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 히로인들의 구원을 관뒀습니다-9화 (9/69)

EP.9 빡대가리 베로니카의 천재적인 아이디어

“설마 진짜로 가고일 떼가 습격할 줄은…”

“루이 그 놈이 대충 변명한 게 우연히 맞아떨어진 거겠지.”

레오 엡실트가 단언한다.

“역시 그렇겠죠?”

그의 옆에 딱 붙어있는 성녀, 에스더가 동의했다.

지금 레오와 그의 파티는 다음 과제를 수주하러 가는 중이었다.

인원은 5명.

레오 엡실트, 에스더 칼트, 엘린 니디아, 베로니카 엘트윈, 그리고 아이네였다.

루이 발렌슈타인의 경우에는 이제 더 이상 그녀들의 파티가 아니었고.

펠리체 안스베르크는 이미 그녀의 영지로 떠난 차였다.

루이가 없는 것에 대해서는 오히려 좋다고 생각하는 레오였으나.

펠리체가 떠난 것에 대해서는 약간 짜증이 나 있는 상황이었다.

‘하필이면 이런 중대한 시기에 떠나다니, 책임감도 없는 년.’

그녀의 영지가 박살나고 백작이 중태에 빠졌다는 사실 따위, 그의 알 바 아니었다.

그가 말하는 중대한 시기란, 마침내 루이를 추방하고 높은 난이도의 임무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이전까지는 루이 그 겁쟁이가 사사건건 반대하는 바람에 불가능한 일이었으나.

이제서야 용사 후보의 격에 걸맞은 과제를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하필이면 그런 때에 펠리체가 빠져 약간은 불안했으나.

‘뭐, 이 몸이 있는데 별다른 상관은 없지.’

용사 후보다운 넓은 아량으로 펠리체를 용서하리라 마음을 먹은 그였다.

과제 수주를 위해 사무실에 도착한 그들은, 가능한 목록을 천천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러던 와중.

아이네가 입을 열고, 작은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저기, 레오 님…”

“엉? 뭐냐.”

자연스럽게 존대를 하는 아이네.

원칙적으로 아카데미 내부에서는 모두가 평등하다고 하지만, 그 원칙은 그리 잘 지켜지는 편이 아니었다.

평민 따위가 엡실트 공작가의 사람에게 편하게 말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레오였으니, 그는 자연스레 하대를 했고.

“이번 주말에는 제가 가 봐야 할 곳이 있어서…”

그녀가 점점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꼬리를 흐린다.

“시끄럽다.”

그가 아이네의 말을 끊었다.

어차피 약해빠진 도적년, 전투에 있어서는 별 쓸모도 없겠지만.

그녀가 빠지면 잡일을 할 평민이 없지 않은가?

“진짜로… 언니를 보러 가야 하는데…”

그녀가 소심하게 중얼거리지만.

그런 아이네의 말 따위 들리지 않는다는 듯이, 레오는 한 장의 종이를 집었다.

“우리의 다음 과제는… 이거다! 어떻냐!”

그가 그리 선언한다.

“와아! 진짜 용사다운 과제예요, 레오!”

에스더가 말한다.

그녀의 말에 기분이 좋아진 레오였으나.

나머지 세 여자는 그리 생각하지 않았다.

베로니카가 말한다.

“음… 레오? 펠리체도 없는데 조금 쉬운 과제를 골라야 하지 않겠어?”

그야, 지금 레오가 선택한 과제는 딱 봐도 터무니없는 난이도였으니까.

아니, 사실 루이가 있었더라면 가능했을지도 모르겠다.

‘루이 발렌슈타인, 도대체 뭐냐구!’

사실, 그를 진짜로 파티에서 추방하는 것은 베로니카의 뜻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녀는 지금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게 되어, 실시간으로 당황하고 있는 중이었다.

처음 레오가 루이를 파티에서 추방하자는 말을 했을 때.

베로니카에게는 천재적인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원래 아카데미에서 정해준 파티원을 추방하려면, 나머지 전원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반대하던 아이네는 모종의 수로 넘어갔으니, 그녀를 설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루이가 추방 소식을 듣는다면, 그나마 친한 자신에게 매달리리라는 심산이었다.

‘베로니카, 내가 미안해! 제발 부탁이야!’

루이가 그녀의 앞에서 무릎을 꿇고 빌면.

‘우후후, 더 애원해! 더! 더! 존경심을 보이라구!’

그렇게 그를 잔뜩 놀리고,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그의 추방에 반대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루이는 담담하게 추방을 받아들였다.

‘어…?’

그녀의 예상 밖이었다.

레오가 진짜로 파티 추방 신청서를 제출했을 때에는, 식은땀이 흘렀다.

‘어라…?’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그가 자신을 찾아오리라 생각했었지만.

벌써 이틀이 지났는데, 그는 자신에게 애원하지 않았다.

아니, 찾아오지도 않았다.

지금이라면 어떻게든 되돌릴 수 있겠지만, 그를 빼고 과제를 수행하러 나간다면 진짜로 돌이킬 수 없다.

초조해진 베로니카였다.

아무튼, 그녀는 레오 엡실트의 대답을 기다렸다.

설마 저 머저리가 진심으로 저걸 완수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아니겠지, 따위의 생각을 하며.

그러나 레오의 대답은 가관이었다.

“베로니카. 너 같은 책상물림 마법사들이 겁이 많은 건 알지만, 난 용사라고? 이 정도는 나와 함께라면 아무것도 아니지!”

빠득.

베로니카의 이마에 힘줄이 돋아났다.

평소 같았으면 당장 욕을 퍼부었겠지만.

그녀는 자신의 스승님의 당부를 떠올리며 겨우 참았다.

