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 최약체는 마족 한정 먼치킨이 되었다-101화 (101/334)

EP.101 자리 싸움 (1)

마법학부 수업동, 오르핀관에서 수업을 마친 뒤 아이작을 찾아다니는 일은 어느새 이브 로펜하임의 일과가 되어 있었다.

볼 때마다 느끼건대.

‘얘는 진짜 단련밖에 안 하네….’

아이작은 단련만 했다. 진짜로 단련밖에 안 했다.

향상심 높은 메르헨 아카데미 학생들 중 유독 독종인 놈이었다.

제 동생을 몰래 뒤따라 다니는 동안, 이브는 학생들이 그를 두고 하는 얘기를 몰래 엿듣는 일이 잦았다.

동생은 1학년 사이에서 꽤 유명인이었기에.

다만, 안 좋은 쪽으로.

─ ‘아이작 요새 미쳤던데?’

─ ‘1학기 때만 해도 E급이었던 애가 어떻게 벌써 마도무기를 다뤄? 심지어 다루기도 어려워 보이던 걸 어떻게…?’

─ ‘실력도 C 클래스에 머무를 수준이 아니었어. 저번 학기 땐 D 클래스 꼴찌였던 애가.’

─ ‘사실 천재 아니야? 뭔가 깨달음 얻고 확 성장하는 성장 천재 같은 거 있잖아.’

‘아이작이 E급…?’

상상도 못 했다.

웬만한 사람보다 적은 마력량인 E급.

불과 1학기까지만 해도 아이작이 E급이었다는 사실은, 이브의 기억과는 몹시 큰 괴리감이 있었다.

합동 실습 평가 때 보여 주었던 아이작의 기량은 못해도 B 클래스 수준이었으니까.

‘그런 애가 무슨, 저번 학기 때 E급이었을 리가?’

E급에서, 무시무시한 성장 속도로 불과 한 학기만에 마력량 C+급으로 책정되었다고 들었다.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지고 만다.

‘2년이 아니라…, 반 년 만에 그렇게 강해진 거였어?’

그게 가능해?

지금, 이브 자신이 들고 있는 나무 지팡이를 다룰 수 있게 되기까지 2년이란 세월이 걸렸다. 아직도 다루는 데 버거울 때가 많았다.

그러나 아이작이 다루던 지팡이는 이브의 지팡이보다 훨씬 다루기 어려워 보였다. 상당한 마력 운용력을 필요로 할 터.

반 년 만에 급성장을 이루면서 마도무기까지 다룰 수 있는 경지에 오른 것이 분명했다.

‘사실은 천재였던 건가…?’

그럴 리가. 이브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단연코 아이작은 천재가 아니었다. 태생적으로 타고난 마력량이 적은 명백한 약골이었지.

즉, 무언가가 있다. 무언가가, 그가 급속도의 성장을 이루도록 도와준 것임이 틀림없었다.

이브는 그것의 정체를 밝혀내고 싶었다.

저녁, 훈련장.

이브는 돔 형태의 훈련장을 빙빙 두르고 있는 2층 관중석에 앉아 있었다.

오늘도 훈련장에 아이작이 올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트리스탄 님, 수업 시간에 정말 멋지셨습니다!”

관중석 난간.

문득 수다를 떨고 있는 1학년 후배들이 이브 눈에 들어왔다.

“교수님도 놀라실 정도의 견식이라니, 감복했습니다!”

“하! 그쯤이야 당연한 거 아니겠나? 너무 당연한 지식이라 하품이 나오더군!”

“흐으, 저도 트리스탄 님처럼 B 클래스였으면 좋았을 텐데. 수업 시간엔 트리스탄 님의 멋진 모습을 눈에 담을 수 없어서 아쉬워요…!”

허영심 많아 보이는 금발 귀족 같은 녀석이 2명의 남학생, 1명의 여학생에게 과도할 정도의 아첨을 받고 있었다.

그다지 관심은 가지 않는다. 메르헨 아카데미에서 떠받들어지는 인간이란 차고 넘치니까.

