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운명의 노래-62화 (62/365)

62화. 귀쟁이 베빌리 (2)

창가에 검은 얼룩이 지기 시작한 저녁.

맥레인의 상처를 덮었던 붉은 연고는 어느새 흡수되어 사라지고 없어진 상태다.

그 모습을 확인한 나는 오르델이 미리 지시한 대로 붉은 연고를 꺼내 그의 환부에 펴 발랐다.

유복한 나무 수액을 짐승 기름과 섞어 만들었다던 이 연고의 이름은 피 모이.

말 그대로 피부에 주는 먹이라는 뜻이다.

감염을 막을 뿐만 아니라 바르는 것만으로 환자에게 수분과 최소한의 영양분을 전달해주는 귀 큰 자들의 약품.

본디 바르면 흡수하는 데에 최소 반나절은 걸릴 거라 했지만 글쎄, 맥레인이 겪었을 사흘간의 기근을 생각하면 이 정도 빠르기의 흡수력이 이해가 된다.

한층 더 차분해진 맥레인의 숨결만큼.

이제 내 마음에도 조금은 여유가 생긴 기분이야.

몸에 깃들었던 긴장도 모조리 풀려버렸다.

“디안님, 같이 식사하시죠.”

이윽고 방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들어온 베빌리가 내게 물었다. 동시에 그의 등 너머로부터 맛있는 냄새가 너울거리며 쏟아져 들어온다.

“바로 가겠습니다.”

내 말을 들은 베빌리는 고개를 꾸벅이곤 방문을 연 채 사라졌다.

곧바로 그를 뒤따라 방을 나서니 이미 둥근 식탁 위에 음식이 한가득 차려져 있었다.

구운 닭과 절인 열매.

불기운을 잔뜩 머금은 으깬 감자와 진한 콩 수프.

세상에, 단지 눈에 담았을 뿐인데 눈꺼풀을 닫을 때마다 그 씹는 맛이 느껴지는 것만 같구나.

“앉으시죠, 디안님.”

베빌리가 의자 하나를 빼 들고 반대편 의자에 서서 내게 손짓했다.

“감사합니다.”

그대로 의자에 앉자 기다리고 있던 베빌리도 뒤따라 의자에 앉는다.

그렇게 둥근 식탁에 셋이 옹기종기 모여 앉자 오르델은 기다렸다는 듯 두 손을 맞잡은 채 경건한 표정으로 눈을 감았다.

마찬가지로 두 손을 맞잡던 베빌리는 살짝 눈이 마주친 내게 은은한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여 보였고, 난 얼른 그들을 따라 손을 맞잡아야 했다.

이어 오르델의 기도가 시작되었다.

“오늘도 평온한 뿌리 밑에서 건실한 음식을 먹으며 내일을 준비하려 합니다. 오늘 심은 씨앗은 달빛으로 보듬어주시고, 내일 필 새싹은 뜨거운 햇살로 맞이해 주시기를.”

간단한 기도를 끝낸 오르델은 실눈을 뜨고 눈치를 보던 나와 베빌리를 번갈아 보며 흡족한 미소를 짓고는 특유의 포근한 미소로 말을 이었다.

“자, 밥 먹읍시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베빌리와 나는 약속이라도 한 듯 식탁을 향해 기세 좋게 덤벼들었다.

* * *

식사를 마치고 뒷정리까지 끝나자 오르델은 내게 과일주 한잔을 건넸다.

귀 큰 자들은 식사가 끝나면 꼭 이렇게 식후주를 걸친다면서.

본디 숲에 가면 귀 큰 자들의 법에 따라야 하고 깊은 갱도에 가면 난쟁이들의 법에 따라야 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라며.

그 말을 설파하는 단호한 오르델의 모습에 나는 차마 그것을 거절하지 못한 채 받아들었다.

여유로움과 포만감이라…,

용의 시대 이후조차 바꾸지 못한 조화로구나.

잔을 들고 조용히 집 밖을 나서자, 일찍이 밖에 나와 잔을 걸치던 베빌리와 마주쳤다.

“디안님, 검집은 어머니께서 내일부터 작업에 착수하신답니다.”

“그렇습니까.”

부쩍,

그의 얼굴에 초조함이 묻어 보이네.

“내일이 두렵습니까.”

“조금, 아니 많이요.”

그의 큰 귀가 움찔거렸다.

“가자마자 얻어맞지나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번에 전멸한 원정대는 이 근방에서 가장 규모가 큰 조직에 속해 있었거든요.”

그래, 그로서는 겁이 날 수밖에 없지.

