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화. 작은 것부터 (2)
“도시가 좋은 점은 쓰레기 같은 밀주를 안 판다는 거야”
붉게 상기된 볼, 그 가운데 더욱 선명해진 주근깨.
약간 취한 것 같지만 그 덕에 되려 정신이 더욱 날카로워진 듯 초롱초롱해진 눈.
“더군다나 네가 사는 술이라니!”
촙은 특유의 매력적인 미소를 지으며 내게 술병을 내밀었다.
“너에게 많은 것을 배웠으니 대가를 치러야지, 중립 지역이니까.”
“큭큭, 이 새끼 완전 무법자 다됐네!”
이제 막 반병을 비운 술병을 그에게 부딪쳤다.
술은 아직 내겐 거북한 것이다.
맨 처음 마신 것이 하필이면 지독한 밀주여서 더 그런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 세공소에서 먹었던 끔찍한 약품들이 어렴풋이 생각났던 게 더 컸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촙과 함께 반병을 비울 수 있었던 것은.
그와 함께 나누는 시간과 주위에 만연한 생생한 풍경에서 우러나오는 분위기 때문이었다.
“잘 봐, 디안. 술집에 있는 여자들 전부가 우리 테이블을 주시하고 있어.”
“왜?”
그의 말에 주위를 살피려 했지만, 촙이 얼른 그것을 제지했다.
“왜긴 왜야, 너 때문이지. 저 여자들 대부분이 가지고 있는 환상 같은 걸 얘기해 볼까? 넌 지금 정체를 숨기고 여행을 즐기고 있는 대단한 귀족의 자제인 거야. 그리고 이곳에 있는 여인들은 대부분 너와 눈을 마주치길 고대하고 있지. 어쩌면, 자신의 삶에 백마 탄 왕자님이 나타날지도 모르겠다는 헛된 희망을 꿈꾸면서.”
“너무 비약하는 거 아냐?”
“그냥 내가 당장 널 봤을 때 든 생각을 얘기한 것뿐이야.”
“그러면 뭐해, 난 흑마를 타고 다니는 무법잔데.”
“킥킥, 그건 그것대로 여러 여인의 맘을 훔칠 수 있겠는걸.”
촙은 미소와 함께 내게 다시 술병을 내밀었다.
이에 나도 미소와 함께 그에게 술병을 내밀어 부딪친다.
“그런데 우리 이렇게 계속 있어도 되는 거야? 이곳에 온 목적이 있을 거 아냐?”
“그렇지, 내가 암만 술에 꼴아도 조직이 시킨 일을 잊진 않아. 안드레처럼 어설픈 놈이 아니라고.”
“도대체 뭐 때문에 이곳에 온 건데?”
“옷감을 사러 왔어.”
“옷감?”
“곧 있을 큰 거 한방에 필요하데.”
“옷을 만들려는 건가?”
“아마도, 상대가 상대다 보니까 그에 맞춰 입어야 하는 옷도 존나 특별해야 하나 봐. 불을 먹는 옷감과 별빛 먹인 실로 자수를 한 비단이 필요한 걸 보면.”
말만 들어도 특별하게 느껴진다.
“대체 무슨 옷을 만들려 하길래…?”
“그건 비질라와 안나 아주머니랑 매튜 아저씨가 알아서 하겠지.”
“비질라? 그 아이가?”
“그래, 비질라는 조직원들 가운데서도 굉장히 특별한 아이야. 지금의 너처럼.”
가족의 이야기를 들을 좋은 기회구나.
“2년 전이었던가, 비가 오질 라게 오던 날이었지. 그땐 몰랐는데 네 말 대로라면 마법사 놈들이 뿌린 먹구름 탓이었을 거야. 하늘이 겁나게 어두웠거든.”
촙은 그때를 회상하듯 우수에 젖은 눈빛으로 얼마 남지 않은 술병을 깔끔하게 비웠다.
“우리 보스가 어떤 작은 마을을 경유하다가 한 이야기를 듣게 된 거야. 근데 글쎄 그 이야기의 내용이 그저 어린 소녀에게 70개의 금화가 현상금으로 걸려 있다지 뭐야?”
“70개?!”
“그래, 맥레인 아저씨와 엔제이가 곧바로 정보를 캐면서 쫓기 시작했고 결국 그 소녀를 발견할 수 있었데.”
“그런데?”
“그 현상금이 걸린 이유가 지랄 맞게 가관이었던 거지.”
그러면서 촙은 내게 눈치를 살피며 돌아다니는 종업원에게 술 한 병을 더 시켰다.
그러거나 말거나 난 촙의 입이 다시 열리기를 기다렸다.
“그 소녀는 어느 귀족의 노예였어. 근데 보통 노예가 아니고 특출난 재주를 가진 노예였던 거지. 바로 기록을 보관하는 용도로 말이야.”
