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 히로인들의 구원을 관뒀습니다-41화 (41/69)

EP.41 베로니카의 방학

“샐리! 어떻게 온 거야?”

그녀의 품에 안긴 채로, 베로니카가 묻는다.

“베로니카가 너무 보고 싶어서, 어떻게 좀 해 봤지!”

“그러면 이제 계속 볼 수 있는 거야?”

베로니카가 기대에 찬 목소리로 묻지만.

“아니, 그건 무리. 보안이니 뭐니 해서, 이렇게 나오기가 쉽지가 않아.”

“히잉… 이미 몇 년이나 지났으면서, 언제 끝나…”

풀이 죽은 베로니카의 머리를 샐리가 쓰다듬는다.

“조금만 더 기다려, 베로니카.”

비록 둘은 여전히 편지로 소식을 주고받는 중이었으나.

편지 역시 보안이니 기술 유출이니 하며 흑색 마탑 측에서 검열을 하는 터라.

편지를 통해 사적인 내용을 이야기하기는 조금 그랬다.

“아무튼 고생했지, 베로니카? 마탑주님도 기다리고 계셔. 정리하고 가자!”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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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적당히 짐을 정리하고 씻고 난 뒤, 베로니카는 샐리와 스승님에게로 향했다.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적색 마탑의 마탑주, 스칼렛 마르슈가 베로니카를 환영한다.

“오랜만이다, 베로니카!”

“스승님!”

베로니카는 스칼렛에게도 달려가 포옹을 나눈다.

다른 사람들이 두 눈으로 보고서도 믿기 어려울 마탑주의 모습이었으나.

베로니카와 스칼렛에게는 익숙한 일이었다.

“그래, 어서 앉아봐라.”

스칼렛이 베로니카를 재촉한다.

그러나 베로니카는 스승님이 원하는 아카데미 이야기를 하는 대신.

앞의 스칼렛과 샐리를 돌아보며, 잠시 고민했다.

그래, 부끄러워서 남에게 이야기하기는 죽기보다 싫었지만.

누군가에게 이야기한다면, 그래도 이 둘밖에는 없다.

이대로 루이와의 사이가 끝장나는 것보다는, 차라리 조금 부끄러운 게 낫지.

“스승님. 그리고 샐리. 고민이 하나 있는데…”

“응? 무슨 일이냐?”

“뭔데, 베로니카?”

둘이 관심을 보인다.

“무슨 마법에서 막힌…”

“아니아니, 그건 아니구요…”

스칼렛은 베로니카가 마법에서 어딘가 막힌 것은 아닐까 생각했지만.

베로니카의 고민은, 그것보다는 조금 더 어려운 문제였다.

적어도 스칼렛에게는 말이다.

베로니카는 이윽고,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다시, 약간의 시간이 지나고.

“…그렇게 된 거예요. 이제 어떡하죠?”

“하아…”

“하아…”

스칼렛과 샐리.

둘은 동시에 한숨을 내쉬었다.

“베로니카… 너 혹시 진짜로 그 애를 싫어하는 건 아니지?”

“그럴 리가! 절대 아니야, 샐리!”

베로니카가 샐리의 물음에 펄쩍 뛴다.

“아니, 근데 네 행동을 보면…”

더 하려다, 샐리는 우선 말을 아꼈다.

대신에 스칼렛을 노려본다.

“마탑주님, 도대체 베로니카를 어떻게 교육시켰으면…”

“크흠.”

스칼렛이 샐리의 시선을 묘하게 피한다.

“아무튼, 베로니카.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나조차도 일이 되게 잘못됐다는 생각은 든다.”

스칼렛의 확인사살까지.

베로니카는 아예 울상이 됐다.

“어, 어떻게 하죠?”

“어떻게 하긴! 당장 사과해야지!”

샐리가 외친다.

그렇지만, 베로니카는 의문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치만, 샐리. 내가 이미 사과를 했는데도, 루이는 여전히…”

“잠깐, 잠깐, 잠깐, 잠깐. 잠깐만, 베로니카.”

샐리가 베로니카의 말을 끊는다.

“베로니카, 사과를 했다고? 언제?”

“그, 왜 결투가 끝나고 나서…”

“아까 결투의 대가로, 베로니카가 루이한테 사과를 했다고 하지 않았냐.”

베로니카와 스칼렛이 차례대로 말한다.

그리고 그 말에, 샐리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이마를 짚었다.

“하아…”

“왜, 왜 그래, 샐리?”

“확실히, 사과만으로는 부족한 것이려나.”

베로니카와 스칼렛이 다시 말하고.

샐리가 소리를 빼액, 지른다.

“이 마법사들이 진짜! 그건 사과가 아니지!”

“…?”

의아하다는 그녀들의 표정에.

마법사들 중 그나마 보통의 사람 이상의 인간관계를 가진 샐리가, 답답하다는 듯이 가슴을 손으로 친다.

“아니, 베로니카. 루이라는 애가 네 사과를 진심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아?”

“역시 조금 더 진심을 담았어야…”

“그게 문제가 아니라니까!”

여전히 엉뚱한 데에서 반성하는 베로니카에게, 샐리가 외친다.

“애초에 그 사과라는 게, 결투의 조건으로 내걸어서 꼭 해야 하는 거였다며?”

고개를 끄덕이는 베로니카.

“하아… 그러면 루이라는 애는 당연히 네가 울며 겨자 먹기로 한 사과라고 받아들이겠지. 누가 그 상황에서 네가 진심으로 사과했다고 생각하겠어.”

“그런가…?”

“그런가… 가 아니라!”

오늘만큼 베로니카가 답답했던 적이 없는 샐리였다.

