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 최약체는 마족 한정 먼치킨이 되었다-1화 (1/334)

EP.1 최약체에 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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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녘.

포효하는 천둥소리.

포석을 투둑투둑 때리는 빗소리.

드리워진 얼음 장막 안에서 나는 몸을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빗방울은 반투명한 얼음 장막에 스르르 흘러내려가다, 그대로 얼어버려 장막의 일부가 된다.

나는 그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아아···.”

3일. 3일째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나는 7년 동안 동고동락을 함께 해왔던 게임, <메르헨의 마법 기사>에 빙의했다.

그것도 주인공이나 주연급 등장인물들과 아무 상관없는 삼류 엑스트라로.

정말로 뻔하디뻔한 클리셰가 아닐 수 없다.

이제는 안정기에라도 접어든 것인지,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는다.

그냥 막연했다.

고시생 시절 초반에 내 키보다 높게 쌓여 있던 책 무더기를 봤을 때 느꼈던, 막막한 기분.

아마 이건 벌인지도 모르겠다.

오랜만에 스토리나 재탕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래서 편하게 진행하려고 유일하게 적용 가능한 스탯 100 찍히는 치트 치고 새롭게 게임을 시작했다.

나름 고인물이면서, 그러면 안 됐는데···.

‘그래서 빙의된 건가.’

하하, 미친.

진짜 별별 생각이 다 드네.

하지만 <메르헨의 마법 기사>에 빙의된 건 사실이다.

3일 동안 생활한 결과, 여긴 게임 속에서 봤던 메르헨 아카데미가 맞았다.

심지어 오늘은 게임 시작 지점인 입학식 날.

정문에 크게 걸려 있는 입학식 현수막 날짜와 기숙사 달력을 본 덕분에 알 수 있었다.

처음엔 기숙사에서 눈을 뜨고.

신입생 혜택으로 받은 아카데미만의 독자적인 화폐를 쓰면서 식사를 해결하고.

매일 묵묵히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이 말도 안 되는 현실을 실감하고 있었다···.

게다가 감각적으로 마나를 흘려보내 마법도 사용할 수 있었다. 이 [얼음 장막]이 그 증거다.

참···, 웃기지도 않는다.

거기다 멍하니 빗소리를 들으면서 상념에 잠겨 있다 보니, 새삼스럽게 끔찍한 사실 하나가 떠올랐다.

‘이거···, 역시 지옥 난이도네.’

<메르헨의 마법 기사>는 쉬움, 보통, 어려움 난이도 중 하나를 선택해서 시작한다. 2회차부터 극악, 3회차부터 악명 높은 지옥 난이도를 선택할 수 있다.

지옥 난이도는 시작부터 분위기가 확 달라진다.

원래대로라면 오늘은 처음부터 끝까지 화창한 날씨여야 한다. 주인공, 이안 페어리테일의 우당탕탕 좌충우돌 아카데미 생활의 시작을 알리는 좋은 날인 것이다.

그때의 상쾌한 배경음과 밝은 분위기는 내 기억 속에 또렷이 박혀 있다.

하지만 지옥 난이도를 선택하면 비가 오는 우중충한 날씨로 게임이 시작된다.

배경음도 없이, 비 오는 소리만이 백색 소음처럼 들렸던 지옥 난이도의 시작을 나는 기억한다. 마치 앞으로의 험난한 여정을 예고하는 듯했지.

그리고 이 난이도에서 이안은, 입학식이 시작되기도 전에 적과 싸우게 된다.

‘빙의가 돼도 하필···.’

지옥 난이도는 그 이름대로 미친 난이도를 자랑한다.

적들의 레벨이 높아지거나 패턴이 어려워지는 건 당연지사고, 이야기 자체가 바뀌어서 기존 난이도에선 나오지 않았던 적들도 틈틈이 나온다.

고인물 of 고인물만이 가까스로 깰 수 있는 난이도인 것이다.

‘그런데 나는···.’

상태창을 보고 싶다는 의지를 품자 눈앞에 팟-, 하고 반투명한 창이 나타났다. 게임에서 자주 보았던 인터페이스였다.