당장에 자신도 그러하지 않는가. 물론 거짓 나부랭이에 불과하지만.

이윽고, 학생들이 단련하는 1층 훈련장에 한 남자가 입장했다.

‘왔다!’

아이작이었다. 오늘도 잔야의 지팡이를 등에 동여맨 채였다.

그는 갖가지 원소 지형물에 마법을 쏟아 붓거나, 마물 환상과 겨루기 시작했다.

오늘에야말로 이브는 아이작이 강해진 비결을 포착할 셈이었다.

‘아이작이 보고 싶어서가 아니야. 어떻게 강해졌는지 알고 싶으니까….’

그렇다. 기어코 아이작이 보고 싶어서 온 것이 아니었다. 진짜로.

“트리스탄 님, 저 녀석….”

“아이작 아닙니까?”

난간에 등을 기대고 있던 1학년 금발 귀족 남학생, 트리스탄 험프레이는 아이작 쪽을 쳐다보았다.

‘바로 알아보네.’

뭐, 아이작은 안 좋은 쪽으로 유명하니까.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라고 이브는 생각했다.

그런데 어째선지, 트리스탄은 아이작을 보더니 눈살을 찌푸렸다.

거만한 미소로 자기 활약상을 늘어뜨리던 표정과는 상반되어 있었다.

“평민 놈이…, 내 눈에 뻔히 보이는 장소에서 단련하려는 건가. 건방지게.”

“혹시 어떻습니까? 트리스탄 님께서 싫어하시는 저 평민 녀석, 이 기회에 한번 조져 보는 건?”

이브의 고개가 흠칫 떨렸다.

“마도무기 저거, 딱 봐도 겉모습만 번지르르한 거잖아요. 1학기 때 E급이었던 놈이 벌써 마도무기를 다룬다니, 장난도 정도껏 해야지.”

“눈꼴 시리네, 정말.”

“트리스탄 님께서 싫어하실 만하네요. 실력 좀 늘었다고 기세등등한 모습이 정말이지 한심스러워. 실속 없는 지팡이로 허세나 떨고 앉았고.”

아첨하던 학생들은 아이작을 표적으로 삼았다. 트리스탄에게 잘 보이기 위한 목적이었다.

이브는 어깨에 기대고 있던 나무 지팡이에 마력을 흘리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

아이작은 최악이란 수식어가 걸맞을 만큼 나약한 아이였으니, 아이들 중 성품이 나쁜 녀석들이 그를 무시하며 괴롭히는 경우가 잦았다.

그럴 때면 이브가 나서서 아이작을 지켜 주었다. 자신은 나름 마법의 재능을 타고났으니까.

─ ‘누나아….’

─ ‘괜찮아, 아이작. 괜찮아.’

─ ‘무서웠어….’

─ ‘누나 곁에만 있어. 아이작은, 누나가 평생 지켜 줄게.’

제 동생을 건드리는 놈들은, 그녀의 가슴속에 열불을 지펴 도저히 견딜 수 없게 만든다.

아이작은, 동생은, 귀여우니까.

로펜하임 남작과의 약속만 아니었다면, 이브는 아이작이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러운지 온 세상에 설파하고 다녔을 것이었다.

‘중급원소개론도 못 뗀 새끼들이….’

이성이 뚝 끊긴다.

만약 저들이 아이작을 건드릴 작정이라면, 이브는 징계를 받는 한이 있더라도 저 후배 새끼들에게 고통을 안겨줄 생각이었다.

이브의 살벌한 시선이 트리스탄 일행을 향하고.

그 순간, 트리스탄은 자기 부하들을 바라보며 혀를 찼다.

“뭐라는 거냐, 머저리들이.”

‘응?’

왠지… 반응이 예상과는 달랐다.

부하 학생들은 트리스탄의 냉소적인 반응에 당황하고 말았다.

“조진다고? 감히 이 몸 앞에서 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는 것이냐?”

“트, 트리스탄 님…?”

