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 히로인들의 구원을 관뒀습니다-50화 (50/69)

EP.50 둘이서 할 이야기

내 앞을 막아선 것은 베로니카 엘트윈이었다.

방학도 지났건만, 어째 그녀는 그대로일까.

여전히 레퍼토리가 똑같다.

이제 또 내게 사과를 요구하겠지.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 같다.

변하는 것이 없는 우리 베로니카였다.

“그…”

“사과할 생각 없으니까, 비켜라.”

그렇게 말하고서 다시 걸음을 옮기려 했으나.

어째서인지, 베로니카는 팔을 파닥거리며 내 앞을 막아선다.

“잠깐, 루이! 이번엔 그게 아니라…”

도대체 그녀가 이번에는 무슨 이야기를 떠들려는 것일까.

어디 들어볼까 했으나, 그녀의 말을 끊는 존재가 있었다.

“제자야, 배가 고프다!”

“네?”

“응?”

갑자기 소리치는 스승님의 모습에, 나와 베로니카는 동시에 그녀를 돌아보았다.

“어서 가자! 따라오거라!”

“어? 어어?”

스승님은 내 팔을 잡고서, 순식간에 베로니카를 지나쳐 교실 문을 나섰다.

그 움직임이 굉장히 매끄러우면서도 신묘한 것이, 꼭 보법을 운용하는 것 같았…

‘뭐야, 진짜잖아?’

뒤편에서 베로니카가 얼빠진 소리를 내지만.

심지어 그녀가 나를 다시 부르기도 전에, 스승님은 나를 베로니카의 시야 밖으로 끌고 왔다.

마침내, 그녀가 발걸음을 멈추자.

나는 스승님에게 물었다.

“배 많이 고프셨습니까, 스승님?”

그리고 이유는 모르겠지만, 나를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스승님.

“제자야, 네가 이야기를 하기 싫어하는 것 같아서 데리고 나와 준 것이다.”

“아…”

“혹시 내가 괜한 짓을 했느냐?”

“아닙니다. 고맙습니다, 스승님.”

내가 말했다.

그녀가 내게 묻는다.

“방금 마주친 녀석이 베로니카 엘트윈 맞더냐.”

“어라, 어떻게 아셨습니까? 제가 말을 했던가요?”

“싸가지가 없어 보이는 것이, 꼭 네가 이야기하던 베로니카 엘트윈의 모습이었다.”

“푸흡!”

우리는 그대로 건물을 나왔다.

그리고 또다시, 생도들의 시선이 내게 집중되는 느낌이다.

물론 이전과 그 시선에 담긴 감정이 약간 다르기는 했다.

전부 황녀 전하 덕분이다.

안스베르크 백작의 장례식에서 회장님이 공식적으로 내 공을 치하했었기에.

거기에, 방학 전에 있었던 레오와의 결투에서 내 실력을 내보인 일도 있었다.

뭐,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제까지 나를 욕하던 생도들이 갑자기 ‘우오오, 루이 대단해!’ 이러는 일은 없었다.

그저, 전에는 나를 보며 떠들어대는 말이 전부 발렌슈타인에 대한 욕이었다면.

이제는 거기에 루이 발렌슈타인이라는 인간에 대한 흥미가 추가되었다는 정도일까.

이것도 나름 긍정적이라면 긍정적인 변화였지만 말이다.

아무튼, 나는 스승님과 함께 식당 쪽으로 향했다.

분명 그러고 있었는데.

“제자야.”

“예, 스승님?”

“저기 저 비둘기가 살이 통통하게 올랐다.”

“…?”

“살찐 비둘기는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이지.”

그리 말하며 비둘기에 달려드는 그녀.

“에헤이, 스톱.”

나는 그녀의 목덜미를 잡아챘다.

“켁! 무슨 짓이지, 제자야? 저기 비둘기가 도망치지 않느냐!”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설명을 해야 하지.

최대한 말을 고르며, 나는 그녀에게 제안했다.

