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57 새로운 파티원
방금 그녀가 한 말은 약간.
아니, 조금 많이 충격이었지만.
이어서 아이네가 이야기를 한다.
“사실, 제 언니가 아파서… 돈이 필요했어요.”
그녀의 이야기에 나는 엄청나게 당황했다.
‘벌써…?’
우선은 아이네의 설명을 들어보자.
“의원도 찾아가고 약도 먹여봤는데, 효과가 없더라구요.”
그거야 그렇겠지, 나는 생각했다.
일단 그녀의 언니가 아픈 이유를 나는 알고 있으니까.
“열심히 일을 했는데, 도저히 사제님한테 치료받을 돈을 모을 수가 없었어요. 그러던 와중에 레오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대충 어떻게 된 일인지, 이해는 간다.
문제는 있었지만.
아이네가 계속해서 말을 한다.
“그 이후로 계속 사실대로 말하고 싶었는데… 돈을 받고서 추방에 찬성했다고 들으면 루이 님이 실망할까 봐…”
아니, 차라리 전부 사실대로 말하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그, 그래도 저 혼자 남아있을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루이 님이랑 둘이서라도 같이 파티 활동을 하고 싶어서, 그 후에 몰래 탈퇴 신청서를 제출했어요!”
비록 반대로 저희들이 추방당했지만 말이죠, 라며 그녀가 대답한다.
“애초에 둘이서 새로 파티 신청을 할 수도 없잖냐. 너, 꼭 아카데미 졸업을 해야 하는 거 아니었냐.”
“헤헤… 루이 님과 함께라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싶어서…”
“너도 참 대책 없다.”
멋쩍은 웃음을 흘리며 이야기하는 그녀에게 내가 말했다.
“그건 그렇고, 이걸 이제야 말하냐!”
나는 그녀의 머리를 콩 쥐어박았다.
“아얏! 아픕니다!”
“아니, 내가 실망할 걸 걱정했다고 해도 말이지… 오히려 아무 말도 없으면 더 실망하지 않겠냐?”
“아…!”
“깨달았다는 표정 하지 마라.”
“그래도, 돈을 받고 팔아넘긴 건 사실인데요…”
“언니가 아프다며?”
그녀의 언니가 아이네에게 있어서 어떤 의미인지, 잘 알고 있다.
게임 지식 때문이 아니다.
아이네가 나와 친해진 이후에, 자기 언니에 대해서 엄청 말해줬으니까.
“그, 그래도 죄송해요.”
“뭐, 그런 이유라면 이해할 수 있어.”
애초에, 돈을 받아서 언니를 살리거나 아니면 퇴학당하거나.
그 둘 중에 하나였다.
아이네의 입장도 이해가 간다.
물론 나는 아무리 레오라도 아이네를 멋대로 아카데미에서 퇴학시킬 수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평민, 그것도 고아인 아이네의 입장에서는 공작가의 후계자가 그런 말을 했으면 진짜 무서웠겠지.
최근 그녀의 스토킹 때문에 엄청나게 스트레스 받기도 했지만.
결국 그것도 내게 사실대로 털어놓고 싶다는 이유였고 말이다.
거기에, 나랑 같이 파티 활동을 하고 싶다고 탈퇴 신청서를 제출했다라.
아니, 그런다고 해도 둘이서 파티 활동은 불가능할 텐데 말이지.
솔직히, 당한 입장에서 아예 기분이 나쁘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그 이유가 그녀의 언니라는 것을 듣고는 괜찮아졌다.
언니 문제라면 어쩔 수 없을 테니까.
“저어…”
아이네가 내 눈치를 보면서, 조심스럽게 묻는다.
“그러면, 용서해 주시는 건가요…?”
“곧바로 말을 안 한 건 괘씸하지만…”
“그건 죄송합니다!”
“…그래도, 네 언니가 너한테 어떤 의미인지는 알고 있으니까. 괜찮아.”
내 말을 듣자, 아이네의 얼굴이 확 밝아진다.
“루, 루이 님! 고마워요…!”
“아니, 근데 말이지. 돈이 필요하면 나한테 부탁했어도 되는 거 아니냐?”
“예? 루이 님, 돈 없잖아요.”
참.
맨날 아이네의 앞에서도 돈이 부족하다고 한탄했었지.
“…그래도 내가 너 밥도 자주 사주고 하지 않았었나?”
“맞아요. 근데, 아무래도 교단에서 치료를 받으려면 돈이…”
아이네가 말꼬리를 흐리지만.
나 역시 그녀가 하려는 말을 알아챘다.
‘아, 나한테도 무리겠구나.’
나는 이 주제는 넘기고서, 아이네에게 물었다.
“결과적으로 레오 놈의 계획은 실패했는데, 혹시 놈이 돈을 다시 내놓으라고는 안 하던?”
“아뇨, 아직 그런 말은 없었어요.”
“다행이네. 혹시 놈이 협박하면 말해라.”
그러자, 아이네가 고개를 젓는다.
“이제 루이 님한테 더 폐를 끼칠 수는 없어요.”
“아니, 이번처럼 너 혼자 뭐 하는게 나한테는 더 귀찮아지니까 미리 상의하라는 뜻이다.”
“아…”
진짜로, 나를 추방시키는 것까지는 어떻게 이해를 해도.
거기서 또 나랑 같이 파티 활동을 하겠다고 자기도 탈퇴를 하다니.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아무리 레오 놈이라도 누굴 멋대로 퇴학시킬 수는 없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네!”
엡실트 공작가의 위세가 참으로 대단하기는 하다만.
이 아카데미는 총장, 루이사 팔켄의 구역이다.
