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42 아이네의 방학
쾅!
“제가 돌아왔습니다, 언니!”
아이네가 문을 열어젖히며 외친다.
그러나, 허름한 집 안에서는 아무런 대답도 들리지 않는다.
“언니? 언니이?”
천천히 집 안을 둘러보며, 연신 언니를 부르는 아이네.
“언니, 제가 왔다구요?”
어쩐지 불안한 기분이 들어, 집을 둘러보는 아이네의 발걸음이 빨라진다.
워낙 작은 집이라 금방 다 확인했고.
“어, 언니…?”
마침내 아이네가 울상이 되기 직전.
“누, 누구인 것입니까!”
그녀의 뒤에서 끼익, 문이 열리며.
등장하는 것은, 역시 백발의 소녀였다.
손에는 피를 뚝뚝 흘리고 있는 닭은 한 마리 든 채로.
“아, 밖에 나갔다 온 것이네요.”
안도하는 아이네였다.
“아이네!”
“언니!”
둘이 서로를 껴안는다.
“언니, 보고 싶었어요!”
“저도요, 아이… 커헉!”
푸확!
아이네와 서로 끌어안고 있던 그녀의 언니, 리아.
그녀가 갑자기 피를 토한다.
---
보글보글.
낡은 냄비 안에서 물이 끓는다.
“으흐흥~”
리아가 냄비 안에 차례대로 재료를 집어넣는다.
마당에서 키우던 당근.
시장에서 쓰레기를 쌓아 둔 곳에서 주워 온 썩은 감자…
물론, 썩은 부분은 도려내고 멀쩡한 부분만 사용한다.
집 근처에서 자라던 민들레 뿌리.
옆집에서 버린 무 이파리.
“언니, 언제 연금술을 배운 건가요?”
“맛있겠죠?”
아이네의 눈썹이 약간 꿈틀거리지만.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이네를 위해서 준비한 이 닭!”
“와아아아!”
아이네가 박수를 친다.
다른 부재료가 어떻든 간에, 고기가 들어가면 무조건 맛있다.
아카데미의 학생식당에서도 늘 가장 싼 메뉴를 먹거나.
그것조차 비싸서 매점 빵으로 식사를 때우는 아이네에게, 오랜만에 보는 고기는 너무나 행복했다.
“그런데, 어디서 돈이 나서…”
“걱정 마세요! 아이네가 오랜만에 왔으니까, 저기 한스네에서 훔쳐왔어요!”
참고로, 리아의 직업은 도둑.
물론 도둑을 직업이라고 부를 수 있겠느냐는 논쟁의 대상이 될 수 있겠다만.
아무튼, 한스네라면 그녀들이 어릴 적에 늘 거지새끼라고 욕을 하고 때리던 집이었다.
아이네의 표정이 밝아지지만, 다시 걱정이라는 표정을 짓는다.
“언니, 그렇게 돌아다녀도 되는 건가요? 몸이…”
“걱정 마세요, 아이네. 요즘은 다시 멀쩡… 커헉!”
푸확!
잠시 뒤.
“자… 다 됐답니다!”
리아가 낡은 목재 식탁 위에 냄비를 올린다.
아이네와 리아는 각자 다리부터 하나씩 들고 오물오물하기 시작했다.
“마, 맛있어요!”
아이네의 눈이 반짝반짝 빛난다.
“그런데, 색깔이 살짝 붉네요? 당근 때문인가요?”
정확히 말하자면, 아까 리아가 토한 피가 약간 들어간 것 같았지만.
리아는 그저 당근 때문이라며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아무튼, 둘이 행복하게 닭고기 수프를 먹는 와중에도.
리아와 아이네는, 오랜만에 보는 서로를 걱정하고 있었다.
리아의 경우, 아이네가 아카데미에서 무슨 일이 있는 것은 아닌지.
실제로 아이네의 성격은 아카데미 생활을 하며 훨씬 소심하고, 우울하게 변했다.
집에 돌아와서는 이전의 성격대로 행동하며 언니를 걱정시키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었지만.
그녀를 누구보다도 잘 아는 리아에게는, 그 차이가 보였다.
반면 아이네의 경우, 리아의 몸 상태를 걱정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언니를 만났을 때보다도, 피를 토하는 빈도수가 늘었다.
아닌 척하지만, 지난번보다 안색도 훨씬 창백해 보였고.
아까 밖에 나갔다 온 리아는, 꼭 쓰러질 것처럼 비틀거리고 있었다.
사실 아이네가 아니라 누가 보더라도 아파 보이는 모습이었다.
둘은 순식간에 수프를 해치웠고.
냄비를 들고 가려는 언니에게 말한다.
“앉아 있으세요, 언니! 제가 할게요!”
아이네가 그녀에게서 냄비를 뺏어들고서는, 그걸 씻으러 간다.
식탁이 대충 정리가 되고.
둘은 다시 자리에 앉아,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아카데미는 어떤가요, 아이네?”
“후후, 다들 이 몸의 진가를 알아보고서 친해지고 싶다고 부탁을 한다고요?”
리아가 웃는다.
물론, 속으로는 거짓말이라는 것을 짐작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아이네의 아카데미 생활.
물론 많은 과장와 각색이 있었지만.
아무튼, 그런 아카데미 생활에 대한 이야기가 끝나고.
다음으로는 리아의 차례였다.
아이네가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
“언니, 많이 아프죠?”
리아가 뭐라 말을 꺼내기도 전.
쾅, 아이네가 식탁 위에 무언가 묵직한 자루를 올려놓는다.
“이건…?”
“열어보세요.”
리아가 의문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조심스레 자루를 열어본다.
이윽고, 그녀가 펄쩍 뛰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이, 이, 이, 이게 뭔가요!”
