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 최약체는 마족 한정 먼치킨이 되었다-119화 (119/334)

EP.119 Monologue (2)

삽시간에 깜깜한 어둠이 내리더니 오랜 세월 농축된 마력이 내 전신을 휘감았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둠 속, 유일하게 황빛으로 반짝이는 통로가 내 눈에 비쳤다.

그쪽으로 나아가자 내 눈에 펼쳐진 건─.

“오우.”

크기가 가늠되지 않는 드넓은 바위 동굴.

핏줄처럼 황빛으로 흐르는 마력 회로가 벽면을 가로질렀고.

바위 마력으로 이루어진 조명이 태양처럼 천장 한가운데에 자리 잡은 채 황옥빛을 쏟아 내고 있었다.

동굴 중앙.

처음 봤을 땐 그저 바위처럼 보였던,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거북이 한 마리가 내 눈에 비쳤다.

감고 있는 눈. 단단한 바위 껍질. 마치 악어거북처럼 생긴 외형.

연갈빛 등껍질은 황빛 수정이 군데군데 튀어나온 거대한 바위산의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고르모스….”

녀석은, 한때 태초의 암제가 수족으로 부렸던 신화 속 바위 속성 마수.

암갑귀-고르모스였다.

[ 암갑귀-고르모스 ]

Lv : 180

종족 : 마수

속성 : 바위

위험도 : X

심리 : [ 당신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

역시, 현실로 보니 위압감이 장난 아니다.

누워서 땅과 한 몸이라도 된 것 같은 느낌이지만, 놈이 일어서면 체고가 웬만한 산보다 클 것이었다.

암갑귀-고르모스는 천천히 눈을 떠 연갈빛 눈동자를 내보였다. 그 눈동자가 내 쪽을 향했다.

[내 이름을 알고 있구나.]

눈을 좁히는 암갑귀.

굵직한 남성 목소리. 인텔리처럼 점잖은 노인의 음성이 내 머릿속을 울렸다.

[…네놈에게서 서리군주의 기운이 느껴진다. 그 어린 나이에, 무시무시한 경지에 올랐구나.]

얜 그래도 빙제의 환생 같은 엉뚱한 착각은 안 했다.

그것만으로 만족스럽네.

[사암의 시련을 받으러 온 것이냐?]

이때 <메르헨의 마법 기사>에서 내놓을 수 있는 대답 선택지는 두 가지였다.

‘그렇다’ 혹은 ‘잠깐만 기다려줘’.

물론 내가 내놓을 대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그렇다.”

[시련의 문을 개방하마.]

드드드드, 하고 발밑이 잠시 흔들렸다. 넘어질 뻔했네….

소리가 들린 옆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벽면에서 바위가 양옆으로 벌려져 연갈빛 마력을 비추는 통로를 만들어냈다.

서리의 시련 때와 같았다. 저 통로에 들어선 순간부터, 고르모스의 대검은 나를 돌로 만든 뒤 짓뭉개려고 작정할 것이었다.

[또 다른 세계가 그대의 정신을 좀먹을 것이며, 그대의 육신은 서서히 돌이 되어갈 것이다. 자격이 없는 자는 석설이 되는 최후를 맞으리니. 시련을 극복해 암철검의 주인이 될 자격을 증명해 보이거라.]

암갑귀는 공적인 대사를 읊었다. <메르헨의 마법 기사>에서 들었던 대사였다.

암철검.

고르모스의 대검이라 불리는 전설 무기의 본래 이름.

바로 내 목표였다.

‘긴장되네….’

마른침을 삼켰다.

게임에서 전설 무기 시련은 주인공의 정신을 갉아먹기 위해 그의 기억, 실제로 일어났던 일, 실제로 일어날 법한 일들이 짜깁기되는 식이었다.

문제는, 그건 게임 매 회차마다 한 번씩만 겪을 수 있었다는 점.

하지만 나는 서리의 시련을 통과한 후, 두 번째로 다른 속성 시련을 거쳐야 하는 처지였다.

이는 <메르헨의 마법 기사>에서 겪을 수 없었던 일.

서리의 시련과 비슷한 내용이 반복되어 앨리스나 악신과 대립하게 될지, 아이작의 또 다른 트라우마와 마주하게 될지는 모르겠으나.

‘…어차피 뭐가 튀어나올진 몰라.’

깊게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애당초 서리의 시련 때도 예상했던 게 튀어나왔나. 전혀 아니잖아.

여느 때와 같았다. 나는 단지 넘어설 뿐이었다.

원소 팔찌는 바위 속성으로 맞춰두었다. 이로써 내 [바위 속성 원소 저항력]은 40 증가한 상태.

나는 눈을 감고 감정을 가다듬은 뒤.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황옥빛을 뿜어대는 사지에 들어섰다.

