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운명의 노래-205화 (205/365)

205화. 떨기 꽃 아래 모루 (25)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말이야.”

이른 새벽,

테리아는 채 말리지 못한 머리를 뒤로 넘기며 옆방에 있는 나를 찾아왔다.

아직 잠에서 다 벗어나지 못한 부스스함과,

동시에 가다듬은 정결함이 공존하는 그녀의 모습에.

순간 할 말을 잊어버렸다.

은은하게 퍼지기 시작하는 장미 향.

그리고 그 향기를 머금은 빈틈 많은 그녀의 모습은 참으로 아름다웠으니까.

말이 교역소지 규모가 작고 척박하여 만족할만한 목욕을 할 수 없었을 텐데,

로사플로의 장미 향수 덕에 해결을 본 듯하네.

그런데 그런 진한 장미 향 가운데,

그 사이를 비집고 나오는 미약한 향기가 하나 더 있다.

그것은 장미 향수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좋은 것이었지만 미미하기 그지없어 뭐라 쉽게 정의내릴 수 없는 것이기도 했다.

아마도 그 향기는,

오랫동안 그녀만이 간직해온 향기겠지.

“디안?”

“응, 듣고 있어.”

젖은 금발 중 연한 부분은 마치 널어놓은 햇살 같다.

반대로 진한 부분은 눅진하게 주조한 금괴 같고.

이어 그녀는 스스럼없이 내 옆에 다가와 앉았다.

투박하기 그지없는 튜닉을 입었지만, 그럼에도 유려한 신체의 선을 감추지 못해 간간이 미적 매력을 발산하고 있음을.

그녀는 아는지 모르는지 태연히 나를 흘겨보며 말을 이었다.

“기름과 흙을 구한 이상 동선을 새로 짜야 할 것 같아서.”

그녀가 꺼낸 본론에 나는 정신을 차리고 재차 물었다.

“동선을 새로 짜?”

그러면 그녀는 슬쩍 시선을 허공에 둔 채 대답했다.

“그렇게 많은 시간이 있는 게 아니니까, 네겐.”

그렇지.

그랬지.

“그래서 새로운 동선은 어떻게 되는데?”

“나는 집으로 돌아가 기름과 흙으로 할 수 있는 기초 작업을 시작할 거야, 디안 네가 살렌의 고성을 구해올 동안에. 그럼 적어도 나흘에서 닷새까진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

본질적 문제에 대해 그녀는 나보다 더욱 고심하고 있었구나.

하여 나는 그녀의 제안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 그렇게 하자.”

내 대답에 그녀는 꽤 오랫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 그녀의 침묵에 나는 같은 것으로 동조할 수밖에 없었다.

어색한 침묵의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그녀는 다시 은은한 미소를 머금은 채 태연히 지도를 꺼내 들었다.

“화약의 성지인 피로스로 가기 위해선 서쪽으로 쭉 이동해 그 근방에 있는 항구에서 배를 타고 이동해야 해.”

그러면서 교역소 인근에 있는 갈림길에 손가락을 멈춘 그녀는,

“그럼…, 이곳에서 헤어지면 되겠어.”

하고 조금은 아쉬운 듯 말했다.

그러나 나는 그녀의 손가락을 넘어 시선을 남쪽 아래로 옮겼다.

그렇게 지도의 남쪽 끝, 해안가 근방에서 찾고자 했던 지명을 발견한 나는 되려 손가락으로 그곳을 짚어 그녀에게 제시했다.

“아니, 남쪽으로 쭉 내려가 그곳에서 배를 타고 서쪽으로 갈 거야.”

내 제안에 그녀는 눈을 크게 뜨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굳이 빙 둘러 간다고…?”

아리송을 뱉는 와중에 그녀는 내가 고른 동선 가운데 로사플로가 포함되어 있음을 알아차리더니,

금세 고개를 푹 숙이곤 미소를 그리려는 입술을 감추려는 듯 움찔거렸다.

안 보일 거라는 기대와는 달리 내 눈엔 그 모습이 너무나 선명하게 보여 절로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왜 하필 남쪽이야…?”

꾹,

기쁜 마음을 눌러 담아내고서 묻는 그녀에게.

나는 품에 들어있던 구깃구깃한 종이를 만지작거리며 즉답했다.

“그쪽에 아는 친구가 있거든.”

[동업자에게]

자네 덕분에 시기를 잘 엿보고 나가네.

추신 – 바다 구경하고 싶으면 릴레이커 항구로 오시게.