“그게 대체…?”
“비질라의 얼굴에 난 흉터 알지?”
난 말 없이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아주 끔찍한 수술의 흔적이래, 남들이 내뱉는 정보를 기억이라는 그릇에 온전히 담아내기 위한.”
마치 남들의 사치를 위해 깎이고 세공된 나처럼.
“시몬 바스티유는 그런 부조리에 뜯겨 약자가 된 자들을 가만두지 않아.”
“그래서 그 아이가 가족이 됐구나.”
내가 가족이 됐었던 것처럼.
“맞아, 어쨌든 비질라는 자신의 기억에 담긴 것들을 다른 것들로 채우기 위해 책벌레가 됐어. 그리고 그걸 제법 즐거워했고. 더욱 고마운 건 자길 가족으로 받아 들여준 은혜를 알고 있다는 거야.”
“해서, 옷을 만드는 법을 그 아이가 머릿속에 담아둔 거로군?”
“맞아, 정확해.”
씁쓸하다.
그 밝고 수줍음 많은 소녀에게 가당치도 않을 만큼 뼈아픈 과거가 있다는 사실이.
“디안.”
촙이 갑자기 고개를 숙인 채 낮은 목소리로 날 부른다.
“네 기준으로 왼쪽, 가장 구석진 테이블에 앉은 놈들이 우릴 노려보고 있어.”
그 말에 슬쩍 고개를 돌려 촙이 가리킨 곳을 보니, 정말 세 사람 정도가 매서운 눈빛으로 우리 쪽을 주시하고 있었다.
“우릴 노리는 건가?”
내 물음에 촙은 테이블에 아무렇게나 놓여있는 술병 뚜껑 두 개를 내게 내밀며 대답했다.
“이유는 두 개밖에 없어, 하나는 네가 딱 봐도 귀티가 나니까 어떻게든 털어먹으려고 하는 거겠고.”
그러면서 술병 뚜껑 하나를 집어 품에 집어넣는 촙.
“다른 하나는 이 술집 안에 있는 모든 여인의 시선이 너에게 집중되는 꼴이 아니꼬워서일 수도 있고.”
이어 나머지 뚜껑을 손에 쥔 그는 나른한 표정으로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뭔가를 기다리는 듯 눈을 감았다.
그와 동시에,
뒤에서 들려오는 발소리.
수많은 소음이 오가는 술집이었지만, 그 발소리만큼은 확실히 구분되어 내 귓가에 울려 퍼진다.
한창 숲을 달리면서 마주 오는 바람결 사이로 새소리를 훔쳐 듣는 법을 알게 된 덕일까.
덕분에 나도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었다.
“형씨들, 이곳에서 못 보던 얼굴인데.”
이윽고 내 어깨를 휘감아오는 단단한 손이 느껴졌다.
동시에 불쾌한 숨결을 지닌 남자 하나가 내 옆으로 불쑥 고개를 내밀어 낮고 위압적인 목소리로 우릴 위협했다.
그러자 촙은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 감았던 눈을 뜨고서 고개를 들이민 남자에게 대답했다.
“못 보던 얼굴이 어디 한 둘이겠어? 여긴 센트리우스잖아.”
“이 술집은 그 센트리우스에 비하면 점만 한 곳이야. 여긴 웬만하면 같은 얼굴들만 보이거든.”
더욱 강압적으로 몰아붙이는 남자,
허나 촙은 콧방귀도 안 뀐다.
“그리고 이 술집에 비하면 넌 좆만 한 새끼지.”
그 말에 내 어깨를 잡은 남자의 팔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이에 불쾌함을 느낀 나는 약간의 취기도 있겠다, 주저함 없이 그를 올려다보며 그르렁거렸다.
“지금 네가 어디다 손을 올렸는지 알고 있어?”
그런 내 말에,
남자는 제법 주춤한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은 난 더욱 매섭게 그를 노려보며 이죽거렸다.
“놔, 새끼야.”
잠깐의 침묵,
그리고 우리에게 집중된 사람들의 시선.
그는 결국 내 어깨 위에 올렸던 손을 천천히 내릴 수밖에 없었다.
“그… 그냥 물어보려던 거였어, 새로운 얼굴이 보이면 반갑잖아?”
“반갑은 씨발 꼴깝 떨고 있네.”
유순한 촙의 얼굴에서 도저히 나올 것 같지 않던 무시무시한 표정이 드러나자,
남자는 결국 우리에게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미안해, 우리가 무례했군.”
곧이어 꽁무니가 빠지듯 일행과 함께 술집 밖으로 달아나는 것을 보니,
일순간 마음속에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고양감이 차올랐다.