[ 상태 ]

이름 : 아이작

Lv : 20

성별 : 남

학년 : 1

칭호 : 신입생

마력량 : 280 / 300

- 마력 회복 속도(D-)

- 체력(D-)

- 근력(D)

- 지력(D)

- 정신력(B)

잠재력 <<상세>>

[ 전투 능력 ]

원소 계열 1 : 얼음

- 원소 화력(D-)

- 원소 효율(D)

- 원소 시너지(C)

원소 계열 2 (잠김)

[ 보유 스킬 ]

액티브

- (★1) 얼음 생성(D)

- (★2) 얼음 장막(C)

- (★1) 냉기 발산(C)

- (★1) 기초 보호 마법(E)

패시브

- 없음

스킬트리 <<상세>>

[ 고유 특성 ]

- 없음

과연 삼류 엑스트라답게 처참한 능력치다.

일단 레벨부터 20. 내 기억에 따르면, 신입생들의 레벨은 평균 40 언저리다. 격이 다른 학생들도 있지만 걔네는 예외고.

이 게임에서 레벨 20은 지옥 난이도 튜토리얼 도중에 찍을 수 있는 수준이다. 너무 낮다.

정신력은 높아봤자 환각 계열 마법 저항력을 높여줄 뿐이다. 싸움에 그다지 도움이 안 된다.

‘어떻게 난 기초적인 수준도 안 되냐.’

스킬도 마찬가지. 가장 최악의 등급이 E급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스킬 위력을 담당하는 [원소 화력] D-급이 얼마나 찌꺼기 수준인지는 짐작하기 쉽다.

이런 하찮은 캐릭터가 어떻게 명문 메르헨 아카데미에 들어왔는가.

게임 내용을 떠올려 보면, 실기가 아닌 필기 실력으로 압도한 게 분명했다.

그럼 뭐 해. 내 머리가 백지인데.

나는 앞으로의 생애를 걱정해야 했다.

나중에 현실로 돌아갈 수 있을지, 아니면 여기서 쭉 살아가야 할지 알 수 없는 상황.

최악의 상황은 주인공 이안 페어리테일의 죽음으로 이 세상이 배드 엔딩을 맞이하고, 나 또한 죽는 경우다.

그러니 만약 현실로 돌아가지 못한다는 가정하에, 내가 세울 수 있는 가장 안전한 대책은.

이 게임을 클리어하는 것이었다.

‘그나마 치트가 적용됐으니 망정이지···.’

지난 3일간 상태창을 확인해 본 결과, 스탯 100 치트키가 그대로 적용되어 있었다.

스탯은 직접적인 능력치에는 영향을 안 준다. 잠재력에 투자하는 데 쓰인다. 그래서 극적인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문제는, 이 ‘아이작’이란 캐릭터가 잠재력이나 스펙이 몹시 형편없다는 점이다···.

‘···[얼음 생성].’

마력을 흘려보내 허공에 만들어 낸 얼음덩어리는 최대 축구공 크기밖에 되지 않는다. 한번 얼음덩어리를 만드는 데 가용할 수 있는 최대한의 마력을 쏟아 부어 만든 것이다.

「얼음 생성 (얼음 속성, ★1)」

힘을 놓으니 마력 덩어리가 중력의 힘을 받고 바닥에 툭, 떨어진다.

···진짜, 아주 많이 약하다.

이걸 상대의 몸 안에 만들면 되지 않느냐? 그건 안 된다. 다른 사람의 몸 안에서 마법을 발생 시키는 건 ‘마나 역장’ 때문에 안 된다는 설정이 있다.

즉, 내 전력은 그냥 얼음덩이 떨어뜨리는 것밖에 없는 셈이다.

그러니 우선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해야 했다.

주인공, 이안 페어리테일이 이 지옥 난이도를 잘 헤쳐 나갈 수 있을지.

내가 꿀을 빨 수 있을지.

······

<메르헨의 마법 기사> 지옥 난이도 첫 번째 보스, ‘악의의 트레비옹’.

그는 바로 오늘, 입학식 전에 주인공과 마주치게 된다.

앞으로 주인공, 이안 페어리테일에게는 많은 적이 찾아들 것이다. 이안에겐 특별한 힘이 있기 때문이다.

‘비 그쳤다.’

