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 히로인들의 구원을 관뒀습니다-18화 (18/69)

EP.18 너도 알고 있잖아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베로니카는 생전 처음으로 미행이라는 것을 했다.

‘으으으, 도대체 뭐냐구…’

천만다행으로, 둘이 도착한 곳은 연무장이었다.

연무장 입구에서, 베로니카는 몇 시간 동안이나 몰래 둘의 모습을 훔쳐보았다.

비록, 둘이 끝까지 검술 연습만 하는 것을 보고서는 어째서인지 안심한 그녀였으나.

그래도 루이가 다른 여자랑 어울린다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날 밤의 미행 이후로, 아이네나 엘린만큼이나 펠리체도 거슬렸다.

오히려 평소 무뚝뚝하던 그녀였기에, 루이의 대한 태도 변화를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일이 이렇게 되자, 위기감을 느낀 베로니카가 루이에게 잘 해준다… 따위의 일은 없었다.

자신의 감정을 부정하고.

또 그걸 결국에 인정한 후에도, 루이에게 들키기만은 죽도록 싫은 베로니카였다.

그야, 그걸 들키면 부끄러워 죽을 테니까.

베로니카는 여전히 루이에게 심하게 대했다.

오히려 아이네나 엘린, 펠리체에 대한 짜증을 루이에게 풀었다.

“야, 루이! 내가 그년들이랑 어울리지 말랬잖아!”

“야! 지금 나 무시해!”

그렇게 루이에게 매일 빼액 소리나 질러대던 베로니카.

그래도, 루이가 다른 여자들이랑 시시덕거리는 것은 싫었다.

특히, 펠리체 그 년은 아예 루이를 무시하더니.

이제 와서 갑자기 친한 척을 한다고?

거기다가 그 귀쟁이 엘프는 루이한테 아닌 척 관심을 보이면서도, 여전히 하등한 인간 운운한다.

전부, 되먹지 못한 놈들뿐이다.

자신만이 처음부터 루이와 친하게 지냈다.

남들과 달리, 자신은 그를 반역자 가문이라는 색안경을 쓰고 보지도 않았다.

물론, 아이네도 있기는 하지만.

그래봤자 아이네는 평민이고, 자신은 적색 마탑의 후계자이니까.

자신이 루이에게 어떻게 대하든, 그는 평소와 다름없었다.

베로니카에게 진심으로 화를 내는 일 따위는 없었다.

그러나 그와는 별개로, 루이는 여전히 펠리체와 친하게 지냈다.

아이네와는 원래도 친하게 지냈었고, 최근 들어서는 엘프 년이랑도 가끔 대화를 나누는 것 같았다.

자신의 말을 무시하는 것 같아, 베로니카는 기분이 나빴다.

그래도, 베로니카와 루이의 사이가 틀어질 일은 없었다.

베로니카가 그를 어떻게 대하든, 루이는 변하지 않았으니까.

다시 시간이 지나고.

일은 베로니카가 원하던 대로 흘러갔다.

성녀야, 뭐 원래 루이에게는 관심도 보이지 않았지만.

루이와 부쩍 친해지던 펠리체가, 다시 그를 멀리하기 시작했다.

이전보다도 더 심했다.

그를 밀쳐내고, 못되게 굴고.

대신에 레오에게 말을 거는 펠리체였다.

‘천박한 년.’

베로니카는 생각했다.

애초에 다섯 중에서 가장 지위가 낮은 펠리체였다.

평소 자신에게 굽신거리던 이들을 떠올리며.

펠리체 역시 반역자 발렌슈타인이 아니라 엡실트 가문에 잘 보이려 한다고, 그녀는 펠리체를 경멸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슬금슬금 루이에게 관심을 보이던 엘프 역시 다시 그를 욕하고.

결국 루이에게 관심을 보이던 것들이 전부 돌아섰다.

전부, 베로니카가 원하던 대로였다.

베로니카가 그렇게 만든 것은 아니었지만.

아무튼, 베로니카의 입장에서는 좋은 일이었다.

그러나 루이는 날이 갈수록 우울해졌다.