“…….”

바위 틈새로 들어가자, 칙칙한 빛깔의 길쭉한 통로가 내 눈앞에 펼쳐졌다. 허공에는 황빛 돌조각들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덕분에 주위를 분간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칠흑처럼 어두웠던 서리의 시련 때와는 확연히 달랐다.

쿠우우우우──.

예상했던 대로 천장 쪽에서 살벌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천장까지는 빛이 닿지 않기에 고개를 들면 어둠밖에 보이지 않았으나.

저 소리가 천장 자체가 느릿느릿 내려오면서 일어나는 소리임을 짐작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사암의 시련을 제 시간 안에 통과하지 못하면 저 천장에 깔려 석설, 즉 돌 부스러기가 될 터.

통로 끝에 황빛을 뿜어대는 출입구가 보였다. 저곳에 암철검이 있으리라.

다만, 주위에 떠다니는 황빛 돌조각 탓에 전속력으로 내달릴 수는 없었다.

‘함정이니까.’

돌조각 하나하나가 웅대한 마력 덩어리. 저것에 맞닿은 부위는 석화되어 가는 속도가 급증한다.

그냥 무시하고 달렸다간 1분도 버티지 못하고 온몸이 돌이 되리라.

갑옷 따위를 입어도 소용없다. 저 마력 덩어리 돌조각들 앞에서 나 같은 사람은 벌거벗은 상태나 다름없으니.

그래서 일부러 편하게 입고 왔다.

‘가 보자.’

나는 잰걸음으로 나아갔다.

마치 공기에 일말의 습기 조차 없는 것 같았다. 피부가 서서히 건조해져 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얼굴이, 몸이, 점차 뻣뻣하게 굳어간다.

이것이 석화되어 가는 감각.

문득 동상 아이작을 상상하니 실소가 터져 나왔다.

‘진짜 허무하겠네.’

무섭긴 하지만, [얼어붙은 영혼]의 효과 덕분에 공포심은 금세 잦아들었다.

내 발걸음에 망설임은 없었다. 황빛 돌조각들을 조심스레 피해가면서도 속도는 늦추지 않았다.

이윽고.

한 남성의 목소리가 머릿속을 울렸다.

────사암의 시련을 받으라.

그대로, 내 의식은 아득히 먼 곳으로 떠나갔다.

◆ ◆ ◆ ◆ ◆ ◆ ◆ ◆ ◆

습한 공기가 폐부를 적셨다.

퀴퀴한 냄새에 코를 찡그리며, 나는 조용히 눈을 떴다.

밝은 빛이 시야에 쏟아졌다. 책상 위, 스탠드의 불빛이었다.

시곗바늘 돌아가는 소리가 귀청을 울렸다. 적막을 의식하지 않으면 들리지 않는 규칙적인 소음.

그 시곗바늘 소리가 들리는지로, 내가 집중이 깨졌는지를 판단하곤 했던 기억이 난다.

“…….”

나는 책상에 엎드려 있었다.

고개를 들었다. 입가에 묻어 있던 침을 닦아내고 주위를 두리번거리자, 좁은 반지하 원룸의 풍경이 내 시야에 담겼다.

숨 막힐 정도로 쌓여 있는 두꺼운 법학 서적들.

어떻게든 공간을 비집고 만들어 낸 틈새에는 비디오 게임기 하나가 놓여 있었다.

제습기에 붉은 불빛이 들어와 있었다. 한참 전부터 물통에 물이 다 찬 모양이었다.

다시 책상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소법전과 민법 요약본이 고정된 독서대.

그 앞에 있는 건 사법시험 1차 민법 기출 문제집과, 문제를 푼 흔적이 가득한 노트였다.

책을 덮고 엎드려서 잠들었던 모양이다.

책상 위 선반에는 집중적으로 회독을 반복한 책들이 질서정연하게 꽂혀 있었고.

연탄 봉사에 나가서 받았던 연탄 모양 키링과 어디서 주워 왔는지 모를 예쁜 모래시계, 그나마 외로움을 달래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산 마리모가 든 물병이 쓸데없이 놓여 있었다.

벽면에는 온갖 포스트잇이 가득했다.

공부하다가 깨달음이라도 얻은 사람처럼 끼적였던 보잘것없는 철학적인 문구나 ‘넌 할 수 있다’라는 식의 잡다한 응원들.

유동집합물 양도담보와 일반적인 양도담보의 구분법이라느니, 주요 쟁점이라느니…. 빼곡하게 적혀 있는 내용을 보니 토악질이 나오려 한다.

책상 구석에 놓인 달력에는 공부 계획만이 적혀 있었다.

으스스한 불안감을 느끼기에는… 이미 늦은 듯했다.

전설 무기 시련은 시련받는 자의 기억과 실제로 있었던 일, 혹은 실제로 일어났을 법한 일들을 뒤섞어.

