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 최약체는 마족 한정 먼치킨이 되었다-24화 (24/334)

EP.24 도로시 (1)

커튼 사이로 아침 햇볕이 스며든다.

아스트레앙 가문 전속 메이드, 메리. 칼 같은 기상.

침대에서 내려와 정갈하게 이불을 갠다.

다음, 샌드위치와 따뜻한 커피로 가볍게 식사. 씻기. 메이드복으로 갈아입기. 머리빗으로 긴 자주색 머리칼을 곱게 빗기.

그 모든 과정이 기계처럼 이뤄졌다. 그녀가 머문 자리는 깔끔했고, 모든 사물이 반듯이 각이 잡혀 있었다.

전신 거울을 바라보며 곱게 빗은 머리를 동그랗게 올려 묶었다. 옷매무새 점검. 이상 없다.

스무 살의 앳된 메이드는 그렇게 자신을 정돈하고 메이드 숙소를 나섰다.

메르헨 아카데미 최상위 클래스 기숙사, 샤를관 4층 어느 방에 그녀가 모시는 아가씨가 있었다.

아가씨는 항상 제시간이 일어나 계셨다. 담녹색 긴 머리칼을 헝클인 채 침대에 앉아서 꾸벅꾸벅 졸고 있을 뿐이지.

그렇게 졸고 있는 와중에도 이불은 항상 깔끔하게 개두셨다. 그녀의 아버지이자 가주, 제랄드 아스트레앙의 영향이다.

메리는 아가씨에게 아침 식사를 대령했다. 식탐이 많으신지라 복스럽게 잘 드신다.

아가씨가 씻고 교복을 입고 나면 옷매무새를 다듬어 주고, 화장대 앞에 앉혀서 얼굴을 예쁘게 치장한다. 이어서 검은 천으로 담녹색 머리카락을 양 갈래로 묶어 준다.

오늘도 카야 아스트레앙 아가씨는 완벽하다.

메리는 흡족해했다.

“메리.”

“네, 아가씨.”

그런데 어째서일까.

카야는 거울에 비치고 있는 자기 모습을 이리저리 살피더니, 영 시원찮은 표정을 지었다.

‘뭐지?’

오늘 치장도 완벽할 터인데?

“뭔가, 오늘따라 조금···.”

“시정하겠습니다.”

멋 부리는 데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던 카야였다. 단지 아스트레앙 공작 가문이기에, 체통을 지키기 위해서 메이드의 손길로 아름답게 치장하고 다녔던 것뿐.

그렇기에 카야가 메리의 작품에 불만을 표했던 적은 여태 단 한 번도 없었다.

게다가 메리의 손길로 탄생한 카야의 화장한 외견은 언제나 많은 이의 칭송을 받아왔다.

메리가 카야를 따라 메르헨 아카데미에 와서 전속 메이드로 발탁된 배경에도 그녀의 치장 실력이 큰 몫을 차지했을 정도.

즉, 카야를 가장 예쁘게 꾸미는 능력은 자기 자랑. 그 누구에게도 뒤처질 수 없는 메리만의 프라이드였다.

그렇기에, 메리는 의구심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자기도 모르는 새에 무슨 실수라도 한 걸까?

···아니다. 다시 거울에 비치는 아가씨의 모습을 면밀히 살펴봤으나, 제 작품에 문제는 없었다.

양 갈래 헤어스타일은 완벽한 좌우 대칭을 이루고 있었다. 학생 다운 청순하면서도 단아한 콘셉트의 화장도 성공적. 여느 때처럼 어여쁜 아가씨가 그 자리에 있었다.

그렇다면 뭐가 문제지? 대체 뭘 놓쳤느냔 말이다.

“저도 한번 스타일에 변화 줘보는 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예?”

“좀 더 여성스럽게···?”

곰곰이 생각한 끝에 내뱉은 표현이라는 듯, 눈을 올려 뜨며 말하는 카야 아가씨.

