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 히로인들의 구원을 관뒀습니다-14화 (14/69)

EP.14 승리를 위한 수

레오 본인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경악했다.

아마 이 자리에 펠리체가 있었더라면, 평소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그녀조차 입을 떡 벌렸으리라.

그만큼, 레오의 결투 신청은 충격적이었다.

특히 레오의 진짜 실력을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루이 발렌슈타인과의 대화가 끝나고, 레오와 일행은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레오의 옆에서 성녀가 조잘거린다.

“진짜 감동했어요, 레오! 저를 위해서 이렇게까지 하시다니!”

레오 엡실트는 오만한 미소를 짓는다.

“전부터 그런 비열한 자가 설치는 게 마음에 안 들었어요. 이번 기회에 제대로 짓밟아서, 아카데미 밖에서도 고개를 못 들고 다니게 해주세요!”

“훗, 당연한 소리를.”

그렇게 헛소리를 해대는 둘을 보며.

엘린 니디아는 그들을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용사 후보와 성녀라는 자가 이따위라니, 역시 인간은 하등한 게 맞군요.’

그렇게 생각을 하며 말이다.

그러나, 지금 당장은 이 사태를 수습할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혹시라도 여기에서 용사가 패배하여 마음이 꺾이거나 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용사는 더욱 성장하고, 더 강해져야만 한다.

용사의 힘을 키워, 그걸 잘 다룰 수 있게 되어야 한다.

그래, 인간이 아니라 엘프들을 위해서 말이다.

특히, 레오가 차고 다니는 검은 엘프의 눈으로 보기에도 예사롭지 않았다.

그건 레오가 들고 있는 편이 그의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다.

만약 여기에서 레오가 패배하고, 일이 안 좋은 방향으로 흘러간다면…

엘린은 잠시, 루이 발렌슈타인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녀가 고개를 젓는다.

사적인 감정은 전부 버리기로 마음먹었을 터.

자신은 같은 엘프들만을 생각하면 된다.

다시금 다짐하며, 그녀가 레오를 향해 입을 열었다.

“레오, 혹시라도 일이 안 좋게 흘러간다든가 하면…”

그녀의 말뜻을 이해한 레오가 얼굴을 찡그린다.

“용사 후보인 내가 그딴 놈한테 질 리가 없잖아?”

그러면 저번의 그 패배는 뭐였냐고 말이 나오려던 것을, 엘린은 겨우 참았다.

누가 보기에도, 레오는 루이보다 약하다.

저 성녀 정도를 제외한다면 다들 알고 있을 사실.

물론 마나의 양이라든가, 근력 정도만은 레오가 훨씬 뛰어나다.

거기에 그는 교단의 사제도 아니면서 성력을 사용할 수 있고.

그러나 그것들은 레오가 노력으로 얻은 것이 아닌, 단지 그의 재능일 뿐이었다.

자연스레 얻게 된 힘을 제대로 휘두르는 방법도 모르는 그이기에.

현재의 레오로는, 절대 루이를 이길 수 없다.

그녀가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 와중.

레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뭐, 엘린. 저번에는 놈이 비열한 방법으로 나를 이겼으니까, 네가 그런 걱정을 할 수도 있겠지.”

물론, 당시의 대련은 어떻게 보더라도 정정당당했지만.

레오는 뻔뻔하게 말을 이어간다.

“놈은 대련 내내 나를 피해 도망만 다니다가, 운 좋게 이겼잖아?”

엘린은 당시의 전투를 떠올렸다.

레오가 무지막지한 마나를 담아 무식하게 휘두르는 공격을, 루이는 너무도 쉽게 피했다.

그렇게 그의 공격을 피하며 레오를 때리던 것을, 지금 레오는 도망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놈이 도망치지 않고 정정당당하게 싸웠다면, 내가 당연히 이겼을 것이다. 내 공격을 한 대만 맞아도, 놈은 버티지 못할 테니까.”

틀린 말은 아니었다.

레오의 무지막지한 마나로 내지르는 공격이라면, 그걸 정통으로 맞으면 루이는 버티지 못한다.

문제는, 그런 단순한 공격을 루이가 맞을 일은 절대 없다는 것이지만.

설마 진짜 저딴 논리로 루이에게 결투를 신청한 것인가.

레오의 멍청함에 이제 엘린은 두려워졌다.

그가 중얼거린다.

“피하지 못하게만 만들면 돼…”

그 말투는, 조금 오싹했다.

그러던 와중에, 레오가 이제야 눈치챘다는 듯이 묻는다.

“뭐야? 그러고 보니까, 베로니카는 어디 갔어?”

도적 년이야 뭐 평소에도 조용했지만.

어쩐지 베로니카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 했는데, 그녀가 사라져 있었다.

“그러고 보니 마법사가 없네요. 어디 갔죠?”

“글쎄다…”

다들 모르는 눈치였다.

도대체 언제 사라진 건지.

뭐, 원래 마법사들은 하나같이 괴짜 같은 면이 있었기에.

크게 신경을 쓰지는 않는 레오였다.

“그보다, 이제 식사하러 가실 건가요?”

성녀가 묻는다.

레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베로니카야 뭐, 자기가 알아서 먹겠지.

그는 잠시 아이네를 쳐다보았다.

아까부터 아무런 말도 없는 그녀.

예전에, 처음 만났을 때에는 쓸데없이 활기찬 성격이라 짜증났었는데.

지금에 와서는 평민답게 주제를 알고 조용해진 것 같아, 마음에 들었다.

저런 천한 년과 같이 겸상을 한다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았으나.

