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꿈 한탕 (3)
디안,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꼭 기억해라.
방법은 이래.
잠든 소녀 곁에서 잠을 청하면, 디글렛이 자신이 있는 소녀의 꿈속으로 널 끌어당길 거다.
쉽게 말해 네가 소녀의 꿈속으로 들어가는 거지.
지금부터가 중요한데, 그 소녀의 꿈에 끌려가기 전에 네가 꼭 해야 하는 게 한 가지 있어.
바로 너에게 있어 익숙하고 편안한 장소를 같이 가지고 가는 거야.
구조물이면 더 좋고, 방이 많은 건물이면 더할 나위 없지.
뭐?
네가 있던 세공소?
다른 장소는? 막연하게 떠오르는 거라도 괜찮아.
어차피 세부적인 요소는 네 상상력으로 덧대어질 테니까.
그러니까….
세공소는 너에게 끔찍한 과거잖니.
그래, 그렇구나.
과거의 너에게 허락된 장소는 그곳 하나뿐이었구나.
세상에, 네 과거의 일을 떠올리게 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는데.
정말 미안하다 디안.
하지만 장담하는데, 상상력으로 덧대지 않아도 될 만큼 생생한 장소라면 너한텐 아주 좋은 일이란다.
소녀의 꿈에 진입하게 되면, 디글렛은 널 찾기 위해 네가 가져온 장소로 올 텐데.
녀석은 생전 가져본 적도 없는, 너라는 완벽한 보석에 눈이 멀어서 맹목적으로 쫓기만 할 것이거든.
먹이를 눈앞에 둔 굶주린 짐승처럼!
해서 생생한 장소일수록, 단순무식하게 쫓아오는 놈을 따돌리기가 훨씬 수월하지.
놈에게 있어선 네가 가져온 장소는 난생처음 와보는 곳일 테니까.
따돌리는 데 성공했다면 다음 할 일은 소녀를 찾는 거다.
보통 디글렛은 목표물에 악몽을 꾸게 해 빨갛고 작은 방 하나를 억지로 상상하게 만들어.
그리고 그 방 안에 꿈의 주인을 가둬놓는다.
그 방문을 열고 꿈의 주인을 데리고 나오는 것이,
디글렛을 이기는 방법이야.
잠에서 깨면,
펼쳐졌던 꿈도 사라지니까.
그 꿈을 거점 삼아 은신하던 녀석 역시 손 써볼 틈도 없이 당하게 되는 거지.
* * *
“이해했어요.”
미지의 존재와 숨바꼭질이라.
가슴이 미친 듯이 요동친다.
“걱정하지 마라, 디안.”
매튜가 작은 붓으로 내 손에 작은 종을 그리며 말했다.
“디글렛을 따돌리지 못해 잡힐 것 같을 때, 오른손을 인사하듯 번쩍 들어 흔들어라. 그럼 내가 널 깨워주마.”
그 말에 난 말 없이 비장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한창 밖에선,
부부의 기도 소리와, 이에 화답하는 케니의 아름다운 찬가 소리가 은은하게 울려 퍼졌다.
“준비됐니?”
“네.”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그에게 대답했다.
적어도 내 의사 따윈 물어보지도 않았던 유리의 시험보다는, 이쪽이 훨씬 수월해 보였으니까.
거기다 날 믿고 지원해주는 사람까지 있는데.
무엇이 두렵겠는가?
“시작하자.”
매튜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나는 한번, 낡고 작은 방에 어울리지 않는,
부부의 사랑이 느껴지는 값비싼 침대 위에 곤히 잠들어있는 소녀를 바라보다가.
그대로 두 눈을 감고 그 옆에 누웠다.
다르다.
눈을 감기 무섭게,
머릿속 깊숙한 곳에서부터 강하게 당겨지는 느낌이 든다.
잠에 빠지는 게 아니라,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
아직, 아직이다.