아가씨한테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분 건지, 메리는 본능적으로 그 이유를 추측하고 말았다.

“아가씨, 혹시 스타일을 바꾸고 싶은 연유를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그냥… 저도 꾸며보고 싶어서.”

“……!”

부끄러워하고 있다. 그 카야 아가씨가, 자신을 꾸미는 일로.

메리는 헛숨을 들이켰다.

더 예뻐지고 싶다는 단순한 욕망 쯤으로 받아들이고 싶었으나, 그러기엔 요새 카야 아가씨의 모습은 너무도 수상쩍었다.

부쩍 혼이 나간 듯 멍한 모습을 보이시거나, 잘 시간에 침대에 누워서 ‘왜 그랬지’하고 이불을 뻥뻥 차대는 소리를 문밖으로 내보내시더니···.

‘아….’

최근, 가장 수상했던 기억이 메리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카야 아가씨에게 차를 내드리려고 방에 들어갔는데, 말없이 창밖만 내다보고 있던 모습을 본 일이었다.

어째 문을 노크하고 들어가겠다고 해도 대답이 없더라니.

메리는 몰래 옆으로 가서 그 모습을 지켜봤다. 카야 아가씨는 두 뺨을 붉힌 채 멍한 얼굴로, 길을 지나가고 있던 청은발의 남자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때 메리가 차를 내 왔다고 한 번 더 말하자, 카야 아가씨는 화들짝 놀라며 당황한 기색을 내비쳤다.

“메리?”

기어코 이때가 오고 말았다.

카야 아가씨는 그 청은발의 남자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언제부터?’

설마 저번 외박 때?

그날은 메리의 수명이 줄어든 날이었다. 걱정돼서 죽는 줄 알았다.

다행히 카야는 무사히 돌아왔고, ‘아카데미의 평화를 지키고 왔다···’ 따위의 말씀을 진지하게 하셔서 영문은 모르겠지만 별일은 없었을 거라 짐작했다.

카야 아가씨가 어수선해지기 시작한 것은 그 이후부터였다.

그때 만약 외간 남자, 바로 그 청은발의 남자와 외박하고 온 거였다면?

‘실책이다.’

불건전한 행위를 하지는 않았을 터다. 그랬으면 아가씨 얼굴에 대놓고 티가 났겠지.

그러나 남자와 밤을 지새웠다는 사실만으로, 이성 관계에 면역이 없으신 카야 아가씨에게는 엄청난 자극으로 다가왔을 게 자명했다.

아카데미 졸업할 때까지 남자는 돌보듯 보아라. 그것이 가주, 제랄드 아스트레앙의 명령.

불같이 노하실 가주님의 모습이 선명히 그려진다.

메리는 이마를 짚었다.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려 왔다.

“···아가씨는 지금 이 모습이 가장 잘 어울리십니다.”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뭐···.”

카야는 얼굴을 붉힌 채 양 갈래로 묶인 머리칼을 손가락으로 빙글빙글 휘저었다.

타들어 가는 메리의 속마음은 아랑곳 않는 분위기였다.

······

─ ‘아스트레앙 가문 행동강령! 그 셋째가 뭐지?!’

─ ‘차녀, 카야 아스트레앙! 스승을 존경하라! 선배를 존경하라! 존경심을 품은 자에게 품행을 방정히! 외견을 준수히!’

제랄드 아스트레앙이 카야 아스트레앙의 머릿속에 새겨둔 가문 행동강령.

그중 세 번째가 가지고 있는 속뜻은.

‘훗날, 자기가 존경심을 품은 사람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자신을 가꿔나가자’였다.

그러나 그 가르침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걸 카야는 깨닫고 말았다.

‘아이작 님께 잘 보이고 싶은데.’

카야가 현재 동경하고 있는 인물은 단 한 사람, 바로 아이작뿐이었다.

그에게 단정한 품행, 준수한 외견을 보였는가? 아니다.

우선 품행. 미숙한 모습만 보였지.

