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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애 옆에 예쁜 애-148화 (본편 완결) (148/148)

예쁜 애 옆에 예쁜 애 148화

국왕은 다급하게 한마디를 덧붙였다.

“일시적으로.”

연회장에 남아 있던 귀족들은 바론이 홧김에 자리를 박차고 나간 것을 다행이라고 여겼다.

만약 그가 계속 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더라면 그 불같은 성정을 참지 못하고 고래고래 소리를 내지르며 내키는 대로 행패를 부렸을 것이었다.

“또한, 2왕자 체이스 딜런 윌셔스를 1왕자인 바론과 동등한 위치로 올려, 두 사람이 정당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한다.”

이견을 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동안 벌인 허랑방탕한 짓으로 바론은 이미 인망을 잃은 상태였다.

오히려 국민들의 등을 처먹기까지 하지 않았던가.

이 자리에 있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제껏 왕세자로서 아무런 책무도 수행하지 않은 바론보단, 더 어린 체이스에게 기대하는 바가 더 컸다.

그랬기에 당황한 것 역시, 그저 체이스 혼자뿐이었다.

“아, 아바마마!”

체이스의 목소리는 덜덜 떨리고 있었다.

분쟁을 싫어하는 소년의 성격상, 지금 국왕이 내린 결정이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국왕은 제 말을 번복하지 않았다.

“왕세자를 교체하는 것은 엄중한 사안이다. 그러니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조금 더 자질을 갖춘 자가 왕국의 어버이가 되는 것이 도리에 맞겠지.”

왕국민들을 위한다는 말에, 결정을 재고해 달라 청하려던 체이스의 입이 꾹 다물렸다.

소년은 왕족으로서 자신이 짊어져야 할 의무를 제 형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두렵지만, 그것은 자신이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었다.

의젓하게 호흡을 정돈하는 막내아들을 잠시 바라보던 국왕이 이내 다음 말을 이었다.

“따라서 1왕자와 에스테스 공작가 사이에 있었던 정혼 역시 유보한다.”

그 순간 테런과 로제타가 동시에 서로를 돌아보았다. 두 사람의 얼굴에 화색이 가득했다.

사실상 바론과 클라리사의 파혼이 결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로제타와 테런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서로의 손을 꽉 잡았다.

“잘됐어요.”

“정말, 다행이야.”

선대들의 약조는 에스테스 공녀를 왕비로 만든다는 것.

그러니 혼약의 상대자가 굳이 바론일 필요가 없다는 점이 이 정혼의 맹점이었다.

엘라임이 체이스의 부름에만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미루어 짐작건대, 사실상 결과는 이미 나온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오늘 일을 계기로 바론이 이를 갈며 물의 힘을 다루는 수련을 시작할 리 없을 테니까 말이다.

백 보 양보해서 그가 공부를 시작한다고 해도 엘라임이 바론의 부름에 응할 일은 없을 것이다.

엘라임은 무척이나 대쪽 같은 성격으로 이미 한번 내린 자신의 결정을 번복하지 않는 편이었다.

클라리사가 언급되자 체이스의 작은 손이 주먹 쥐어졌다.

로제타와 테런은 그러한 소년의 행동을 눈여겨보며 슬그머니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클라리사에게 연정을 품은 체이스에게, 좋은 동력이 되어 줄 것이 분명했다.

“오늘 하루가 무척 긴 기분이야. 짧은 시간 동안 참 많은 일이 일어났군. 원래 이러려고 만든 자리가 아니었는데.”

국왕이 다소 힘 빠진 목소리로 다시 운을 떼었다.

연회가 시작될 때의 생기 넘치는 표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지친 얼굴만이 자리에 남았다.

“오늘은 이쯤에서 자리를 파하도록 하지. 에스테스 공작과 랭우드 후작, 동의하는가?”

반쯤 농 섞인 말로 국왕이 허탈하게 웃으며 말했다.

테런은 이번에야말로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오른팔을 들어 올려 가볍게 휘두르며 허공에서 주먹을 쥐었다.

그러자 사방으로 흩어져 있던 하얀 바람이 그의 손으로 몰려들며 이내 자취를 감췄다.

테런이 소리를 퍼지게 하는 힘을 거두자 국왕이 그제야 양쪽 팔걸이를 짚으며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연거푸 한숨을 내쉬는 국왕의 모습을, 로제타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바라보았다.

그는 한 나라의 통치자이기 전에 바론의 아버지였다. 제 아들을 몰아붙인 자신들에게 유감을 표할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자 절로 긴장이 되었다.