“스승님, 이제 속세로 나오셨는데 문명의 이기를 조금 누려 보시지요.”

“무슨 뜻?”

“식사는 이제 식당에서 하자고요.”

그러자, 그녀가 말한다.

“나 때는 말이야…”

또 나왔다, 나 때는 말이야.

“…돈을 내야지 식당에서 식사를 할 수 있었어. 식사가 무료라니, 요즘 것들은 감사한 줄 알아야 해.”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금도 돈은 내야 하는데요?”

“그러면 나는 밥을 못 먹는데?”

아차.

“설마 돈이 하나도 없으십니까?”

그녀가 위아래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니 어서 새나 잡자꾸나. 앗, 저기 통통한 참새가!”

그리 외치며, 이번에는 참새에게 달려드는 그녀를 나는 또다시 낚아챘다.

“이런, 또 놓치지 않았느…”

“갑시다. 제가 사 드릴 테니까요.”

“오옷, 그거 정말이냐!”

눈을 반짝반짝 빛내던 그녀가 내게 묻는다.

“그런데, 제자야. 너는 늘 돈이 없다고 징징거리지…”

“스승님 밥 사 드릴 정도는 됩니다.”

실제로, 돈은 없었다.

프란츠 발렌슈타인 백작이 이제 용돈은 없다고 했지만.

그래도 아카데미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돈은 줬다.

문제는, 진짜로 ‘최소한’의 돈만 줬다는 것이지만.

그러니 원래라면 스승님에게 매일같이 밥을 산다면 나는 아마 곧 파산하리라.

그러나 내게는 늘 대책이 있었다.

원작 게임 지식… 과 관련된 것은 아니었고.

몰래 프란츠 발렌슈타인 백작의 지갑을 슬쩍한 것으로, 내 자금난의 일정 부분을 해결할 수 있었다.

아마 지금쯤이면 들켰으려나.

아무튼, 나는 잔뜩 흥분해서 꼬리를 마구 흔드는 스승님을 데리고 식당으로 향했다.

“마, 맛있다!”

와구와구 음식을 퍼먹는 스승님.

그렇게 우리 둘이서 식사를 하고 있자니.

곧이어, 방학 전에 나와 자주 식사를 하던 사람이 찾아왔다.

그래, 황녀 말이다.

평소처럼 내 앞에 앉으려던 그녀가 잠시 멈칫한다.

“누구…?”

그녀가 무심코 중얼거리자.

“암냠냠… 앨리스 쉴러라고 한다! 그대는?”

“…칼리아 슈펠츠다.”

통성명이 끝나자, 스승님은 대화를 이어 나갈 생각이 없다는 듯이 다시 고개를 접시에 묻었다.

실상은 음식에 정신이 팔린 것이겠으나, 그렇게 보였다는 뜻이다.

이윽고 자리에 앉은 황녀가 다시금 입을 연다.

“오랜만이다, 루이 발렌슈타인.”

“반갑습니다.”

음, 그렇게까지 친한 사이는 아니었다 보니.

오랜만에 만나니, 약간은 어색했다.

그래도, 저번 장례식에서의 일 이후로는 부쩍 가까워진 우리였다.

“그런데, 이쪽은…?”

“아.”

나는 회장님의 질문에 곧바로 대답을 못하고, 잠시 고민했다.

그리고 곧, 가장 무난한 대답을 고를 수 있었다.

“친구입니다.”

“호오. 그대가 본녀 이외에도 다른 친구가 있었다니, 참으로 놀랍군.”

“왜 갑자기 남의 아픈 구석을 찌르고 그러십니까.”

나와 회장님은 잠시 농담 따먹기를 했지만.

전체적으로, 식사의 분위기는 조용했다.

기본적으로 성격이 무뚝뚝한 회장님.

오랜만에 만나서, 그녀와 약간 어색해진 나.

그리고 음식에 집중하느라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스승님까지.

주위에서 친구들과 웃고 떠들며 식사를 하는 다른 생도들과는 참으로 비교가 되는 모습이었다.