“그렇다고 디안님께서 적극적으로 나서주신다고 한들 그들은 오히려 시간이 지나길 기다렸다가 더욱 심한 보복을 해오려 들 겁니다.”

어떻게 하면 그를 구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저는 어떻게 되든 상관없지만, 제 어머니가 걱정입니다. 해코지라도 당할까 봐요. 심지어 이번 일로 이곳에 있는 얼마 되지도 않는 귀 큰 자들을 모두 몰아내 버릴지도 몰라요.”

아니, 구하는 게 아니라 아예 건들지 못하게끔 만들어야겠지.

“베빌리, 근심이 무겁다고 아무리 붙들어 봤자 마음에 근육이 붙는 건 아닙니다. 제가 말했지요, 당신이 걱정할 일은 절대 생기지 않는다고.”

내 단호한 말에 베빌리는 순간 경직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당신의 어머니가 드린 기도처럼, 우린 내일 거창한 싹을 틔우게 될 겁니다. 그러니 오늘은 달빛을 덮고 맘 편히 잡시다.”

그러나 이어지는 내 말에 베빌리는 멋쩍은 웃음과 함께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컵에 남은 과일주를 한 번에 들이킨 나는 베빌리를 따라 집안으로 들어섰다.

자연스럽게 맥레인이 있는 방으로 들어선 나는,

그의 머리맡에 의자를 바짝 붙여 앉아 홀로 피식 웃으며 중얼거려 본다.

“맥레인, 늘 그랬듯 내일 거창한 사기 하나를 칠 생각인데 제 계획 좀 들어볼래요? 매튜 아저씨만큼이나 잘 짠 각본이라 자신하는데…, 완전 무법자 그 자체라 할 수 있죠.”

* * *

아침이 밝기 무섭게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맥레인의 상태를 재차 점검한 뒤 집 밖을 향했다.

어제 이곳에 들어서기 전 보았던 거대한 잎사귀 아래 양동이를 향하니 예상했던 대로 그곳엔 깨끗한 물이 한가득 받아져 있구나.

그것을 바가지로 덜어 얼굴을 말끔히 닦아낸 나는 다시 집으로 들어가 오르델을 찾았다.

마침, 그녀는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어제 내게서 건네받은 가죽으로 도안을 뜨는데 온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

“집중하시는 데 방해해서 죄송합니다만, 시간 좀 내주실 수 있습니까?”

조심스럽게 그녀를 부르자 그녀는 쓰고 있던 단안경을 벗으며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보다시피 입고 있는 옷의 상태가 변변치 못해서요, 옷을 좀 빌려 입을 수 있을까요?”

“베빌리와 함께 큰일을 치르러 가는데 당연히 도와드려야지요.”

그렇게 그녀는 어젯밤 이미 준비해놓은 듯 정갈하게 개진 옷가지를 내게 건네주었다.

검은 린넨 셔츠, 갈색 허리띠에 살짝 헤진 잿빛 천 바지.

딱 내가 원하던 말끔한 인상을 줄 수 있는 옷들로 이루어져 있구나.

옷을 모두 갈아입은 뒤엔 벗은 옷가지를 추려 셀레어의 날을 둘둘 싸매는 데에 사용했다.

검집과 허리띠가 없어 손으로 직접 들고 다녀야 했으니까.

준비를 얼추 마치고 방을 나서자 마찬가지로 이제 막 준비를 끝마친 베빌리와 맞닥뜨렸다.

“볼 때마다 놀랍군요, 어제보다 더 인상이 화해지셨어요.”

“과찬이십니다, 바로 출발하죠.”

“바로…, 말입니까?”

“베빌리, 당신이 또 긴장을 집어먹기 전에 얼른 해치워야지요.”

“그래요…, 알겠습니다. 바로 가죠.”

서둘러 나갈 채비를 하는데 이번엔 오르델이 허겁지겁 밖으로 나와 천으로 꽁꽁 싸맨 무언가를 베빌리에게 건넨다.

“베빌리! 가서 디안님 말씀 잘 따르고, 알았지? 무사히 돌아와야 한다.”

“걱정하지 마세요, 어머니.”

“디안님, 제 아들을 잘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감싼 천을 뚫고 나오는 냄새를 보니, 그 사이에 또 우리를 먹일 음식을 지으셨나 보네.

좋구나,

간접적으로나마 느껴보는 집 냄새라도.

그렇게 버선발로 마중 나온 오르델을 뒤로한 채 우리는 길을 나섰다.

* * *

디안님께서는 단 두 개만 기억하면 된다고 하셨다.

첫째, 자신이 무슨 말을 하건 당황하지 말 것.

둘째, 자신의 말에 무조건 동조할 것.

