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60 임시 재결합
‘쟤네들이 왜 저기에…’
존 교수의 연구실로 들어가려던 나는 잠시 멈칫했다.
연구실 안에는 이미 나 말고도 선객이 있었으므로.
베로니카 엘트윈, 그리고 펠리체 안스베르크 말이다.
심지어 둘은 내 시선을 피하면서, 어째서인지 난처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저 표정을 보자, 이상하게 머리가 아파져 온다.
무언가 불길한 예감이 들기 시작했으나.
나는 침을 한번 꿀꺽 삼키고서는, 다시 연구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우리 셋이 존 교수의 책상 앞에 서자.
교수가 입을 열었다.
“그래. 루이, 앨리스, 그리고 아이네 생도.”
그가 우리를 둘러보며 말한다.
“우선, 아이네 생도의 건은 처리가 되었다.”
“아, 감사합니다.”
나는 그렇게 대답했다.
분명 기쁜 소식이지만, 어째서 나는 기쁘지가 않은 것일까.
좋지 않은 예감이 든다.
교수님이 베로니카, 그리고 펠리체와 무슨 이야기를 했든 간에 말이지.
이야기가 끝났으면 저 둘은 내보내 주시면 참 좋으련만.
어째서 저 둘은 계속해서 연구실 안에 남아서 눈치를 보고 있고.
교수님은 저 둘을 내보내지 않으시는 것일까.
“그러면, 저희는 이만…”
나는 스승님, 그리고 아이네를 대표해서 조심스레 말했다.
“그리고 말이다.”
동시에, 존 교수는 연구실을 빠져나가려는 나의 알량한 계획을 좌절시켜버렸다.
“루이 생도, 아무래도 셋만으로는 파티 활동에 애로 사항이 많지 않겠나?”
“아뇨, 괜찮습니다.”
나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방금 베로니카와 펠리체가 약간 움찔한 것 같다.
아무튼, 존 교수는 굴하지 않고 내게 계속해서 질문을 던졌다.
“그렇단 말이지… 자네가 전에 제출한 추방 신청서를 보면, 활동 참여 등으로 갈등이 있었다고 했지.”
나는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파티 활동을 이어가기 어려울 정도였나?”
“네, 그렇습니다.”
나는 이번에도 단호하게 대답했다.
뭔가, 존 교수가 내 입에서 어떠한 답이 나오기를 유도하는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지만.
동시에, 그가 원하는 대답을 절대로 하면 안 될 것 같다는 기분도 들었다.
내 단호한 대답을 들은 교수가 한숨을 쉬더니 중얼거린다.
“아, 귀찮아…”
음, 내가 잘못 들었나.
그가 대놓고 내게 말한다.
“루이 생도, 안타깝게도 이미 결정된 사실이다만…”
나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지만.
“…저기 저 두 생도가 자네의 파티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네. 뭐, 서로 구면이니 따로 소개는 필요 없겠지?”
그걸 말이라고 하십니까.
나는 격한 반응을 보였다.
“교수님! 이미 추방된 생도들을 다시 들인다는 게 말이 됩니까!”
내 말에, 베로니카와 펠리체가 다시 한번 움찔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내가 그렇게 반박을 하자, 교수는 의외로 내 말에 수긍했다.
“그래, 생도의 말이 맞지.”
“그러면 어째서!”
“곧 있을 실습 평가 때문이다.”
“실습 평가랑 무슨 상관이… 아.”
흥분해서 외치던 나였지만, 무슨 소린지 곧 이해할 수 있었다.
“전에도 말했듯이, 실습은 파티별로 진행된다. 하지만 너희 파티는 세 명밖에 없지.”
“저희는 괜찮…”
“괜찮지 않다. 한두 명 부족한 정도는 평가 시에 가산점을 주거나 하는 것으로 괜찮겠지만, 세 명으로 실습 진행은 무리다.”
교수의 말 역시 단호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포기할 수는 없었다.
1학년 때까지만 해도 파티 활동을 하면서 엄청나게 시달리고 스트레스를 받다가.
파티 활동을 그만두고 나서 드디어 살 것 같았는데.
다시 그 짓을 하라고?
비록 나를 가장 짜증나게 하던 레오는 없지만, 그래도 싫은 건 싫은 것이다.
나는 포기하지 않고 존 교수에게 따졌다.
내가 그녀들을 들이지 않기 위해 존 교수에게 따질 때마다.
베로니카와 펠리체는 상처받는 표정이지만, 그걸 신경 쓰기에는 나 역시 당한 게 너무 많다.
그나마 마지막 양심은 있는 것인지, 베로니카와 펠리체는 입을 다물고 있었고.
스승님과 아이네 역시 이건 내가 결정할 문제라고 생각했는지, 따로 입을 열지는 않았다.
“그런 이유라면, 저 둘 말고 비슷한 처지의 다른 생도를 넣어 주시면 되는 일 아닙니까?”
아무리 실습 평가 때문이라고 해도, 추방한 파티원들을 다시 들인다는 것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에 대한 교수의 답은 간단했다.
“없다.”
“예? 한 명도 없다고요?”
“정확히 말하자면, 이런저런 이유로 탈퇴한 생도들이 몇몇 있기는 했었는데 말이다.”
