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 히로인들의 구원을 관뒀습니다-10화 (10/69)

EP.10 학교의 주인은 이사장인 나에요

무슨 말인지 그리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은 아니었다.

동시에, 그녀가 왜 그런 말을 하는지 그들은 이해하기가 어려웠고.

혼란에 빠진 그들을 보며, 학생회 여자는 다시 입을 열었다.

확실하게 알아볼 수 있는 비웃음을 띤 채로 말이다.

“어디 있더라… 아!”

그녀가 데스크 아래에서 서류를 하나 꺼내든다.

“1학년 A반 제1파티 소속 레오 엡실트, 에스더 칼트, 엘린 니디아, 베로니카 엘트윈, 펠리체 안스베르크, 아이네는 루이 발렌슈타인의 신청 하에, 파티원 루이 발렌슈타인의 동의로 파티에서 추방되었습니다.”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서류를 읽는 여자.

그러나 그 얼굴에는 즐거움이 묻어나 있었다.

다들 충격에 빠진 와중.

그 단순함 때문일까, 의외로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것은 레오 엡실트였다.

“우, 웃기지 마라!”

버럭 소리를 지르는 레오.

“그딴 일이 가능할 리가 없지 않냐! 애초에, 우리가 제출한 추방 신청서는?”

“루이 발렌슈타인이 먼저 신청서를 제출했습니다.”

옆에서 성녀도 언성을 높이며 레오를 거든다.

“문제가 있는 한 명이 나머지를 전부 추방하다니, 이건 말이 안 되잖아요.”

“교칙입니다.”

간단하게 말하는 학생회 여자.

성녀가 설명을 요구한다.

“그게 무슨! 제대로 말을…”

“교칙에 따르면, 추방당할 사람을 제외한 파티원 전원의 동의가 있다면 추방이 가능합니다.”

그녀는 그날의 제법 흥미로웠던 상황을 떠올리며.

또, 퍽이나 당당했던 그 남자를 떠올리며 즐거운 기분으로 말했다.

“추방당할 사람은 루이 발렌슈타인을 제외한 전부. 동의하는 사람은 나머지 파티원 모두.”

그 모두가 루이 발렌슈타인 하나여서 그렇지.

“헛소리!”

아무리 단순한 레오라도, 저 교칙이 그런 뜻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충분히 알 수 있다.

“도대체 누가 이딴 짓을 했지! 설마 네년이냐? 당장 위에 알려서…”

“나다.”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

다들 급하게 고개를 돌린다.

파티원들의 뒤에는 황녀, 칼리아 슈펠츠가 서 있었다.

“화, 황녀 전하?”

“본녀가 허락한 일이다.”

“도대체 어째서입니까?”

성녀가 묻는다.

“그거야, 양심이 있다면 본인들이 더 잘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만?”

그 이상한 대답에는 모두가 의문스럽다는 표정을 짓는다.

“아무튼! 아무리 황녀 전하라도 이런 일이 용납될 것 같습니까?”

레오가 말한다.

아무리 그래도 황녀의 앞이기에 아까처럼 소리를 지르지는 못했으나.

여전히 화가 난 말투였다.

그러나 황녀는 태연하게 대답한다.

“용납되지 못할 것은 또 뭐지?”

“이건 엄연히 교칙에 위반되는 일입니다!”

“그게 뭐 어떻다는 말인가. 본녀가 어째서 교칙 같은 사사로운 것에 얽매여야 하지?”

그 뻔뻔한 말에는, 다들 경악하여 입을 떡 벌렸다.

“아버님께서 말씀하셨지, ‘짐이 곧 국가다’라고. 그렇다면 본녀는 이 아카데미의 회장이니…”

그녀가 가슴에 손을 얹고 말한다.

“본녀가 곧 아카데미다, 그렇지 않은가?”

다들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와중.

“크흠.”

어딘가에서 들리는 헛기침 소리.

그들의 곁에는 어느새 어려 보이는 여자애 하나가 있었다.

다들 이 꼬맹이는 뭐지, 궁금해하는 와중.

황녀만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넌 갑자기 뭐냐, 꼬맹이.”

레오가 짜증스런 말투로 내뱉는다.

그러나, 여자애는 레오를 무시하고 황녀에게 말한다.

“칼리아군… 오해가 있군.”

“네?”

“아카데미의 주인은 총장인 나라네.”

“……”

황녀가 딱히 반박할 거리를 찾지 못하는 와중.

방금 꼬맹이 어쩌고 한 레오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렸다.

설마 얼굴 한번 보지 못한 총장이 이런 꼬맹이였다니!

“뭐, 그렇다고 해서 회장의 결정에 뭐라고 할 생각은 없지만. 그대들은 이제 나가도록.”

총장의 말에, 파티원들은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사무실을 후다닥 빠져나갔다.

특히 제일 서두르던 것은, 방금 총장에게 말실수를 한 레오 엡실트였고.

때마침 나타난 총장 때문에, 결국 그들은 파티 추방의 건에 대해서 제대로 항의조차 하지 못하였다.

그들이 모두 나가고 난 후.

“칼리아군, 사샤군. 오랜만이군.”

그녀가 황녀와 학생회 여자에게 인사를 한다.

“총장님께서 어쩐 일로 여기에?”

황녀가 묻는다.

이 헬론 아카데미의 총장인 루이사 팔켄, 그녀가 학생들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굉장히 드문 일이었으므로.

“글쎄, 무슨 일로 왔을 것 같나?”

질문에 다시 질문으로 대답하는 총장.

“설마 저 파티의 일 때문이십니까?”

“아핫, 정답이군.”

