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 히로인들의 구원을 관뒀습니다-21화 (21/69)

EP.21 전부 들켰다

마지막으로 루이를 만나려 했지만, 실패한 채로.

펠리체와 루시는 안스베르크 영지로 향했다.

어차피 학년도 거의 끝나가는 와중이었고, 이렇게 큰 일이 벌어졌는데 아카데미 수업이야 중요하지 않았다.

아카데미 측에서도 일사천리로 일을 진행해 준 덕에, 그녀들은 바로 이동할 수 있었다.

영지로 향하는 마차 안에서.

펠리체 안스베르크는 죄책감, 그리고 절망에 빠져있었다.

자신의 아버지가 중태에 빠졌고,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영지민들도 많이 죽었을 것이다.

만약 자신이 루이와 함께 죽기 살기로 싸워서, 어떻게든 그 가고일을 잡았더라면?

놈이 도망쳐서, 다시 가고일 떼를 끌고 영지를 습격하는 일도 없지 않았을까?

결국 이 모든 일이, 자신이 루이의 말을 듣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 때문에 벌어진 일인 것만 같아, 펠리체는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물론 펠리체로서도 변명할 거리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가고일을 발견한 직후의 상황이 너무나 급박했기에, 루이는 아무런 설명 없이 그저 가고일을 공격하라고만 외쳤다.

물론, 가고일이 안스베르크 영지를 공격할 것이라 설명할 틈조차 루이에게는 없었겠지만.

다른 파티원들도 비협조적이었는데, 펠리체 혼자 그를 거들었더라도 못 잡았을 가능성도 있다.

일이 끝나고 루이가 한 설명조차, 실제로 가고일 떼가 습격하기 전에는 믿기 어려울 정도의 논리였다.

이렇게, 변명을 하고자 하면 떠오르는 것은 많았다만.

오히려 그럴수록 펠리체의 자괴감은 심해져만 갔다.

심지어, 펠리체 자신이 일을 전부 망쳐 놓고 나서도 그녀는 아무런 대비도 하지 않았다.

루이의 경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아니, 하나 한 것이 있기는 했었다.

바로, 자신을 위해 그렇게나 노력한 루이를 욕한 것.

안스베르크 영지를 지키기 위해 그렇게 노력한 루이가, 자신에게 폭언을 들을 때에는 도대체 어떤 심정이었을까.

그걸 생각만 해도, 펠리체의 가슴은 찢어지는 듯했다.

온몸이 만신창이가 돼가며 노력한 결과가 그런 폭언이었는데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이는 끝까지 자신의 영지에 경고를 전했다.

미리 경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백작이 중태에 빠질 정도의 피해가 나왔는데.

만약 루이의 경고조차 없었다면 어땠을지.

상상만 해도 오싹해지는 느낌이었다.

반면에, 안스베르크 가문과 아무런 연관도 없는 루이가 그렇게 노력하고 있었을 때.

자신은 무얼 하고 있었더라?

아무것도.

이번에도, 핑계가 없지는 않았다.

사사건건 충돌하던 루이가 떠나고, 이제 파티의 리더 역할을 맡은 레오는 아카데미로 천천히 복귀했으니까.

그의 말에 따라 중간에 아이네를 시켜, 잠시 휴식을 취하며 식사를 하기도 했었고.

가고일 떼의 습격은 바로 그날 밤이었다.

도착해서 바로 편지를 보냈더라도, 시간 내에 전해졌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거기에, 결과적으로는 루이가 보낸 편지가 습격 전에 도착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루이가 아무리 설명을 했더라도 그건 믿기 어려운 수준의 논리였다.

바로 직후에 영지가 습격당하는 것도 펠리체로서는 예상할 수 없었다…

“크읏!”

그녀가 입술을 깨문다.

죄다, 변명하려 할수록 비참해지는 것들이었다.

당장 영지의 일에 집중해야지 생각을 하면서도, 계속 루이가 떠올랐다.

