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 히로인들의 구원을 관뒀습니다-61화 (61/69)

EP.61 중요한 일이 있어서

최근, 수업을 듣는 생도들은 다들 흥분한 기색이었다.

아직 실습 평가까지 시간이 제법 남기는 했지만.

따지고 보면 그리 긴 시간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처음에는 어둠숲이라는 경악할 장소 선정에 불만을 털어놓던 생도들이었으나.

걱정을 하던 생도들도 기대가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하긴, 이번 실습 평가는 수학여행도 겸하는 것이라고 했었고.

어둠숲이 위치한 베어른 섬 옆의 루테른 섬은 제국 전체에서도 손꼽히는 휴양지였으니까.

나?

나는 마냥 기대를 하고 있을 입장이 아니다.

뭐, 실습 평가 이후에 있을 루테른 섬에서의 휴식은 나 역시 기다려지는 바였으나.

지금 내 머리는 그 전에 있을 베로니카 이벤트만으로도 충분히 터질 것 같다.

물론 나를 제외하고, 스승님과 아이네는 둘 다 들떠 있었지만.

“랍스터! 랍스터가 유명하다고 하는구나, 제자야!”

“열대 과일도 잔뜩 있다고 나와 있다!”

스승님은 어디서 구하셨는지 모를 루테른 섬 관광 안내 책자를 몇 번이고 정독하셨고.

언니의 일로 침울하던 아이네조차 약간 들뜬 모습이었다.

특히, 그녀는 내가 그녀의 언니를 치료해 주겠다고 말한 이후로 제법 안심한 모습이었다.

결국 이 상황에서 온전히 기대하지 못하는 이는 나뿐이었다.

당장 이번 이벤트가 쉬운 것도 아니었고, 준비를 해야 하니까.

이번 주말에 파티 활동을 나가기로 한 것도 그런 이유였다.

새로 짠 파티원들과 미리 합을 맞춰봐야 했으므로.

우선 스승님이 새로 파티에 들어오셨고.

나머지 셋은 원래 나와 같은 파티였다고는 하지만, 인원이 셋이나 빠진 상황에서는 다시 확인해야만 했다.

파티원들과는 오늘 저녁 식사를 하고, 7시에 과제 수주를 하러 사무실 앞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같이 가면 되는 거 아니겠느냐 물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당연하지만, 스승님과 아이네하고만 같이 다녔다.

식사를 할 때에는 가끔씩 황녀 전하가 오셔서 같이 먹었고.

루시와도 가끔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었으나.

내가 아이네를 제외한 내 전 파티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일은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존 교수의 명에 따라 다시 같은 파티가 된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같은 파티가 되었다고 해서, 평소에도 베로니카나 펠리체와 같이 다닐 마음 따위는 없었다.

참고로, 베로니카는 별 문제가 없었지만.

펠리체는 다시 우리 파티에 들어왔다는 이유로 다른 생도들에게 조롱을 받고 있었다.

내가 존 교수의 연구실에서 그의 제안을 거의 반강제로 받아들인 그날 이후.

전투 실습 시간에, 존 교수가 확정된 실습 평가 조를 발표했다.

그 덕에 펠리체가 내 파티에 들어왔다는 것을 알게 된 생도들.

그들은 그것을 가지고 또 펠리체를 조롱했다.

“하! 추방할 땐 언제고, 다시 들어갔네? 자존심 높은 안스베르크가 어디 발렌슈타인에게 애원이라도 했나?”

“뭐, 애원만 했겠어? 딱 봐도…”

생도 하나가 말을 흐리며, 펠리체를 보며 키득거린다.

비록 끝까지 말은 하지 않았으나,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그 모욕적인 뜻을 알아챘고.

펠리체의 얼굴이 붉게 물들지만, 다른 생도들은 그 모습을 보며 더 비웃을 뿐이었다.

“왜, 그렇게 아양을 떨어대던 레오 공자님 파티에 안 들어가고.”

“안 들어간 게 아니라 못 들어간 거겠지. 쟤네 집안, 이제 망했잖아?”

“하긴, 레오 공자님 눈에 차겠어? 꼴 좋다, 킥킥.”

당연하지만, 펠리체는 레오에게 아양 따위를 떤 적은 없었지만.

그녀를 조롱하는 생도들에게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그 밖에도 그녀의 가문이 이제 발렌슈타인만도 못해졌다는 둥.

지금까지 잘난체한 업보라는 둥.

펠리체가 상처받을 말들을 마구 쏟아내고 있었다.

기실, 나를 추방하려다 반대로 추방당하고 다시 내 파티로 들어왔다는 것은 아이네나 베로니카에게도 해당이 되는 말이었지만.

베로니카는 그들이 멋대로 험담하기 어려운 신분이었고, 아이네는 반대로 겨우 평민이었다.

애초에 생도들은 아이네에게 큰 관심도 없었고.

조롱을 할 것이라면, 잘나가다가 몰락해버린 펠리체를 물어뜯는 편이 더 재밌다는 것일까.

전에 놈들이 펠리체의 책상에 낙서를 하며 그녀를 조롱했을 때, 그걸 막아 준 이후로.

내가 다시 나서는 일은 없었다.

내가 펠리체에게 당한 게 있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남들이 그녀를 괴롭히는 것을 보며 딱히 통쾌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펠리체를 괴롭히는 생도들이 한심해 보였지.

그건 그렇지만, 이제는 딱히 펠리체를 위해 나서 줄 의리도 없다.

아무튼, 펠리체는 오늘도 생도들의 비웃음을 감내하고 있었다.