개미 마족을 쓰러뜨리러 갔을 때.

아이작한테 보였던 바보 같은 모습이 떠오를 때마다 ‘왜 그랬지’하면서 애꿎은 이불을 발길질하게 된다.

게다가 제 외견은? 매번 똑같은 치장만 주구장창 해왔지 않은가. 동경하는 사람 앞에서도 어린 시절의 자신과 달라진 게 없었다.

“끄응···.”

오전. 수업을 듣기 위해 A 클래스 강의실에 도착한 카야.

그녀의 머릿속은 아이작으로 가득했다. 그러나 요새 그를 만날 일이 거의 없었다는 사실이 그녀를 허탈하게 했다.

아이작 님은 보기만 해도 후광이 내비치는데, 그 후광에 가까이 다가갈 용기가 그녀에겐 없었으니.

심지어 그가 다시는 스토킹··· 아니, 관찰하지 말라고 일러둔 상황.

대마법사의 경지에 이른 그라면 카야의 접근쯤은 쉽게 눈치채고 말 터. 도저히 관찰할 틈이 나질 않았다.

평범하게 말을 걸면 될 일인데.

개미 마족을 해치우고 돌아온 이후로 아이작 앞에만 서면 긴장하고 말아서, 심리적으로 어렵게 느껴졌다.

‘아스트레앙 가문 행동강령···, 이렇게 지키기 어려운 거였습니까, 아버지?’

그나마 외견이라도 다르게 바꿔보고 아이작의 눈에 들어 볼까, 생각하던 중이었는데.

메리가 평소 하고 다니던 트윈테일이 가장 잘 어울린다고 해주니, 뭐라 할 수가 없었다. 카야는 스스로가 생각하기에도 꾸미기에 영 소질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이작 님 뵙고 싶다···.’

그냥 가면 될 뿐인데, 뭐가 그렇게 어려운 건지. 답을 알고 있으면서도 실천하기가 힘들다.

카야는 머리를 싸매고 끙끙거렸다.

* * *

결정했다.

카야한테 선물을 주자.

은둔의 가르지아를 처치하러 갔을 때 그녀는 큰 도움이 되었다. 아무런 보답도 해주지 않으면 내 마음은 편치 않겠지.

그러나 그녀는 겔이 남아도는 입장이고 사치벽이 있는 것도 아니니, 금전적인 보상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히로인 전용 아이템을 줘볼까.’

<메르헨의 마법 기사>에선 히로인 호감도를 높이기 위해 상대가 좋아하는 선물을 마련할 수 있다. 소꿉친구 납치 사건 때 에이미에게 줬던 초콜릿이 그런 것이다.

카야도 엄연한 공식 히로인 중 한 명. 그녀가 좋아할 만한 선물들이 뭔지 나는 잘 알고 있었다.

그중 베스트는 단연 ‘아르마나의 완드’다. 히로인 종결급 무기 중 유일하게 비밀 상점에서 구할 수 있는 품목이다.

대수림을 지키던 8성급 거대수(巨大樹) 마수, ‘아르마나’로 만들어진 완드. <메르헨의 마법 기사> 무기들 중 유일하게 식물 속성 마나에 공명하는 완드다. 게다가 아르마나의 마나를 응축해서 만들어진 마석도 달려 있다.

즉, 그게 있으면 식물 속성 마나에 훨씬 빨리 감응될 것이고.

기존 원소 마법의 [원소 화력]과 [원소 효율]도 눈에 띄게 좋아질 것이다.

향상심이 뛰어난 카야라면 그걸 받아 든 순간 펄쩍펄쩍 뛰면서 좋아하겠지.

‘역시 비싸네….’

나는 비밀 상점에서 아르마나의 완드를 구매하고 나왔다.

아르마나의 완드는 몹시 비쌌다. 가격은 무려 12만 겔. 그래서 <메르헨의 마법 기사> 초반부엔 그림의 떡 같은 느낌이었지.

