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 최약체는 마족 한정 먼치킨이 되었다-15화 (15/334)

EP.15 소꿉친구 납치 사건 - 막간

[축하합니다! 마족 [침잠의 오르페(Lv 110)]를 처치하고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Lv이 36으로 향상되었습니다!]

[스탯이 12 증가합니다!]

[업적 [소꿉친구는 무사해!]를 달성했습니다! 보너스 스탯 10을 추가로 획득합니다!]

나는 한쪽 무릎을 굽히고 앉은 뒤, 심해 고리를 주워들었다.

얇고 녹슨 군청색 귀찌. 거기엔 룬 문자 같은 기이한 문자가 아주 작게 새겨져 있었다.

[전리품 [심해 고리]를 습득하였습니다!]

[심해 고리]

:: 착용시 상대방의 심리 상태를 간파할 수 있다.

7일간 착용시 이 아이템은 기능을 상실하며, 착용하지 않아도 상대방의 심리 상태를 간파할 수 있게 된다.

등급 : 1티어

심해 고리는 귓바퀴에 걸 수 있는 귀찌이다. 이걸 착용하고 상대를 보면 상태창을 통해 그 사람의 심리 상태를 엿볼 수 있다.

원래는 이안이 가져가야 할 아이템이지만, 기절 전문가보다는 내 쪽이 가져가는 게 훨씬 유용할 것이다. 애초에 이걸 쓸 일이 있으면 내가 나서서 해결해주면 그만이고.

적어도 스토리를 위해서 이안에게 꼭 필요한 거나 여유분이 남는 게 아니라면, 전리품은 양보할 생각이 없다.

나는 빙결 해제로 폐창고를 에워싼 얼음을 전부 없애면서 이안과 마테오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카야가 그들에게 치유 마법을 사용하면서 경이롭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확실한 치료를 위해선 치유 마법에 특화된 성직자들을 찾아가거나, 병원에 데려가야 한다. 카야의 마법은 응급처치 정도에 불과하니까.

그러나 이안은 빛 속성 체질이라 괴물 같은 회복력을 자랑한다. 카야의 마법 정도로도 충분히 완치가 될 것이다.

상황이 진정됐으니, 잠깐 심해 고리 좀 시험해볼까.

군청색 귀찌, 심해 고리를 오른쪽 귓바퀴에 끼웠다. 차가운 금속의 감각. 심해 고리는 내 귓바퀴 크기에 알맞게 줄어들었다.

[패시브 스킬 [심리 간파(★7)]를 습득하였습니다!]

심해 고리 착용을 조건부로 발동되는 패시브 스킬 습득.

7일간 귀찌를 착용하고 있으면 귀찌 착용이란 조건부도 사라질 것이다.

날 쳐다보고 있는 카야나 마테오에게 안 들키도록 오른손으로 귀찌 낀 귀를 가렸다.

그 다음, 우선 기절해 있는 이안부터 쳐다보았다.

[ 이안 페어리테일 ]

Lv : 43

종족 : 인간

속성 : 빛, 불

위험도 : X

심리 : [ ]

역시. 상태창에 ‘심리’ 칸이 새로 생겼다. 이안은 기절한 상태라 공백인 듯했다.

[ 마테오 조르다나 ]

Lv : 76

종족 : 인간

속성 : 바위

위험도 : X

심리 : [ 당신이 강하다는 사실에 혼란스러워하고 있습니다. ]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마테오. 사람 얼굴에 경악과 의심, 감탄이 한껏 뒤섞여 있는 건 처음 본다. 그중 ‘의심’이 가장 비중이 큰 상태인 듯했다.

아, 마테오도 레벨 1 올랐네. 협동 경험치 덕분이겠지.

[ 카야 아스트레앙 ]

Lv : 91

종족 : 인간

속성 : 바람, 얼음

위험도 : X

심리 : [ 당신을 경외하고 있습니다. ]

‘경외 뭔데.’