비릿하고 찜찜한 맛이 느껴지는 그런 고양감이었지만.
상황이 일단락되자 제일 먼저 촙이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키킥, 지금 네가 어디다 손을 올렸는지 알고 있어? 놔, 새끼야. 너 방금 진짜 존나 멋있었어, 알아?!”
“그만해, 촙.”
“네가 하니까 무슨 고독한 기사 같았다고 진짜로!”
한바탕 난리를 치던 촙은 한참이 지난 뒤에야 진정할 수 있었다.
그리곤 진지한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마음은 붕 뜨고, 몸은 뜨거운데 맛은 씁쓸하지?”
“그래… 정확해.”
“그 씁쓸함을 잘 기억해, 우리가 평생 가지고 가야 할 느낌이니까. 만약 그 느낌이 무뎌지기라도 하면.”
“하면?”
“그땐 이도 저도 아닌 쓰레기 살인자가 되는 거니까. 씁쓸함은 무법자의 신념 같은 거야. 부적 같은 거기도 하고.”
“꽤 멋진 말인데?”
“맥레인 아저씨가 알려줬거든.”
그렇구나.
그러니 더욱 궁금해지네.
그는 무엇을 겪고서 지금의 자리에 있는지.
“디안, 이제 슬슬 움직이자.”
“좋아.”
“아니 이 술집에서 뜨자는 얘기야, 아직 즐길 거리가 한참 남았어.”
“왜?”
“우리가 쪽 준 그 새끼가 분명 패거리를 데리고 주변에 진을 치고 있을 거야. 진득하게 달릴 준비 하자고.”
달리는 거라,
그건 이제 자신 있지.
그렇게 촙과 함께 술집을 나서자마자 거짓말처럼 주위에 험상궂은 사내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야, 어딜 그렇게 바쁘게 가냐?”
이윽고 한 남자가 시비를 걸며 다가오기 무섭게,
촙은 손에 쥐고 있던 병뚜껑을 튕겨 정확히 그의 미간을 맞췄다.
그 튕겨 나간 병뚜껑이 얼마나 셌는지, 남자의 미간에 그대로 박혀버릴 정도였다.
“크아악!”
그 뒤로 곧장 뛰쳐나오는 다른 사내에게,
촙은 품에 있던 남은 병뚜껑 하나를 날렸고, 그대로 그의 울대에 박혀버렸다.
“튀어!”
뒤이어 촙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나는 그와 나란히 골목길을 파고들듯 뛰었다.
시끌벅적한 도시 골목길을 종횡무진하면서 뒤따라오는 수많은 발소리가 완전히 멎을 때까지 달리기를 멈추지 않은 우리는 그렇게 한참 후에나 멈춰 설 수 있었다.
“커헉… 헉… 헉!”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촙에게 조심스레 등을 토닥여주니, 그가 불쑥 날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우린 마치 짠 것처럼.
서로를 보며 몇 분간 미친 듯이 웃었다.
* * *
온기를 한번 집어먹으면 사흘이 지나도 그 따스함이 가시지 않는 말레드레의 옷감.
진주 푼 물을 잔뜩 먹이고 밤하늘 아래 바짝 말린 실로 수를 놓은 온프레루산 실크.
매튜 아저씨가 준 금화 스무 개라는 거금으로 그 신비롭기 짝이 없는 물건들을 모두 구매한 우린 한층 더 여유로운 모습으로 센트리우스 거리를 거닐었다.
내가 꿈꾸던 것보다,
세상은 좀 더 거대한 듯싶다.
냄새나고, 복잡하고, 어질어질하고.
신비롭고, 다채롭고, 또 향긋하고.
긴장감이 넘치기도 하고, 웃음도 흘러나오기도 하는.
큰 세상은 하루 만에 내게 그 많은 것을 알려주었다.
그러다 보니 작은 열망 하나가 생겼다.
조금만 더,
살짝만 더 큰 세상을 겪어보고 싶다고.
새장 밖을 벗어난 새가 곧장 창밖의 산을 바라보는 것처럼.
“디안, 마지막으로 들러볼 곳이 있어.”
“어딘데?”
“혹 너한테 도움이 될까 해서. ‘콘미르’라고 하는데…. 봐, 거의 도착했어. 저기야.”
촙의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옮기자 골목 한쪽에 외벽을 보랏빛으로 가득 칠한 한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예전에 맥레인 아저씨랑 동행할 때면 빠짐없이 저길 들렀었거든.”
맥레인이 저곳을?
“왜?”
“대화가 필요해서.”
대화가 필요해서라고?
누구랑?
“들어가 보면 알 거야.”
촙은 생각에 잠겨 있던 내 등을 떠밀어 그 건물 안으로 밀어 넣었다.