머릿속에 정신을 좀먹기 위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낸다.

참고로 전설 무기 자체에는 지능은커녕 생명 비슷한 것도 없지만, 이능을 행할 수 있는 의지와 힘이 있다.

아마도 암철검은 아이작 몸 안에 있는 ‘나’라는 존재를 표적 삼아, 이따위 시련 무대를 마련한 듯했다.

“…진짜 지랄이다.”

이건 진짜로… 상상도 못 했다.

……

원룸을 나서자 보이는 건 칙칙한 골목길 풍경이었다.

‘여기서 담배 피우지 마라’라는 경고문이 건물 외벽에 붙어 있었다. 그래도 담배 피우는 놈이 기어이 나타났었지.

드문드문 보이는 전봇대. 높이가 낮은 집합건물들. 신림동 고시생의 생활 구역.

익숙하지만 반가운 풍경은 아니었다.

그리고….

‘추락하는 하늘.’

저녁노을…이라기엔 하늘은 무척 영롱한 황옥빛을 발하고 있었다.

바람처럼 흐르는 대규모의 바위 마력이 하늘을 메운 채였다.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메르헨의 마법 기사>에서 이미 겪어본 바, 저것은 ‘추락하는 하늘’.

저 하늘 자체가 마력으로 이루어진 바위였다.

하늘은 점진적으로 내려앉으며, 나중에는 이 세상을 모조리 깔아뭉갤 것이었다.

지하로 피신해 봤자 소용없다. 하늘이 지면에 맞닿는 순간이, 실제 몸이 천장에 깔아뭉개져 개박살이 나는 시점이니까.

문득 건물 창문에 내 모습이 비쳐 보였다.

고시 생활 때 줄곧 입었던 편안한 츄리닝 차림.

그리고.

“…아이작이네.”

고시 생활에 찌들었던 내 본래 모습이 아닌, 아이작의 모습.

다만, 머리는 검게 물든 채였다.

어째 내 몸이 달라진 게 없다는 느낌이더라니…. 이건 좋네.

오른손을 들어 마력을 흘려보냈다.

연푸른빛 얼음 마력이 내 손바닥에서 흘러나오며, 작은 빙정들이 허공에 둥둥 떠다니기 시작했다.

마력은 문제 없고.

다음은 상태창.

[ 상 태 ]

이름 : 아이작

Lv : 103

성별 : 남

학년 : (2)

칭호 : 예비 2학년

마력량 : 24000 / 24000

- 마력 회복 속도(B+)

상태창도 기존과 동일하다.

육신은 머리색만 제외하고, 레벨 103의 아이작 그대로였다.

“그러고 보니….”

아, 시련이라는 생각에 간과한 것이 있었다.

나는 얼른 좁아터진 원룸으로 돌아가 비디오 게임기를 켰다.

공부를 마치면 보상 심리로 줄곧 즐겨 왔던 <메르헨의 마법 기사>.

분명 그 게임 속 세상은 내 현실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메르헨의 마법 기사>는 그저 게임일 뿐이었다.

내게 일어났던 기이한 현상을 생각해 본다면, 필시 <메르헨의 마법 기사>에는 어떤 미스터리한 비밀이 숨겨져 있을 터.

즉, 어쩌면 이 기회에 <메르헨의 마법 기사>가 가지고 있는 비밀의 편린을 엿볼 수 있을지도 몰랐다.

“뭐야?”

그러나 비디오 게임 화면에는 치이익, 거리며 노이즈만이 일렁이고 있었다.

<메르헨의 마법 기사> 게임 팩은 있었지만, 알 수 없는 힘이 그것을 쳐다볼 때마다 노이즈를 일으켜 시야를 가리고 말았다.

그것만은 봐선 안 된다는 듯.

초월적인 힘이 내게 작용하고 있는 것 같았다.

“…….”

새삼스럽지도 않다. 당황하지 않고, 의문을 보류하기로 했다.

일단, 서리의 시련 때처럼 뭘 어떻게 해야 사암의 시련을 통과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점이 당장 눈앞에 놓인 문제.

이 시련의 통과 조건은 무엇인가.

이것도 시련이니 트라우마를 극복해야 한다는 내용일 테고, 그렇다면.

‘사법고시를 또 패스해야 한다거나.’

…아니다. 그럴 리 없지.

달력과 책상 위에 펼쳐진 책을 보면 간단히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1차 문제집이나 풀고 있었으니. 2차 시험은 아직 먼 시점이었다.

내게 허락된 시간은 한정적이다. 전설 무기 시련 속 세상의 시간이 실제 시간보다 빠르게 흐른다고 하더라도, 수 개월씩이나 차이가 나진 않을 것이었다.

애초에 시벌, 이걸 어떻게 또 해. 미쳤냐.

