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 히로인들의 구원을 관뒀습니다-59화 (59/69)

EP.59 지긋지긋한 얼굴들

어젯밤은, 진짜로 잔뜩 처맞았다.

미리 힘을 받아서 그걸 운용하고, 검술에 적용하는 연습을 하면 좋겠다는 내 주장은 뭐…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분명 레온하르트가 있는 공간에서 내가 다치거나 하더라도.

다시 돌아왔을 때에는 내 신체에 그 흔적이 남지 않는다.

그 때문인지, 검술 실력은 늘어도 그 수련으로 근육이 늘거나 하지는 않는다.

아무튼, 분명 그럴 터인데.

얼마나 맞았는지, 아직도 온몸이 쑤시는 느낌이다.

우리 둘은 아침 일찍 기숙사 밖으로 나왔다.

원래 나는 아침잠이 많아서, 아슬아슬할 때까지 자다가 수업을 들으러 가는 스타일이다만.

스승님과 같이 생활하기 시작한 후에는, 그녀의 강력한 주장으로 일찍 일어나 아침 식사도 하는 중이다.

물론 힘들어 죽겠지만.

사실, 스승님 역시 잠이 많기에 힘들어한다.

그러면서도 나한테는 규칙적인 수면과 식사가 중요하다나 뭐라나.

그래도 부족한 수면은 낮잠으로 어찌어찌 보충을 하는 터라, 나름 밸런스는 맞는다.

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하고.

물론, 스승님이 드신 양은 간단하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교실로 들어갔다.

식사 시간을 포함해도 제법 일찍 나온 터라, 교실에는 사람이 얼마 없었다.

레오 놈과 그의 패거리는 보이지 않았고.

펠리체나 베로니카도 자리에 없었다.

대신에, 나를 반기는 아이네.

“루이 님! 좋은 아침입니다!”

“어, 그래.”

“이 아이가 어제 네가 말한…”

“예, 아이네입니다.”

“안녕하세요…?”

아이네가 스승님에게 조심스레 인사를 한다.

“그래, 반갑구나! 앨리스 쉴러라고 한다. 네 이야기는 루이에게 많이 들었다!”

“아이네라고 합니다, 앨리스 님! 저도 전에 루이에게 이야기를 들은 것 같기도…”

아이네가 말꼬리를 흐린다.

확실히, 전에 그녀에게 지나가는 말로 스승님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었던 것 같다.

딱히 자세하게 이야기는 하지 않았으니, 그녀도 헷갈리는 것이겠지.

“말 편하게 하거라! 같은 생도 사이이니.”

“그러기에는 스승님 나이가…”

내가 옆에서 사족을 달려다가, 스승님의 무시무시한 표정을 보고서는 급히 말을 바꿨다.

“…문제가 아니라, 원래 아이네 말투가 이럽니다!”

휴, 함부로 장난도 못 치겠군.

아무튼, 아이네의 말투가 원래 이런 것은 맞지만.

“그 님 자는 왜 또 붙이는 거냐.”

내가 아이네에게 말했다.

계속해서 상기하는 것이지만, 이 아카데미에서는 원칙적으로 모든 생도가 평등하다.

황족이든, 귀족이든, 혹은 평민이든 모두 평등하고.

신분에 따라 차이를 두지 않는다는 것이 이 아카데미의 교칙이었으므로.

그러나 실제로 이 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는 않았다.

교수들이야 생도들을 신분을 따지지 않고 평등하게 대한다.

뭐, 검술 담당인 이안 덱스터 교수처럼 생도의 집안과 신분을 따져가며 차등 대우를 하는 교수도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교수는 그렇지 않았다.

헨리 윌스턴 교수처럼 모두에게 엄격하거나.

글래디스 아일 교수처럼 모두에게 너그럽거나.

존 헤이튼 교수처럼 모두를 귀찮아하거나…

아무튼, 이건 생도와 교수들 사이의 이야기였고.

교칙이나 평가는 모든 생도들에게 평등하지만.

생도들끼리 있는 자리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아카데미 안에서야 평등하다고 해도, 졸업하고 나서.

아니, 굳이 졸업까지 갈 것도 없이 당장 방학만 돼도 밖에서 서로의 신분의 차이를 실감하는 생도들이다.

아카데미 밖에서 안 볼 사이도 아닌데, 감히 자기보다 높은 신분의 생도에게 멋대로 할 수 있겠는가?

물론, 장래가 촉망되는 생도는 평민이라도 귀족 생도들이 함부로 대하지 않았고.

황녀 전하처럼 다른 생도들이 자신을 어떻게 대하든 신경 쓰지 않는 성격의 생도들도 있었으나.

안타깝게도 아이네는 전자에 해당되지 않았고.

레오를 포함한 우리 반의 몇몇 생도들은 후자에 해당되지 않았다.

처음 학기가 시작되고서 원래 성격으로 다른 생도들에게 다가간 아이네는, 몇몇 성격 더러운 귀족들에게 괴롭힘을 받았다.

물론, 레오에게도.

내가 나서서 그런 짓을 막기는 했지만, 내가 언제고 그녀의 곁에 붙어있을 수도 없는 법이고.

결국 아이네는 학기 초에 비해 많이 소심해졌고, 말도 잘 안 하게 되었다.

다행이라면, 나와 같이 있을 때에는 평소 성격이 나온다는 점이었지만.

또 하나 바뀐 것이, 그녀가 다른 생도들의 이름에 님 자를 붙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놀랍게도, 그런 걸로도 문제를 삼는 몇몇 귀족 생도들이 있었으니까.