하지만 국왕에게서는 별다른 말이 없었다.

그저 그는 연회장을 떠나기 전 로제타를 한번 바라본 뒤 힘없이 미소 지으며 가까이 오라고 손짓했다.

“랭우드 후작. 조심히 돌아가고 조만간 또 보세.”

로제타가 입술을 말아 물었다.

“오늘…… 제가 너무 주제넘게 군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아니네.”

국왕은 큰 숨을 들이켠 뒤 고개를 내저었다.

“나이가 드니 눈이 어두워진 게지. 바론에 대한 건…… 나도 늘 생각은 하고 있었네. 하지만 그것도 핏줄이라고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던 게지. 우유부단하게 굴던 나의 등을 자네가 떠밀어 준 셈이야.”

바론을 떠올렸는지 국왕이 쓴 미소를 지었다.

그는 기분을 환기하고 싶은 듯 애써 목소리 톤을 바꾸며 말머리를 돌렸다.

“이렇게 다시 돌아와서 기쁘네. 캐드릭과 후작 부인이 살아 있었다면, 이렇게 장성한 자네를 보고 분명 자랑스러워했을 거야.”

로제타가 입술을 꾹 다물었다. 돌아가신 부모님에 관한 이야기였으나, 도무지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모를 기분이 들었다.

그런 그녀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 국왕은 가볍게 로제타의 어깨를 두드렸다.

“난 이제 정말 가 봐야겠군. 후에 공작과 함께 다시 들르게. 그땐 조금 더 느긋하게 얘기를 나누세나.”

“……예, 폐하. 편히 쉬시길 바랍니다.”

로제타는 정중하게 그를 향해 허리를 숙였다.

* * *

로제타와 테런, 제임스는 다른 귀족들이 말을 붙이기 전에 서둘러 연회장을 빠져나왔다.

그들의 앞에 마차 두 대가 다가와 섰는데, 테런이 먼저 제임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아버지. 이쯤에서 헤어지시죠.”

“그래. 저녁은 기다리지 않고 먼저 먹으마.”

“예, 그렇게 하십시오.”

제임스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뒤, 로제타를 돌아보며 온화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럼 아가. 나중에 보자꾸나.”

“네. 먼저 들어가세요, 아버님.”

제임스가 로제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 준 뒤, 먼저 마차에 올랐다.

그렇게 마차가 떠나고 나서야 로제타가 테런을 돌아보며 물었다.

“그런데 우리 어디 가는 거예요? 이제 알려 줘도 되잖아요.”

몇 번을 물어보아도 그에게서 대답을 들을 수 없었던 로제타가 살짝 투덜거리며 입을 내밀었다.

하지만 테런은 그런 그녀의 모습을 귀엽다는 듯 살짝 내려다보기만 할 뿐 좀처럼 그녀가 원하는 대답은 들려주지 않고 있었다.

“자, 우선 타자. 도착하면 알게 될 거야.”

그가 로제타의 등을 받치듯 마차 쪽으로 슬쩍 밀었다.

로제타는 정말 이럴 거냐는 듯한 표정으로 살짝 뚱하게 그를 흘겨보다가, 이내 포기한 듯 가볍게 숨을 내쉰 뒤 순순히 마차에 올랐다.

두 사람이 앉자마자 마차는 기다렸다는 듯 바퀴를 구르며 달려가기 시작했다.

테런이 마부에게 미리 행선지를 언질해 놓은 모양이었다.

이동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아무래도 목적지가 왕궁 근처의 어딘가인 듯싶었다.

마차가 멈추고, 먼저 내린 테런이 로제타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조심히 내린 그녀는, 땅을 밟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딘가 낯익은 곳. 그녀의 두 눈이 조금씩 커졌다.

“이곳은…….”

“그래. 맞아.”

테런이 로제타를 데리고 온 곳은, 원래 그녀의 집인…… 랭우드 후작가였다.

15년 전 대화재의 흔적은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건물은 일찍이 철거된 상태였고, 드넓은 부지엔 푸르른 초목만 가득했다.

“이렇게 되었군요.”

“나름 관리한다고 했는데…….”

테런이 미안한 듯 중얼거리자, 로제타가 작게 고개를 내저으며 미소 지었다.

“늘 상주하는 사람이 없으니까요. 그래도 고마워요.”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잠깐 둘러봐도 될까요?”

“얼마든지.”

로제타는 테런에게 낀 팔짱을 풀고는 몇 걸음 앞서 걷기 시작했다.