카야는 마치 사이비 교주를 바라보고 있는 열혈 신도 같은 모습이었다.

‘···뭐, 얘도 레벨 1 올랐네.’

후, 나 덕분에 강해진 줄 알아라.

귀에서 심해 고리를 떼고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이건 내일부터 평범한 액세서리처럼 끼는 게 자연스러울 것이다.

이후, 카야와 이안, 마테오가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마테오는 혼란스러운 얼굴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너무 놀란 나머지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모양이었다.

뭐, 나도 딱히 그에게 할 말은 없었다.

“카야.”

“네에, 아이작 님.”

카야 앞에 멈춰 서서 말을 걸자, 나는 흠칫 놀랐다.

가까이서 보니 눈빛이 너무 반짝인다. 부담스러울 정도로.

···일단 카야한테 물어볼 건 물어봐야겠지.

“이안을 도우러 온 거냐?”

“네. 아! 아이작 님, 혹시 에이미 할로웨이 아십니까? 납치당했다고 들었는데···.”

“내가 안전한 곳에 뒀어.”

“역시!”

이럴 줄 알았다는 듯 감탄사를 내뱉는 카야.

여전히 그녀의 눈동자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별빛을 마구 쏘아대고 있었다.

“뒤처리는 제가 하겠습니다. 이 친구들 병원에 데려가 확실히 치료시켜주고, 입막음도 철저히 하죠!”

아무 말도 안 했는데 내가 원하는 바를 콕 집어서 말해주네.

이 감각, 왠지 나쁘지 않다.

지금 그녀가 부담스러운 것도, 나를 동경하는 듯한 눈빛이 영 낯간지러워서 그런 것뿐.

가슴속이 간질거리는 기분이라, 입가에 작은 미소가 걸렸다.

“고맙다.”

그리 진심 어린 한마디를 하자, 카야의 입꼬리가 격렬히 반응했다.

우물거리기 시작한 입술. 좋아 죽으려는 표정.

그녀가 동경하는 사람한테 칭찬을 들으면 곧잘 짓는 표정이었다.

사실상 나는 별거 아닌 놈이긴 하지만 내게 그런 표정을 지어 주니···.

뭐랄까, 뿌듯했다.

“그리고 이번 마족 출현 건은 함구해줘.”

“네? 그건 어째서···? 아! 알겠습니다."

나름 꾸며낸 이유를 말하려 했는데 대뜸 알겠다고 하자 오히려 말문이 막혔다.

무슨 사고과정을 거친 건지는 모르겠으나, 내 뜻대로 해준다니까 상관은 없겠지.

<메르헨의 마법 기사>를 플레이했던 기억을 되살렸다. 이제 곧 마테오의 부하들이 깨어날 것이다. 그러면 그들은 마테오를 부축해주고 병원으로 향하겠지.

상황 종료인 것이다.

나는 카야에게 고개를 한 번 끄덕여준 후,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목적지는 에이미가 있는 내 아지트였다.

걷는 내내 카야의 부담스러운 시선과 마테오의 의구심 어린 시선이 느껴졌다.

일부러 눈길 한번 안 주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어느덧 노을빛이 사라지고 어둑해지기 시작한 하늘.

노을빛과 군청색의 경계는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

“초콜릿 더 가져 왔어.”

“오! 왔구나아!”

아지트에 도착하자 에이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토끼처럼 내게로 총총 다가왔다.

어서 초콜릿을 달라는 눈빛은 꼭 포메라니안 강아지 같았다.

“생각보다 조금 늦었네. 근데 밖에 추워? 왠지 한기가 느껴진다, 너?”

걱정 어린 투로 묻는 에이미.

침잠의 오르페와 싸우면서 냉기를 마구 뿜어냈던 탓인 듯했다.

나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뺨을 긁적였다.

“감기 걸리면 안 돼.”

“뭐 하게?”

대뜸 에이미는 한 손을 내게로 뻗었고.

그 뻗은 손앞에 은은한 불꽃이 나타났다.