“그딴 쓰레기 같은 짓을 하는 건, 오히려 내가 저놈보다 약하다고 시인하는 꼴이 아니더냐? 어차피 나는 저놈보다 우월하다. 그리고 이 몸의 우월함을 증명하는 건 정정당당한 방법이 아니고선 안 된다. 날 욕보이려 하지 마라.”

짜증이 담겨 있는 목소리로 트리스탄이 다그친다.

“그리고 저건 아무리 못해도 2, 3티어는 되는 마도무기다. 그런 것도 알아채지 못한 것이냐? 저놈이 아무리 건방진 평민 놈이라고 해도, 저건 명백히 저놈의 실력이다. 눈에 보이는 걸 부정하려 하지 마라.”

“하지만 트리스탄 님….”

“하! 흥이 식었군. 이 몸의 수련에나 가담해라, 한심한 것들!”

“아, 앗! 네!”

뭐야, 쟤네?

삐뚤어진 듯 올바른 정신이 박혀 있는 듯한 트리스탄의 모습이 이브에게 강한 위화감을 안겨주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아이작을 괴롭히려던 분위기 아니었나…?

‘양아치 같은데 성실해 보여….’

이브는 이성을 되찾았다. 굳이 화를 낼 필요는 없으리라.

그리 트리스탄이 자기 부하 학생들을 제치고 걸어가는 때였다.

콰앙──!

아이작이 단련하고 있는 위치에서, 귀를 찌르는 굉음이 울려 퍼졌다.

이브는 소리 없이 화들짝 놀랐다. 트리스탄도 발을 멈추고 냉철한 눈빛으로 아이작 쪽을 내려다보았다.

무거운 공기. 수련하던 학생들이 일제히 정지한 채 아이작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키가 큰 근육질 남성이 아이작과 마주 보고 서 있었기에.

마치 금방이라도 싸움이 일어날 듯한 분위기.

방금 전 굉음은 거한이 주먹으로 바위를 깨부숴 난 소리라는 건 그 주변을 살펴보면 쉽게 유추할 수 있었다.

‘베, 베르가?’

이브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떨리는 동공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

4성좌, 흑호의 정예 멤버 중 한 명.

앞머리를 전부 뒤로 넘긴 진녹색 머리와 등 뒤로 동여맨 양손 도끼.

흉포하기로 유명한 기사학부 2학년, 베르가 레이펠트였으니.

* * *

‘최고로 하이(High)한 기분이다.’

도로시로 힐링한 나는 무적이었다.

컨디션이 아주 좋았다. 마력이 펑펑 흘러나온다. 도로시가 꼬여 있던 내 마나 회로를 풀어준 덕분인 듯했다.

하지만 그 회복 방식은 몸에 주는 부담이 큰 편.

두 번째부터는 마나 회로를 약하게 만들 우려가 있다고 하니, 다음번에도 신세질 수는 없을 것이었다.

지금 나는 악신을 쓰러뜨리기 위한 장거리 달리기를 하고 있다.

부유섬은 당연히 쓰러뜨리겠지만, 놈은 종착지가 아니다.

즉, 적절한 컨디션 조절은 필수 중의 필수.

훈련장에 도착했다.

원소 지형물엔 투명한 보호막으로 공간이 각각 나누어져 있었고, 학생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훈련에 매진하고 있었다.

‘개꿀 자리 확보.’

원소 지형물 중 딱 봐도 좋아 보이는 자리가 텅 비어 있었다.

내가 그리로 향하니, 주변에 있던 학생들이 흠칫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유야 짐작 간다.

‘서브 이벤트가 발생하는 자리니까.’

이 자리에서 이벤트가 발생한다. 경험치를 벌어들일 수 있는 이벤트였지.

당연히 경험치는 알뜰하게 챙겨야 하지 않겠는가.

나는 학생들의 시선을 무시하고, 잔야의 지팡이를 꺼내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마물 환상과 결투를 벌였다.

그렇게 원소 마법으로 즐겁게 마물 환상을 줘패고, 한 번의 웨이브가 끝났을 무렵,

“……?”

대뜸 내 몸에 그늘이 졌다. 한 거구의 사내가 뒤편에 선 것이었다.