“그럼, 뭔가 다른 게 있다는 건데.”

정보를 뒤져 봐야 한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원룸을 나섰다.

“……?”

뭐냐.

대로변으로 나가 길을 거닐던 사람들을 목격하고서 이상을 알아챘다.

도로 위 육교로 올라가 난간 앞에 섰다. 확실히,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었다.

“다 왜 이래?”

모두 회색이었다.

말 그대로 회색.

목소리도 들리고, 다양한 표정도 확실히 보이지만, 사람들은 모두 색채를 잃은 것처럼 회색으로 덧칠된 채였다.

놀라고 있을 때가 아니지.

‘말이나 걸어봐야지.’

서리의 시련 때처럼 머리가 반으로 쪼개지지 않을까, 걱정되긴 하는데….

‘내가 물불 가릴 처지냐.’

고민할 시간은 없었다.

나는 딱 봐도 고시생처럼 보이는 츄리닝 차림 남자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저기…, 오메.”

어깨에 손을 올리자, 내 손이 그대로 남자의 몸을 통과했다.

그저 허공을 허우적대는 감각만이 느껴질 뿐.

개놀라서 볼 품 없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내 목소리조차 들리지 않는지, 남자는 무덤덤하게 발걸음을 이어 나갔다.

“하다 하다 이젠 유령…?”

헛웃음만 나온다, 진짜.

“다른 건 만져지는데?”

육교 난간의 서늘하고도 단단한 감촉은 여실히 느껴졌다.

추측하건대, 회색이 된 존재에 한정해서 나는 유령으로 취급되는 모양이었다. 어이가 없네.

결론은, 나는 완전한 유령은 아니고.

폴더 가이스트가 가능한 유령이 되었단 건가.

‘그것은….’

상당히 꿀잼이겠군.

물론 아무 데나 쳐들어가 물건을 흔들면서 사람들이 놀라는 모습을 즐겁게 구경할 때는 아니었다.

“일단 이 시련을….”

아.

다리에 힘이 풀렸다.

난간을 짚은 채로 나는 주저앉았다.

이유야 짐작 간다. 애써 밝은 척을 하고 있지만, 나는 이 풍경을 더럽게 싫어했다.

고시 생활 속,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두컴컴한 터널을 지나는 듯한 막막함 속에서.

수 년간 나 혼자 고립된 듯한 이 느낌이, 무척 싫었던 것이다.

그 시절은 고시 생활을 끝내자 내 기억 속에 한때의 추억처럼 자리매김했으나.

아무래도 지금의 나는 그 시절에 느꼈던 힘 빠지는 감각을 고스란히 느끼고 있는 모양이었다.

“돌겠네….”

속이 울렁거려 토할 것 같았다.

“하아.”

눈을 감고 깊이 심호흡한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신 바짝 차려라.

나는 양 손바닥으로 양 뺨을 찰싹 때렸다.

이 시련을 어떻게 해야 통과할 수 있을지 파악해야 한다.

이 세상에 일어난 이변을, 내 기억과는 다른 단서를 찾아내야 한다.

추락하는 하늘 아래.

나는 다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 *

“이런 느낌이었구나. 이제야 느껴지네.”

메르헨 아카데미, 구름 위 상공.

형형색색으로 일렁이는 별 무리 사이에서, 한 여학생이 가부좌 자세로 안정적으로 떠 있었다.

머리에 쓴 마녀 모자. 끝부분만 묶여있는 기다란 연보랏빛 머리칼. 도로시 하트노바.

그녀는 눈을 감고 명상하다가 깨달음을 얻은 사람 마냥, 씨익 미소를 지었다.

[뭐라도 느낀 거야?]

별빛 마력의 힘으로 함께 상공에 떠 있는 하얀색 고양이 사역마, 엘라가 묻자 도로시는 고개를 끄덕였다.

도로시가 느끼기로, 자신의 능력은 한층 강해졌다.

조금 전, 그녀는 이 세상에 일어난 이변을 느끼고 새로이 생겨난 또 하나의 세계선을 관측해낸 참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그 세계에 개입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고 있었다.

“니히히. 다녀올게, 엘라.”

희대의 천재, 도로시 하트노바가 <메르헨의 마법 기사>에서 죽지 않았으면 이르렀을 경지.

<메르헨의 마법 기사>에서 몇 회차를 거치든 그녀가 죽을 수밖에 없는 필연을, 아이작이 섭리 조차 꺾어내며 막아낸 결과.

지금 이 순간, 절대로 일어나선 안 될 일이 벌어지려 하고 있었다.

엘라는 피식 미소를 흘렸다.

[응. 다녀와, 도로시.]

[천라만상]의 힘이 별빛 마력과 겹쳐져 도로시에게서 휘황찬란한 광채를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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