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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최약체는 마족 한정 먼치킨이 되었다-185화 (185/334)

〈 185화 〉 공신제 (6)

* * *

아이작이 스노우화이트 황녀를 껴안고 달리는 영상이 경기장 중앙, 허공에서 재생되었다.

전교생은 그 광경을 바라보며 입을 떡 벌렸다.

아무리 멘토와 멘티 사이라지만, 평민과 황녀 사이이기도 한 두 사람 아닌가.

하지만 마치 아이작은 동화 속에서 공주님을 구해주는 왕자님처럼 보이고 있었다.

화이트는 아이작 품에 껴안긴 상태임에도 일말의 거부감조차 보이지 않았으며, 오히려 그를 더욱 세게 끌어안을 뿐이었다.

단지 그녀가 볼품없이 울고 있다는 점이 옥에 티였을 뿐.

“…….”

한껏 치장한 로즈골드색 머리칼의 여학생, 루체 엘타니아의 표정에 음산한 기운이 넘실거렸다. 금방이라도 누굴 죽일 듯한 눈빛이 영상을 향하고 있었다.

주변에 모여 있던 마법학부 2학년생들은 그 살의에 압도당해 공포감으로 덜덜 떨었다.

스노우화이트 황녀. 아이작과 거의 매일 멘토링을 진행하며 사이가 돈독해졌겠지.

자신에게서 아이작과 함께 할 수 있는 얼마 안 되는 시간이 저 여자에게 일부 배분 되었다는 사실은… 루체에게는 이미 치를 떨 만한 것이었다.

이제는 아이작을 부둥켜안고 엉엉 울어대는 꼴까지 보이다니. 화이트가 영락없는 여우 새끼처럼 보여 루체의 경계심이 더욱 짙어졌다.

한편. 관객석 어느 자리.

담녹색 양갈래 머리칼의 아름다운 여학생이 주먹 쥔 두 손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얼굴이 연신 경련했다. 그녀는 비취색 눈동자로 멍하니 영상을 바라보았다. 도저히 몸의 떨림을 주체할 수 없었다.

“나, 나도 아직… 못 받아봤는데….”

카야 아스트레앙은 조곤조곤 탄식하듯 독백했다.

아이작 님의 공주님 안기라니.

작년 합동 실습 평가 때, 리제타 라이온하트가 아이작에게 공주님 안기를 받았던 일이 떠올랐다.

자신도 아직 받아보지 못한걸…, 오로지 상상만으로 즐겨 온걸….

스노우화이트 황녀님께서 먼저 받아 보시다니…. 어떻게 이럴 수가.

사정은 알고 있었지만, 설마 저런 형태로 화이트를 지켜 주는 형국이 될 줄은 몰랐다.

질투심이 요동칠 만큼 화이트가 심히 부러운 카야였다.

“아!! 많은 학생이 일제히 아이작 선수에게 덤벼드는 가운데!! 과연, 아이작 선수는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진행자 에이미는 흥분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황녀님을 껴안고 달리다니. 역시 자신의 친구, 아이작은 유쾌하게 미친놈이었다.

아크볼 레이스 경주로 위. 살아남은 참가자들은 아이작에게 몰려들고 있었다.

청은발의 2학년생, 아이작은 정면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화이트, 안경 벗겨줘.”

“흐으, 네에…!”

아이작 품에서 울먹이고 있던 스노우화이트는 그의 안경을 벗겨 주었다. 울음이 아직까지 그치지 않은 건 아찔하게 파도를 타고 가다 추락했던 충격이 여전히 가슴속을 술렁이고 있기 때문이었다.

벗겨진 안경은 마도구, 리벨라의 안경.

모래주머니를 차고 다니다 벗으면 일시적으로 몸이 가벼워지듯, 그 안경을 쓰다가 벗으면 잠시간 공기를 타고 흐르는 마력의 흐름을 평소보다 수월하게 좇을 수 있게 된다.

아이작의 눈동자는 전방에서 몰려드는 경쟁자들을 빠르게 훑었다.

“넘겨라아!!”

“아크볼 내놔!!”

부우우우!

2성급 얼음 원소 마법 [냉기 발산]을 발동해 아이작은 매서운 기세로 새하얀 냉기를 퍼뜨렸다.

참가자들은 안개처럼 퍼뜨려진 냉기를 파고들고서 원소 마법이나 뜰채로 아이작을 공격했으나.

그는 능수능란하게 공격을 피하거나 원소 마법으로 맞대응하며 학생들을 지나쳐 갔다.