이외 세세한 내용을 따로 설명하지 않는 이유는 미리 알고 가면 내가 덥석 긴장을 집어먹고 일을 그르칠 수가 있기 때문이라 하셨다.

이미 디안님 앞에서 별의별 모습을 다 보여드렸기에 그 건에 대해선 딱히 어떤 대답도 할 수가 없었다.

오히려 날 배려해주신다는 생각에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정말,

정말 디안님이 깃발 가진 분이라면,

어쩌면 훗날 나를 불러 중히 쓰시지는 않을까?

잠깐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니 나도 모르게 입가가 올라간다.

하지만 그러한 기분도 잠시,

저 멀리 퀴퀴한 인간 냄새가 가득한 마을이 보인다.

익숙한 마을의 입구일 진데 벌써 오줌이 마려워지는걸.

이러다 원정대의 동료들과 마주치기라도 한다면 그대로 지려버릴지도 몰라.

이런 내 졸이는 마음을 어디서 듣기라도 하셨는지,

디안님이 대뜸 내 앞에 바짝 붙은 채 천천히 걸음을 옮기신다. 그리곤 살짝 뒤돌아 날 보며 웃으시는데.

진짜 지독하게 아름다우시구나.

사실 같은 남자에게 이런 단어를 써본 건 난생처음이다.

그 왜 더부룩하면 트림이 나오는 것처럼, 정말 경탄스러운 장면을 목격하면 나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소감 같은 게 있잖나?

비유가 좀 엉뚱했지만, 어쨌든 두 발 걷는 자들이 가지고 있는 어떤 반사신경을 이야기하고 싶었어.

그 대단하다는 귀 큰 자들의 성지인 세계수를 직접 본 적은 없지만, 만일 보게 된다면 지금 눈앞에 보이는 디안님처럼 아름다울 거야.

해서 더욱 의지하게 된다.

저 아름다운 모습 속에 진하게 묻은 당당함은 내가 가진 모든 선망을 내고 봐야 할 것 같거든.

“베빌리, 이쪽인가?”

대뜸, 아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가진 낮은 목소리를 내는 디안님의 물음에.

나는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얼른 고개를 끄덕여야만 했다.

루페룸.

별자리에 속해 있는 별은 아니었지만, 그 지부의 크기만큼은 상당한 측에 속하는 원정 길드.

거기에 일개 지부에 불과한 작은 건물 앞에서 나는 비 맞은 개 마냥 덜덜 떨어야만 했다.

“그럼 들어가지.”

디안님은 거침없이 걸음을 옮겨 루페룸의 간판을 지나치셨다.

행여 그를 놓칠까 나는 얼른 달려들어 그의 뒤에 딱 붙어 동행했다.

그렇게 안으로 들어선 건물 내부는 늘 그렇듯 낡은 나무 바닥을 끼익 울리며 걸어 다니는 수많은 사람으로 가득 차 있었다.

저기 구석에 내 이웃인 우베리도 보이네.

녀석은 나보다 두 살이나 어리지만 두 살이나 더 많은 것처럼 행동했었지.

지금도 녀석은 어린 여동생을 위해 이곳, 루페룸에서 인간들의 분변을 청소하는 일을 하고 있다.

돈은 적게 받지만,

되려 위험부담은 작다.

누구도 똥 묻은 귀쟁이를 상대하고 싶어 하지 않았으니까.

아이러니하게도 더러워서 종족차별을 당하지 않는 거야.

“뭐야, 베빌리 이 귀쟁이새끼 언제 돌아온 거냐?!”

한창 정신이 팔려있는데, 저 멀리 무리를 지은 자들 가운데 가장 덩치 큰 사내가 위협적인 목소리로 내게 말을 걸어왔다.

벌목꾼 개리.

원정대의 탈을 쓴 철거반 새끼.

저놈 도끼에 스러진 귀 큰 자들의 집이 셀 수 없을 만큼 많지.

“같이 출발했던 놈들은 하루 내내 보이지 않던데, 왜 너만 이곳에 있는 거야?”

쿵쿵.

참나무만 한 다리를 움직이며 위협적으로 내게 다가오던 그는 늘 그래왔듯 버릇처럼 손부터 번쩍 들어 올렸다.

그러나 그사이를 디안님이 가로막아 섰다.

“너는 누구냐.”

이어지는 감미롭고 날카로운 디안님의 목소리에 순간 루페룸에 상주하고 있던 모든 길드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천한 것과는 다르게 유복하고 매끄러운 것을 넘기며 자란, 귀하신 분에게서나 나올 법한 목소리였거든.

디안님의 개입에 살짝 당황한 개리가 뒷걸음질 쳤다.

