서 출발한다, 거점에 남는 인원들은 매튜가 알아서 할 일을 정해줄 거야. 매튜?”

“여긴 걱정하지 말고 조심히 다녀오기나 해, 시몬.”

“좋아, 그럼 출발하지.”

* * *

“언제 한 번 마을에 들러서 바람기름 좀 사야겠어.”

말발굽을 어루만지던 엔제이가 심각한 표정으로 투덜거렸다. 조이는 그런 엔제이를 보며 비꼬았다.

“바람기름이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

“뭐?”

“네 말 자체가 문제라고.”

“내 말이 뭐 어때서?”

엔제이의 물음에 뒤에서 말을 끌고 나온 맥레인이 쏘아붙였다.

“앙상하게 뼈만 남았잖아. 너 처먹는 거에 절반만 줘도 여기 있는 말 중 가장 기름진 놈이 될걸.”

“맥레인, 이 모지리 같은 놈아 몰라도 한참을 모르는군. 어스펜서 종은 마르면 마를수록 지구력이 강해진다고.”

“그 지구력이 아니었으면 네 말은 옛날에 굶어 뒤졌을 거다.”

“뭐야?!”

설전이 오가는 와중에 조이는 흐뭇한 미소와 함께 자신의 말 안장 가방에서 꺼낸 사과 하나를 엔제이의 말에게 던져주었다.

“저것 봐 엔제이, 쟤 완전 눈 돌아간다.”

불쌍할 지경으로 허겁지겁 땅에 떨어진 사과를 주워 먹는 말의 모습에 엔제이는 영 탐탁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엔제이가 다시 맥레인에게 한소리 하려는 찰나,

“시작부터 뭘 그리 티격태격 싸우고 있어?”

시몬이 뒤에서 말을 이끌고 나타났다.

“엔제이! 조직의 규칙을 잊지 마라, 자기 말은 자기가 관리해야 하는 거 말이야!”

시몬의 다그침에 엔제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맥레인! 저놈이 말을 굶겨 죽든 찌워 죽이든 잔소리 좀 그만해라, 엔제이가 애도 아니고.”

“애는 아니지만 애새끼는 확실해.”

“맥레인!”

“알겠어, 시몬.”

“하여튼 내 눈엔 너희 둘 다 아직 애 같아!”

시몬의 중재에 순식간에 상황이 일단락되자 곧바로 조이가 화제를 전환했다.

“안야의 귀쟁이와는 최대한 접촉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보스.”

“그러게나 말이야, 특히 그놈들 중 일부는 맥레인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있기도 하고.”

시몬의 말에 조이가 맥레인을 째려보자,

맥레인은 말없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너무 쏘아붙이지 마, 조이. 맥레인은 옳은 일을 한 거야.”

“옳은 일이라니, 보스?”

“안야의 귀쟁이놈들은 타락할 대로 타락했어, 요즘은 인신매매에 눈을 떴다더군. 저번에 우리가 숲에 들어갈 일이 한 번 있었는데 글쎄 놈들이 작은 마을 하나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린 거야.”

마지막으로 나타난 안드레가 시몬의 말을 이었다.

“거기서 맥레인 아저씨가 불의를 참지 못하고 딱! 마을에 남은 잔당 놈들 수십을 단번에 베어버렸죠!”

“그랬나 맥레인?”

알게 모르게 날이 선 조이의 물음에 맥레인은 살짝 맥없어진 목소리로 그에게 답했다.

“놈들은 선이란 걸 몰라, 그걸 알려줘야만 했어.”

그 대답에 조이는 한참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한숨을 푹 내쉬며 혼잣말을 하듯 중얼거렸다.

“그래, 네가 그렇게 느꼈다면 어쩔 수 없지.”

“이제 시간은 그만 끌고 바로 출발하자고.”

그렇게 시몬의 말을 끝으로 다섯 모두 말을 타고 쏜살같이 거점을 빠져나갔다.

바람기름을 바른 발굽은 이내 마주 오는 바람결을 밟기 시작했고, 그 기류를 탄 말들은 더욱 빠른 속도로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청명한 하늘, 그 주변으로 듬성듬성 흩뿌려진 조각구름을 등진 채 한창 극성스럽게 뛰노는 꽃가루를 뚫고서 숲으로 향하는 좁은 길목을 향해 말없이 얼마나 달렸을까.

맨 앞에 있던 시몬이 오른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이에 맞추어 뒤따르던 이들이 고삐를 슬슬 당겨 바람결에서부터 빠져나오자,

더걱 더걱,

더그덕 더그덕,

땅을 밟은 말들의 발굽 소리가 들려 온다.

이에 맞추어 강한 바람에 먹먹했던 귀 역시 슬슬 돌아오자 제일 먼저 조이가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안드레, 출발 전에 케니를 보는 눈빛이 심상치가 않던데.”

“네? 하! 그런 일이 좀 있죠.”

조이의 물음에 안드레는 금세 붉어진 얼굴로 답했다.

“둘이 사귀기라도 하는 건가?”

“크…. 킥! 뭐, 그런 셈이죠.”

이에 맥레인은 한 번, 튀어나오려는 웃음을 간신히 참은 채 말을 이었다.