화이트를 껴안고 있어 행동에 제약이 있음에도 무척 현란하게 경쟁자들을 제쳐 나가는 아이작.

뛰어난 신체 능력. 냉기 속에서도 마력의 흐름을 좇아 상대의 마법을 피하거나, 원소 마법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며 대응하는 판단력과 반사신경.

가히 예술적인 움직임. 마법학부라고는 믿기 힘든 현란한 움직임에, 아이작에게 덤볐던 학생들은 혀를 내둘렀다.

기사학부 상위권 학생쯤은 되지 않는 한 그를 따라 하기는 힘들 것이었다.

“으악!”

“날 공격하면 어떡해, 멍청아!”

냉기가 점차 짙어지자, 참가자들은 시야가 차단된 탓에 무분별하게 서로를 공격하기도 하였고.

많은 학생이 기초 원소 마법을 휘둘러 냉기를 없앴을 때는, 이미 아이작이 냉기를 뚫고 자신에게 덤벼든 모든 학생을 지나친 때였다.

“뭐…?!”

학생들은 앞서 나가고 있는 아이작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당황했다. 그는 빠른 속도로 경주로를 달리고 있었다.

저게 정녕 한 여성을 껴안고 달리는 사람이 맞는가. 대체 어떻게 돼 먹은 속도란 말인가.

관중석에선 학생들의 함성이 울려 퍼졌다.

“오오!! 아이작 선수! 수많은 학생의 공격을 모두 피하는 데 성공합니다아!! 굉장해!!”

진행자 에이미는 웃는 얼굴로 소리쳤다.

푸아아아아!!

그 순간, 다시금 섬뜩한 마력이 경주로에 몰아쳤다.

아이작 뒤편. 물 마력이 허공에 퍼져 나가더니, 기초 원소 마법이라고는 믿기 힘든 수준의 푸른 파도가 거친 기세로 몰려오기 시작했다.

“아, 아이작 선배…! 뒤, 뒤요!!”

파도는 경주로를 당연하다는 듯이 뒤덮었다. 그 무서운 광경에 화이트의 하얀 얼굴은 더욱 새하얗게 질려 버렸다.

“저저저, 저거! 기, 기초 원소 마법 맞죠?!”

아무리 감지력이 낮은 사람이라도 느낄 수 있으리라. 저 파도에는 무서우리만치 어마어마한 양의 물 마력이 담겨 있었다.

화이트 자신이 저 파도에 휩쓸린다면 기절 정도로 끝나지 않을 터.

아이작은 고개를 슬쩍 뒤로 돌려 지면을 휩쓸어 가는 파도를 무덤덤하게 확인했다.

“저게 말이 되냐고…?”

“끄아아악!”

“사, 살려…! 아악!”

아이작 공격하기를 실패하고 그를 지나쳐 버린 학생들은, 몰려오는 큰 파도를 경악한 얼굴로 쳐다보았다.

그들은 다급히 등을 돌리고 도망치려 했으나, 훨씬 빠르게 다가온 파도가 그들을 먼저 휩쓸어 버렸다. 무력한 최후였다.

그 파도의 뒤를 따라 달리고 있는 남자는 피에르 플랑체. 마법학부 1학년이자 마력량 S급의 천재.

피에르의 인기와 명망에는 그의 타고난 능력도 한몫하고 있었다. 그와 싸워서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이 아카데미에 그리 많지 않았다.

그 와중에, 아이작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뭐가요?!”

피에르의 무자비한 공격은 경쟁자 제거에 도움이 되니까. 아이작은 이리될 줄 예상했다.

아쉬운 건 피에르의 팀원들이 여전히 살아 있다는 점이었다. 후방은 피에르가 책임지는 것으로 팀원들끼리 얘기를 나눈 거겠지.

“또 뭐냐, 저 미친놈은?”

리제타 라이온하트는 아이작에게 덤벼들지 않았기에 여전히 앞서서 달리고 있었다.

아이작이란 대마법사의 실체를 알고 있는 사람으로서, 그에게 덤벼들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나저나, 저 베이지색 머리의 후배 놈은 또 어디서 튀어나온 괴물이란 말인가.

심해괴수가 나타났을 때 느꼈던 아이작의 진정한 마력에 비한다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지만…, 저 후배가 엄청난 마력을 지녔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었다.

“화이트, 내 어깨 끌어 안아봐. 잠깐 불편하겠지만 참아.”

“네, 네에!”