‘그래도 돈이 남는다는 게 놀랍네.’

12만 겔이나 썼음에도 아직 겔은 꽤 많이 남아 있었다.

교재나 고급 필기구 같은 건 전부 학사에서 제공해 준다. 과소비만 안 한다면 생활비 문제로 골머리 썩힐 일은 없겠지.

걸으면서 아르마나의 완드를 살폈다. 겉보기엔 회갈색 나무 좀 깎은 뒤 대충 마석만 끼워 넣은 듯한 디자인이었다. 마나 감지력이 뛰어난 사람이 잡으면 느낌이 좀 다르려나.

나중에 적당한 때에 카야한테 줘야겠다.

나는 기숙사에 가서 아르마나의 완드를 상자에 넣고 나온 뒤, 평소처럼 정원 구석으로 향했다.

하루 수업도 모두 마쳤으니, 이제는 단련에 치중해야 할 때다.

나는 정원 구석에 도착해 자리를 잡았다.

‘오늘 왠지 레벨업 삘이다.’

의욕이 샘솟았다.

나는 가벼운 스트레칭 후, 양손에 [서리불꽃]을 일으켰다.

……

[Level Up!! Lv이 51로 상승했습니다!]

[스탯 2를 획득합니다!]

[ 상 태 ]

이름 : 아이작

Lv : 51

성별 : 남

학년 : 1

칭호 : 신입생

마력량 : 680 / 1000

- 마력 회복 속도(C-)

- 체력(C+)

- 근력(C+)

- 지력(C-)

- 정신력(B+)

잠재력 <<상세>>

[ 전투 능력 ]

원소 계열 1 : 얼음

- 원소 화력(C+)

- 원소 효율(B-)

- 원소 시너지(C+)

원소 계열 2 (잠김)

[ 보유 스킬 ]

액티브

- (★1) 얼음 생성(B-) / (★5) 흑빙(B-)

- (★2) 얼음 장막(C+)

- (★1) 냉기 발산(B-)

- (★1) 기초 보호 마법(D)

- (★4) 서리불꽃(D+)

- (★4) 빙벽(D+)

- (★5) 빙결 폭발(D)

패시브

- (★7) 심리 간파

스킬 트리 <<상세>>

[ 고유 특성 ]

- 멸악자

밤하늘이 서서히 노을빛을 몰아가고 있는 저녁. 정원 구석.

내 주위로 잔디들이 얼어 있었다. [빙결 폭발]과 [서리불꽃], [빙벽]의 숙련도를 높이기 위해 마법을 쏴댄 흔적이었다.

[빙결 폭발]은 한 번 쓰면 총 마력량의 3분의 1이 날아가기 때문에 한 번 쓰고 말았지만, 어쨌든.

숙련도 상승폭은 소모 마력량에 비례하므로, 다른 마법들보다 더 적은 횟수로 사용해도 숙련도는 잘 오를 것이다.

그리고 한창 마법을 쓰던 중, 레벨업 시스템 창이 눈앞에 나타났다.

레벨이 1 올랐다.

‘크으.’

환희가 몰려왔다.

드디어 마력량 폭증 구간, 레벨 51. 마력량이 단번에 1000으로 상승했다! 찔끔찔끔 오르던 것이 기존 마력량의 절반 수치만큼 오른 것이다.

[빙결 폭발]은 한 번 쓸 때마다 마력이 200씩 소모된다. 그래서 3번 쓰면 마력이 거의 다 날아갔는데, 이제는 4, 5번 정도 쓰는 게 가능해졌다.

게다가 마력량 상승폭은 레벨이 오를수록 기하급수적이란 표현이 무색해질 정도로 확확 올라간다.

아이작 코인 떡상 가야지~.

“어?”

기분 좋게 시스템창을 바라보던 중, 돌연 새로운 시스템 창이 나타나 그 위로 겹쳐졌다.

[고유 특성 [멸악자]의 효과로 패시브 스킬 [마족 감지]를 습득했습니다!]