이제 슬슬 때가 되었다.

아카데미 중앙에 솟아 있는 시계탑을 쳐다보았다.

현재 시각은 오전 8시. 서서히 줄어드는 먹구름 사이로 햇볕이 쏟아지고 있었다.

나는 게임을 플레이했던 기억을 되살려 아카데미 정문 밖에 있는 ‘조세나 숲’으로 들어갔다.

언덕을 쭉 오르면 주인공 이안 페어리테일이 메르헨 아카데미에 오는 길에 잠시 묵었던 작은 숙소가 나온다. 이안은 오늘 그 숙소에서 출발해 아카데미로 향하게 된다.

내 목적지는 나무들이 늘어선 숲길을 헤치다 보면 나오는 탁 트인 공터. 이안이 아카데미로 가는 길에 있는 장소였다.

‘여기다···!’

목적지에 도착한 순간, 나는 멈칫했다.

나무에 기대앉은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흑발의 남자.

그는 나와 같은 교복을 입은 채, 입에서 피를 쏟아 내고 있었다.

너무도 익숙한 생김새를 보고 나는 대번에 그가 누군지 알아챘다.

이안 페어리테일. <메르헨의 마법 기사>의 주인공이었다.

[ 이안 페어리테일 ]

Lv : 30

종족 : 인간

속성 : 빛

위험도 : X

허공에 나타난 정보창이 흑발의 남자를 이안 페어리테일이라고 못 박았다.

지옥 난이도 튜토리얼을 끝내면 레벨은 30이 된다. 저기 기절해 있는 주인공 놈은 튜토리얼 정도는 마친 모양이었다.

그리고 기절한 주인공 앞에, 길쭉하게 생긴 검은 피부의 남자가 서 있었다.

검은 피부의 남자는 온몸이 흐느적거렸다. 양옆으로 슬쩍 뻗은 양손도 구불구불 움직였다.

삐죽삐죽한 새하얀 머리카락. 지옥 난이도 시작부터 수많은 플레이어를 절망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던 첫 번째 악당.

[ 악의의 트레비옹 ]

Lv : 80

종족 : 마족

속성 : 어둠, 물

위험도 : 상

‘악의의 트레비옹’이었다.

‘레벨 80···. 지옥 난이도 확실하네.’

게임 시작 직후 앞으로의 영고를 예고하는 적, 악의의 트레비옹. 녀석은 지옥 난이도에서 레벨이 80이다.

반면에 이안의 레벨은 30. 지금의 이안으로선 트레비옹의 가벼운 공격 한 대 맞으면 지금처럼 빈사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다, 두 대 맞으면 죽겠지.

이토록 레벨이 높은 건 지옥 난이도라 그렇다. 막상 해치워도 경험치 획득량은 다른 난이도와 별 차이 없다.

고도의 컨트롤 능력이 없으면 지옥 난이도는 시작도 하지 말라는 개발진의 음습한 의도가 과도하게 느껴진다.

스토리상으로도, 지금의 이안이 트레비옹을 이긴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결국 싸움 도중에 마법학부 신입생 차석, 카야 아스트레앙이 나타나 적을 제압할 것이다.

그러니 목적은 ‘버티는 것’.

그나저나···.

‘이안 점마 지금 뭐 하는데?’

설마 시작부터 발린 거야?

그럴 리 없어. 제발 아니라고 해 줘···.

물론 지옥 난이도는 시작부터 고인물의 컨트롤을 요한다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아니지···.

트레비옹이 기절해 있는 이안에게 다가간다. 그의 양손에 검은 수구(水毬)가 각각 떠올랐다. 어둠 속성과 물 속성을 합친 마법이다.

···입학식 첫날부터 이 세계는 배드 엔딩 위기에 처해 버렸다.

‘쟤 죽으면 난 어떻게 되냐···?’

배드 엔딩이 되면 난 어떻게 되는 거지? 현실로 돌아가는 건가, 아니면··· 죽는 건가?

···불길하다. 눈앞이 깜깜하다.

내 안위를 보장 받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일은, 이 게임을 클리어하는 것.

결말부에서 이안은 마법 기사가 돼서 승승장구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메르헨 아카데미는 대륙 최고의 명문 아카데미인 만큼, 졸업장만 있어도 이 세상에서 떵떵거리며 살아갈 수 있으니까.