자신이 그를 그렇게도 차갑게 무시하던 기억.

그게 계속해서 그녀를 괴롭혔다.

루이와 싸웠다.

그가 진심으로 화를 내는 모습은 처음 봤다.

그에게 맞았다.

물론, 억울하다는 소리는 아니었다.

단지 루이가 그렇게까지 변했다는 사실이 충격이었을 뿐이지.

그렇게나 착했던 그가 말이다.

영지로 향하는 길 내내, 펠리체는 루이의 생각으로 고통스러워했다.

그리고, 루시 안스베르크는 그런 자신의 언니를 노려보고 있었다.

묻고 싶은 게 많았다.

따지고 싶은 것도 잔뜩이었다.

그러나, 언니는 자신을 무시할 것이다.

아까도 그랬고, 이전에도 그랬듯이.

어머니의 앞에서 루이가 보낸 편지의 내용을 따져 물으리라 다짐한 채로.

서로 같은 남자에 대한 생각을 머릿속에 담은 채, 두 여자는 마침내 안스베르크 영지에 도착했다.

---

영지에 도착했으나, 어머니는 둘을 마중 나오지 않았다.

그 사실이 자못 의아했으나.

박살이 난 영주성 안으로 들어간 둘은 이내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창백한 백작부인은, 정말로 곧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처럼 보였으니까.

그러나, 그때까지만 해도 가고일 습격의 충격으로 그렇다고 생각한 펠리체였다.

그녀가 다급하게 묻는다.

“괜찮으십니까, 어머니?”

그 말에, 마침내 둘이 도착했다는 것을 알아챈 백작부인.

그녀가 둘에게 시선을 돌린다.

“영지의 피해는 어떻습니까. 가주께서는 괜찮으십니까?”

평소의 그녀답지 않게, 조급한 펠리체였다.

그녀가 아버지의 안위를 묻는다.

펠리체에게 있어, 아버지의 의미는 상상 이상으로 컸다.

그러니 백작이 중태에 빠졌다는 소식을 듣고서는, 정신이 아찔해졌었고.

그러나 여기까지 오는 길에, 펠리체는 아버지보다도 루이의 생각을 더 했다.

그녀에게 있어 아버지보다 루이가 더 중요하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펠리체는 백작에 대해 굳은 믿음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가 중태에 빠졌더라도, 완벽한 기사답게 다시 일어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기에.

그가 겨우 가고일 따위에게 쓰러지지 않는다 믿고 있었기에.

그렇기에 아버지에 대한 걱정보다도 루이의 생각을 하던 것이었다.

늘 그랬듯이, 그녀의 아버지는 이번 시련도 굳게 넘기리라 믿었으니까.

그래서였을까.

공허한 눈빛의 백작부인이 이윽고 내뱉은 말에, 펠리체가 휘청거린 것은.

“펠리체… 네 아버지가, 죽었다.”

백작부인이 다시 눈물을 쏟아낸다.

그녀들은 모르겠지만, 아까까지 오열하고 쓰러지기를 반복하던 그녀였다.

펠리체의 머리는 어머니의 말을 이해하기를 거부했다.

죽어?

누가?

아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갑자기 주변의 소리가 사라진다.

세상이 빙글 도는 것 같더니, 사위가 어두워진다.

그렇게, 마침내 어머니의 말을 받아들인 펠리체는.

그 충격에, 그대로 기절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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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나면, 침대 위였다.

낯선 천장이었다.

아카데미의 기숙사도 아니고, 영주성 내 자신의 방도 아니었다.

차라리, 전부 꿈이었으면 좋겠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펠리체가 허탈한 웃음을 짓는다.

자신의 방은, 가고일 떼의 습격으로 영주성과 함께 박살났으려나.

그녀가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마침 방으로 들어오던 메이드는, 그녀가 깨어났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린다.

가문의 사용인들이 치유사니 사제니 불러오겠다고 하는 것을, 펠리체는 힘없이 내쳤다.