네 초대에 응하기 전에,
너와 내가 뛰어놀 장소부터 마련해주마.
구태여 노력하지 않아도, 억지로 쥐어짜지 않아도.
너무나 손쉽게 내 머릿속에 떠오른 거대한 장소.
만스타인 세공소.
바닥 타일의 문양과 까진 벽의 위치까지 모두 다 기억나.
끝에 가선 밤하늘만을 바라봐야 했지만 상관없어, 내 비명과 피와 눈물로 얼룩지지 않은 곳이 없으니까.
그렇게, 늘 지켜보기만 했던 출구 쪽 기둥까지 세세하게 떠올리는 순간.
나는 온몸에 힘을 쫙 뺐다.
* * *
공기, 냄새, 그로 인하여 피어난 특유의 분위기.
만스타인 세공소, 모든 것이 그때와 똑같다.
다른 것이 있다면 사방에 가득 찬 공허함 뿐.
밖은 어두컴컴하다.
분명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만큼 칠흑 같은데.
건물 내부 곳곳에서 서슬 퍼런빛이 은은하게 뿜어져 나왔다.
정확히 꼬집자면 꺾어지는 복도의 모서리나 벽과 바닥의 이음새, 천장에 달린 샹그릴라의 자글자글한 단면들 따위에서.
확실히 이곳이 꿈속임을 알려주려는 것처럼 섬뜩하기 그지없구나.
꿀꺽.
나도 모르게 마른 침을 삼켰다.
천천히, 걸음을 떼어 1층 중앙 현관 쪽으로 이동한 나는 거쳐 가는 문마다 모두 활짝 열어놓았다.
머릿속으론 놈에게 쫓기며 오만가지 방법으로 도망칠 방법을 궁리하면서.
그렇게 중앙 현관을 거쳐 버릇처럼 서쪽으로 길게 난 복도를 향한 나는 그 끝에서 익숙한 모습으로 걸음을 멈추었다.
[시험실]
문 위에 달린 검은 팻말.
이곳에서 많은 이들이 울부짖으며 깨져갔다.
…아리아도 피할 수 없었지.
그 모든 일을 집도하던 인간들은 깨진 파편들 위에서 식은 푸념이나 던져댔어.
자기들이 밟고 있던 파편이 십 대 아이들의 삶이었던 것을 자각이나 하고 있었을까?
천만에,
씹어 쳐죽일 새끼들!
그만, 지랄 맞은 감상은 여기까지.
생각해보면 놈이 이곳을 찾아왔을 때 이런 긴 복도를 끼고 도망치는 건 최대한 피해야겠다.
그렇다면, 놈과의 추격전은 보석방인 2층에서 벌이는 게 좋겠지.
스산한 분위기를 헤집고 긴 복도를 지나,
중앙 현관에 큼지막하게 나 있는 계단을 오른다.
2층은 십자 모양의 복도를 중심으로 수많은 방이 있다.
방에는 정면 말고도 좌우에 문이 있어 바로 양옆 방과 연결되어있는 구조였지만, 방끼리 연결되어있는 문은 특정한 일이 아니면 열 수 없었다.
다만 꿈속이라 그런지,
지금은 모든 문을 여닫을 수 있는 듯 보였다.
이곳은 만들 보석의 종류를 분류하여 아이들을 가둬놓았던 곳.
이를테면 눈앞에 보이는 토파즈 방은, 말 그대로 토파즈로 만들어질 아이들이 들어가게 되는 방이었다.
생각해보면 토파즈로 만들어질 아이들은 너무나 가여웠지.
단지 유리의 시험을 한 번밖에 통과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토파즈가 되어야 했던 그 어린아이들은 하늘에 뜬 해를 몇 시간이나 정면으로 쳐다봐야 했으니까.
눈동자에 햇빛의 샛노란 빛깔이 물들면 그 고통의 시간은 끝났지만, 열의 아홉은 시력을 잃고 샛노래진 눈알만을 뽑힌 채 깨짐을 기다리는 신세였어.