“예, 차라리 그런 생도들을 저희 파티에…”
“남은 생도들은 전부 레오 생도와 새로운 파티를 만들었다.”
아 씨발, 또 레오 엡실트냐.
도대체가 내 인생에 도움이 되는 꼴을 본 적이 없다, 그 놈은.
아무튼, 그건 그렇고.
아까도 말했지만, 파티를 만들거나 새로 들이는 일은 직접 교수에게 가야만 한다.
멋대로 탈퇴해서 자기가 원하는 사람과 파티를 짜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그러면 존 교수는 레오 놈이 새로 파티를 만드는 것을 허락해줬다는 말인가?
내가 입을 열려고 했지만,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것인지.
존 교수가 먼저 말한다.
“참고로, 이건 내가 아니라 이안 덱스터 교수가 손을 썼다.”
역시 그런가.
저번 결투 때부터 해서, 계속 이안 교수를 써먹는 레오였다.
이쯤 되자, 나는 원망 어린 눈빛으로 베로니카와 펠리체를 바라보았다.
그냥 이전처럼 레오에게나 갈 것이지, 왜 서로 얼굴을 붉힐 일을 만드는 것일까.
내 눈빛을 받은 둘이 고개를 푹 숙인다.
그런 우리의 모습을 본 교수가 다시 입을 연다.
“후우… 니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만. 루이 생도, 적당히 화해하는 것은 어떤가.”
존 교수는 여전히 내게 권유의 형식으로 말을 하고 있었지만.
그의 어조로 볼 때, 나는 결국 그의 말을 받아들여야 하리라.
애초에 나는 생도고, 그는 교수였으니까.
“참고로, 이건 일단은 임시다. 실습 평가 때까지는 어쩔 수 없으니 같은 파티로 활동하지만, 그 이후에는 자율에 맡기도록 하지.”
그러니까, 실습 평가가 끝나고 나면 둘을 내쫓을 수 있다는 말인가.
‘에휴… 뭐, 샐리를 구할 일을 생각하면 이 편이 더 안전하려나…’
그래, 실습 평가가 끝날 때까지만이다.
결국,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용건이 끝나자, 우리는 연구실에서 나왔다.
나와 스승님, 아이네가 나오고.
그 뒤로 베로니카와 펠리체가 주춤거리며 뒤따라 나온다.
내가 파티 활동에서 있었던 일들을 스승님과 떠들었기 때문일까.
스승님이 그녀들을 보는 눈은 그다지 곱지 않았다.
아이네는 이 상황에 어쩔 줄을 몰라 하고 있었고.
나와 베로니카, 그리고 펠리체의 눈이 차례대로 마주쳤다.
펠리체가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이 입을 달싹거리지만, 결국 그녀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뭐, 큰 관심은 없다.
반면에, 베로니카.
그녀는 굉장히 어색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아, 아하하… 그으,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됐네…? 나는 좋…”
“웃지 마.”
나는 싸늘하게 말했다.
“으, 응… 미안…”
베로니카가 훌쩍거리기 시작한다.
나는 이마를 짚었다.
도대체가, 파티 분위기가 다시 개판이 되어버렸네.
역시 내게 행복한 파티 생활이란 불가능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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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이 지났다.
오늘은, 파티원들과 함께 주말에 처리할 과제를 선택하기로 했다.
마음 같아서는 스승님, 그리고 아이네랑만 즐겁게 다녀오고 싶었지만.
실습 평가에 대비하라는 존 교수의 당부도 있었고, 그가 우리 파티를 확인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었기에.
우선은 베로니카와 펠리체도 불러는 둔 상황이었다.
“루이! 앨리스! 왔어요?”
아이네가 교실에서 우리를 맞이한다.
참고로, 아이네는 아침 식사를 하지 않는다.
다른 이유는 아니고, 그녀도 아침잠이 많았기 때문에.
물론 나와 스승님도 마찬가지였으나.
나는 스승님의 강력한 주장으로 삼시 세끼를 꼬박꼬박 챙겨 먹는 중이었다.
“아, 루이! 언니한테서 편지가 왔어요!”
“그래? 몸은 좀 괜찮으신가?”
“예! 많아 나아지셨다고 해요!”
밝게 말하려고 하는 것 같지만, 그녀의 목소리에는 숨길 수 없는 그늘이 있었다.
분명, 언니의 말이 자신을 안심시키려는 거짓말은 아닐까 걱정을 하고 있는 것이겠지.
“저, 루이… 언니의 치료는…”
“응. 방법을 찾은 것 같으니까, 조금 더 기다려 줘.”
“네!”
나를 믿고서 해맑은 웃음을 짓는 아이네를 보고서, 조금은 가슴이 아팠다.
여기는 게임이 아니라 현실이기에, 혹시나 그녀의 언니가 잘못될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고.
그게 아니더라도, 걱정하는 아이네를 위해서라도 최대한 빨리 치료해주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그녀와 그녀의 언니를 치료하는 방법은 게임에 나온 방법밖에는 모른다.
즉, 어쩔 수 없이 여름방학 이후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말.
조금만 기다려라, 아이네.
뭐, 그렇다고 해도 지금까지 주요 이벤트들은 대부분 게임에 나온 대로 이루어졌으니.
우선은 베로니카 이벤트에 집중하자.
샐리는 구해야 하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