기억 속의 모습과는 무척이나 달랐지만, 로제타는 모든 곳을 기억했다.

여기엔 현관이 있었고, 여기엔 대식당이, 그리고 이쪽 2층엔 저녁때마다 가족들이 모여 가볍게 담화를 나누던 리빙룸이……. 그리고 지금 딛고 선 이곳의 2층엔 자신의 방이 있었다.

‘거긴 지금 어떨까?’

홀린 듯 어디론가로 걸음을 옮기는 로제타의 뒤를, 테런이 묵묵히 뒤따랐다.

그렇게 얼마간 걸었을까. 그녀가 멈춰 섰다.

순간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로제타의 붉은 머리카락을 흩트렸고, 그녀는 길고 가는 손가락으로 그것을 걷어 귀 뒤로 넘겼다.

“여기였죠? 후원.”

주위를 둘러보는 그녀의 눈빛에는 그리움이 가득했다.

“우리, 여기서 자주 놀았잖아요.”

“맞아. 여기서 결혼식도 올렸지.”

테런의 대답에 로제타가 잔잔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운데, 낯설고. 마음이 이상하네요.”

로제타의 옆에 선 테런이 그녀의 어깨를 끌어안으며 제 쪽으로 끌어당겼다.

그러다 무엇인가를 발견하고 그가 중얼거렸다.

“아직도 있네.”

“네? 뭐가요?”

테런이 로제타의 어깨에서 손을 뒤 천천히 허리를 굽혔다.

“왜 그래요? 밑에 뭐가 있어요?”

“응.”

짧게 대답한 테런이 다시 상체를 들어 올렸다.

그의 손에는 복슬복슬하다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토끼풀 꽃이 한 송이 꺾여 들려 있었다.

“아……!”

그는 능숙하게, 그리고 조금은 습관적으로 그 토끼풀을 둥글게 말아 반지처럼 엮기 시작했다.

“한 여자에게 세 번이나 반지를 주는 건 처음이야.”

“처음이어야죠. 그럼.”

로제타가 새침하게 받아치자 테런 입술을 꾹 말아 물었다가 다시 열었다.

“음. 두 번을 염두에 둔 적은 맹세코 단 한 번도 없었어.”

낭패라는 표정으로 진땀을 흘리며 더듬더듬 변명하는 테런의 모습을 장난스럽게 흘겨보던 로제타가 이내 피식 웃었다.

“믿어 줄게요.”

마지막 매듭을 제대로 지은 뒤, 테런이 짧게 숨을 들이켰다.

그런 뒤 로제타를 응시하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클리프 영애.”

갑작스러운 호칭에 로제타가 놀란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공작님?”

“미안하지만……. 그대에게 파혼을 청합니다.”

생각지도 못한 말에 로제타의 눈이 동그래졌다.

하지만 이내 둥글게 휘어졌다. 그녀는 테런에게 장단을 맞추듯, 조금 새침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이유는요?”

“사랑하는 여자가 돌아왔거든요.”

씩, 호선을 그리는 그의 입매가 제법 시원했다.

그는 손에 쥔 풀 반지를 만지작거리며 조용히 말을 이었다.

“나는, 로제 안나 랭우드와 결혼하고 싶습니다. 그러니 클리프 영애. 부디, 나와 파혼해 주십시오.”

말을 마친 그가 팔을 뻗어 로제타의 왼손을 가슴 높이까지 끌어 올렸다.

그런 뒤 자신이 만든 풀 반지를 그녀의 손가락에 천천히 밀어 넣었다.

예전에 수변 공원에서 만들어 주었던 것과 달리, 지금은 그녀의 왼손 약지에 딱 맞는 사이즈였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난 네 이름이 뭐든 상관없어.”

부끄러운 듯 천천히 말리는 그녀의 손끝을 바라보던 테런이 나직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다만 네가 로제타 클리프로 남으면, 힘들고 아프게 살아왔던 지난날을…… 살면서 계속 떠올리게 될까 봐 그게 싫어. 그래서 네 본래 이름을 찾아 주고 싶은 것뿐이야.”

토끼풀 반지를 낀 그녀의 손을 한없이 내려다보고 있던 테런이 다시 고개를 들어 올려, 봄의 녹음처럼 초록빛으로 빛나는 로제타의 두 눈을 마주 보았다.

“그러니 그깟 이름이 무슨 상관이겠어?”

그의 피콕블루색 눈동자엔 물기가 살짝 어려 있었다. 그래서 평소보다 더 깊은 색으로 빛나 있었다.

