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 히로인들의 구원을 관뒀습니다-6화 (6/69)

EP.6 황실의 검

펠리체에게 있어, 오늘은 평범한 하루였다.

그러나 그녀의 마음은 하루 종일 답답했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어제 있던 일은, 그저 루이 발렌슈타인을 추방시켰을 뿐인데 말이다.

그리고 그건, 자신에게 있어서는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었다.

그녀는 황실의 검이라 불리는 안스베르크 백작가의 장녀였다.

자신의 아버지는 언제나 황실의 검이라는 것을 자랑스레 여겼다.

언제나 펠리체에게 황실의 검이 될 수 있음을 자랑스레 여기라고 가르쳤다.

그렇기에, 펠리체도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녀의 아버지.

안스베르크 백작은 완벽한 기사였다.

명예를 알고, 약자를 보살피며, 황실에 충성했다.

그러나 사람이 모든 부분에서 완벽할 수는 없는 법.

그를 완벽한 기사로 만들어 준 성격은, 그를 집에서는 무뚝뚝한 가장으로 만들었고.

가주의 일만으로도 충분히 바빴기에, 그는 가정에 충실할 수 없었다.

아직 어린 아이였던 펠리체는 자연스레 아버지의 관심과 애정을 갈구하였다.

처음, 그녀가 검술에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그녀의 아버지는 펠리체를 칭찬하며, 앞으로 열심히 노력하여 황실을 수호하는 검이 되라고 말했다.

그것은, 그녀가 처음 듣는 칭찬이었다.

펠리체는 그 칭찬이 못내 기뻐, 그날 백작의 말은 펠리체의 뇌리 깊숙이 각인되었다.

미친 듯이 수련을 하였다.

말수도 적어지고, 성격도 무뚝뚝했으나 상관없었다.

그녀는 귀족 영애가 아니라 기사였으니까.

다시 아버지의 칭찬을 듣고, 그의 인정을 받고 싶었다.

이제 안스베르크 백작은, 황실의 검은 그녀의 목표였다.

백작이 아무리 공사가 다망하여도, 자신의 딸에게 할애할 시간이 아예 없는 것이 아니었다.

부녀간의 평범한 대화는 없었으나.

백작은 그녀에게 여러 가르침을 주었다.

그렇게 그가 펠리체에게 주입한 사상 중 하나는 발렌슈타인 백작가에 대한 증오였다.

황실의 검이 반역자인 발렌슈타인 백작가를 욕하고 경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녀가 헬론 아카데미에 입학하기 전.

백작은 그녀에게 경고를 해주었다.

이번에 아카데미에 발렌슈타인 백작가의 놈이 입학을 할 예정이니.

절대 그와 어울려서도 안 되고, 혹은 그보다 뒤떨어지는 성적을 내서도 안 된다고.

펠리체는 그 말을 가슴 깊숙이 명심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자기 아버지의 말이었으니, 당연하다.

문제는, 아카데미에 입학한 후.

발렌슈타인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으리라는 그녀의 결심을 비웃는 듯이, 그녀는 루이 발렌슈타인과 같은 반이 되었다.

어디 그뿐인가.

아카데미에서 1학년 때 편성해 주는 파티.

별다른 일이 없는 이상 3년 내내 그대로인 파티이건만, 펠리체와 루이는 같은 파티로 지정되었다.

기분이 나빠진 펠리체였으나, 어쩔 수 없었다.

이미 정해진, 그것도 교수님들이 정하신 파티를 맘대로 바꾸어 달라고 할 수도 없었으니까.

어쩔 수 없이, 그녀는 루이 발렌슈타인과 최대한 얽히지 않으려 했다.

절대 사적으로 대화를 나누지 않고, 꼭 필요한 말만 한다.

원체 무뚝뚝한 그녀였으니, 어렵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래, 자신과 계속해서 대화를 시도하는 루이 발렌슈타인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그가 어째서 그러는지 그녀는 알지 못했다.

처음에는 알고 싶지도 않았고.

그러나, 같은 파티로 아카데미 생활을 하며 펠리체는 좋든 싫든 그의 모습을 계속해서 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녀가 겪은 루이 발렌슈타인이라는 사람은, 너무나 호감이 가는 인간이었다.

기본적으로 인성이 착하고, 귀족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오만함이 없었다.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또 유쾌한 사람이었다.

그녀가 어릴 적부터 생각해 오던 발렌슈타인의 모습과는 전혀 맞지 않는 인물이었다.

그 괴리가 그녀를 혼란에 빠트렸다.

여전히 안스베르크 백작, 자신의 아버지의 말은 절대적이었으나.

펠리체가 그의 말에 아주 작은 의구심을 갖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렇다 해도, 여전히 펠리체는 루이 발렌슈타인과 친하게 지낼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그날의 일만 아니었어도 말이다.

이제는 제법 시간이 지난 일이지만, 그날의 일은 여전히 펠리체의 기억 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당시 펠리체는 자신의 아카데미 동기들에게 약간의 실망을 하고 있던 참이었다.

분명 뛰어난 재능을 가진 자들, 혹은 피를 깎는 노력을 하는 자들은 이 아카데미에 많았다.

둘 다에 해당되는 경우도 당연하지만, 적지 않았고.

뛰어난 재능을 가졌으나 노력을 하지 않는 이들은, 싫었지만 최소한 이해는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재능도 없으면서 노력도 하지 않는 자들.

그저 가문의 힘, 부모의 힘으로 이 아카데미에 들어와 멍청하고 게으른 생활을 하고 있는 자들도 많았다.

그렇기에 펠리체는 지금 연무장에서 들리는 소리가 마음에 들었다.

