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 히로인들의 구원을 관뒀습니다-11화 (11/69)

EP.11 앗싸!

“에, 그러니까 이 1종 폭발 마법식의 가동 부분을 이렇게 바꾸면…”

나는 턱을 괴고서 오늘의 마법 수업을 듣고 있다.

평소에는 흥미롭게 듣던 수업이었지만, 오늘만큼은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어제는 보기 싫은 누군가가 내 기숙사까지 찾아오는 기분 나쁜 일이 있었다.

사죄니 뭐니.

“하!”

이제 와서야?

웃기지도 않는 행동이다.

이미 내게 잔뜩 욕을 하고, 파티에서 추방시킨 주제에.

내 말이 사실임이 밝혀지고 나서야 내게 사과를 하겠다고 한다.

그딴 사과, 받고 싶지도 않다.

거기에 내가 그녀의 사과를 받는다고 해도, 어차피 다시 나를 무시하고 발렌슈타인이라는 이유로 밀쳐낼 것이다.

그야, 이전에도 그랬으니까.

분명 친하다고 생각했는데, 하루아침에 그렇게까지 태도가 바뀌는 그 배신감은 다시 느끼고 싶지 않다.

“자, 그러면 오늘은 여기까지. 따로 과제는 없고, 대신 187페이지까지 미리 읽어 오도록.”

잡생각을 하는 사이, 벌써 수업이 끝났다.

주위를 둘러보니 다들 삼삼오오 짝을 지어 교실을 나간다.

오전 내내 딴생각에 빠져 있다 보니, 점심시간이라는 것도 이제야 알아챘다.

나는 터덜터덜 교실을 나섰다.

늘 느끼지만, 혼밥이라는 것은 참으로 외롭고 쪽팔리는 일이다.

하지만 나 루이 발렌슈타인, 그런 외로움 따위에는 굴복하지 않는다!

…쪽팔림은 별개의 문제이지만 말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저께의 식사처럼 부담스러운 사람과 같이 밥을 먹는 것보다야 차라리 혼밥이 낫다.

황녀라니, 그 사람이 도대체 나한테 무슨 볼일이 있다고.

나는 천천히 학생식당으로 향했다.

파티에서도 추방당하고, 이제 나와 어울릴 사람은 우리 반에 없다.

유일하게 아이네만이 오늘도 내 주위를 계속 맴도는 것 같았지만.

여전히 그녀는 내게 말을 하지 않았고, 나 역시 그녀에게 아무런 말도 걸지 않았다.

해야 할 말이 있다면, 빨리 해 주는 편이 좋을 텐데.

아무튼, 그녀들을 신경 쓰지 않겠다고 한 주제에 여전히 그녀들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나는 오늘의 식사를 받아 자리에 앉았다.

오늘도 나는 혼자였고.

그런 내 위로, 다시금 그림자가 드리웠다.

“앞에 앉아도 되겠는가?”

“아뇨.”

“음, 고맙군.”

오 씨발, 말이 잘못 나갔다.

근데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내 앞에 앉는 이 황녀는 뭐지?

자리에 앉아 수저를 들고 나서야, 방금의 대답이 조금 이상하다는 걸 눈치챈 황녀.

그녀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를 빤히 쳐다보지만, 나는 모른 척하고 음식을 입 안에 쑤셔 넣었다.

혹시 황녀는, 내가 편하게 식사를 하는 것이 싫은 것일까.

그제도 그녀 때문에 다 먹지도 못한 음식을 눈물을 삼키며 버리고.

또 기숙사로 돌아와 주린 배를 부여잡아야 했었는데.

심지어 오늘조차도 내 식사를 방해하다니!

이건 폭거다.

그녀는 분명 반역자 발렌슈타인 따위가 편히 식사를 하는 꼴이 보기 싫은 것이리라.

그러나 그런 그녀에게 굴복할 생각은 없었기에, 나는 최대한 빨리 음식을 쑤셔 넣었다.

오늘은 어떻게든 전부 해치우고 일어나야지.

그러던 와중, 그런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이 잔혹한 황녀는 내게 말을 걸었다.

“…배가 고팠나 보군. 잠시 이야기 괜찮겠나?”

저번 식사의 레퍼토리에서 몇 마디가 추가됐다.

나는 불신이 가득 담긴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제도 그랬고, 오늘도 그렇지만.

내가 그녀에게서 도망치려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었다.

우선 가장 중요한 이유, 나는 발렌슈타인이다.

황실을 상대로 반란을 일으킨 가문의 사람인데, 황녀야 당연히 나를 싫어하지 않겠는가?

물론 원작 게임에서 황녀는 좋은 사람이었으니, 가문을 가지고 나를 판단하지 않을 확률도 있지만.

내가 발렌슈타인이라는 이유로 나를 철저히 무시하던 펠리체도, 원작 게임에서는 ‘좋은 사람’이었다.

나는 그 사실을 명심했다.

그녀는 높은 확률로 나를 싫어할 것이고.

그런 그녀가 내게 다가온다는 것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다음으로는, 애초에 황녀와 나 사이에 별다른 접점이 없었다.

유일한 접점이라고 한다면, 지난번에 제출한 신청서였는데.

그러면 설마 황녀가 내가 제출한 추방 신청서를 허가하기라도 했겠는가?

어디 학생회 일이 장난으로 보이냐며 혼이나 내겠지.

또 마지막으로는, 우리 둘이 남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것을 보이는 것 자체가 좋지 않다.

2학년, 학생회장, 거기에 황녀라는 신분.

반면 1학년에 반역자 발렌슈타인 가문인 나.

그런 둘이 식당에서 같이 식사하며 대화를 나눈다?