아리아에게 꽃잎을 가져다줬던 아이도,
그렇게 깨졌지.
…….
생생해도 너무 생생한 탓에,
모든 것이 기억과 감상으로 떠오르는구나.
고개를 재빨리 가로저은 나는 사방에 펼쳐진 수많은 문을 하나 건너 하나씩 열어젖히며 한쪽 복도를 향해 나아갔다.
문이 모두 닫혀있으면 여닫을 때 놈에게 위치가 발각되기 쉽고, 모두 열려있으면 동선이 빤히 보이기 때문에.
그렇게 한쪽 복도에 연결된 문을 여닫기가 무섭게.
아래에서.
-즈적즈적즈적즈적
표현하기 힘든.
-즈적즈적즈적즈적즈적즈적즈적즈적즈적즈적
소리가.
-즈적즈적즈적즈적즈적즈적즈적즈적즈적즈적즈적즈적즈적즈적즈적즈적즈적즈적즈적즈적즈적즈적즈적즈적즈적즈적
본능.
본능적으로 숨을 참고 열린 방에 몸을 숨겼다.
찐득찐득한,
아니 다리가 여러 개인가?
액체일 수도.
아니야,
내가 예상하는 모든 것을 빗겨나갈 것만 같은,
그런 소리였어.
-땡그랑
아래층의 물건 하나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이후엔,
정적….
-스스스스스스스스스스스스스스스스슷
이런 씨발.
곤충인가?
아냐, 뱀의 혓바닥 날름거리는 소리일 수도.
다시 정적.
조심스레,
몸을 일으켜 복도로 나섰다.
서슬 퍼런빛이 문 모서리마다 번뜩인다.
그렇게 십자 모양 복도의 중앙, 교차점에 도달한 나는 아래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주시하며 곧바로 수많은 방 중 하나로 달려 들어갈 준비를 마쳤다.
-즈적
들린다.
그런데?
-즈적즈적
왜 소리가 위에서.
천천히 소리가 들려온 쪽,
그러니까 내 바로 위를 향해 고개를 들었다.
천장,
아무것도 없는 천장이다.
“후.”
입 밖으로 짧은 한숨이 픽 새어 나왔다.
가만,
천장이 유독 새카맣던데.
모순을 인지함과 동시에 저릿한 뒷목.
다시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검은색,
그 중앙에 구멍처럼 뚫려있는 하얀 원 두 개.
알 수 있다.
동공이 없어도 저것이 눈이란 걸.
어찌 아느냐면,
시선이 느껴지는걸.
노골적으로 날 핥듯이 쳐다보는 저 새하얀 원이.
서서히, 놈의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손? 다리?
곤충으로 보이는 것도 있고, 짐승의 것으로 보이는 것도 있다.
어디가 몸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부자연스럽게 몸통과 무수한 손발이 연결된듯한 모습.
간담이 빳빳하게 굳어서 몸이 내 맘대로 움직일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놈은 뭘 기다리고 있는 걸까.
내가 움직이길 기다리는 걸까?
그럼 움직여야 할까?
이파리에 앉은 벌레를 노리는 파충류처럼.
놈은 그저 지그시.
지그시 날 보고만 있다.
사냥감으로서의 본능일까.
이 상태에서 괜히 서투르게 움직였다간 바로 잡힌다.
그게 직감적으로 느껴졌다.
두근두근.
미친 듯이 뛰어대는 심장을 박자로 삼아,
놈이 모르는, 심지어 나도 모르는 카운트를 세기 시작했다.
두근.
두근.
지금.
온몸의 긴장을 폭발시켜, 미친 듯이 반대편 복도를 향해 내달린다.
“끅.”
굳어있던 간담에 두 어깨가 찌르르 떨려 입 밖으로 짧은 비명이 튀어나왔지만.
-스스스스스스스스스스슷
그딴 게 지금 뭐가 중요해!