누군가 검을 휘두르는 소리.

자신을 제외하고 이렇게 늦은 시간에 연무장에서 연습을 하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누군지는 몰라도, 분명 성실한 사람이리라.

약간 기분이 좋아진 채로, 그녀는 연무장 안에 들어갔다.

직후, 그녀는 놀라서 눈을 크게 떴지만 말이다.

그 안에서 검술을 연습하고 있는 것은, 루이 발렌슈타인이었다.

친절하고, 유쾌하고, 거기에 성실하기까지 하다…

아니, 펠리체는 고개를 저었다.

왜 그에 대해서 이렇게 좋게 평가를 하는가.

어차피 그는 발렌슈타인인데.

그러나 지금까지 루이 발렌슈타인을 본 결과.

그의 가문은 여전히 상종해서도 안 되지만, 최소한 루이 발렌슈타인이라는 사람은 그렇게까지 나쁘지는 않다고 판단한 그녀였다.

처음에는 이 시간까지 남아 검술을 연습하던 사람이 그라는 사실에 놀란 펠리체였으나.

곧 그녀는 그의 검술 그 자체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처음 보는 검술이라 그녀의 시선을 끌었고.

그 이후에는, 아름다웠기에 그녀의 시선을 끌었다.

검술 자체도 유려하고 아름다운 검술이었으나.

그녀가 진정 아름답다고 느낀 것은 그 검술 안에 담긴 감정이었다.

그의 실력 자체는, 당시에는 그리 뛰어나지 않았었다.

검술도 분명 오래 배운 것 같지 않았다.

그러나, 그 검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자신이 언젠가부터 휘두르던, 반복적이고 기계적인.

그저 ‘해야 하니까’ 휘두르는 검이 아니었다.

꼭 자신이 처음 검을 휘두르던 때처럼.

그 안에는, 즐거움이 담겨 있었다.

실로 오랜만에 느끼는 감정이었다.

무아지경으로 그의 검술을 구경하던 와중.

마침내 움직임을 멈춘 그와 눈이 마주쳤다.

“아…”

그녀는 순간 할 말을 잊었다.

루이가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어, 펠리체? 무슨 일?”

언제 대화를 나눴다고, 친근하게 다가오는 그.

그러나 오늘만은 그를 밀어내기 싫었다.

방금의 검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그래서였을까.

그녀도 모르게, 펠리체의 입에서 한 마디가 튀어나왔다.

“검술, 아름다웠다.”

스스로도 그런 말을 했다는 것에 놀랐다.

“어, 고, 고맙다…?”

평소에는 그리 밀어내도 말을 걸어오는 주제에.

막상 칭찬을 들으니 당황하는 루이.

그가 그녀에게 말한다.

“저번에 보니까, 네 검술은 뭐 완벽하던데. 진짜 대단했다니까?”

지난 대련 때를 말하는 것인가.

아카데미의 남자들.

특히나 귀족 생도들은, 자신에게 말을 걸 때면 늘 자신의 외모를 칭찬했다.

아름답다느니 어쩌니, 꽃이 뭐 어쩌니…

진절머리가 나는 말들이었다.

특히 그들이 그런 칭찬을 할 때, 그들의 시선을 보면 기분이 늘 더러웠다.

그러나 루이 발렌슈타인처럼 그녀의 외모가 아니라 검술부터 칭찬하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그래서, 그의 칭찬에 펠리체는 기분이 좋아졌다.

어차피 주변에는 아무도 없으니, 그와 조금 더 대화를 이어가도 괜찮겠다고 생각을 할 만큼.

“방금은 무슨 검술이었지? 처음 보는 것이었는데.”

“아, 우리 가문 비전 검술. 그러니까 처음 보는 게 맞겠지.”

그 말에 그녀는 놀랐다.

원래 가문의 비전 검술은 외인에게는 절대 가르쳐 주지 않고, 잘 보여주지도 않는 검술이었다.

그걸 몰래 훔쳐보는 것은 굉장히 큰 실례.

그녀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숙였다.

“미안하다. 큰 실례를 했군.”

그러자 그가 손을 내젓는다.

“아냐, 아냐. 일부러 훔쳐본 것도 아닌데.”

그래도, 그녀는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잠시 고민하다가, 갑자기 짓궂은 표정을 지으며 장난스레 입을 여는 루이 발렌슈타인.

“우리 가문 검술, 가르쳐줄까? 펠리체가 나랑 조금만 더 친하게 지내준다면…”

펠리체는 놀란 표정을 숨길 수 없었다.

“그 말, 진심인가?”

루이가 고개를 격하게 끄덕였다.

도대체, 어째서?

의문을 가지면서도, 마음속으로는 상상을 하는 펠리체였다.

기본적으로 검술을 좋아하는 펠리체.

그녀의 머릿속에는 루이에게 방금 본 아름다운 검술을 배우는 자신의 모습이 그려졌다.

나쁘지 않…

그 직후.

그녀의 머릿속에는, 새로 배운 검술에 대해 아버지에게 들킨 자신의 모습이 그려졌다.

물론 그는 펠리체가 배운 검술이 발렌슈타인의 것이라는 사실을 모를 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펠리체가 아버지에게 거짓말을 한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었다.

자신의 아버지가 자신에게 실망을 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순식간에, 펠리체의 머리가 차가워졌다.

자신은 방금, 무슨 짓을 하려고 한 것일까.

아버지가 발렌슈타인에 대해 그리 경고를 했는데 말이다.

자신이 느끼기에도 차가운 목소리로, 그녀는 말했다.

“반역자 발렌슈타인 가문의 검술 따위, 배울 생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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