아, 맞다. 고유 특성 [멸악자]가 있으면 레벨에 따라 패시브 스킬을 부여 받는다.

게임에서 [멸악자]를 얻을 때쯤엔 거의 고레벨이라서, 소급적으로 스킬을 습득하는 터라 간과하고 있었다.

상태창을 열고 [스킬트리 <<상세>>]에 들어가 [중립] 칸을 터치했다. 그곳엔 고유 특성 [멸악자]에서 파생된 패시브 스킬 [마족 감지]가 활성화 되어 있었다.

[마족 감지 (★5)]

:: 근처에 있는 마족을 감지하고 정체를 파악한다. 레벨이 오를수록 마족을 감지할 수 있는 범위가 늘어난다.

종류 : 패시브 스킬

속성 : 중립

습득 조건

- Lv 51 (O)

- 고유 특성 [멸악자] 보유 (O)

앞으로 마족들이 어디서 어떻게 튀어나올지는 알고 있지만.

녀석들이 내 뜻대로 움직여줄지는 확신할 수 없다. 그러니 [마족 감지]는 때에 따라서 도움이 되기도 할 것이다.

새로 얻은 스탯 2는 [신체 단련 효율]에 투자하자.

나는 단련과 공부를 병행해야 하고, 이 루틴엔 만만치 않은 체력이 요구된다. 최근에 [신체 단련 효율]에 많이 투자한 덕분인지, 체력이 부쩍 는 게 느껴졌다. 덕분에 전체적인 단련 효율이 높아진 느낌이었다.

게다가 [마법 단련 효율]은 A급이니 나름 여유가 있는 편.

그러니 [신체 단련 효율]에 최대한 투자해서 철인 아이작이 되는 걸 노리는 편이 좋을 것이다.

[잠재력 [신체 단련 효율]이 B-급에서 B급으로 향상되었습니다!]

‘좋아.’

이제 1학년 1학기가 끝날 때까지 비중 있는 이벤트라고 할 만한 건 3개 남았다. 대련, 사역마 소환, 학기말 평가다.

<메르헨의 마법 기사> 3막 1장, 대련 파트는 이안 페어리테일이 루체 엘타니아에게 대련을 신청하고 싸우면서 빛 속성 체질임을 학생들에게 드러내는 장면이 핵심이다. 배드 엔딩 위기가 개입될 여지가 없다.

사역마 소환도 별거 없다. 내 전력이 늘어난다는 측면에선 아주 좋다고 볼 수 있겠지만, 위기랄 건 없었다.

이렇게 위기 없는 파트가 두 번이나 반복되는 이유가 있다. 1학기 마지막 파트, 뇌신조 토벌전이 혐오스러울 정도로 어려워서 그렇다.

여태 [멸악자] 특성 덕분에 압도적으로 마족들을 처발라 왔지만, 학기말 평가 때는 진짜로 죽을 각오를 해야 한다. 뇌신조-갈리아가 진짜 조오오오올라 강하기 때문이다.

<메르헨의 마법 기사>에서 최대 레벨은 200. 뇌신조-갈리아의 레벨은 175다. 반면에 나는 [멸악자] 특성이 발동돼도 레벨이 151이다.

높은 레벨일수록 레벨 1 차이는 큰 격차를 발생 시킨다. 사실상 뇌신조랑 맞짱 떠서 이기는 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최대한 놈을 피해서 사태를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

뇌신조 토벌전 파트의 빌런은 ‘사역의 베라’. 뇌신조한테 뒤지기 전에 녀석만 해치우면 상황 종료다.

‘빡세게 단련해야지.’

그러니 지금은 단련에 집중할 때다.

양손으로 뺨을 찰싹 때려 근심을 몰아내고.

양 손가락을 맞대고 양손 사이에 틈을 만들었다.

그 틈으로 얼음 마나를 흘려보내 응축시키기 시작했다.