다만, 그러려면 최종 보스인 ‘악신 네피드’를 쓰러뜨려야만 한다.

당연하게도 주인공인 저 새끼가 없으면 이 게임은 클리어할 수 없는 구조다.

방법을 생각해 보자. 지금, 이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 치트.’

스탯 100 치트!

나는 얼른 상태창을 열고 잠재력 <<상세>>에 들어갔다.

[ 잠재력 ]

보유 스탯 : 100

◆ 성장 속도

- 신체 단련 효율(D+) : 16/100 [UP]

- 마법 단련 효율(D-) : 10/100 [UP]

- 학습 효율(D) : 12/100 [UP]

◆ 원소 저항력

- 불 속성 원소 저항력(E) : 0/100 [UP]

- 물 속성 원소 저항력(D) : 6/100 [UP]

- 얼음 속성 원소 저항력(C-) : 24/100 [UP]

- 번개 속성 원소 저항력(C) : 29/100 [UP]

- 바위 속성 원소 저항력(E) : 2/100 [UP]

- 바람 속성 원소 저항력(D) : 13/100 [UP]

- 중립 속성 마법 저항력(D) : 8/100 [UP]

◆ 대 종족 전투력

- 대 인간 전투력(E) : 4/100 [UP]

- 대 이 종족 전투력(E) : 1/100 [UP]

- 대 천족 전투력(E) : 0/100 [UP]

- 대 마족 전투력(E) : 0/100 [UP]

내가 입력했던 스탯 100 치트. 역시 문제없이 적용돼 있었다.

보유 스탯이 있어서 잠재력마다 [UP] 버튼이 활성화되어 있는 상태.

이미 배분되어 있는 잠재력은 아이작 본인이 타고난 것인 듯했다.

어쨌든 다 무시하고, 나는 [대 마족 전투력]에 스탯을 모조리 쏟아부었다.

띠링-♪

[잠재력 [대 마족 전투력]이 E급에서 S급으로 향상되었습니다!]

[고유 특성 [멸악자]를 획득했습니다!]

[대 마족 전투력] 최고 레벨. 이로써 고유 특성 [멸악자]를 얻었다.

여기에 전투력을 몰방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마족을 상대할 때만큼은 일시적으로 전투력이 격상하기 때문이다.

<메르헨의 마법 기사>에 나오는 공식적인 악당은 대부분 마족이다. [대 마족 전투력]에 투자할 수록 보스전 특화라 보면 된다.

그리고 [멸악자]는 [대 마족 전투력]을 최대치로 찍었을 때 얻을 수 있는 고유 특성. [대 마족 전투력]의 효과를 뻥튀기시키는 역할이다.

따라서 지금부터 나는 마족인 트레비옹을 상대로 강한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공터로 나섰다.

그러자 이안에 다가가던 트레비옹이 내 기척을 알아채고, 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

[…….]

음침한 보라색 눈. 인간형 얼굴. 쭉 늘린 듯 길쭉한 몸. 그는 나를 보자 입꼬리가 찢어질 정도로 활짝 웃었다. 기괴한 모습이었다.

[안녕하세요?]

고개를 연신 까딱거리며, 삐걱거리는 목소리로 인사를 건네는 트레비옹.

사람들이 녀석에게 지어 준 별명이 있다. 그것은 ‘하이맨’.

트레비옹은 ‘안녕하세요’란 말밖에 할 줄 모른다.

[안녕하세요안녕하세요안녕하세요안녕하세요안녕하세요안녕하세요안녕하세요안녕하세요안녕하세요안녕하세요안녕하세요안녕하세요안녕하세요안녕하세요안녕하세요안녕하세요안녕하세요안녕하세요안녕하세요안녕하세요안녕하세요안녕하세요안녕하세요안녕하세요안녕하세요안녕하세요안녕하세요안녕하세요안녕하세요안녕하세요안녕하세요안녕하세요안녕하세요안녕하세요안녕하세요안녕하세요안녕하세요안녕하세요안녕하세요안녕하세요안녕하세요안녕하세요안녕하세요안녕하세요안녕하세요?]