샐리의 무서운 기세에, 스칼렛은 이미 한쪽 구석에 찌그려져 있었다.

“베로니카.”

“어, 어?”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한 샐리.

베로니카 역시 자연스레 잔뜩 긴장했다.

“개학하자마자, 당장 루이에게 달려가서 사과해. 아니, 사과로도 부족해.”

베로니카가 침을 꿀꺽, 삼킨다.

“우리한테 했던 이야기도 전부 걔한테 털어놔. 내가 보기에, 지금 네가 숨기고 있는 것도 몇 개 있는 것 같거든?”

뜨끔.

베로니카가 뭐라고 하려 하지만, 샐리의 말이 더 빨랐다.

“그걸 묻지는 않을 테니까…”

“나는 궁금하다만?”

“마탑주님은 가만히 좀 계세요!”

“알았다…”

다시 찌그러진 스칼렛.

“전부 걔한테 사실대로 말하고, 그 다음에 사과를 해. 알겠지?”

베로니카가 대답을 망설인다.

전부, 사실대로 말하라고?

‘내가 루이를 좋아해서, 걔한테 일부러 못되게 굴었다는 걸?’

쪽팔려 죽는다.

차라리 혀를 깨물고 자살하는 편이…

“아니면, 이대로 루이랑 멀어지고…”

“그건 싫어!”

소리치는 베로니카였다.

“그러면 제대로 사과해. 전부 사실대로 털어놓고. 알았지?”

“으, 응…”

결국 고개를 끄덕이는 베로니카였다.

물론, 샐리는 베로니카에게 하지 않은 말이 하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걔가 받아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정말로 문제였다.

어째서인지 머리가 아파져 오는 샐리였다.

마침내 베로니카의 고민 상담이 끝나고.

다시 셋은 가벼운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베로니카의 아카데미 이야기.

스칼렛의 실험 이야기나, 적색 마탑의 이야기.

샐리가 들려주는 흑색 마탑에서의 이야기까지.

“그러고 보니까, 이상한 일이 있었다.”

스칼렛이 말한다.

“뭐가요?”

“얼마 전부터, 황실에서 기초 마법 물품의 구매처를 다른 마탑으로 바꿨어.”

“예?”

“그게 끝이 아니다. 놈들이 지원금까지 없애겠다고 하더구나.”

“헉! 그거 보통 일이 아니잖아요!”

그리 외치는 샐리.

“도대체 어째서래요?”

그렇게 묻지만.

“사실… 나도 잘 모른다.”

“예? 이유조차 말하지 않았다고요?”

“아니, 그건 아니고…”

스칼렛이 뒷머리를 긁적거리며 말한다.

“황실에서 이 소식을 전하려고 사람이 왔는데… 그으, 지원금을 끊는다는 말을 듣자마자 눈이 돌아가버려서…”

“설마, 황실의 사자를 쫓아냈다든가…”

샐리가 걱정스레 묻지만.

“아니, 듣자마자 빡쳐서 마법을 난사했더니… 사자가 그 길로 도망치는 바람에…”

“이런 미친!”

샐리의 머리가 한층 더 지끈거려온다.

“아무튼, 다음에 황실에 직접 방문할 생각이다. 무슨 일인지는 제대로 확인하고 해결해야지.”

“예. 제대로 사과도 꼭 하시고요.”

둘의 대화를 듣는 베로니카는 식은땀이 흘렀다.

다름이 아니라, 펠리체의 장례식 당시의 일이 생각나서였다.

‘황녀가 말했던 처벌이… 설마?’

안절부절못하는 베로니카였다.

아무튼, 대충 셋의 대화가 끝나고.

스칼렛은 해야 할 일이 많았기에, 샐리와 베로니카는 방을 나왔다.

베로니카가 샐리에게 부탁한다.

“샐리, 내 돈 모은 거 있잖아.”

“어, 그건 왜?”

베로니카가 마탑 바깥으로 다니며, 연습 겸 의뢰를 해결하고서 받은 돈이 있었다.

어차피 마탑주의 후계자인 베로니카에게는 마탑에서 모든 지원이 쏟아졌기에.

그렇게 베로니카가 쓰지 않고서 모은 돈은 제법 많았다.

“그거, 쓸데가 생겼어.”

“어디?”

“비밀.”

“힝… 알았어, 내가 찾아줄게.”

“고마워, 샐리!”

샐리가 의아하다는 얼굴로 묻는다.

“근데, 베로니카. 그 돈은 모아서 나중에 너만의 공방을 차릴 거라고 하지 않았어?”

분명, 그것은 베로니카의 꿈이었다.

어차피 나중에는 적색 마탑이 그녀의 것이 될 예정이었으나.

자신만의 마법 공방은, 모든 마법사들의 로망이었으니까.

“뭐… 돈은 또 모으면 되지.”

샐리가 계속해서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지만.

베로니카는 곤란하다는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확실히 그 돈은 베로니카에게 큰 의미가 있는 돈이었다.

하지만, 그 돈을 쓸데가 두 군데 있었다.

우선 돈의 절반은, 스승님에게 가고일에 대한 이야기를 사실대로 털어놓고.

마탑의 운영 자금으로 쓰라고 드릴 것이다.

비록 마탑에서 쓰는 돈에 비하면 적은 돈이었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너무 양심에 찔렸으니까.

마탑의 지원금이 끊긴 것은, 분명 장례식에서 황녀가 운운했던 자신에 대한 처벌이리라.

설마 개인이 아니라 가문.

아니, 베로니카의 경우에는 마탑 차원에서 제재를 할 줄이야.

그리고 나머지 절반 역시, 쓸데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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