그렇게 그곳으로 들어간 나는,
매대에 요염하게 앉아 있는 한 여인과 눈이 마주쳤다.
“아름다운 분이 찾아오셨네요, 아름다움 속에 가려진 아픔이라도 있으신가요?”
그러나 곧 내 표정을 살핀 여인은 알겠다는 표정으로 빙그레 웃어 보였다.
“이곳은 처음이로군요, 하지만 낯설어하지 않으셔도 돼요. 당신에게 가장 익숙한 것을 만나게 될 테니까요.”
그대로 내게 다가와 은밀한 장소로 안내하는 여인.
이에 홀리듯 그녀를 따라가 들어간 곳은,
작은 방이었다.
거울, 그 거울이 놓인 책상.
그리고 의자 하나뿐인 작은 방.
“제가 뭘 하면 되죠?”
“의자에 앉아 거울에 집중하세요, 그러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거예요. 이건 속임수 같은 게 아니에요. 그래, 최면의 일종이라고 생각하면 편할 거예요.”
그 말을 따라 의자에 앉자,
그녀는 홀연 방에서 나가버렸다.
그렇게, 거울에 비친 내 모습과 마주 앉은 지 얼마나 지났을까.
갑자기 정신이 몽롱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그 몽롱함은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졌고, 동시에 전보다 정신이 말끔해졌다.
그리고 그 말끔해진 정신으로.
무언가 변했다는 걸 알아차렸지만,
그것을 채 체감하기도 전에.
변한 그것이 먼저 내게 다가왔다.
[안녕.]
내게 인사를 건네는 그 목소리는.
분명 내 것과 똑같았다.
그리고 그 소리는,
거울에 비친 내 모습으로부터 나온 것이었다.
확실하다, 거울이 내게 말을 걸었다.
아니, 거울에 비친 내가.
“네가 내게 말을 건 거야…?”
거울에 대고 말을 걸자,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자유롭게 어깨를 으쓱거리며 대답한다.
[그래, 내가 너에게 말을 건 거야.]
“이게…. 대체…?”
[자기 내면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그런 곳인가 봐, 여기는.]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난 네 내면이니까, 네가 느끼는 어렴풋한 직감이나 추측이 내게서 나오는 거잖아.]
“세… 상에….”
온몸이 저릿저릿하다.
거울 속에 비친 나는 한없이 다정한 모습으로 다시 한번,
[만나서 반가워, 디안.]
내게 인사를 건넸다.
그래서 나도 그에게,
“안녕…. 디안.”
인사했다.
[세공소는 언제나 힘든 나날이었어, 그렇지?]
거울 속 나는 그 물음의 원초적인 감정을 얼굴에 품고 있었다.
때문일까?
그에 동감한 나는 순전한 슬픔의 감정이 느껴졌다.
“그래…. 그랬지….”
[아직도 아리아의 모습이 생각나.]
“너무나 뚜렷하지.”
[혹, 너는 그 순간의 모든 상황을 기억하고 있니?]
“나도 몰라, 기억나지 않아.”
[그것을 기억해내고 싶진 않고?]
“언젠간 찾게 될 기억이겠지만, 글쎄. 지금은 때가 아닌 것 같아.”
[사실, 난 알고 있어. ‘그 순간’을.]
그래, 넌 내 깊숙한 내면이니까.
알고 있겠지.
[그리고 맞아, 지금은 너에게 알려줄 때가 아니야. 넌 지금 내게 많은 걸 알려주고 있어, 새로운 세상은 너무나 자극적이고 또 부드럽지. 내가 이 모든 것을 받아들일 때쯤에야 자연스레 너에게 알려줄 수 있을 것 같아.]
“새로운 세상은 어때? 그리고 내가 적응하려 하는 곳은?”
[무섭고 떨려, 부담스럽고 위험할 것만 같지.]
거울 속 내가 살짝 고개를 내밀어 날 지긋이 바라보았다.
[하지만 무서운 만큼 신나고, 부담스럽지만 기대되는 건 사실이야. 위험 속에서 우린 차곡차곡 성장하고 있기도 하고 말이야.]
“그래, 내가 듣고 싶은 말이었어.”
[그 말이야말로 내가 듣고 싶은 말이었어. 디안, ‘변화’를 두려워하지 마.]
뭘까,
이 벅차오르는 감정은.
원초적인 접근으로 위로받은 느낌은.
“고마워.”
[난 널 항상 응원하고 있어.]
“그런 널 위해 앞으로 주저하지 않을게.”
[안녕.]
“안녕.”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사라지고,
텅 비어버린 방 안에서,
나는 한참이나 뜨거운 눈물을 삼켜야만 했다.
그리고 그 삼킨 눈물은,
내일 눈 뜰 내 소중한 거름이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