처음에는 이 세상이 신분제 사회니까 그런 것이려나, 생각도 했었는데.

그딴 건 신경도 쓰지 않으시는 황녀 전하를 봐라.

이건 그냥 그런 귀족 생도들이 썩어빠진 것이다.

처음 아이네가 나를 루이 님이라고 불렀을 때, 나는 엄청 놀랐다.

그녀에게 그러지 말라고 말을 했었지만.

그녀는 둘이 있을 때에는 나를 루이라고 부르면서도, 남들이 볼 때에는 루이 님이라고 했다.

내 부탁으로 1학년 후반이 되며 남들의 앞에서도 나를 편하게 부르던 그녀였으나.

이번에는 내게 미안한 일을 했기 때문인지, 다시 나를 루이 님이라고 부른다.

뭐, 그렇게 불려봤자 나로서는 불편하기만 할 뿐이다.

“그냥 전처럼 편하게 불러라.”

“알았어요, 루이…”

“나도 편하게 부르거라!”

“그래도 되는 건가요?”

“그럼!”

스승님이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교실 앞에 걸려있는 시계를 확인했다.

일찍 온 탓인지, 아직 수업 시작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았다.

“그러면, 수업 시작 전에 먼저 파티 신청을 하고 올까요?”

“그러자꾸나!”

아이네의 얼굴이 헤실헤실 풀어진다.

우리는 그대로 교실을 나와, 존 헤이튼 교수의 연구실로 향했다.

기본적으로 아카데미의 파티 활동에 관해서는, 존 헤이튼 교수가 총 책임자였으니까.

아무래도 그가 전투 실습 담당이니 그런 것 같다.

여담으로, 존 헤이튼 교수가 파티 활동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것으로 결정이 났을 때.

귀찮아서 맡기 싫다는 이유로, 총장과도 대판 싸웠다는 소문이 돌았다.

참 대단한 양반이다.

아무튼, 파티 추방 신청서와 탈퇴 신청서를 제출할 때에는 학생회실에 가서 회장에게 제출했지만.

파티에 새로 들이는 일에 관해서는 직접 교수에게 가도록 되어 있다.

추방 제도를 악용하거나 멋대로 탈퇴해서, 자기가 원하는 사람들과 파티를 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나.

애초에 파티는 아카데미에서 정해 준 것이니 말이다.

스승님의 경우에는, 애초에 계속된 유급 끝에 다시 파티에 소속되는 것이었으니 큰 문제가 없었고.

아이네의 경우에는 원래 이 파티의 일원이었으니 괜찮으리라.

그리 생각하며, 나는 스승님과 아이네와 함께 존 교수의 연구실에 도착했다.

똑똑, 문을 두드리고 잠시 뒤.

“들어와라.”

문 너머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가자.

의자에 앉아서 책상 위에 다리를 뻗고, 얼굴에는 모자를 덮고서 거의 눕다시피 한 교수의 모습이 보였다.

그가 한쪽 손으로 모자 챙을 약간 들어올리며, 우리를 힐끗 본다.

“그래, 무슨 일이냐.”

“저희 파티가 인원이 부족해서, 한 명을 추가로 들이려고요.”

“아, 그렇냐. 니들은 분명…”

“2학년 A반 제1파티입니다.”

내가 그에게 우리 파티의 이름을 말했다.

“아, 거기!”

내 말을 듣자, 생각이 났다는 듯이 작게 탄성을 터뜨리는 교수.

“그쪽 생도가 새로 들어오는?”

그가 아이네를 보며 묻는다.

“네, 교수님. 아이네라고 합니다.”

“아이네… 흐음…”

그가 약간 얼굴을 찌푸린다.

“잠깐 기다리도록.”

그가 책상 서랍을 열고서, 무언가를 한참 뒤적거린다.

이내 서류를 한 장 꺼내고.

“아, 그치. 추방당한 파티원이었네? 다시 들이겠다고?”

서류를 읽으면서 그리 말하는 교수였다.

혼잣말인지, 아니면 질문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어쨌든 교수의 질문에 내가 대답을 하려던 찰나.

“뭐, 내 알 바는 아니지.”

그, 교수님이 파티 활동 담당이신데요?

교수의 발언에 감탄을 하며, 나는 조심스레 물었다.

“그러면 되는 것…”

“참, 맞다!”

그가 또 외친다.

이윽고, 존 헤이튼 교수가 나를 보며 말한다.

“루이 생도.”

“예?”

“오늘 수업이 끝나고… 음, 저녁 8시에 파티원들과 함께 내 연구실로 오도록. 그쪽의 아이네라는 생도도 함께.”

“어, 알겠습니다…”

자기 할 말만 하고서, 다시 모자를 덮고 수면을 취하려 하는 교수였다.

우리는 결국 연구실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음, 무슨 일이지?”

내가 중얼거렸다.

“상당히 불성실한 교수구나.”

스승님이 말한다.

“혹시 제가 문제인 것일까요, 루이…”

아이네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웅얼거린다.

“아냐. 그런 것 같지는 않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나도 약간 걱정이 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오늘 하루를 계속해서 신경이 쓰이는 채로 보내고.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도 모를 만큼 딴 생각을 하며 저녁 식사를 끝내고서는.

나는 스승님과 아이네와 함께 다시 한번 존 교수의 연구실로 향했다.

똑똑.

“들어와라.”

이번에도 연구실 안에서 존 교수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러나 문을 열고서 들어간 방 안에는.

이번에는, 존 교수 말고도 두 사람이 더 있었다.

참으로 익숙하고, 또 지긋지긋한 얼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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