자신은, 그럴 자격이 없다.

그런 인력이 있다면, 다른 다친 이들에게 보내는 것이 맞다.

펠리체 자신 때문에 다치게 된 이들 말이다.

그녀가 깨어나고 나서, 영주성에 남은 그나마 멀쩡한 방 하나에 세 여인이 모였다.

펠리체 안스베르크, 루시 안스베르크, 그리고 메리 안스베르크 백작부인.

남은 안스베르크 가문의 사람들이었다.

이제, 가문의 앞날은 그녀들의 손에 달려 있었다.

메리 안스베르크 또한 누구보다 큰 충격을 받았으나, 그녀는 어른.

백작부인도 충분히 힘든 상황이지만, 그녀는 우선 자신의 딸들을 위로한다.

이윽고, 그녀가 펠리체에게 말한다.

“펠리체, 정말로 고맙구나. 그나마 네 경고 덕에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었어. 자칫하면 네 동생까지 위험해질 뻔했으니…”

펠리체는 순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저게 도대체 무슨 소리란 말인가?

경고를 한 것은 자신이 아니라 루이 발렌슈…

“아.”

펠리체가 얼빠진 소리를 낸다.

이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은, 루이.

여동생은 루이가 미리 경고해줬다고 말했는데, 어머니는 자신이 경고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또다시, 안스베르크와 발렌슈타인.

그리 명석하다고 하기는 어려운 그녀였지만,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는 충분히 예상이 됐다.

펠리체의 얼굴이 수치심으로 붉게 물든다.

자신은, 절대로 저 감사를 받을 수 없는 인간이다.

오히려 이 사태에 누구보다도 큰 책임이 있는 인물이지.

펠리체는 입을 열었다.

아니, 열려고 했다.

펠리체를 순간 망설이게 만든 것은 두려움이었다.

자신의 탓으로 영지가 박살나고, 아버지가 죽었다는 것을 직접 고백해야 한다는 두려움.

그걸 들었을 때 어머니와 여동생이 보일 반응이 두려웠다.

그리고, 그녀가 잠깐 망설이는 사이.

경멸스럽다는 표정을 한 루시가, 대신 입을 연다.

“죄송해요, 어머니. 제가 거짓말을 했어요.”

“잠깐…”

펠리체가 다급하게 말을 하려고 하지만, 루시는 그녀를 무시하고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경고를 한 것은, 언니가 아니라 루이 발렌슈타인 공자님이었어요.”

“루이… 발렌슈타인?”

백작부인이 의문을 표한다.

“네. 발렌슈타인이 말해봤자 아무도 듣지 않을 것이라면서, 언니의 이름을 대라고 했어요.”

가고일의 습격이 시작된 후에는, 상황이 급박하여 진실을 털어놓을 시간이 없었다.

그러나, 루시는 가문 차원에서 어떻게든 루이에게 보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동시에, 자신의 언니에게 따질 것도 있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모두가 모인 이 자리에서 어머니에게 루이 공자님이 보낸 편지를 주었다.

의문 가득한 표정으로 편지를 받아 든 백작부인의 표정이, 그 어느 때보다도 차갑게 변한다.

그야, 편지에는 이런 구절이 있었으니까.

‘루시 영애. 펠리체 안스베르크에게 이미 경고를 했지만, 혹시 모르니 이렇게 편지를 보냅니다.’

펠리체에게 이미 경고를 했다는 그 말.

그러나, 펠리체에게서 가문으로 온 경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뿐일까.

가고일 떼의 습격부터 지금까지도, 펠리체에게서는 아무런 말도 없었다.

백작부인이 싸늘한 목소리로 묻는다.

“펠리체. 루이 발렌슈타인 공자는 이미 네게 경고를 했다고 하는데, 어째서 너는 지금까지 아무런 말이 없었지?”

펠리체는 죄책감에 목이라도 매달고 싶었다.

‘아, 전부 들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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