* * *

부쩍 신이 난 테리아는 머리를 말리기 무섭게 출발 준비를 거들었다.

간혹 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했는데,

그 노래는 나도 알고 있는 것이었다.

제목은 ‘테제레아의 꽃밭’

부모가 어린 자식에게 불러주는 대표적인 동요다.

그것을 흥얼거리는 걸 보면 아마도 누군가가 어린 시절 그녀에게 불러주지 않았을까.

아니면 그녀의 삶에서 그것만큼 좋았던 곡이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디안, 이제 출발해도 될 것 같아.”

가방을 안장 걸이에 걸고서 해맑은 표정으로 말하는 그녀를 보고 있노라면.

정말 감정 숨기는 법을 아직 잘 모르는 것 같네.

물론 그것이 싫다는 말은 아니다.

저런 모습들 하나하나가 평생을 숨어 살아야 했던 삶의 단편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저런 순수함이 곧 테리아를 대변하는 것처럼 느껴졌으니까.

오히려 이성으로선 쉬이 감내하기 힘든 사랑스러움에 걱정해야 할 판이다.

말에 오르고, 그녀의 손을 잡아 끌어올리면.

이제 테리아는 익숙하게 자기 자리에 안착해 중심을 잡기까지 했다.

그렇게 우리는 거슬러 올라갔던 거리를 되밟으며 남쪽 길을 따라 내려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뜻밖의 이야기를 꺼냈다.

“갑자기 조바심이 들어.”

“조바심?”

“눈 깜짝할 사이에 닷새가 사라져버렸잖아, 그러니까…, 어…, 세상 구경 말이야, 세상 구경.”

그녀의 그 말에.

구태여 숨어 살 필요가 있을까.

언제까지 숨어 살아야 할까.

그런 의문이 들어 조심스럽게 되물어본다.

“테리아, 어쩌면 더는 숨어 살 필요가 없을지도 몰라.”

“그럴지도, 하지만 필연적으로 위험에 시달리며 살게 되겠지.”

“도대체 왜?”

“내 몸속에 흐르는 피 때문에.”

잠시 후,

그녀는 내 등에 폭 기댄 채 한탄하듯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쩌면 디안 네가 내 삶의 유일한 외부인이 될지도 모르겠어. 그래서 말해주고 싶어, 내 이야기를. 적어도 바깥세상 누구 하나 정도는 나를 기억해줬으면 좋겠거든…, 그리고 그게 디안 너라면 더더욱 좋겠어.”

금세 울먹이며 눈물을 쏟을 듯.

위태위태한 목소리로 운을 뗀 그녀는 슬쩍 고개를 들어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럼 나는,

“알려줘, 알고 싶어. 네 얘기.”

확신에 찬 목소리로 그녀에게 대답해주었다.

* * *

늑대 소리.

그리고 늪에서 파생된 괴물들의 스멀거림.

그 한가운데 덩그러니 방치된 소녀는…,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생명을 헐떡임에 불태우고 있다.

“헉…, 헉…,”

짧게 반복되는 거친 숨,

그것을 내뱉는 어린 소녀의 얼굴은 너무나 아름답다.

그래서 더 애처롭다.

푸른 눈,

뽀얀 금발.

그 밝고 영롱한 것은 늪의 더러움에 반쯤 잡아먹혀 있었다.

곧 그녀의 동공이 크게 풀리기 시작했다.

눈물 흘릴 힘조차 남지 않아 그녀의 눈가는 금세 붉게 물들었다.

그렇게 흐려져 가는 시야 속,

자신의 잘린 오른팔을,

붉음을 토해내고 있는 그 오른팔을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이내 소녀는 천천히 두 눈을 감았다.

격통이 고통이 되고, 고통이 저림이 되어 끝내 얼얼함으로 가라앉음을.

자신의 생명이 그렇게 꺼져가고 있음을 느꼈기에.

시간이 더 흘러 이성마저 반쯤 늪에 파묻혔을 때쯤일까.

저벅저벅 하는 소리가 먹먹한 소녀의 청각을 꿰뚫었다.

늪의 괴물일까.

소녀의 목숨을 끊기 위해 나타난 것일까.

하면 곧 낮고 담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쯧쯧, 편협한 세상이 또 다른 삶을 절단냈구먼.”

그리고 그것을 끝으로 소녀의 의식은 검은 구렁텅이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 * *

질퍽하게 끓어오르는 거품 소리.

그리고 그 거품에서 터져 나오는 고소한 향기.

그것을 느끼기 무섭게 오른팔에 번지기 시작하는,

얼얼함.