화르르르─.

「불 생성 (불 속성, ★1)」

오, 따뜻해.

“아, 고마워.”

“고마운 건 나지. 오늘 완전 재밌구, 초콜릿도 맛있구···. 그런데 아이작, 너 아직 대답 안 했다?”

“대답?”

“내가 친구 되자고 한 거.”

그러고 보니 나갈 때 친구 되자는 말에 제대로 대답 안 했구나.

근데 얘 곧 있으면 이안한테 자초지종을 들을 예정인데···. 내가 그녀를 왜 여기로 데려왔는지도 금방 유추할 수 있을 테고.

그때는 얘가 무슨 반응을 보일지 모르겠다.

그래도 뭐, 굳이 지금 기피할 필요가 있을까.

“친구···, 좋지.”

“히히.”

화염의 온기 속에서 에이미가 환하게 웃었다. 꽃이 만개한 것 같은 진심 어린 미소였다.

······

<메르헨의 마법 기사> 2막 2장, 소꿉친구 납치 사건이 끝났다. 나는 에이미를 데리고 조세나 숲을 나선 뒤 기숙사 앞에서 헤어졌다. 그녀는 중하위권 학생들이 머무는 ‘브릭스관’에 소속돼 있었다.

저녁은 굶기로 했다. 에이미와 다과를 즐겨서 그리 배고프지 않은 까닭이었다.

어두운 밤.

나는 인적 없는 정원 구석에 가서 잠재력을 확인했다.

[ 잠재력 ]

보유 스탯 : 22

◆ 성장 속도

- 신체 단련 효율(C) : 26/100 [UP]

- 마법 단련 효율(C+) : 33/100 [UP]

- 학습 효율(D) : 12/100 [UP]

◆ 원소 저항력

- 불 속성 원소 저항력(E) : 0/100 [UP]

- 물 속성 원소 저항력(D) : 6/100 [UP]

- 얼음 속성 원소 저항력(C-) : 24/100 [UP]

- 번개 속성 원소 저항력(C) : 29/100 [UP]

- 바위 속성 원소 저항력(E) : 2/100 [UP]

- 바람 속성 원소 저항력(D) : 13/100 [UP]

- 중립 속성 마법 저항력(D) : 8/100 [UP]

◆ 대 종족 전투력

- 대 인간 전투력(E) : 4/100 [UP]

- 대 이 종족 전투력(E) : 1/100 [UP]

- 대 천족 전투력(E) : 0/100 [UP]

- 대 마족 전투력(S) : 100/100 [MAX]

‘레벨은 6 올랐고, 스탯은 총 22 얻었네. 22 정도면···.’

최우선 목표는 [빙결 폭발]을 습득하는 것. 즉, 내가 투자할 곳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나는 [마법 단련 효율]에 22 스탯을 전부 들이부었다.

[잠재력 [마법 단련 효율]이 C+급에서 B+급으로 향상되었습니다!]

‘B+급!’

B+급이면 수재의 영역이다.

아이작 자체의 잠재력이나 능력치가 많이 안 좋긴 해도, 앞으로의 성장 속도는 봐줄 만 할 것이다.

이후로 나는 마법 단련을 한 뒤, 체력 단련실로 향했다.

기사학부 학생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나를 반겨 줬다.

그리고 지옥이 펼쳐졌다.

······

이튿날, 낮.

길을 지나던 중 에이미를 만났다. 순간 무슨 소리를 들을까 긴장하고 있었는데, 예상외로 그녀는 활짝 웃으면서 나를 반겨 주었다.

[ 에이미 할로웨이 ]

심리 : [ 당신에게 친근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

굉장히 기뻐 보였다. 그녀는 어제 이안이 자길 찾아와 꼭 껴안아 주면서 ‘걱정했다’고 말했다고 했다.

갑작스러운 포옹에 당황해서 왜 그러느냐고 물었더니, 이안이 ‘오늘따라 안 보여서 무슨 일 있나 걱정됐다’고 대답했다 한다.

