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 히로인들의 구원을 관뒀습니다-30화 (30/69)

EP.30 공개 사과

내가 교실에 들어서서 자리에 앉을 때까지.

모두의 시선이 나를 따라온다.

아, 너무 따갑다.

오늘따라 수군거리는 소리도 한층 큰 느낌이다.

사실, 내가 한 짓을 생각하면 당연하겠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고, 레오 놈이 교실로 들어왔다.

그쪽을 힐끔 바라보니, 역시나 죽을상이다.

이윽고, 학급 전원이 교실에 도착하고.

결투 참관인인 이안 덱스터 교수가, 1교시 마법 수업의 헨리 윌스턴 교수와 함께 들어온다.

미리 양해를 구한 것인지, 헨리 교수가 우리에게 설명을 시작한다.

“잘들 지냈나. 레오 엡실트, 루이 발렌슈타인. 두 생도는 앞으로 나오도록.”

나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레오 놈은 꼭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교실 앞으로 나갔다.

“지난 결투는 전부 봤겠지. 그 결투의 조건이었던 공개 사과를 이번 시간에 하고자 하는데, 혹시 불만 있는 생도 있나? 수업을 들어야 하겠다든가…”

당연하지만,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이런 개꿀잼 이벤트를 앞두고 진도나 나가자고 하는 놈은, 나중에 반 친구들한테 진짜로 매달릴 수도 있다.

“…아무도 없나?”

조금은 불쾌한 기색의 헨리 교수가 되묻는다.

하루도 빠짐없이.

심지어는 방학 전날까지도 꽉 채워서 수업을 하시는 헨리 교수님은, 이런 우리가 마음에 들지 않으셨나 보다.

아무튼, 헨리 교수님은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시며 뒤로 물러나고.

이안 교수가 내게 다가온다.

그가 들고 있던 종이를 보며, 내키지 않는다는 목소리로 내게 묻는다.

“그래… 루이 발렌슈타인 생도. 자네는 레오를 포함한 전 파티원들이 자네를 멋대로 추방하려 하고…”

그가 내가 전에 제출한 결투 신청서를 읽는다.

“…추방의 이유로 루이 생도가 파티 활동에 불성실하게 임했으며, 뒤떨어지는 실력 때문에 방해가 된다고 말한 것이 자네의 명예를 실추시켰다 주장했지?”

“예,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전부 거짓말이며 오히려 실상은 그 반대라고 주장했고.”

“예.”

나는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드디어 사과를 받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안 교수가 계속해서 말을 이어간다.

“루이 발렌슈타인 생도. 결투의 조건이 너무 가혹하다 생각하지는 않나? 승자답게 아량을 보이는 것이…”

아니, 교수님.

왜 갑자기 개소리를 지껄이고 그러십니까.

도대체가 엡실트 가문에서 돈이라도 받아드셨나.

내가 이래서 레오의 퇴학이라는 조건을 걸지 않은 것이다.

만약 내가 그를 진심으로 퇴학시키려 마음먹어도, 위에서 어떻게든 막았겠지.

그런데, 공개 사과와 가문의 보검 정도는 허용 범위 내다.

물론 이것도 절대 가벼운 것은 아니지만.

반 생도들 사이에서도 이안 교수의 말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내가 너무 심하다나 뭐라나.

근데, 어림도 없지.

“교수님. 레오 생도는 결투 직전까지도 제가 파티 활동에 불성실하게 임하고, 제 실력이 뒤떨어진다는 거짓을 공개적으로 떠들고 다녔습니다.”

이건 진짜였다.

내가 그거 때문에 얼마나 빡쳤었는지.

“이미 소문이 아카데미 내에 퍼진 바, 그걸 바로잡으려면 공개 사과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내 대답을 듣고, 잠시 말이 없던 이안 교수.

그는 또다시, 조금은 추하게 내게 말한다.

“크흠… 그건 그렇다 해도, 가문의 보검은…”

“이미 결투의 조건으로 가문의 보검을 걸었다는 사실을 다들 알고 있습니다.”

내가 말했다.

“만약 이후에도 레오 생도가 그 검을 가지고 있다면, 결투의 조건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소문이 퍼져 오히려 레오 생도의 명예가 실추될 것입니다.”

내 말에, 이안 교수는 결국 입을 다물었다.

그 역시 내키지 않는 표정이었던 것이, 레오가 그에게 강하게 부탁이라도 했나 보다.

아무튼, 마침내 이안 교수가 내 전 파티원들을 부른다.

“에스더 칼트 생도, 베로니카 엘트윈 생도, 엘린 니디아 생도, 아이네 생도는 앞으로 나오도록.”

펠리체가 없다는 것은 약간 아쉽지만, 이 정도면 그런대로 만족스러운 무대다.

내게 처음으로 사과하는 것은 성녀였다.

에스더가 입술을 꽉 깨물고, 부들부들 떨며 내 앞에 선다.

“…제가 어째서, 당신 따위에게…”

그녀가 분한 듯 중얼거린다.

나는 그녀에게 활짝 웃어주며, 일부러 크게 말했다.

“설마, 방금 그게 사과?”

“…죄송합니다.”

얼굴이 붉어진 그녀가, 분노를 꾹 억누르며 내게 말한다.

이윽고, 몸을 돌려 들어가려는 그녀.

‘그럴 순 없지.’

내가 당한 게 있는데, 겨우 죄송합니다 한마디로 끝낼 수는 없지 않겠는가?

“흐응… 설마, 그게 끝? 가정교육도 제대로 못 받았나?”

참고로, 성녀가 가정교육을 받은 곳은 교단이다.

그녀가 분노한다.