‘도대체 왜? 옆에 내가 있는데!’

말은 안 했지만, 베로니카는 조금 기분이 나빴다.

그녀들의 변화가 충격이었는지, 루이의 성격도 조금씩 변해갔다.

베로니카가 욕을 해도, 전처럼 반응이 없었다.

둘이 장난을 치고, 티격태격하는 일도 줄어들었다.

그게 그녀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짜증이 나서 루이를 더 괴롭혀도, 그녀가 원하는 반응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던 와중, 베로니카는 마탑에 돌아갈 일이 있었다.

다른 학생들이 가끔씩 본가에 간다면, 베로니카의 집은 적색 마탑이었으니까.

그녀는 오랜만에 스승님을 만나서, 그간 나누지 못한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음, 그렇구나.”

베로니카의 아카데미 이야기를 경청하는 스칼렛.

“뭐, 설마 대수림을 불태운다거나 그런 말을 하지는 않았겠지?”

“헉! 어떻게 아셨어요!”

“그야, 귀쟁이 년들 짜증나는 거야 나도 겪었으니까. 전에 한번 세계수 바비큐 이야기를 꺼냈다가 대판 싸웠었지.”

스칼렛이 어딘가 아련한 눈빛으로 말한다.

“그래도 너무 그러지는 마라. 엘프의 마법 중에서는 궁금한 게 많았는데…”

“그런데요?”

“…저 말을 대수림 한복판에서 해가지고, 이제 나는 아예 출입 금지니까.”

베로니카는 레오에 대한 말도 했다.

“짜증 나는 놈이에요! 마음 같아서는 확 그냥…”

“하하, 그래도 진짜로 불태우는 건 안 된다? 일단은, 내 연구비의 반절이 엡실트 가문에서 뜯어낸 돈이니까.”

스칼렛은, 진심으로 베로니카가 레오를 불태울까 봐 한 말이었지만.

베로니카는 자존심 강하신 스승님이 돈 문제 때문에 돌려 말하신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레오 엡실트한테는 조심해야지.’

그렇지만, 역시 자존심 강한 베로니카가 레오에게 숙이고 들어가거나 할 일은 없었다.

그녀가 느끼기에, 레오는 루이를 눈엣가시처럼 여기고 있었다.

그의 앞에서 루이의 욕을 조금 하기만 하면, 레오는 기뻐했다.

‘하, 멍청한 놈. 어떻게 저리 단순하지?’

그런 와중에 알아낸 것이 하나 더 있었는데, 루이 역시 레오를 상상 이상으로 싫어했다.

최근 들어서 우울해진 루이는 자신의 장난에도 잘 반응하는 일이 없었는데.

루이의 앞에서 그를 레오와 비교하고, 레오를 칭찬하는 것은 의외로 효과가 좋았다.

이전처럼, 루이는 짜증을 냈다.

물론, 전과는 다르게 그가 웃거나 다시 베로니카에게 되받아치는 일은 별로 없었다.

베로니카는 눈치채지 못했지만.

이제 루이가 보이는 반응은 전처럼 장난스레 화를 내는 게 아니라.

진짜로, 베로니카에게 짜증이 나고 실망을 하는 중이었다.

베로니카는 알 수 없는 초조함에, 계속해서 그런 행동을 이어갔고.

그럴수록 루이는 점점 변했다.

물론, 그 이유를 자신이 아니라 나머지 파티원들에게서 찾는 베로니카였다.

루이의 성격이 변하고, 그가 힘들어하는 이유에는 물론 펠리체나 엘린, 성녀도 있었지만.

거기에 베로니카 자신도 포함된다는 것을, 그녀는 몰랐다.

그렇게 상황이 점점 안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베로니카 또한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을 무렵.

이제 1학년이 거의 끝나가는 와중에, 마침내 레오가 그 안건을 들고 나왔다.

루이 발렌슈타인 추방.

그 말을 듣자, 베로니카에게는 천재적인 아이디어가 떠올랐던 것이다.

끝까지 반대하던 아이네였으나, 레오가 모종의 수로 그녀를 찬성으로 돌렸다.