세상에 무서울 것이 없다고 평가받는 자신의 스승님, 적색 마탑주였으나.

그런 스승님조차도 돈은 무서우셨다.

그리고, 엡실트 공작가는 적색 마탑의 가장 큰 손님이자 후원자였고.

그러나 스승님의 당부가 있었다고 해도, 오만하고 자존심 센 그녀가 저기 저 성녀처럼 레오에게 아양을 떨 일은 없었다.

훨씬 더 좋은 방법이 있는데 왜 그러겠는가?

그녀에게 있어, 남자란 단순한 생물이었다.

그들의 자존심을 건드려주기만 하면 된다.

굳이 레오의 기분을 맞출 것 없이, 루이를 욕하기만 하면 레오는 기뻐했다.

참고로, 레오를 칭찬하거나 루이와 비교하면 기분 나빠하는 루이는 놀려먹기 좋았었고.

뭐, 지금은 루이도 없다.

베로니카는 화를 꾹꾹 눌러 참고, 대신 아이네를 핑계로 삼았다.

“아이네도 이번 주말에 할 일이 있다는데, 한 주쯤은 넘어가도 괜찮지 않아?”

내색은 안 해도, 주말이 다가오는 것이 두려운 베로니카였다.

그때까지 루이가 자신을 찾아오지 않을 것 같아서.

그래서 그를 위해 특별히 기간을 늘려주고자 마음먹었다.

아이네는 그녀를 감동받은 표정으로 바라본다.

어쩐지 양심에 찔리는 것 같아, 베로니카는 그 시선이 약간 불편했다.

그러나.

“무슨 소리야, 베로니카? 네가 언제 저 평민 년을 신경 썼다고.”

사실이었다.

자신은 오만했고, 그래도 되는 위치였으니까.

할 말이 없어진 베로니카.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엘프 궁수, 엘린 니디아였다.

엘린 역시 속으로는 ‘하등한 인간, 어째 생각하는 것도 저리 멍청할까요’ 따위의 생각을 하고 있었으나.

결국 겉으로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레오, 당신이 있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네요.”

어차피 그녀들이 반대를 하더라도, 과제를 바꿀 생각은 애초부터 없던 레오였지만.

그가 과제가 적힌 종이를 들고, 데스크에 앉아 있는 생도에게로 향한다.

관심 없다는 듯이, 책을 읽고 있던 그녀는 레오가 다가오자 무심하게 말한다.

“과제 접수입니까.”

레오가 고개를 끄덕이며 데스크 위에 종이를 제출한다.

그러나, 이를 쓱 훑어본 그녀는 간단하게 말했다.

“기각.”

“뭐라고요?”

짜증이 난 레오였지만, 앞의 사람은 아마도 선배일 터.

거기에다 학생회였다.

파티들의 과제 수행을 일차적으로 담당하는 것은 학생회였으니 말이다.

그러니, 레오는 최소한 언성은 높이지 않았다.

데스크에 앉은 여자가 말한다.

“그쪽 파티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습니다. 이건 그쪽이 수행할 수 없는 수준.”

“그게 무슨 말입니까!”

레오가 따지고 들지만, 그녀는 묵묵부답이었다.

결국 화가 난 채로 씩씩거리며, 다시 과제를 선택하러 돌아온 레오.

기분이 나빠진 그였으나.

“정말이지, 루이 발렌슈타인 때문에 우리가 이런 취급을 받는군요! 용사님만 있다면 저까짓 과제는 아무것도 아닌데!”

옆에서 그리 말하는 성녀 덕에, 기분이 조금 괜찮아졌다.

“풋!”

데스크 쪽에서 누군가 비웃는 소리가 돌려 뒤를 돌아보지만, 학생회 생도는 여전히 무표정으로 책을 보고 있었다.

‘잘못 들었나?’

그리 생각하는 레오였다.

“레오, 이건 어때?”

그새 과제를 고른 베로니카가 레오에게 종이를 넘긴다.

찬찬히 살펴보던 그가 말한다.

“뭐야, 이건 기간이 정해져 있잖아? 그것도 다음 주에 시작이잖아.”

“아, 그, 그래? 내가 못 봤나 보네.”

말과는 달리, 아쉽다는 표정을 짓는 베로니카.

‘멍청해서 넘어갈 줄 알았는데, 아쉽네.’

그렇게 베로니카의 소소한 계획이 실패로 돌아가고.

레오는 다시 하나의 과제를 선택했다.

여전히 평소 수행하던 과제보다는 어려웠으나.

방금보다는 쉬운, 분명 지금 수준으로도 수행이 가능한 난이도였다.

그가 다시 학생회 여자에게 종이를 제출한다.

그러나 그녀는 이번에는, 심지어 종이를 보지도 않은 채로 말했다.

“기각.”

“뭐야, 도대체!”

마침내 화를 내는 레오.

옆에서 성녀가 레오를 거든다.

“설마 파티 인원이 빠져서 그런 것인가요? 남은 사람들만으로도 이 정도는 충분히…”

실제로, 불가피한 일로 파티 인원의 일부가 과제 참여가 불가능하게 될 경우.

파티가 선택 가능한 과제의 난이도 상한선이 낮게 설정되는 일이 있다.

그러나 성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학생회 여자는 고개를 저었다.

“그런 게 아닙니다.”

“그러면 도대체 어째서인가요!”

옆에서 씩씩대는 레오 대신에 물어보는 에스더.

그러나 직후에 여자의 입에서 나온 말에는, 모두가 진심으로 당황했다.

“그야, 과제는 파티에 소속되어 있어야 수행이 가능한 것이 원칙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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