이건 분명 아카데미에 갖가지 소문이 다 돌 것이다.

근데 상대는 황녀이니, 결국 욕을 먹는 것은 내가 될 것이란 이야기이다.

어떻게 그리 잘 아냐고?

그야, 이미 충분히 겪어 봤으니까.

이렇듯 그녀와의 대화를 피해야 할 이유는 차고 넘쳤지만.

그렇다고 황녀의 말을 무시할 수도 없었기에, 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중요한 일입니까?”

“식사하며 가볍…”

거기까지 이야기한 황녀는 무언가 기시감이라도 느낀 것인지, 입을 다물었다.

나는 거의 그대로인 음식을 눈물을 머금고 바라보며, 자리에서 일어날 준비를 했고.

그러나 그저께와 같은 결과는 싫었던 것일까.

그녀는 재빨리 말을 바꿨다.

“일어나지 마라. 학생회장으로서 하는 명령이다.”

“……”

그녀도 방금 말이 어이없다는 것은 아는지, 뒤에 말을 덧붙였다.

“중요한 일이다.”

“그렇다면 나가서 이야기하시죠.”

아까도 말했듯이, 사람들은 지금도 충분히 나에 대해 뒤에서 욕하고 있는데.

거기에 황녀와의 소문까지 더해지는 것은 사양이다.

황녀는 잠시 침묵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우선, 그대가 제출한 신청서에 대해서 말인데…”

이 여자, 남의 말을 듣지 않는다.

그건 그렇고, 역시 저번의 그 일 때문이 맞았네.

“…정상적으로 접수되었다. 어제 처리되었지.”

“아, 다행이네요. 정식으로 탈퇴 처리가 된 것입니까?”

추방이 아니라 탈퇴 처리.

별다른 차이는 없지만, 내 자존심 문제다 이건.

그러나 이어지는 황녀의 말은 내가 예상을 못 한 것이었다.

“탈퇴? 무슨 소리인가. 추방 신청서가 처리되었다는 말이다만.”

그 말에는 황녀의 앞이라는 것도 잊고 표정을 찡그렸다.

“어째서입니까? 제가 제출한 탈퇴 신청서가 먼저 아니었습니까?”

분명 내가 먼저 신청서를 제출했을 터인데, 어째서 놈들이 제출한 추방 신청서가 처리되었지?

설마 또 발렌슈타인 차별인가 하니,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그대가 제출한 추방 신청서가 제일 먼저였지. 그게 처리되었다는 말이다.”

잠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내가 말을 더듬었다.

“그러니까, 그, 저를 추방시키는 신청서가 아니라, 회장님 말씀은…”

“그렇다. 이제 1학년 A반 제1파티에는 그대밖에 안 남았군.”

아니, 그러니까 나 빼고 나머지가 전부 추방됐다고?

진짜로?

“아, 아, 아…”

“아?”

“앗싸!”

내가 외쳤다.

나도 모르게 환호성이 나왔다.

“헙, 죄송합니다. 걔네들 얼굴을 생각하니까 저도 모르게…”

“아, 이해하네.”

황녀가 씨익 웃으며 내게 말한다.

“본녀는 그걸 직접 봤거든. 그들을 직접 찾아가, 딱 소식을 전해 듣는 순간에 그 얼굴을 볼 수 있었지.”

“와, 부럽습니다!”

“후후, 부러운가?”

그녀가 내게 자랑하듯이 묻는다.

나는 고개를 위아래로 격하게 끄덕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녹화 아티팩트를 차고 갈 걸 그랬어. 그대에게도 그 얼굴을 꼭 보여줘야 했는데.”

“아앗, 거 참 아쉽네요.”

내가 진심을 담아서 말했다.

어느새, 우리는 서로를 보며 실실 웃고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람.

나도 모르게 황녀에 대한 경계를 풀어버렸다.

의외로 그녀와 말이 잘 통한다는 사실에 방심을 했나.

나는 다시 얼굴에서 웃음을 지우고, 조금은 진지하게 물었다.

“근데, 애초에 그게 가능한 일입니까?”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없지 않겠나.”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소문이 퍼지니 어쩌니, 지금은 이게 더 중요하다.

황녀는 내 질문에 간단하게 답을 했다.

“그야, 내가 직접 그대가 제출한 신청서를 처리했으니 그렇지.”

나는 납득했다.

그냥 학생회장이라면 몰라도, 그녀는 제국의 황녀인데 그 정도는 가능하겠지.

그러나 어떻게라는 의문은 해결됐어도, 아직 왜 그랬는지 그 이유는 모른다.

나는 황녀에게 직접적으로 물어보았다.

“그렇다면, 왜 그러셨습니까?”

“본녀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는 것은 알고 있겠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파티에서 추방된다면 다른 파티에서 그대를 영입하거나, 아니라면 같은 처지의 생도 일곱을 다시 모아서 파티 신청을 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겠지. 그러니, 내가 아니었다면 일이 힘들었겠어.”

나는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친한 친구가 없으니, 나를 데려갈 파티도 없고.

새로 일곱을 모으는 것도 내게는 요원한 일이다.

그리고 파티에 소속되지 못하면 과제 수행이 불가능하니, 성적은커녕 졸업도 걱정해야 할 판이다.

그러니, 나는 이번 일로 황녀에게 빚을 졌다고 할 수도 있다.

이제야 나는 황녀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이해했다.

그래, 차라리 이런 것이라면 마음이 편하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내게 다가오는 황녀라니, 오히려 부담스럽고 의심되지 않나.

나는 그녀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회장님. 보답으로, 제가 할 일이 있겠습니까?”

아, 물론 너무 귀찮은 일이면 입 싹 씻고 모른 체할 예정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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