아무리 엡실트 공작가라도 대놓고 일을 벌일 수는 없다.
아무튼, 아이네에게 일의 자초지종도 전부 들었고.
처음에는 엄청 배신감을 느꼈었지만, 이야기를 들으니 이해가 된다.
그녀가 나를 배신했다기에는, 나와 같이 파티 활동을 하겠다고 자기도 스스로 나왔으니.
그리고 무엇보다도.
솔직히 말해서, 추방 직전까지만 해도 친하게 지내던 아이네였는데.
그녀가 내 추방에 찬성한 일에는, 내색은 안 했지만 굉장히 상처를 받았었다.
그게 언니 때문이었다니.
그리고 그녀가 사실대로 말했다는 점에서, 나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면, 이걸로 문제는 없는 건가?
…그럴 리가.
문제는 아직도 남았지.
그것도, 아주 큰 문제가 말이다.
아까, 아이네는 사제한테 언니의 치료를 맡기기 위해 레오에게서 돈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동시에, 결국 치료를 받았는지는 제대로 말하지 않았다.
아마 내 예상대로라면, 사제에게 치료를 받았더라도 큰 효과는 없었으리라.
나는 아이네에게 물었다.
“그래서 아이네, 너희 언니는 어때?”
“…그, 고위 사제님한테 치료를 받긴 했는데요.”
내 괜찮다는 말에 환해졌던 그녀의 얼굴은 어디 가고.
아이네는 다시 울상이 되었다.
“전혀, 효과가 없었어요…”
그렇겠지.
그녀의 언니가 걸린 병은 평범한 병이 아니었으니까.
나는 가장 의문이었던 것을 물어봤다.
“너희 언니, 언제부터 아팠어?”
“작년 초부터였어요.”
젠장, 그랬었나.
당연하지만, 전혀 모르고 있었다.
“왜 나한테 말을 안 했냐.”
“그으…”
아이네가 또 머뭇거린다.
나는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고.
결국, 그녀가 얼굴을 약간 붉히며 대답한다.
“그게에… 루이 님은 상냥하니까, 분명 저를 도우려 할 것 같아서 말이죠.”
그녀가 내 눈을 피한다.
“그래도 더 이상 폐를 끼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말을 안 했는데… 언니의 상태가 나빠졌어요.”
“그래서?”
“계속 고민하다가, 결국 루이 님한테 도와달라고 할까 하던 찰나에 레오가 와서는…”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그런 정도는 차라리 그냥 부탁을 하는 편이 낫다만.
그랬으면 애초에 이런 일도 안 벌어졌을…
‘아니지.’
만약 아이네가 레오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나는 여전히 그년들한테 시달리고.
또 레오 놈이 내 성질을 긁는 것을 참고 있었으려나?
그렇게 생각하니까, 이게 오히려 다행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그러면, 최근에 주말이나 저녁에 사라지던 것도 돈을 벌러?”
“네. 어떻게는 돈이 있어야지 약이라도 살 수 있어서요.”
“관둬라.”
“네…?”
내가 그런 말을 할 줄은 몰랐다는 듯이, 아이네의 눈이 커진다.
“너희 언니 일은 내가 어떻게든 해 줄 테니까, 일은 이제 관두라고.”
“그게 정말인가요! 감사합니다! 진짜 감사해요!”
아이네는 나를 의심하지도 않고서, 격하게 고개를 숙인다.
연신 감사하다고 외치는 그녀의 눈가에는, 기쁨의 눈물이 맺혀 있었다.
“그, 근데, 역시 돈은 필요하지 않을까요…?”
그녀가 조심스럽게 묻는다.
엉, 필요하지.
그것도 더럽게 많이.
겨우 네 알바비로는 턱도 없다, 아이네.
하지만 우리에게는 늘 무력이라는 또 다른 해결 수단이 있다.
…원래 돈이 없으면 몸이 고생하는 법이지.
아무튼, 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괜찮아. 그리고, 아무래도 파티 활동을 하려면 주말에는 시간을 빼야 하지 않겠냐?”
“저를 받아주시는 건가요!”
그녀가 기쁜 얼굴로 묻길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지금 상태로는 파티 활동도 어려웠고 말이다.
다시 교실로 들어가기 전에, 나는 마지막으로 물었다.
“아이네, 혹시 너는 어디 아프거나 하지 않냐?”
“…저는 멀쩡합니다!”
그녀가 약간 머뭇거린 것을, 나는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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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야, 화장실 다녀온다면서 왜 이렇게 늦었느냐. 이 스승님은 지루했다!”
“…제가 할 말은 아니지만, 스승님은 저 말고 친구 없… 친구 사귀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친구가 없냐고 물어보려다, 재빨리 질문을 바꿨다.
어차피 스승님 친구들은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에 다 졸업했겠지.
스승님이 약간 시무룩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어째서인지 다른 생도들은 나와 친해질 생각이 없는 것 같구나.”
“하긴, 세대 차이가…”
“응? 뭐라고 했느냐?”
“아무것도 아닙니다.”
“어째서인지 기분이 나쁘구나. 아무튼, 나는 루이 너만 있으면 된다!”
그 낯간지러운 말에는, 나는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아무튼, 나는 그녀에게 파티 건에 대해서 말했다.
“스승님, 저희 파티에 새로 한 명을 들이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오오, 나는 좋다! 어차피 이대로는 제대로 활동도 불가능하니!”
현재 우리 파티의 인원은 겨우 두 명.
스승님이 들어오기 전에 비해 무려 두 배로 늘었으나, 애초에 파티 정원은 일곱 명이다.
“그런데, 생각해둔 사람은 있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