녀석이 흐느적거리며 무서운 속도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나는 트레비옹을 향해 오른손을 뻗었다. 마법을 쓰기 위한 자세였다.

과연 어떤 효과가 발휘될지···! 공포감과 기대감이 내 속에서 한껏 뒤얽혔다.

그때, 갑자기 심장이 바이스에라도 물린 것처럼 강하게 박동하기 시작했다.

몸속에서 피가 끓어오르고, 마나의 흐름이 격렬해졌다.

[마족을 적으로 인식했습니다.]

[고유 특성 [멸악자]가 발동됩니다!]

[레벨과 능력치가 일시적으로 크게 향상됩니다!]

[스킬트리가 일시적으로 +10이 됩니다!]

[ 상태 ]

이름 : 아이작

Lv : (120)

성별 : 남

학년 : 1

칭호 : 신입생

마력량 : (30000) / (30000)

- 마력 회복 속도(B+)

- 체력(A-)

- 근력(A)

- 지력(D)

- 정신력(S)

‘오우···.’

레벨과 능력치가···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뭔가 강력한 걸 쏟아부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그 감각에 몸을 맡겼다.

트레비옹이 양팔을 휘둘렀다. 그러자 어둠과 물이 혼합된 기이한 마력이 나선형의 궤적을 그리며 내게로 날아들었다.

그 순간, 나는 몸속에 흐르는 냉기를 오른손으로 발산했다.

연푸른빛을 내비치는 기하학적 무늬의 법진이 오른손 앞에 나타나고.

차가운 마력이, 폭발했다.

────────── 「빙결 폭발 (얼음 속성, ★5)」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우왁!”

폭발하듯, 대량의 얼음이 내 손에서 터져 나와 트레비옹의 마법을 집어삼켰다!

얼음의 마나는 단숨에 부채꼴로 뻗어 나가 공터를 지배하고.

트레비옹마저도 집어삼키며, 지면에서 튕겨 나가듯 하늘을 향해 사선으로 솟구쳤다.

단시간에 생겨난 거대한 얼음덩이. 놀라울 정도로 웅대했다.

그 얼음덩이는 마치 북극이나 남극에 온 것만 같은 착각마저 들게 할 정도로 싸늘한 냉기를 주위로 스멀스멀 흘려보냈다.

트레비옹은 시간이 멈춘 것처럼, 고통스러운 얼굴로 얼음덩이 안에서 정지해 있었다.

다행히 주인공, 이안 페어리테일은 아슬아슬하게 얼음덩이의 사정권 밖에 있어서 피해는 없었다. 얼음덩이가 녀석에게 닿기 전에 하늘로 솟구친 까닭이다.

나는 서늘한 한기와 안도감 속에서 깊은 한숨을 푹 내뱉었다.

마력을 흘려보냈던 내 오른쪽 손바닥에선 총알을 발사한 총구에서 초연이 새어 나오듯, 새하얀 냉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까는 고작 축구공 크기의 얼음덩이나 만들 수 있을 뿐이었는데···.

눈앞에 보이는, 사방으로 가시 돋친 듯 뾰족뾰족한 빙산은 차원이 달랐다.

이게 [대 마족 전투력]을 최고치까지 찍은 결과물─.

나는 감각적으로 내 마법의 결과물을 없애는 게 가능하다고 느꼈다. 원격조작을 하듯, 자연히 빙괴에 흐르는 마나를 풀어보았다.

예상대로 뾰족하고 거대한 얼음덩이가 쩌적─, 하고 갈라지더니.

콰아아앙─.

터지듯 분해되며, 연파란빛의 가루가 되어 바람에 흩날리기 시작했다. ‘빙결 해제’였다.

트레비옹은 각혈하며 쓰러졌다. 스킬, [빙결 폭발]이 일어났을 때 빙결이 공격적으로 그를 덮쳤던 까닭이다.

‘괜찮은데···?’

더 덤벼와도 상관없었다. 여유롭게 이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내, 트레비옹은 바닥에서 몸을 뒤척이다가 축 늘어졌다.

[안녕···히···.]

힘없는 목소리가 바람에 흩어지며.

트레비옹은 잿빛 가루가 되어 소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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