아마 말을 꽤 더듬었을 거다. 그러나 에이미는 너무도 기분이 좋았던 탓에 그냥 넘어갔을 거고.

게다가 이안의 심성이 가진 색깔도 다시 밝아졌다고 좋아했겠지.

‘에이미 정실 루트 탔구만.’

소꿉친구 납치 사건에서 납치당한 에이미를 구해주면, 선택지가 두 개 나온다. [어깨 토닥이기]와 [안아주기]다. 그중 [안아주기]를 선택하면 에이미 정실 루트를 타게 된다.

축하한다, 에이미. 너희들의 결혼식은 정말 감동적일 거다.

그리고 이안이 다쳤던 얘기가 튀어나오지 않은 걸 보면, 역시나 녀석은 카야의 치유 마법만으로 단숨에 완치된 모양이었다. 에이미를 걱정시키지 않으려고 기숙사에 가서 옷도 갈아입었을 게 분명했다.

심지어 그는 에이미에게 내 얘기는커녕 마테오와 대립했던 일조차 말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아까 강의실에서 그가 내게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걸 생각해본다면.

아무래도 카야와 마테오는 입을 맞춰서 내 얘기를 하지 않기로 한 듯했다.

기특하구나, 카야.

“귀찌 뭐야? 새로 샀어? 잘 어울리네~.”

이안 얘기를 끝내고서야 에이미는 내 오른쪽 귓바퀴에 장식된 심해 고리를 알아챘다.

일주일간 끼고 다녀야 하는데, 잘 어울린다 해주니 다행이었다.

이후, 나는 마테오에게 불려갔다. 정확히는 나를 포함한 패거리 전부가 불렸다.

마테오의 부하들은 카야의 바람 마법에 당한 이후로 기억이 없었다. 전부 기절했던 탓이다. 깨어났을 때 폐창고가 완전히 박살 나 있는 광경을 보고 전부 카야의 짓이라고 지레짐작한 듯했다. 마테오는 그게 사실이라고 말한 듯하고.

그들은 깨어나자마자 마테오를 부축하면서 병원으로 향했다고 한다.

그렇게 마테오는 병원에서 전문적인 치유 마법을 받고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물론 완전히 치료된 상태는 아니었다. 마테오는 팔과 몸통에 붕대를 칭칭 감은 채였다. 팔을 움직일 때마다 움찔거리는 걸 보면 아직 아픈 모양이었지만, 몸을 움직이는 데 큰 지장은 없어 보였다.

아카데미 건물 뒤편에 있는 어느 골목.

마테오는 따까리인 우리에게 고개 숙여 사과했다.

“미안하다. 이제부턴 정직하게 실력으로 승부하면서 살아가려고 한다. 내 장단에 어울려 줘서 고마웠다. 앞으로는, 그저 내 친구로서만 지내주면 좋겠다.”

카야에게 굴복 당했다고 생각한 건지, 아무 말 없이 마테오의 어깨를 토닥여주는 부하 놈들.

우여곡절은 있었어도 어떻게든 정사와 비슷하게 짜 맞춰진 듯했다. 나는 크게 안도했다.

[ 마테오 조르다나 ]

심리 : [ 당신에게 감사를 느끼고 있습니다. ]

고마워하는구나, 자식.

마테오는 다른 부하들을 전부 보낸 후, 나만 남겨두었다.

우리는 정원에 가서 나무 그늘 아래 앉아 음료를 마시기 시작했다.

물론 녀석이 사준 것이다. 나는 땡전 한 푼 없는 거지니까.

“전부··· 보고 있었습니다. 당신이 마족을 쓰러뜨리던 모습을···.”

웬 존댓말이냐.

“일부러 약한 척하고 다니셨던 거라고···.”

“그냥 반말 써. 어색하니까.”

“어떻게 제가 감히···.”

카야가 뭐라 한 건지는 몰라도, 마테오는 그녀의 사상에 굴복당한 듯 보였다.