“그런 셈이라니, 케니가 너에게 무슨 약속이라도 한 거냐?”

“사실 케니가 예전부터 절 좋아했다지 뭡니까?”

“대단한걸? 그래서?”

“그래서 고백을 받아주려 했는데, 자기는 좀 더 극적이고 확실하게 우리 사이를 다지고 시작했으면 좋겠다지 뭡니까? 마침 만스타인 세공소에 가게 되었으니 자기를 위한 보석 하나만 가져올 수 있겠냐고 하더군요. 저도 이제 엄연한 시몬 바스티유의 일원이니 그런 건 일도 아니잖아요?”

“이야….”

“뭐 여인의 부탁을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예전부터 절 좋아했다고 하니까….”

“안드레, 정말 잘 됐으면 좋겠는걸.”

“풉!”

맥레인의 말에 결국 조이가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러나 그 분위기도 잠시,

엔제이가 안드레를 향해 쏘아붙이듯 입을 열었다.

“좋아하긴, 케니 걔가 그랬지? 자기를 위한 보석을 갖다 주면 하룻밤을 같이 자주겠다고. 그걸 사랑이라고 착각하는 꼴이라니.”

그에 조이와 맥레인은 마치 짠 듯이 동시에 입을 열었다.

“입 닥쳐, 엔제이.”

“엔제이, 이 등신 같은 놈.”

한참 영문을 모르다 퍼뜩 의중을 알아차린 안드레의 표정이 심하게 일그러지자 맥레인과 조이는 당혹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그들이 안드레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려는 찰나.

“드디어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군.”

앞장 서 있던 시몬이 고삐를 잡아 말을 멈춰 세웠다.

그를 따라 모두가 고삐를 잡아 말을 멈췄고, 이내 그들은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그저 넋 놓고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깊은 숲, 은밀한 샛길을 따라 길 같지도 않은 길 끝에 그 모습을 드러낸,

거대한 저택.

하지만 모두의 예상과는 달리,

저택의 모습은 매우 처참했다.

“진짜 이곳이 만스타인의 세공소라고?”

조이는 반신반의했고,

“용이 거나하게 불을 뿜고 지나간 모양이군.”

엔제이는 넋 나간 표정으로 읊조리듯 말했으며,

“저주받은 곳 같은데.”

안드레는 입술을 벌벌 떨었다.

마치 검은 재를 진흙 따위로 뭉쳐 세운 듯한, 새카만 저택의 모습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이 피어오를 정도로 괴이했다.

“굳이 사전 조사를 할 필요도 없겠어, 바로 수색하자고.”

하지만 시몬은 담담한 표정으로 저택 입구를 향해 말을 몰았고,

그런 그의 뒤를 맥레인이 묵묵히 따르자 이어 남은 인원들도 뒤따라 저택을 향해 나아갔다.

“안야의 귀쟁이놈들이 왜 보석에 눈독을 안 들였는지 알 것도 같군.”

낮게 가라앉은 시몬의 목소리에 덩달아 긴장한 엔제이가 혼자 말을 하듯 중얼거렸다.

“귀쟁이 놈들은 미신 같은 거엔 끔뻑 죽으니까, 이런 데에 보석이 있다고 한들 얼씬도 못 한 거야.”

하지만 그 중얼거림에 조이는 냉소적인 미소로 답했다.

“보석이 있는지조차 확실한 것 같진 않은데.”

그렇게 말에서 내려 저택 내부에 진입한 그들은 다 타버려 잿더미가 된 복도와 수많은 방을 보며 아연실색했다.

“어쩐지 운이 좋더라니.”

맥레인의 혀 차는 소리에도,

“구석구석 뒤져보자고.”

시몬은 더욱 차분한 모습으로 저택을 구석구석 살피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 시간이 흘렀을까.

처음 느꼈던 공포마저 무뎌질 정도로 수색에 집중했던 그들은 끝내 그곳에서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아니, 못했었다.

“보스! 아저씨!”

위층에서 들려오는 다급한 안드레의 목소리,

이에 가장 먼저 반응한 맥레인이 마치 바람결에 올라타 달려나가는 말처럼 엄청난 몸동작으로 삽시간에 안드레가 있는 곳까지 달려왔다.

“뭐야! 안드레, 무슨 일이야!”

다급한 맥레인의 목소리에,

안드레는 조심스럽게 맨 위층, 구석진 방에 놓인 커다란 상자를 가리켰다.

유일하게 불타지 않은 상자.

그 크기가 범상치도 않을뿐더러, 잠겨있는 자물쇠 역시 보통 것이 아니었다.

“난쟁이가 만든 자물쇠잖아.”

이어서 뒤따라온 시몬은,

“맥레인, 열 수 있겠나?”

맥레인에게 말했고, 그 말을 들은 맥레인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허리춤에서 검을 뽑아,

팍!

단칼에 거대한 자물쇠를 양단했다.

이어서 기다리고 있던 조이와 엔제이가 거대한 상자의 뚜껑을 열어젖혔고,

이내 모습을 드러낸 그 내용물은,

그들이 예상한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이런 미친….”

맥레인은 그 내용물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나지막이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사람?

그래, 사람이 분명하다.

상자 안에는 사람이 들어 있었다.

‘보석처럼 아름답게 세공된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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