기민한 벌레 발소리가 바로 내 등 뒤를 바짝 쫓는다.
서둘러 바로 앞에 열려있는 방으로 들어가 방문을 닫았다.
쾅!
그리고 반대편 방문을 열어 그 반대편 닫힌 문을 크게 열고 다시 세게 닫는다.
쾅!
쾅!
쾅쾅쾅!
나도 몰라,
여기가 어떤 방인지!
그저 보이는 족족 문을 열고 문을 닫고, 또 문을 열고 문을 닫고.
미친놈처럼 뛰고 또 뛰었다.
그러다,
나는 슬쩍 옆문이 아닌 정문을 열어 복도로 뛰쳐나왔다.
어디 복도지?
고개를 좌우로 틀어 확인하려는 순간.
좌측에서 기다렸다는 듯.
-즈적즈적즈적즈적즈적즈적즈적즈적즈적즈적즈적즈적즈적즈적즈적즈적즈적즈적즈적즈적즈적즈적즈적즈적즈적즈적
수십 다리를 놀리며 벽, 바닥 천장을 달려오는 놈.
이에 우측에 뭐가 있건, 그대로 반대편 문을 벌컥 연 나는 다시 미친 듯이.
쾅!
쾅쾅!
문을 여닫았다.
그러다 문득,
나는 움직임을 멈춰야만 했다.
애초에,
저 자식 복도 한가운데서 내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어.
매튜 아저씨 말대로, 놈에게 여긴 낯선 곳이었지.
그래서 놈은 쓸데없는 모험은 지양하고 있던 거야.
서둘러 숨을 고른 나는 지체하지 않고 바닥에 놓인 돌멩이를 집어 들었다.
복도와 연결된 문이 열리는 순간 놈은 반응을 보인다, 아마도.
아마도는 거의 확실하다고 봐도 되지, 암.
제발 그렇다고 해줘요, 매튜 아저씨.
어찌 되었든 요는 이렇다.
십자 모양 복도를 중심으로 양옆이 연결된 방이 각 벽에 나열되어 있다.
놈은 이곳의 구조를 잘 모르기 때문에 방 내부에 양옆 방과 통하는 문이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그저 방 안에 또 다른 문이 있다는 걸 소리로 알 뿐.
그것이 정확히 양옆 방과 통한다는 사실은 몰라.
그 말인즉슨,
각 방의 정문을 제외한 문소리는 놈에게 있어서 수수께끼란 말이지.
실험해볼까.
천천히, 정문의 문고리를 비틀어 슬슬 밀었다.
기기긱.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슬슬 밀리자,
-즈적즈적즈적즈적즈적즈적즈적즈적
멀리서 들려오는 놈의 발소리.
그에 맞추어 옆방으로 향하는 문을.
쾅!
세게 열어 넘어간다.
-즈적즈적즈적즈적즈적즈적즈적즈적
그와 동시에,
놈의 발소리가 다시 복도 중앙 쪽으로 멀어진다.
확실해.
놈은 정문을 제외한 문소리를 적어도 도주로가 아닐 거라 짐작하고 있어.
이번엔 좀 더 복잡하게 해 볼까?
양옆 문 중 하나를 미리 슬쩍 열어놓은 다음,
정문을 살짝 젖히면,
-즈적즈적즈적즈적
놈이 오는 소리에 맞춰 슬쩍 열어놓은 옆문을 향해 돌을 던지고,
동시에 반대편 옆문을 열고 다음 방으로 건너간다.
쾅쾅!
-즈즛
놈의 발 몇 개가 주춤하기 시작했다.
헷갈리기 시작한 거지.
복도에서 기다리는 게 맞는 건가? 하고.
정문은 열리는데, 목표는 보이질 않고 되려 수수께끼 같은 문소리가 계속 들려오고 있으니까.
자, 의심해라.
쾅쾅!
의심해라!
쾅쾅!
의심해!