“언니를 위해 제가 마련한 돈이랍니다. 이거면 그냥 사제도 아니고, 무려 고위 사제에게 치료를 받을 수 있어요!”
아이네가 기쁜 얼굴로 말한다.
물론 그 얼굴에는 약간의 슬픔도 섞여 있었지만.
갑자기 본 무지막지한 양의 돈에 놀란 리아는, 그걸 눈치채지 못했다.
“이런 돈이 어디서!”
그 질문에, 아이네는 준비해 놓았던 대답을 읊는다.
“후후후… 이 몸의 엄청난 실력으로, 아카데미에서 열린 대회에서 우승을 했답니다? 이건 그 상금!”
“그게 정말인가요!”
기뻐하던 리아였으나, 다시 표정이 흐려진다.
“그래도… 아이네, 이 돈이라면…”
“언니, 조용히 하세요! 만약 언니가 치료를 받지 않겠다면, 저는 아카데미에서 자퇴할 거예요!”
“헉! 그런!”
결국, 리아가 못 말리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아이네를 꼭 끌어안는다.
“아이네, 정말 고마워요…”
이런 쑥스러운 상황에는 면역이 없는 아이네의 얼굴이 새빨개진다.
그러나 언니의 감사를 받으면서도, 아이네는 계속해서 가슴 한구석이 쿡쿡 찔리고 있었다.
그야, 저 돈은.
친구를 팔고서 얻은 돈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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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이네의 강력한 주장으로, 리아는 최고의 치료를 받기 위해서 제도의 신전으로 향했다.
리아의 몸 상태는 여전히 심각했으나, 그 정도 여정은 버틸 수 있다고 본인도 말했다.
신전으로 가는 길.
아이네는 계속해서 그녀의 언니를 곁눈질했다.
리아와 아이네는 고아였다.
고아 꼬맹이.
그것도 여자 둘이서 살아남기에 제국은 절대 만만한 곳이 아니었지만.
천만다행으로, 둘은 어느 고아원에 맡겨졌다.
그러나 아이네가 7살쯤 되었을까.
둘이 살던 고아원이 문을 닫았고, 그녀들은 졸지에 다시 거리로 내몰렸다.
여기서 둘에게는 또 행운이 있었는데, 리아가 도둑질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시장에서 작은 빵덩어리를 훔치는 것부터 시작해서.
소매치기를 하거나, 마차에서 짐을 빼돌리거나.
처음에는 들켜서 죽도록 얻어맞는 일도 종종 있었다.
그런 날이면, 아이네는 끝도 없이 울어댔고.
리아는 늘 말했다.
“후후… 아이네, 걱정 마세요? 언니는 괜찮으니까.”
시간이 지나며 리아의 실력은 일취월장했고, 걸리는 일도 없어졌다.
이제 그녀는 심지어 부잣집을 털거나, 귀족의 주머니에 손을 대는 일도 있었다.
아이네도 역시 자라서, 누가 자매 아니랄까 봐 그녀 역시 같은 재능을 보였으나.
리아는 절대 아이네가 도둑질을 하지 못하게 했다.
다시 몇 년이 지나고.
리아가 모은 돈은 생각보다도 엄청났다.
그 돈이면 둘이서 괜찮을 집을 사서 생활할 수도 있었지만.
리아는 대신에, 아이네에게 아카데미의 입학 시험을 보게 했다.
아이네가 도둑질.
다시 말해서, 도적이나 암살자 역할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는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카데미에 장학금을 받아 입학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렇기에, 리아는 지금까지 모은 돈을 전부 털어 아이네를 아카데미에 보내기로 결심했다.
아이네가 자신처럼 평생 도둑질이나 하며 사는 것은 싫었으니까.
그때부터였을까.
리아의 몸이 조금씩 나빠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겨우 잔기침 정도였고, 리아는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러나 아이네가 아카데미에 입학을 하고.
리아의 몸 상태는 호전되는 일 없이 계속해서 나빠졌다.
약초를 먹어도, 의원을 찾아도 소용이 없었다.
교단의 성직자에게 치료를 받는 일이 최선이겠으나.
모아 둔 돈은 전부 아이네를 아카데미에 보내는 데에 써버렸다.
도둑질을 해서 다시 벌고자 해도, 몸 상태가 급격히 나빠져서 이전과 같은 도둑질이 불가능했다.
리아는 아이네에게 어떻게든 숨기려 했지만.
이윽고 피를 토하기까지 하니, 아카데미에서 가끔씩 집으로 돌아오는 아이네에게 결국에는 들켰다.
언니가 자신을 어떤 심정으로 아카데미에 보낸 것인지, 아이네도 알고 있었다.
그렇다 해도, 아이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언니였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언니였으니까.
그녀는 아카데미에 자퇴를 문의했지만.
자퇴를 하더라도 이미 지불한 등록금은 환불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아이네는 수업이 없는 시간에 일을 시작했다.
아카데미 주변에서 일거리란 일거리는 전부 찾았다.
식당에서 그릇을 닦고, 상점 점원 일을 하고, 여관 청소를 하고.
가끔 생도들이 그녀를 비웃었지만, 아무런 상관도 없었다.
일 때문에 파티 활동에 집중을 못하자, 욕도 먹었다.
루이가 나서서 그걸 막아줬지만.
레오는 루이가 없는 틈에 아이네를 욕하고, 때리기도 했다.
그래도 괜찮았다.
루이에게는 늘 고마웠고.
레오에게 먹는 욕은 언니를 위해서라고 생각하면 버틸 수 있었다.
그러나, 아이네가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사제에게 치료를 받을 돈을 모으기란 요원했다.
그러는 새에 언니의 상태는 계속해서 나빠져만 가고.
그러던 어느 날.
레오 엡실트가 그녀를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