얼얼함은 곧 저림으로 변해 고통으로 번지고.

고통의 번짐 끝에 격통이 되었다.

마치 땅에 박힌 뿌리처럼 오른팔 전체로 스며드는 그 감각에.

소녀는 검은 구렁텅이 밖으로 몸부림치며 나올 수밖에 없었다.

“힉!”

미약한 숨을 내쉬며 눈을 뜨면.

낯선 천장이 소녀를 반긴다.

그러나 소녀에겐 상체를 일으킬 힘조차 없었기에 그저 거친 숨을 헐떡일 뿐이다.

그런 그 옆으로 한 난쟁이가 다가왔다.

긴 수염을 세 갈래로 땋은 난쟁이는 굉장히 무서운 인상을 하고 있었지만,

늪의 괴물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이어서 난쟁이는 고소한 무언가를 한술 뜨곤 후후 불어 소녀의 입가에 가져다 대었다.

그럼 소녀는,

그 여린 소녀는 살겠다고.

살아보겠다고 입을 뻐끔뻐끔 움직이며 그것을 곧잘 받아먹었다.

“고놈 참 씩씩하네.”

그 모습이 흡족했는지, 난쟁이는 껄껄 웃으며 얼른 다음 숟갈을 소녀의 입가에 가져다주었다.

끝내 한 그릇을 모두 비운 소녀는 다시 기절하듯 잠에 빠졌다.

* * *

“아… 르… 테서스?”

“그래, 내 이름은 아르테서스야.”

소녀의 말에 난쟁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주위를 둘러보던 소녀에게,

아르테서스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아빠 쪽이 난쟁이였냐? 아니면 엄마?”

그럼 소녀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난쟁이는 아빠…,”

끝을 흐리듯 대답했고, 이에 아르테서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그럼 엄마 쪽이 귀 큰 자겠군.”

그리고 그 중얼거림 끝에,

소녀는.

잘린 오른팔을 품에 끌어안은 채.

“흑….”

그 예쁜 얼굴을 있는 그대로 일그러트리며.

“흐… 윽….”

엉엉 울기 시작했다.

이른 봄, 녹기 시작하는 고드름의 끝부분처럼.

날카롭게 맺힌 그녀의 눈매에선 하염없이 눈방울이 흘러내렸다.

소녀가 받았던 가혹한 환경에 비하면,

참으로 볼품없는 울음이었다.

* * *

“감히 내 물건을 건드려?!”

아르테서스는 소녀에게 역정을 내었다.

그가 신성시하는 작업장이 소녀의 손에 의해 더럽혀졌기 때문이었다.

“저는…, 도와드리고 싶었어요.”

그럼 소녀는 여지없이 울상을 지으며 왼손 하나로 두 눈에 흐르는 눈물을 훔치기 바빴다.

차마 거기에 대고 뭐라 할 수 없었던 아르테서스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무엇이 어지럽혀졌나 작업실을 살폈지만,

거기서 그는 마른 침을 꿀꺽 삼킬 수밖에 없었다.

어린 것의 솜씨라기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같은 성질을 띤 재료를 구분하여 정리해놓았기 때문이었다.

“피는 못 속이는 건가.”

아르테서스는 덜컥 겁이 났다.

세상의 규칙을 어겨가면서까지 소녀를 거둬들였다는 자신의 인정에.

* * *

“앞으로 작업실에 들어오면 내쫓을 줄 알아!”

아르테서스의 불호령에,

소녀는 엉엉 울면서 잘못했다고 싹싹 빌었다.

제발 자기를 버리지 말아 달라고 간청하는 그 모습에, 아르테서스는 결국 몇 번이고 무너져줘야만 했다.

그는 한 생명에 대한 구원의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어느 날 아르테서스는 거친 기침을 쏟으며 몸부림쳤다.

간신히 입을 틀어막은 손바닥 위엔 진득하게 엉겨 붙은 핏덩이가 묻어 있었다.

그것을 본 아르테서스는 잊고 있었던 본래의 목적을 상기할 수 있었다.

* * *

“내가 가진 기술을 너에게 알려주겠다.”

아르테서스의 말에 소녀는 처음으로 활짝 웃었다.

그의 기대에 부응하기라도 하듯,

그녀는 왼손 하나만으로 아르테서스의 기술을 전부 익히는 데 채 2년이 걸리지 않았다.

심지어는 벌써 아르테서스를 뛰어넘을 조짐까지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소녀는 성장하여 가지고 있던 그 아름다움마저 완벽히 성숙해졌고,

동시에 아르테서스 역시 더욱 격한 기침에 시달리며 늙어갔다.