그래도, 일단은 같은 파티원인데 용사 후보인 자신이 관대함을 보여야겠지.

그는 일행과 함께 식당으로 향했다.

---

식사가 모두 끝나고.

레오는 재빨리 기숙사의 자기 방으로 돌아왔다.

오늘, 그는 점심시간은 물론이고 오후 수업도 몇 개 빼먹으며 루이에 대한 일을 알아봤다.

사실 처음부터 결투를 신청할 생각은 없었다.

평소처럼 가문의 힘으로 처리할 예정이었지.

갑작스러운 황녀의 개입에는 그도 당황했었다.

도대체 황녀가 어째서 그의 추방 신청서를 처리했다는 말인가.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어차피 황녀라 해도 아카데미의 생도였다.

레오는 평소 이용하던 교수를 찾았다.

그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 묻고, 어서 파티 추방 신청서를 제대로 처리하라고 할 예정이었는데.

이상하게도 교수는 말을 돌리며, 이번에는 그게 불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심지어는 그 이유조차도 제대로 말하지 않았다.

‘빌어먹을 놈, 우리 가문에서 받아처먹은 돈이 얼마인데!’

아무튼, 이상하게도 교수는 완고했다.

그 의아한 반응에 레오는 순간, 오전에 만났던 이 아카데미의 총장이라는 사람을 떠올렸지만.

‘에이, 겨우 루이 놈 따위에게 총장씩이나 되는 인간이 신경을 쓸 리가 없지.’

잠시 떠오른 생각을 털어버린 그였다.

어쨌든, 교수는 이용이 불가능하게 됐다.

다시 교실로 돌아오니, 이번에는 학생들이 루이와 황녀가 점심을 같이 먹으며 이야기를 했다고 떠들어대고 있었다.

점점 의문이 드는 그들의 관계.

중요한 건, 이제 위를 흔들어 그의 신청서를 취소시키는 건 어렵게 됐다는 것이다.

루이 놈이 직접 취소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는 아카데미의 결투를 떠올렸다.

종종 열리는 결투는 아카데미의 구경거리 중 하나였다.

덤으로 그에게 굴욕까지 줄 수 있으니, 좋은 생각이라고 그는 판단했다.

거기에 말은 안 했지만, 지난번의 패배 이후로 이를 갈고 있는 레오였다.

조만간 다시 대련을 할 예정이었는데, 차라리 좋았다.

지난번, 갑자기 이루어진 대련과 달리 결투라면 준비할 시간도 있다.

계산을 끝마친 그는 수업이 모두 끝나고, 루이를 불러냈다.

그와 대화를 하자 평정심을 잃고 소리를 지르고 말았지만, 놈도 참지 않고 언성을 높였다.

그가 성녀에게 한 말을 빌미로, 결투의 조건을 원래 계획했던 것보다 가혹하게 걸었다.

물론 자신도 그만큼 감내해야 하지만, 별 상관은 없다.

어차피 자신이 질 일은 없으니까.

멍청한 루이는 자신의 미끼를 덥석 물었다.

“후후후, 멍청한 놈…”

저번의 승리로 방심한 것이겠지.

레오는 웃음소리를 내며 의자에 앉았다.

비록 패배했지만, 실제로 마나나 성력, 근력은 그가 루이보다 앞섰다.

그렇기에 자신이 루이보다 강하다고 진짜로 믿고 있는 레오였고.

그런 자신이 루이에게 패배한 이유.

‘놈이 비겁하게 도망치며 싸우지만 않았어도… 어차피 한 대만 맞으면 놈은 끝이다.’

피하는 게 아니라 도망치는 것, 그리고 그걸 비겁하다 말하는 레오.

그는 루이를 이기기 위하여, 자신이 열심히 수련을 할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

자신이 공격을 적중시키려 노력할 필요는 없다.

그가 자신의 공격을 피하지 못하게 만들면 되지.

레오는 종이와 깃펜을 꺼내서, 편지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가문, 엡실트 공작가에 보낼 편지였다.

루이를 이기기 위한 요구사항이 담긴 편지.

결투 당일, 놈에게 여지껏 맛보지 못한 절망감을 안겨줄 것이다.

그 날을 생각하며, 레오 엡실트는 비열한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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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말을 마친 레오 엡실트와 그의 일행이 자리를 떠났다.

아이네가 내 쪽을 쳐다보는 것 같지만, 무시했다.

멀어져가는 그들의 뒷모습을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지켜봤다.

레오 엡실트, 도대체 무슨 속셈이지…

결투 전까지 놈의 계획을 알아내야 한다.

그렇게만 한다면, 레오 엡실트 따위 손쉽게 쳐부술 수 있으니까.

나는 내가 들고 다니던 싸구려 검을 떠올렸다.

가난하지만, 그래도 백작가라고 제법 지원을 받는 나였지만.

기연이나 히든 아이템을 획득하는 과정에서 그 돈의 대부분을 소비했다.

물론, 그 덕에 이렇게 강해질 수 있었으니 불만은 없지만.

아무튼, 돈을 아끼기 위해 산 그 싸구려 검은 지난번 가고일과의 싸움으로 상태가 더 나빠졌다.

나는 곧 얻을 엡실트 가문의 보검을 떠올리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히히…”

그렇게 혼자서 웃음을 흘리며 다시 돌아가고 있었는데.

“야, 루이 발렌슈타인.”

누군가 내 팔을 잡았다.

익숙한 목소리에 눈을 찡그리며 보자니, 베로니카 엘트윈이었다.

“따라와.”

그녀는 내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나를 끌고 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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