밀도 높게 응집되기 시작하는 연푸른빛 얼음 마나. 폭풍전야처럼 조용하게 흐르며, 내 손안에 동그랗게 모이며, 달빛처럼 은은하게 빛난다.

평범한 아이작의 몸으로 [빙결 폭발]을 쓰려면 이 자세로 시간을 들이지 않고서는 안 됐다.

최대한 빨리 마력을 응축시켜 [빙결 폭발]을 사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5초. 위력을 높이려면 준비 과정에 시간을 더 들이면 된다.

현재 내 수준에선 15초까지 응축시키는 게 한계다. 그 이후로는 마력이 더 모이지 않고 주위로 새어 나가게 된다.

이어서 머릿속으로 [빙결 폭발]의 마법진을 새겼다.

[빙결 폭발]의 마법진이 허공에 나타나면 마법 발동 조건이 충족되었다는 의미. 이번에도 내 손 앞에 나타났다.

손안에 응집된 연푸른빛 마나가 느리게 회전하고 있다. 빛나는 냉기를 한데 모아둔 듯한 형태였다.

그것을 오른손에 담은 채 오른팔을 앞으로 뻗어 허공을 겨냥했다.

내 오른손의 움직임을 따라 [빙결 폭발]의 마법진이 따라왔다. 이제 이걸 쏜···.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뭐야? 비명?

아니, 웃음기가 섞여 있었다.

깜짝 놀라 집중이 깨지고, 응집되어 있던 마나가 풀려 버렸다.

고개를 들었다. 노을 진 하늘, 한 여학생이 머리에 쓴 마녀 모자를 꾹 눌러쓴 채 무서운 속도로 떨어지고 있었다.

마구 펄럭이는 교복 자락, 어깨에 걸치고 있는 숄.

연보라색 긴 생머리는 맨 끝부분만 묶은 채였다.

모자 아래로 깔깔 웃고 있는 그녀의 얼굴이 얼핏 보였다.

차라라라랑──.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별빛 무리가 여학생의 발끝에서 흘러나오며, 그녀가 추락하는 속도가 급격히 늦춰졌다.

사뿐히 내 앞에 착지하는 그녀.

동시에 새어 나오던 별빛이 사그라졌다.

“아하하하! 아, 재밌다아~.”

어여쁘고 귀여운 외모를 가진 그녀는 발랄한 목소리를 내며 해맑게 미소 지었다.

‘세상에···.’

순간 잘못 본 건가, 싶었다.

<메르헨의 마법 기사>에 빙의된 이상 언젠가는 당연히 보게 됐을 테지만.

이렇게 돌연 하늘에서 떨어질 줄은 몰랐던 상대였다.

흡사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연예인을 만나게 된 기분이었다.

“응?”

이제야 내 존재를 알아챘는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그녀.

우주를 담은 듯한 눈동자, 별 모양 동공이 내 모습을 담는다.

[ 도로시 하트노바 ]

Lv : 180

종족 : 인간

속성 : 바람, 바위, 별빛

위험도 : X

심리 : [ ★☆★☆★☆★☆★☆★☆★☆ ]

공식적으로 모든 사람은 원소 속성을 최대 두 종류까지만 사용할 수 있다. 예외는 요정의 힘을 얻은 경우뿐. 바로 내 눈앞에 서 있는 저 여학생처럼 말이다.

별의 요정 스텔라와 계약을 맺어 ‘별빛’이라는 특이한 속성의 마법을 사용한다. 주요 원소 속성에서 파생된 게 아닌, 독자적인 영역의 속성이라 상성 따위는 논할 게 없다.

그렇기에 ‘별의 마녀’라고 불리는, 아카데미의 최강 전력 중 한 사람.

“흐응, 1학년이구나.”

◆◆◆◆◆────

“여기서 뭐하고 있었어?”

마녀 모자를 바로잡고는 방긋 웃으며 묻는 그녀.

내 최애캐, 도로시 하트노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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