“안 하면 화낸다.”

“아, 알았다···.”

마지못해 반말 쓰는 마테오.

카야는 모든 사람한테 평등하게 존댓말 쓰는 게 습관이어서 뭐라 안 했지만.

처음부터 반말 쓰던 놈이 갑자기 존댓말 쓰는 건 너무 어색해서 오히려 내 쪽이 견디기 힘들었다.

“고마웠다···. 네가 없었으면 난 진작 죽었겠지. 나뿐만 아니라 방금 보냈던 녀석들도.”

“이걸로 밥값 퉁 치자.”

“내 목숨 값이 고작 밥값은 아닐 텐데···.”

마테오는 어이가 없다는 듯 실소를 터뜨렸다.

항상 진지한 얼굴을 하고 다니는 녀석이라 웃는 게 어색하게 느껴졌다.

그 정도로 수지타산이 과하게 안 맞는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이안한텐 사과했다.”

“그랬냐.”

“녀석과 얘기해 보니 알겠더군. 나는··· 잘못 나아가고 있었어. 귀족이 평민을 업신여겼듯 평민인 나도 그들을 험악하게 대해야 한다고, 그게 귀족에게 대항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마테오가 무슨 깨달음을 얻었든 관심 없었다. 이안의 주인공다운 철학이나 신념 같은 걸 듣고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 따위의 얘기일 게 뻔하니까.

일이 잘 처리된 걸 안 이상, 내 머릿속은 다음 계획으로 가득해졌다.

‘이제부터가 문제네.’

2막 3장, 실습 훈련 파트와 2막 4장, 개미 군단 파트.

나는 2막 4장에 나올 개미 마족, ‘은둔의 가르지아’를 어떻게 대비할지 이미 고민을 마친 상태였다.

은둔의 가르지아는 레벨이 140인 채로 나타나고, 놈의 하수인인 개미 군단은 집단지성이 몹시 뛰어나 극악의 발암 요소를 선사한다.

안 그래도 어려운 지옥 난이도가 급격히 상승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바로 녀석이 현현하자마자, 아카데미 부지에 있는 ‘탄타크 지하 동굴’에서 힘을 비축해서 그렇다.

그리고 2주 뒤, 한계치까지 파워 업한 모습으로 실습 훈련 도중에 이안을 치러 오는 것이다.

2막 4장을 끝내면 탄타크 지하 동굴을 탐색할 수 있고.

거기서 희귀한 마나 잔흔, ‘제프림’을 발견할 수 있다. 고체화로 마석이 되어 있어서 들고 가기 편리하다.

제프림은 가르지아가 힘을 비축하는 과정에서 마나를 발산, 재구축하기를 반복한 탓에 생성된 아이템이다. 액세서리나 무기 단조에 주로 쓰이며, 돈벌이가 꽤 쏠쏠하다.

즉, 내 계획은 ‘탄타크 동굴에 먼저 쳐들어가 힘을 비축 중인 은둔의 가르지아를 쓰러뜨리고, 제프림을 주워 오는 것’이다.

잘 될지는 확신이 없었다. <메르헨의 마법 기사>에선 사전에 탄타크 지하 동굴을 탐색할 수 없었으니까. 미지의 영역인 셈이다.

‘그래도, 만약 잘 된다면?’

사전에 배드 엔딩을 막을 수도 있고, 거지꼴도 모면할 수도 있다.

고작 모면이 뭐야. 아주 그냥 겔이 풍족해지겠지.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았다. 로또가 당첨될 거란 확신을 갖고, 당첨되면 뭐할까 고민하는 듯한 기분.

“······그래서 앞으로는 이안 녀석의 행보를 지켜볼 생각이다.”

이 새끼 아직도 말 안 끝났네.

* * *

A 클래스 강의실. 수업 중임에도 카야 아스트레앙의 머릿속은 아이작으로 가득했다.