“흐음… 어디서 본 것 같은데…”

황녀가 식사 도중에 그리 중얼거린 것을 제외하면 말이다.

“흐암, 맛있었다!”

스승님이 그녀의 작은 배를 통통 두드린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보던 황녀가, 다시 내게로 고개를 돌린다.

“루이 발렌슈타인, 잠시 할 이야기가 있다.”

“예? 무슨…”

“지난번 장례식에서의 일과 관련이 있다만…”

그녀가 조심스럽게 스승님을 눈짓한다.

그걸 알아챈 스승님이 귀를 쫑긋거린다.

“어… 스승님, 먼저 교실에 가 있으실래요?”

어차피 스승님께도 장례식에서의 일을 포함해서 전부 말씀은 드렸다만.

회장님이 단둘이서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시는 것 같으니 말이다.

뭐, 어차피 스승님은 이번 일과 별다른 관련도 없고.

그런데 어째서인지, 내 말을 들은 스승님의 꼬리가 축 처진다.

“알겠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터덜터덜 건물로 들어가는 그녀.

회장님은 한적한 곳으로 자리를 옮겨, 내게 이야기를 꺼냈다.

“미안하게 됐다, 루이 발렌슈타인.”

“예?”

“그대를 황궁으로 불러 직접 그 공을 치하하는 안이 기각되었다. 과정이 어떻든, 안스베르크 영지는 박살이 났고…”

그녀가 말을 흐린다.

“…그 말이다, 그대의 가문 탓에 반대가 심하여…”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뭐, 저는 회장님이 저를 위해 나서 주신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진짜로, 딱히 황궁에 초대받으리라는 기대는 없었다.

나름 혹하기는 했지만, 이걸 가지고 나를 시기하여 공격하는 이들이 훨씬 늘어날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나는 진짜로 괜찮았는데.

회장님은 내 표정을 어떻게 해석한 것인지, 더 미안한 표정이 되었다.

“후우… 본녀가 더 강하게 주장했어야 하는데.”

“아뇨, 아뇨.”

나는 격하게 손을 내저었다.

그런 내 모습에 그녀가 피식, 웃음을 터뜨린다.

“루이, 그대는 정말이지… 남들은 황궁에 초청받아 공적에 대한 포상을 받는다 하면 환장할 터인데…”

감동받은 얼굴의 그녀를 보며, 나는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

저거, 분명 무언가 큰 오해를 하고 있는 것이리라.

애초에 나는 이쪽 세계 사람이 아니었으니, 황궁에 초대받는다 해도 큰 감흥이 없다.

뭐 영광이니 어쩌니, 그런 감정도 안 들고.

“황궁에의 초청은 무산됐지만, 적어도 포상에 대해서는 본녀가 확실히 책임지지. 본녀만 믿고 있도록, 루이 발렌슈타인.”

“옙, 회장님!”

내 장난스럽게 씩씩한 대답에, 그녀가 다시 미소를 짓는다.

계속해서 느끼는 것이지만, 참 고맙고 든든한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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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과의 대화를 마치고서, 다시 교실로 들어왔다.

레오 놈과 그 패거리는 보이지 않았고.

베로니카도 교실에 없는 듯하다.

펠리체조차 어딘가로 사라진 후였고.

방학 전까지 내 주위를 얼쩡거리던 아이네도 오늘은 근처에 없었다.

그리고 교실에는 스승님이 있었다.

자연스럽게 그녀의 옆에 앉았지만.

“…흥.”

어째서인지, 그녀가 내게 등을 보이고서 돌아앉는다.

“스승님…?”

내가 그녀의 이름을 부르자, 스승님은 귀를 쫑긋거렸으나.

끝까지 뒤를 돌아보지는 않았다.

뭐지.

결국, 점심시간이 끝날 때까지 그녀는 나와 말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교실로 들어오는 한 남자.

스승님이 어째서 이러는지 고민하느라 바쁜 와중에도, 나는 머릿속으로 생각했다.

‘나왔다, 2학년 첫 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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