이제 루이는 추방을 막기 위해, 베로니카 자신에게 매달릴 것이다.

그가 애원하면, 이전처럼 그를 잔뜩 놀리고.

오랜만에 그의 찰진 반응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자존심도 다시 채우고.

마침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추방을 반대하며, 루이에게 은혜를 베푼다.

완벽한 계획이었던 것이다.

최근에 변해가던 루이와의 관계를, 다시 이전처럼 되돌릴 수 있다.

근데, 루이는 그대로 추방을 받아들였다.

전혀 상정하지 못했던 상황에, 베로니카의 머리는 새하얘졌다.

‘도, 도대체 뭐냐구!’

루이는 자신에게 애원하러 오지 않았다.

레오가 추방 신청서를 진짜로 제출할 때에는, 일이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그녀도 절실히 느꼈다.

이윽고, 루이가 오히려 자신들을 파티에서 추방했다는 어이없는 말도 들었다.

파티원들을 따라 그에게 따지러 간 길.

거기에서, 기어코 레오는 아카데미 퇴학을 걸고 루이에게 결투를 신청했다.

‘안돼!’

속으로 비명을 지르는 베로니카.

루이가, 루이가 아카데미를 떠난다고?

물론 루이가 레오 따위에게 질 일이야 절대 없겠지만.

루이가 떠난다는 사실 자체로 벌벌 떠는 베로니카였다.

이야기가 전부 끝나고.

베로니카는 파티원들의 사이에서 슬쩍 빠져, 다시 루이에게 달려갔다.

“왜 일을 이렇게까지 만드는 거냐구! 그냥 나한테 적당히 사과하면 됐잖아!”

그래, 이전처럼 말이다.

이전처럼 내가 장난쳐도 화 안 내고, 그냥 장난스레 사과하면 되는 일이었잖아.

근데, 루이는 진지하게 자신이 뭘 사과해야 하냐고 묻는다.

베로니카는 말문이 막혔다.

그야, 루이는 잘못한 게 없었으니까.

급하게 떠올린 핑계는, 가고일에 대한 것이었다.

워낙 급하게 생각한 거라, 그 일이 가져온 결과에 대해서는 미처 떠올리지 못했다.

그리고 마침내, 루이는 진심으로 분노했다.

처음으로 보는 모습이었고, 평생 볼 리 없으리라 생각한 모습이기도 했다.

베로니카는 자신이 실수했다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여기에서 멈추고 사과할 생각은 없었다.

아니,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거야말로 베로니카가 평생 해본 적 없는 일이었으니까.

대신에, 또다시 핑계.

“그… 그게 왜 내 탓이야! 나 말고도 죄다 가만히 있었잖아!”

“평소처럼 숙이고 부탁했으면, 나도 들어줄 생각…”

진짜였다.

가고일을 잡을 때에도, 그가 그렇게 고압적으로 소리 지르지 않고 부탁했으면 들어줄 생각이었다.

이번 추방의 일도, 원래부터 그가 애원하면 결국 그의 추방을 막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처음 남에게 맞아보는 것이었다.

근데 그게 루이가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나한테 하는 것도 네 평소 성격다운 조금 심한 장난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루이가 계속해서 말한다.

고통의 와중에도, 그의 말만은 잘 들렸다.

베로니카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너는 그냥,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거야.”

“으, 아, 아냐…”

베로니카는 흐느끼며 내뱉었다.

그럴 리가 없잖아.

나는, 너를 좋아하는데.

그게 진심일 리가 없잖아.

당연히, 당연히 전부 장난인데.

왜 그래, 루이.

너도 알고 있잖아…

루이가, 그녀를 떠난다.

배를 부여잡고서, 베로니카는 어떻게든 일어나려 노력한다.

여기서 루이를 붙잡지 않으면, 진짜로 전부 끝날 것 같았다.

“자, 잠깐… 끄으…”

실패했다.

고통 때문에, 베로니카는 다시 바닥에 철퍽 엎어진다.

결국, 루이는 그녀를 떠났고.

홀로 남겨진 베로니카는 서글프게 흐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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