그녀는 오늘 내내 감격스러울 정도로 가슴이 벅차오르는 감각을 느끼고 있었다.

아까 나무 뒤에 숨은 채 아이작과 마테오가 대화하는 모습을 몰래 엿들은 까닭에, 아이작 뽕(?)이 한층 차오른 상태이기까지 했다.

이번 소동에서만 아이작의 업적이 몇 개인가.

마테오 패거리에 들어가 에이미 할로웨이가 위험에 처할 뻔한 걸 막아 냈고.

위험한 마족을 무찔렀으며.

마테오를 개과천선시키기까지 했다.

역시 대마법사의 경지에 이른 원석 중의 원석이란 이토록 굉장한 거구나.

예비 마법사로서, 그는 동경하지 않고서는 배길 수 없는 사람이었다.

‘어쩜 그리 굉장하실까, 아이작 님은···.’

아이작은 그저 공부나 마법 단련밖에 할 줄 몰랐던 카야 자신과는 한참이나 격이 다른 사람이었다.

그런 그와 같은 세대, 같은 아카데미, 같은 학부, 또래의 동기라는 사실이 그녀를 마구 흥분시켰다.

어제 아이작이 부탁했던 대로 카야는 마테오에게 제대로 일러두었다.

아이작 님은 대마법사의 경지에 이른 사람이고, 심해보다 깊으며 망망대해보다 넓은 뜻이 있어서 약한 척하고 있다고.

그때는 마족을 쓰러뜨린 직후라, 아이작 뽕(?)에 한껏 심취해 있어서 표현을 조금 과하게 하긴 했다.

마족이 나타났던 건은 입 다물고 무덤까지 비밀로 갖고 가라고 했다. 전부 이유가 있다고. 실제로 아이작은 학생들을 지키고 있는 입장이니, 그에겐 깊고도 선한 뜻이 있는 게 틀림없었다.

아무튼 아이작 님에 대한 건 일절 발설하지 말라고, 만약 발설했다간 자신이 가만두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이안에게는 카야와 마테오가 힘을 합쳐서 어떻게든 마족을 잡았다고 꾸며내서 말했다. 에이미는 안전하니 이번 일은 서로 간의 비밀로 묻혀두자는 쪽으로 중재하기도 했다.

그나저나 이안 페어리테일의 몸, 인간의 육체가 맞나? 고작 카야 자신의 치유 마법 정도로 완치됐다고 하는 게 사뭇 믿기지 않았다.

물론 체질에 따라 회복력이 뛰어난 사람도 있는 법이다. 요령껏 마족의 공격을 피한 걸 수도 있고. 카야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기로 했다.

‘근데 평범한 사람이라면 일평생 한 번 볼까 말까 한 게 마족인데···. 그런 게 단기간에 여럿이나 튀어나온 건 좀 이상하네.’

아카데미에 오고 나서 마족을 벌써 두 차례나 목격했다. 반 배정 평가 때 마족이 나타났다는 소문이 사실이라면, 사실상 이 아카데미에 세 번이나 마족이 튀어나온 셈.

단순히 자연재해쯤으로 여겨질 정도로 드물게 나타나는 마족이.

이리도 잦은 빈도로 아카데미에 나타났다는 사실은 무척이나 께름칙한 일이었다.

그리고 마족이 나타나면 해치웠던 아이작···.

‘혹시 아이작 님이 이 아카데미에 오신 이유, 마족이랑 관련 있는 건가?’

이 메르헨 아카데미에 어떤 거대한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게 아닐까?

아이작은 무려 대마법사의 경지에 이른 천재 중의 천재이니, 그 비밀을 진작 알아채고 이 아카데미에 잠입한 게··· 아닐까?

“…….”

무서운 생각이다. 그 말은 즉, 아이작이란 거물이 발 벗고 나설 정도로 이 아카데미엔 엄청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얘기지 않는가.

···에이, 설마.

카야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 말도 안 되는 생각이 그녀의 머릿속을 잠식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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