“다, 당신! 방금 뭐라고…”

“아니, 에스더. 사과란 말이지, 최소한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정도는 제대로 말해야 하는 것 아니겠어?”

나는 그리 말하며, 레오를 눈짓했다.

네가 제대로 안 하면, 실추되는 것은 레오의 명예다.

“크윽…”

그 뜻을 알아들은 것인지, 에스더는 다시 내 앞에 선다.

“…당신에 대한, 거, 거짓말을 퍼뜨린 것에 대해 사과하겠습니다…”

분노로 인해, 그녀의 목소리가 떨린다.

“무슨 거짓말?”

“당신, 적당히…”

“뭐라고?”

“…당신이 파티 활동에 제대로 참여하지 않고, 실력이 떨어져 방해가 된다는 거짓말을… 해서…”

나는 웃었다.

“응, 그러니까 그게 거짓말이란 소리지? 그래, 잘했어.”

나는 마치 말을 잘 듣는 강아지를 칭찬하는 것 같은 말투로 그녀에게 말했다.

성녀는 기어코, 분노로 인해 눈가에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이제 들어가도 돼.”

내 허락에, 그녀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

다음은 엘린 니디아였다.

그녀는 방금 에스더의 치욕으로 배운 것이 있었는지, 한 번에 제대로 끝냈다.

“루이 발렌슈타인… 당신이 파티 활동을 제대로 하지 않고, 실력이 떨어진다는 거짓말을 한 것을 사, 사과하겠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들을수록 열불이 터졌다.

내 실력이 떨어진다는 말이야, 이번 결투로 모두가 내 실력을 확인했을 테니 괜찮지만.

뭐, 내가 파티 활동에 불성실하게 임해?

니들 구원하고, 마왕 좀 막아보겠다고 그렇게 노력한 내가?

갑자기 안에서부터 솟구치는 분노에, 잠시 진정하려 노력했다.

다음은 베로니카 엘트윈이었다.

나는 그녀를 복잡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결투가 끝나고서는, 그녀와 또다시 한바탕 말싸움을 했으므로.

그녀가 내 눈을 피하며, 내게 사과한다.

“루이… 너에 대해서 거짓말을 한 거, 너를 파티에서 추방한 거, 지금까지 심하게 대한 거 전부 사과할게. 진심이야.”

그녀가 고개를 푹 숙이고서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한다.

그녀의 양 귀는 그녀의 머리카락만큼이나 빨갰다.

‘나한테 사과하는 게 그렇게 분하고 쪽팔리나.’

뭐, 그녀의 성격을 생각하면 당연하겠지만.

이상하게도, 그녀의 사과는 다른 이들과 조금 달랐다.

우리의 사정을 모르는 이들이 듣는다면, 진심으로 사과를 하고 있구나 착각할 정도.

어째서일까 잠시 고민을 하던 나였으나, 곧 답을 알 수 있었다.

‘아, 내가 에스더한테 창피를 준 것 때문에…!’

처음에 에스더가 제대로 사과를 하지 않았다고, 계속해서 다시 시키던 나였다.

자존심 강한 베로니카로서는, 죽어도 그런 꼴은 당하기 싫었겠지.

그러니, 쪽팔리더라도 한 번에 끝내자 마음을 먹은 것이리라.

그녀도 들어가고, 아이네가 내게 사과하러 온다.

아이네 역시 내 눈을 마주치지 못한다.

그녀도 내게 죄책감을 느끼고 있겠지.

가장 믿었던 만큼, 내가 가장 배신감을 느꼈던 것도 아이네였다.

내가 다른 파티원들에게 느끼는 것이 분노라면.

아이네를 생각할 때마다 조금 슬펐다.

근데, 어차피 그녀들에 대한 일은 이제 신경을 끄기로 마음먹었다.

내가 먼저 나서서 어째서 나를 배신했냐, 구차하게 매달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내가 그런 생각을 하는 와중, 아이네가 내게 사과한다.

“루이 님… 정말 죄송해요. 파, 파티에서 멋대로 추방해서 진짜로… 진짜 죄송해요…”

어째, 사과가 조금 이상하다.

지금 사과하는 건 나를 파티에서 추방한 게 아니라, 내 명예를 실추시킨 것에 대해서일 텐데.

아무튼, 나는 아이네도 돌려보냈다.

비록 진심이 느껴지는 사과는, 그나마 아이네가 유일했지만.

어차피 목적은 사과를 듣는 게 아니라, 놈들에게 수치를 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건 제대로 성공했고.

지금 생도들의 표정을 봐라.

거기에, 여전히 부들부들 떨고 있는 성녀도.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기분이 좋지만, 아직이다.

메인디쉬, 레오 엡실트가 남아있다.

그가 내 앞에 선다.

“…미안하다.”

그가 짧게 내뱉는다.

역시, 레오는 멍청하다.

아까 에스더의 모습을 보고서도 배운 게 없다는 말인가.

“그게 끝?”

“…네놈, 기필코 죽인…”

“결투 한 번 더 할까? 뭐, 결과는 똑같을 것 같다만…”

“후우… 네놈이 파티 활동에 제대로 참여하지 않고, 실력이 떨어져 방해가 된다는 거짓말을 한 것을 사과한다.”

놈이 힘겹게 말한다.

“그래. 내 실력이 떨어져서 방해가 되면, 넌 도대체 뭐냐?”

내가 그리 비웃어도, 놈은 아무런 말대꾸도 하지 못하고.

꼭 성녀처럼 부들부들 떨며, 자리로 돌아간다.

…돌아간다.

‘어?’

너무 자연스러워서 하마터면 잊을 뻔했네.

“야.”

고개를 돌리는 레오.

“검, 줘야지?”

나는 씨익,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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