고개를 뒤로 돌리자, 진녹빛 머리칼의 거한이 내 눈에 비쳤다.

등에 동여맨 쌉간지 양손도끼. 질투의 말록 인간 버전에 버금가는 육체파 남학생.

<메르헨의 마법 기사>에서 본 기억이 난다.

4성좌 중 흑호의 정예 멤버. 그리고 내가 기다리고 있던 놈이었다.

[ 베르가 레이펠트 ]

Lv : 94

종족 : 인간

속성 : 바위, 얼음

위험도 : 하

심리 : [ 자기가 수련할 자리를 차지한 당신에게 분노를 느끼고 있습니다. ]

“…넌 뭐냐?”

짐승처럼 묵직한 숨소리를 머금은 목소리.

대답 없이 멀뚱히 그를 쳐다보고 있자, 그의 주먹이 옆에 있는 바위로 내질러졌다.

콰앙─!

굉음과 함께 바위가 가볍게 우르르 무너져 내리고.

그 여파로 일어난 잠깐의 격풍이 내 청은색 머리칼을 사정 없이 뒤흔들었다.

‘오우….’

흙먼지가 피어올랐다. 내가 알고 있는 이벤트와 동일하다.

실제로 보니 박력 미쳤네….

“저 둘, 싸우려는 거야?”

“주먹으로 바위를 부쉈어? 저게 가능해?”

“저 사람, 베르가 아니야? 흑호 정예 멤버 중 한 사람…!”

“나 사실 저렇게 될 줄 알았거든…. 말해 줄 걸 그랬나? 쟤 어떡해?”

학생들이 수군대는 소리가 들리고.

“내가 궁금한 건 그게 아니야. 왜, 네놈이, 내 자리를, 쓰고 있느냐, 이 말이다.”

베르가는 낮게 으르렁거렸다.

<메르헨의 마법 기사> 1학년 2학기 도중에 발생 가능한 서브 이벤트, 「자리 싸움」.

합동 실습 평가가 끝나고 일주일 뒤부터 저녁 시간대에, 지금 내가 있는 위치에서 수련하고 있으면 베르가 레이펠트가 나타나 자기 자리라며 시비를 건다.

그러면 이안 페어리테일은 ‘자리를 독식하는 건 옳지 않습니다’라는 틀에 박힌 소리로 반박하고.

베르가는 자신과 승부하자며 이안에게 대련을 신청한다.

다만, 대련의 룰은 일반적이지 않았다.

서로 한 대씩 주고받고 먼저 기절한쪽이 패배하는 상남자스러운 룰이었으니까.

베르가는 기초 보호 마법과 맷집에 자신이 있는 탓에, 선배로서의 체면도 지킬 겸 이안에게 선공을 내준다.

그 한 방에 베르가를 무너뜨리면 플레이어의 승리였고.

실패하면 베르가의 공격 한 방에 이안은 무너져 내려, 양호실에서 깨어나야만 했다. 성공할 때까지 반복 가능한 이벤트였지.

만약 승리한다면 경험치도 얻고, 동시에 차후 이벤트 진행에 유리해진다는 이점이 있었다.

‘따라서 내가 해야 할 대답은….’

나는 시큰둥한 얼굴로 대답했다.

“자리 예약 기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여기가 왜 선배 자린데요?”

“뭐…?”

“선배, 공용 훈련장에서 자리를 독식하는 건 옳지 않아요.”

주위에 있는 학생들이 식겁했다.

헉, 하고 헛숨을 집어삼키는 소리가 들려올 정도였다.

“미친 거 아니야?”

“겁대가리 어디 갔어?”

“아이고, 상대는 흑호의 정예 멤버라고…!”

“죽으려고 작정한 거야?”

흑호의 정예 멤버를 상대로 태평하게 시비나 걸고 있는 1학년생 아이작의 모습이란, 내가 생각해도 아찔할 것 같긴 하다.

“…건방진 새끼가. 붙어보잔 거냐?”

베르가의 눈빛이 살벌하게 번뜩이고.

내 입가엔 미약한 미소가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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