“어째서 총장님께서 그런 사소한 일에 관심을 가지시는지…”

황녀가 말꼬리를 흐린다.

“애초에, 그 말도 안 되는 신청서를 결재한 게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설마 총장님이…?”

총장은 다시 고개를 끄덕인다.

“그들의 과제 기록이 담긴 영상을 전부 확인했다네?”

그제서야 황녀는 납득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니, 파티 추방이니 뭐니 그런 시시한 이야기는 이제 관두고. 그 영상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지.”

총장은 즐겁다는 얼굴이었다.

반면에, 황녀는 조금 골치가 아픈 표정이었지만.

“저들에 대한 처벌은 이 아카데미의 학생회장으로서? 아니면, 제국의 황녀로서?”

그녀가 황녀에게 묻는다.

“만약 전자라면, 내가 생각해 둔 것이 있는데…”

“후자입니다.”

제국의 황녀로서 그들을 처벌하겠다 말하는 칼리아.

“호오? 그건 어째서?”

“안스베르크 백작가는 황실의 검. 그 사실을 제외하더라도, 저들의 안일한 판단이 제국의 백작이자 뛰어난 무인을 중태에 빠뜨리고 제국민들을 죽음으로 내몰았습니다.”

“그렇다 해도, 한낱 생도들에게 너무 어려운 걸 기대하는 것은 아닌가?”

총장의 질문은, 진짜로 그리 생각한다기보다는 꼭 황녀를 시험해 보는 것 같았다.

“확실히, 그들은 겨우 생도입니다. 거기에 가고일의 둥지를 건든 것에서 안스베르크 영지의 습격을 유추하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 심하다고 할 수 있겠으나…”

황녀가 루이의 모습을 떠올리며 말을 이어간다.

“그걸 실제로 해낸 생도가 있습니다. 그들이 루이 발렌슈타인의 말만 따랐어도 일어나지 않았을 일입니다.”

그 말에 총장이 고개를 끄덕인다.

“음, 훌륭하군. 아주 정확해.”

“결국 저들의 판단이 제국에 큰 피해를 입혔으니, 이건 아카데미 수준의 징계로 넘어갈 일이 아닙니다. 황실에서 나서서, 저들의 가문 차원에 제제가 있을 것입니다.”

“자네의 판단이 그렇다면, 내 계획들은 쓸모가 없겠어. 아쉽군, 아쉬워…”

진심으로 아쉽다는 표정을 짓는 총장이었다.

아무튼 해야 할 이야기는 대충 끝나고.

총장은 오랜만에 나온 김에, 그들과 잡담을 시작했다.

“사샤군, 그때 본 뒤로 참 오랜만이군. 어떻게 지내고 있나?”

“지금 제 독서를 방해하는 총장님만 아니었다면, 괜찮게 지낸다고 대답할 수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책을 읽고 있던 학생회 여자는 그리 대답했다.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는 총장.

“자네, 그렇게 말하면 내가 화를 낼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가?”

“설마 총장님께서 일개 생도인 저에게 직접 뭐라고 하시겠습니까? 기껏해야 회장님보고 학생회 관리나 제대로 하라고 하시겠지요.”

“…그러면, 회장이 내게 혼나는 것은 괜찮다는 것인가?”

“바라던 바입니다.”

총장이 이번에는 황녀를 바라본다.

“칼리아군, 사샤군과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

역시 조금 당황한 표정의 황녀가, 무슨 말을 꺼내기도 전.

“저에게 이런 귀찮은 일을 잔뜩 맡기신 회장님에 대한, 제 소소한 반항이랍니다.”

“그리 소소한 것 같지는 않다만…”

“뭐, 농담이었습니다. 그간 평안하셨는지요, 총장님.”

총장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사샤의 인사를 받는다.

농담이었다기에는, 회장에게 불만을 표하는 사샤의 표정이 너무 진심 같았으니.

그렇기에, 잠시 후.

사무실을 떠나는 총장은 마지막으로 황녀에게 한 마디를 남겼다.

“사샤군에게는 일을 적당히 시키게나. 저래 봬도 아직 1학년 아닌가?”

“…이제 곧 2학년이 됩니다. 아무튼, 잘 가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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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과의 대화를 끝마친 황녀는, 우선 사샤를 잠시 빤히 바라본 뒤.

곧 건물 밖으로 나왔다.

이제 식사 시간이었으니 말이다.

딱히 배가 고팠던 것은 아니다.

오늘도 다른 사람들을 놔두고 혼자서 학생식당으로 향하는 이유.

지난번에는 실패했던 루이 발렌슈타인과의 대화를 다시 시도하기 위해서였다.

루이가 자신과의 대화를 거부하고서 먼저 자리에서 일어난 그날.

황녀는 큰 충격을 받았었다.

진짜 식사를 끝마쳐서 자리를 떠났다기에는, 그의 접시에 아직 절반도 넘게 남아있던 음식들이 계속 떠올랐다.

‘설마… 나랑 이야기하는 것이 싫어서? 아니, 그럴 리가.’

황녀는 고개를 흔들며 애써 떠오르는 생각을 부정했다.

‘그래, 그날따라 입맛이 없었나 보지. 굳이 고민할 것 없다.’

내색은 안 했지만, 루이의 거부에 진짜로 큰 충격을 받은 황녀였었다.

오늘은 기필코 그와 이야기를 하리라 마음먹은 채로.

학생식당 쪽으로 향하던 그녀는, 마침 식당 안으로 들어가는 루이의 모습을 포착했다.

‘운이 좋군.’

그녀는 재빨리 루이를 따라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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