곧 아크볼을 점유하고 2분이 지날 때였다. 어서 팀원에게 아크볼을 패스해야 했다.

화이트는 아이작의 어깨를 양팔로 휘감아 그에게 딱 달라붙었다.

화이트가 힘이 풀려 자신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아이작은 그녀의 양팔에 바위 수갑을 만들어 고정했다.

아이작의 한쪽 손이 화이트의 어깨에서 벗어났다.

무게 중심이 엉덩이 쪽에 쏠리자, 화이트는 절벽에 매달린 사람처럼 아이작을 더욱 세게 끌어안아야만 했다.

“흐으, 아…!”

꼼짝할 수 없었다. 그런데 어째선지, 아이작 품에서 꼼짝할 수 없는 이 상황이 화이트의 가슴속에 불을 지피는 듯했다.

꽤 기분 좋은 구속감과 압박감이었다. 황녀이기 이전에 사춘기 소녀인 화이트에게는 상당히 자극적인 감촉이었다.

“아, 앗, 아니…!”

…자제하자. 합동 전술 평가 때도 그렇고, 존경하는 선배에게 형편없는 음욕이나 품어대는 자신에게 죄책감이 느껴졌다.

화이트는 눈을 꾹 감고 애써 솟구치는 욕정을 억눌렀다.

어디선가 살의가 느껴졌지만 기분 탓이리라.

“트리스탄!”

아이작은 뜰채를 휘둘러 아크볼을 던졌다. 트리스탄은 연녹빛 바람을 휘감은 채 엄청난 속도로 날아들어, 야구공처럼 공기를 가로지르던 아크볼을 가볍게 낚아챘다.

“곧 뒤따라갈게!”

“하! 마음대로 해라!”

트리스탄이 다시 앞서 나가고.

아이작은 화이트의 양손을 묶어놨던 바위 수갑을 마력 해제로 풀어낸 뒤, 다시 그녀의 어깨를 붙잡았다.

다시 공주님 안기로 화이트를 되돌리는 아이작.

화이트는 두 뺨이 붉게 달아오른 채였으나, 감정을 갈무리하고 평소와 같은 표정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입술이 파르르 떨리고 눈썹에 경기가 일어나는 건 막을 수 없었다.

“화이트, 잠깐 정도는 바람 타고 날아갈 수 있지? 전에 연습했던 대로 해.”

도망치라는 의미임을 화이트는 곧바로 알아챘다.

화이트는 깜짝 놀랐다.

“어? 아이작 선배는요?!”

“뒤에 오는 저거 막을 거야.”

“네?”

뒤로는 여전히 피할 곳 없이 드넓은 파도가 몰려오고 있었다. 이제 곧 아이작에게 이를 터였다.

“저저저저, 저걸 어, 어떻게…?”

“빨리!”

“아앗, 네! 으아아…!”

화이트에게서 바람이 흘러나오자, 아이작은 그녀에게서 손을 놓았다.

휘우우!

화이트는 바람을 타고 날아갔다.

아직 그녀의 마력 운용력으론 10초도 채 날지 못하고 극심한 멀미가 나면서 마력이 제대로 순환되지 못하겠지만, 도망치는 데에는 충분할 것이었다.

아이작은 달리기를 멈추었다. 급브레이크를 밟은 차량처럼 그의 신발 밑창이 경주로 위에서 미끄러지며 마찰하는 소리가 울렸다.

그대로 뒤를 돌아보는 아이작. 파도가 그를 덮치려 했다. 솟아오른 파도가 멈추지 않고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건 피에르가 지속해서 마력을 불어넣고 있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저놈에게서 도망치지 못한다.

누군가는 피에르를 막아야 했고, 아이작은 그 역할을 자처할 셈이었다.

저 파도는 어디까지나 기초 원소 마법. 웬만한 공격 마법보다 약하겠지만, 피에르의 강대한 마력이 그 파도에 힘을 실어 주고 있었다. 휩쓸리면 기절은 확정 사항이었다.

아이작은 잔야의 지팡이로 지면을 내려찍고 마력을 끌어올렸다.

피에르에게 대항하려는 것일까. 관중석에 있던 학생들은 숨을 죽이고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

피에르 플랑체는 여전히 경주로를 따라 달리고 있었다. 한쪽 팔을 앞으로 뻗은 채 마력을 흘려내며, 남은 손으로 이마에 흐르는 피를 닦으면서.

파도 너머, 아이작의 마력이 느껴졌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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