-즈즈즈즈즈즈적
딱 들어봐도 사뭇 다른 발소리.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놈이 풍기던 뉘앙스가 바뀌었다는 걸.
난 의심 따위 하지 않는다.
그저 밀고 나갈 뿐!
곧바로 정문을 향해 온몸을 던졌다.
동시에 정면에 보이는 문을 향해 있는 힘껏 돌을 던졌고,
쾅!
동시에,
쾅!
방금 막 디글렛이 방 하나를 확인하기 위해 비집고 들어갔다.
쾅쾅쾅쾅쾅쾅!
그렇게 디글렛의 미친듯한 방문 여는 소리를 뒤로 한 채.
나는 재빠르게 세공소로부터 빠져나왔다.
칠흑.
사막처럼 드넓은 평야.
저 멀리.
붉은 점 하나가 보인다.
사력을 다해 달려가 보니,
매튜 아저씨의 말대로 그것은 붉은 벽을 한 작은 방이었고.
난 그런 그 작은 방문을,
똑똑.
두들겼다.
“누구세요?”
“꿈에서 깰 시간이야, 디에레타.”
“밖에는 괴물이 있어요, 나가면 잡아먹힐 거에요.”
“날 믿어, 방금 괴물을 따돌리고 오는 길이야. 네가 방문을 열어주는 순간 그 괴물도 사라져.”
“그 말을 어떻게 믿어요?”
“믿기 힘들면 믿지 않아도 돼.”
“그럼 제가 문을 안 열 텐데요?”
“그렇게 되면 난 괴물에게 잡히겠지.”
“…그건 싫어요.”
“그럼 날 도와주겠니?”
“오빠 목소리가 예쁘니까 들어주는 거예요.”
새침하게 대꾸한 소녀의 발소리가 문 너머로부터 들려온다.
동시에
-즈적즈적즈적즈적즈적즈적즈적즈적즈적즈적즈적즈적즈적즈적즈적즈적즈적즈적즈적즈적즈적즈적즈적즈적즈적즈적
내 등 뒤, 저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디글렛의 발소리.
하지만,
이미 너무 늦었어.
끼익-
방문이 열리고, 초롱초롱한 눈을 한 소녀가 날 맞이한다.
동시에,
칠흑 같던 주위의 모든 것이 새하얗게 질려버리고.
* * *
“흐어억!”
물 밖에 나온 고기처럼, 상체가 튀어 오른다.
“디안?!”
매튜 아저씨가 놀란 표정으로 내 두 어깨를 감쌌다.
“괜찮은 거야?!”
그의 물음에,
난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턱짓으로 옆을 가리켰고,
그 가리킨 곳에는.
이제 막 잠들었던 소녀가 잠에서 깨어나 한껏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세상에, 정말 잘했어…. 잘했어 디안. 디글렛을 보기 좋게 따돌리다니.”
“하지만… 보물은 찾을 수 없었어요.”
“아니, 이제 찾아야지.”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잠에서 깬 소녀가 내게 다가와 귀에 대고 작게 속삭였다.
“아저씨한테만 알려주는 거예요. 커다란 나무 세 개, 그 가운데 춤추는 물줄기가 있었어요.”
“이게… 대체…?”
“디글렛이 소멸하면, 놈이 가지고 있던 보물은 임의의 위치로 옮겨져.”
“그래서요?”
“그 임의의 위치는 꿈의 주인만이 알고 있지.”
“그런데 왜….”
“그 위치를 알려주거든, 자기를 악몽에서 벗어나게 해준 사람에게만. 그리고 본인은 그런 말을 했다는 기억조차 하질 못하지.”
매튜 아저씨가 천천히 허리를 숙여,
내게 손을 내밀었다.
“시몬 바스티유의 문제아, 디안. 큰 거 한 건 해결했군그래, 그렇지?”
익살스러운 매튜의 말에,
난 있는 힘껏 그의 손을 맞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