나는 오늘도 나름 열심히 수업을 들었다.

최근에는 부족한 수면으로 인해 수업 시간에 몰려오는 수마와 싸우기가 힘들었다.

그나마 쉬는 시간마다 취하는 낮잠으로 겨우 버티고 있달까.

그렇게 하루의 수업을 끝내고서, 오늘은 회장님도 포함된 저녁 식사를 하고.

나와 아이네, 그리고 스승님은 과제 수주를 위해 사무실로 향했다.

회장님도 사샤를 만나겠다며 우리와 함께 가다가, 중간 즈음에 갑자기 일이 떠올랐다며 사라지셨다.

“어째, 굉장히 바빠 보이는구나.”

“그러게 말입니다.”

근데, 나는 지금 남 걱정을 할 처지가 아니지 않나?

사실 회장님보다도 내가 더 바쁠 것 같기는 한데.

우리 셋이 모퉁이를 돌자, 사무실 문 앞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펠리체와 베로니카가 보였다.

저쪽 역시 우리가 오는 것을 봤다.

펠리체는 별다른 말없이, 그저 시선을 바닥에 깐 채로 묵묵히 서 있었고.

베로니카는 내 눈치를 보다가, 소심하게 입을 연다.

“다, 다들 왔어…?”

나는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았고.

스승님 역시 마찬가지였다.

여전히 베로니카와 펠리체를 못마땅해하는 스승님이었으므로.

아이네만이 베로니카를 향해 작게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나는 그런 그들을 둘러보았다.

이 어색한 분위기가 나를 죽이려는 것만 같다.

나는 이런 분위기를 푸는 방법 따위 모른단 말이다!

뭐, 애초에 쓸데없는 말을 해 가며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만.

스승님과 아이네만 있다면 즐겁게 다니겠지만 말이다.

그렇기에, 나는 사무적인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실습 평가 전에 미리 합도 맞춰봐야 하고… 그래서, 이번 주말에 과제를 하나 처리할 생각인데. 다들 괜찮아?”

“네!”

“나도 좋으니라.”

아이네와 스승님이 차례대로 말한다.

나는 베로니카와 펠리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나도, 괜찮다…”

펠리체가 작게 대답한다.

시선은 여전히 바닥에 고정한 채로.

그러나, 이상하게 베로니카에게서는 대답이 들려오지 않았다.

나는 그녀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아니, 나뿐만이 아니라 스승님과 아이네도 마찬가지.

그러자 머뭇거리던 베로니카는.

눈을 질끈 감고서, 정말로 미안하다는 듯이 말했다.

“다, 다들 미안! 이번 주말에는 내가 정말로 중요한 일이 있어서…”

그녀가 그렇게 말하며 모두의 눈치를 보고.

마지막으로, 잔뜩 겁먹은 표정으로 내게 시선을 돌렸다.

“사실, 다른 마탑에…”

“넌 빠져, 그러면.”

베로니카가 무언가 설명을 하려고 했지만, 나는 차갑게 말했다.

“어, 어어…”

사실 주말에 일이 있을 수도 있다.

그게 하필이면 이번 주였을 수도 있고.

그러나, 애초에 이번에 만나는 이유가 샐리를 구하기 위해 미리 합을 맞춰보자는 의도였는데.

여기에서 하필이면 베로니카가 빠진다고 하니까, 순간 짜증이 확 올라왔다.

솔직히, 방금은 내가 조금 감정적이었다.

그러나 나는 굳이 베로니카에게 사과는 하지 않았다.

대신에.

“그러면, 우리는 들어가자.”

그렇게 말하고서, 나는 문을 열고서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

루이를 따라서 앨리스라 불린 생도가 들어가고.

아이네가 어쩔 줄을 몰라 하며 그 뒤를 따라서 들어간다.

아이네는, 베로니카가 느끼기에도 참 착한 아이였다.

처음에 평민이라고 싸잡아서 깔보지 않고, 조금 더 친근하게 대했더라면 어땠을까.

갑자기 그런 실없는 생각이 드는 베로니카였다.

마지막으로 펠리체가 힘없는 걸음걸이로 그들을 따라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고.

이윽고 베로니카 혼자만을 복도에 놔둔 채로, 사무실의 문이 닫힌다.

베로니카는 방금 루이의 모습을 떠올리고서, 흠칫 몸을 떨었다.

‘루이, 분명 짜증난 표정이었지.’

짜증나고, 자신에게 실망한 표정이었다.

그야 당연하리라.

존 교수의 강요에 의해 원치도 않는 자신들을 파티에 넣어줬는데.

기껏 과제를 하겠다고 하니까 시간이 안 된다고 하면, 아마 자신도 짜증나지 않을까.

‘아니, 루이가 그런다면 나는 괜찮겠지만.’

문제는 루이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를 파티에서 추방한 그 마지막 과제 이후로, 그와 다시금 함께하는 첫 파티 활동이었다.

베로니카 역시 어떻게든 같이 가고 싶었지만.

이번만큼은 어려웠다.

그야, 이번 주말에는 흑색 마탑을 방문할 예정이었으니까.

물론 베로니카가 시간이 안 되는 이유가 샐리의 일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았다면, 루이도 이해했을 것이다.

그러나 베로니카가 전혀 알 수 없는 사실.

루이 발렌슈타인이라는 사람이 다른 인간으로 바뀌면서, 원작 게임의 스토리 진행과 시간이 약간 바뀌었고.

그렇기에, 원작 게임에서는 베로니카가 이 시기에 샐리를 찾으러 가는 일이 없었다는 것이다.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