일개 길드원 나부랭이가 깃발을 가졌을지 모르는 인물에게 함부로 나설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그러는 그쪽은 누구십니까? 나으리?”

“나는 라티아를 거쳐 이곳에 왔다.”

그 말에 몇몇은 놀란 눈치를 보였다.

하지만 개리는 고개를 까딱거리며 개의치 않는다는 듯한 표정으로 다시 한 걸음 나섰다.

“우선 깃발을 보여주십시오. 그걸 봐야겠습니다.”

“너같이 천한 것이 마주할 수 있는 깃발이 아니다.”

“당신의 신분을 증명할 게 없다면 저로서도 예의 차릴 명분이 없습니다. 그리고 저 귀쟁이 새끼에게 물어야 할 게 있거든요.”

“원정대는 죽었다, 모두.”

디안님의 즉답에 여기저기 탄식과 신음이 섞여 나온다.

“여기 베빌리가 그들을 거인에게 안내했지만, 되려 원정대 모두가 거인에게 당해버렸지. 난 그런 베빌리를 구해 이곳에 온 것이다. 맞지, 베빌리?”

“마…, 맞습니다. 저분이 하는 말씀은 모두 사실입니다.”

“뭐 하자는 거지? 난 네게 답을 물은 게 아니야, 저 귀쟁이 새끼에게 묻는 거란 말이야.”

개리가 더욱 위협적인 모습으로 다가와 디안님 앞에 바짝 섰다.

디안님보다 훨씬 덩치가 컸던 개리는 금방이라도 물어뜯을 듯 입가에 허연 거품을 물며 마치 깔보듯 내려다보았다.

“말해, 베빌리 이 씨발놈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베빌리, 말하지 마라. 이미 내가 답했다.”

“너는 빠져.”

“말조심해라, 거인.”

결국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

개리 저놈이 미쳐서 디안님을 향해 주먹을 내질…,

“허억…!”

개리가 잘린 손목을 붙잡고 무릎을 꿇었다.

디안님의 손에 들린 검은 어느새 둘둘 말린 옷가지를 뚫고 나와 한 모금의 피를 머금은 채 서슬푸른 빛을 토해내고 있었다.

이제 깃발은 상관이 없어졌다.

저 은은히 빛나는, 범상치 않은 검이 드러난 이상 깃발이 문제가 아니거든.

“진정 내 깃발을 모욕하려 들다니, 제아무리 중립지역이라고 해도 최소한의 인간성마저 휘발된 버러지 새끼들만 사는 곳인가, 여긴?”

순식간에 장내를 압도한 디안님이 매서운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보자, 모두가 태양을 마주한 듯 눈길을 슬슬 피했다.

“길드의 기고만장함이 하늘을 찌르는구나, 내 친히 깃발을 들고 이곳을 짓밟아 줄까? 대답해라, 버러지들아.”

그러나 디안님은 그런 시선을 피하는 자들 가운데 하나를 지목해 재차 살기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자 지목당한 녀석은 덜덜 떤 채 고개를 가로저을 뿐이다.

“베빌리.”

“에…예!”

“너를 내 종자로 임명한다. 너는 내 살아있는 눈이 되어 이 길드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해 내게 보고해야 할 거다. 만약 그 보고가 한주 이상 지체될 경우, 기사로서 내 검을 걸고 이곳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리겠다.”

지리겠다.

아니 사실 조금 지렸다.

“받…받들겠습니다.”

이러면 안 되지만, 디안님의 깃발이 어떤 문양인지 궁금해질 지경이야.

“여기 있는 모든 자가 너의 증인이니 부정하는 자, 팔목 잃어 쓰러진 자와 같은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내 종자가 적어 내린 내용 중 일말의 병폐가 섞인 단어가 하나라도 발견될 경우 그 책임을 물을 것이다.”

디안님은 말을 마친 뒤에 무릎을 꿇고 신음하던 개리 앞에 쭈그려 앉아 눈을 마주치셨다.

“너희들에겐 기회다. 내 깃발을 등에 업는 순간 루페룸이란 샛별은 별자리의 중심이 될지도 모를 일이지. 라티아에 일어난 사건으로 가문에 새로운 사업이 필요하던 참이었거든.”

이어 개리의 거친 머리를 쓰다듬던 디안이 얼음장 같은 미소를 지으신다.

“그럼 지켜보겠다, 내 종자의 의견을 철저히 반영해 이곳을 새로운 사업의 시발점으로 쓸지 말이야.”

이제 태연하게 자리를 박차고 일어선 디안님이 칼에 묻은 피를 털어낸 채 천천히 밖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가지, 베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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