이미 스승의 지식을 뛰어넘은 그녀는,

이제 그가 말해주지 않은 부분을 콕 찍어 물었다.

“외출하실 때면 항상 등에 저 광물을 매고 다니시던데, 도대체 저게 무엇입니까?”

그럼 아르테서스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일축할 뿐이었다.

그 일이 있고 난 후 사흘이 지난날.

그는 결국 기침에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그녀는 그가 자신에게 해주었던 것처럼,

최선을 다해 간호해주었다.

그러나 아르테서스의 상태는 전혀 호전되지 않았다.

이제 아르테서스는 그녀에게 그간 감춰왔던 이야기를 꺼내었다.

* * *

고민했다.

그래, 고민했지.

평생을 고민했어.

내 기침병이 불치라는 걸 알게 된 후, 나는 대장장이로서 맞이할 수 있는 최고의 묫자리를 준비했단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어줄 강재를 손에 넣어야 했지.

다행히도 나는 평생 명품을 벼려가며 많은 돈을 벌었었고, 그 돈으로 원하는 강재를 쉽사리 손에 넣을 수 있었단다.

내가 항상 등에 메고 다니던 강재가 바로 그것이야.

‘제리드 강철’

용의 심장,

그 박동으로 정련한 인간계 최고의 금속.

대장장이로서 맞이할 수 있는 가장 명예로운 최후가 뭔지 알아?

바로 ‘에고’야.

벼린 물건에 내 자아를 흘려 끝내 영원한 안식에 드는 것이지.

제리드 강철은 에고를 가능하게 만드는 거의 유일한 강재였기에 나는 그것을 무조건 손에 넣어야만 했었다.

그런데 왜,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았느냐고?

멍청아,

갑자기 내 인생에 네가 굴러들어왔기 때문이잖아.

솔직히 나도 모르겠어,

내가 왜 이러는지를.

근데 죽을 때가 되니까 조금은 알 것 같아.

그리고 생각했지.

에고보다는,

그 방법이 더 좋지 않을까 하고 말이야.

그래,

테리아.

테리아 루스.

나는 너를 벼리고 싶었다.

너를 완성하고 싶었어.

대장장이로서가 아닌,

같은 두 발 걷는 자로서.

뭐?

아버지라고?

재밌네, 그 이름으로 불리게 되는 삶을 살 줄은 몰랐는데.

그런데 싫지만은 않구나.

그렇지만은 않아.

딸아.

* * *

죽음의 문턱 앞에 일어난 초췌한 노인은,

오랜 세월 쌓아 올린 경험으로.

한때 자신의 묫자리로 점찍었던 강재를 깎았다.

강재는 그 누구보다 완벽한 미형의 오른팔이 되었고.

이내 벌겋게 달궈진 그것은 테리아의 잘린 오른팔에 다시금 고통을 안겨 주었다.

제리드 강철.

3살짜리 아이조차 손으로 주물러 성형할 수 있으며,

그 어떤 조직에도 엉겨 붙어 감응하는, 극상의 유동성을 자랑하는 신기.

그것은 곧 테리아에게 새로운 오른팔이 되어주었다.

* * *

“어쩌면 아버지가 나를 벼린 이유는 기사왕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일지도 몰라.”

담담히 자신의 의견을 끝으로 과거에 있었던 이야기를 늘어놓던 그녀는.

슬쩍.

내 가슴에 머리를 기대었다.

이제야 모든 것이 이해가 됐다.

솔직히 진작에 눈치챌 수 있었던 문제였어.

나는 가장 큰 것을 눈앞에서 놓치고 있었다.

애초에 보통의 개인이 인챈트가 걸린 물건을 복원한다는 건…,

‘불가능한 이야기잖아.’

현자의 법칙.

인챈트가 걸린 물건은 반드시 각기 다른 종의 손을 거쳐야만 완성될 수 있다.

이를테면 귀 큰 자가 인챈트를 만들고, 그것을 담을 물건을 난쟁이가 만들었다면.

그 완성된 물건을 쓸 수 있는 자는 인간뿐이다.

테리아는,

난쟁이와 귀 큰 자 사이에서 태어난 테리아는.

분명히 그러한 법칙 위에 서 있는 존재였으리라.

그리고 그러한 존재에게,

핍박은 필연적이었을 것이다.

잘…,

버텼구나, 테리아.

떳떳이 살아왔구나.

내가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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