“너라는 사람이 하나인데.”

더없이 따뜻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던 테런은 떨리는 숨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난 그저 너만 내 옆에 있어 주면 족해. 그렇기에, 네가 누구든 상관이 없어.”

로제타의 입술 끝이 천천히 위로 말려 올라갔다.

저를 올려다보며 환하게 웃고 있는 로제타를 가만히 내려다보던 테런이 고개를 내려 그녀에게 입 맞췄다.

봄바람 같은 숨결이 서로의 여린 살갗을 간지럽혔다.

젖은 그녀의 입술을 엄지 끝으로 훔치던 테런이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네 이름이 무엇이든, 난 사랑에 빠졌을 거야.”

단 두 번 뛰었던 심장이 모두 그녀의 것이었다.

담담한 목소리로 이어진 테런의 고백을 듣고 있던 로제타가 살며시 그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너른 가슴팍에 얼굴을 기대며, 그녀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다녀왔어요. 오라버니. 날 기다려 줘서 고마워요.”

테런은 로제타의 붉은 머리카락에 입술을 묻었다가 뗀 뒤, 그녀의 몸을 꽉 끌어안았다.

“로제. 내가 정말 많이 사랑해.”

“나도요.”

로제타가 조용히, 한숨처럼 중얼거렸다.

“나도 당신에게 지지 않을 만큼, 더 많이, 많이 사랑할게요.”

* * *

랭우드 후작가의 재건은 머지않아 곧 시작될 것이다.

그전까지는 에스테스 공작가에서 머무르기로 결정한 로제타는 테런과 함께 에스테스 하우스로 돌아왔다.

그녀는 불이 켜진 포치 앞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클라리사를 발견 했다.

“언니!”

소녀 역시 로제타를 발견한 모양인지, 한쪽 팔을 번쩍 들어 올린 채 붕붕 내저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윽고 로제타가 도착하는 것을 기다리기 힘들다는 듯 뛰어오기 시작했다. 그러다 발이 꼬였는지 콰당하고 넘어졌다.

“저런.”

나란히 걷던 테런이 가볍게 눈살을 찌푸렸다.

그의 팔짱을 풀며 로제타가 등 떠밀었다.

“먼저 가 봐요.”

“응.”

드레스를 입어 뛸 수 없는 로제타를 대신해, 테런이 먼저 클라리사에게로 달려갔다.

그는 제 여동생을 일으켜 준 뒤, 무릎 쪽에 묻은 먼지를 손수 털어 주었다.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로제타의 머릿속에 불현듯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서 조용히 입을 열어 땅의 정령을 불러냈다.

“노아스.”

-무슨 일이냐.

그녀의 바람을 미리 읽기라도 한 듯 토토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내게 소중한 사람을 기쁘게 해 주고 싶어.”

로제타는 클라리사를 바라보며 둥글게 눈을 휘었다.

노아스는 가볍게 한숨 같은 걸 쉬더니 이내 그녀보다 먼저 몇 걸음 앞서 걷기 시작했다. 그런 뒤 클라리사의 앞에 우뚝 멈춰 섰다.

“어……? 토토……?”

놀란 눈으로 땅의 정령을 멍하니 바라보던 클라리사의 두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진짜 토토야? 토토!”

그런 뒤 소녀는 자신의 드레스가 흙으로 물드는 것은 아랑곳하지도 않고, 정령의 목을 끌어안았다.

갑작스러운 포옹에 노아스는 잠시 당황하는 기색이었지만 잠자코 있었다.

클라리사의 행동이 싫지는 않은지 꼬리가 좌우로 바쁘게 움직였다.

“우리 클라리사 웃는 모습, 정말 예쁘다.”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로제타가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그러자 어디선가 빛 가루가 포슬포슬 떨어져 내렸다.

머릿속에서 까르르 웃는 목소리가 들리는 기분이 들었다.

-행복해, 로제?

그 음성의 주인을 모르지 않았다.

로제타의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언제나 내 행복을 빌어준 가장 작고 소중한 친구.

이미 그녀의 대답을 알고 있다는 듯, 빛 가루가 눈처럼 떨어지고 있었다.

어린 날, 가장 행복했던 추억처럼 오늘 이 순간도 영영 잊지 못하리라.

로제타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입술을 한껏 끌어 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행복해. 무척이나.”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행복하게 웃으며 살 거야.

속으로 한 그 결심이 들리기라도 한 듯, 어디선가 또 한 번 실프의 웃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예쁜 애 옆에 예쁜 애〉

본편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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