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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최약체는 마족 한정 먼치킨이 되었다-216화 (216/334)

〈 216화 〉 앨리스 토벌전 (12)

* * *

“밖에 아무도 없느냐?!”

황실 기사는 다급하게 소리쳤지만, 복도에선 아무런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도로시가 자신을 막아 세우려 했던 황실 기사들을 모두 기절시킨 까닭이었다.

도로시는 폭탄과도 같은 존재다. 메르헨 아카데미는 그녀를 형식상 학생으로서 대하고 있었지만, 한번 이성을 잃고 폭주하면 감당하기 어려운 강자가 도로시였다.

그나마 앨리스 캐럴이 자연스레 억제제 역할이 되어 주고 있었을 뿐. 하지만 이제 그녀는 없었다.

피에르는 놀란 얼굴로 도로시와 눈을 마주쳤다. 그러자 주위로 별 무리가 떠오르며 그의 몸이 강제로 날아가 벽면에 처박혔다.

콰강!!

“으헉!!”

도로시가 왼팔로 제 머리를 부여잡은 채 오른팔을 앞으로 뻗었다. 곧바로 피에르의 몸이 그녀의 오른손으로 끌려가 목이 붙잡혔다.

머리에 피를 흘리는 피에르. 그는 목이 막혀 고통스러워했다. 도로시는 핏발 선 눈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공신제 때, 아이작 죽이려 했지…? 왜 기어올랐을까? 내가 너무 봐준 걸까…?”

“끄허억…!”

“그런데 다행히…, 너 같은 놈도 지금은 쓸모가 있네…. 죽는 건 조금 뒤로 미루자, 응…?”

피에르는 숨이 막혀 컥컥댈 뿐이었다.

도로시는 고열과 두통 때문에 숨소리가 몹시 거칠었다. 그 탓에 목소리가 연신 쪼개지고 흩어지길 반복했다.

“도로시 하트노바! 이게 무슨 짓이냐?!”

“입 다물어.”

“끄윽!”

구우우우!

황실 기사의 머리 위로 강한 중력이 내려앉았다. 지면이 어그러졌다. 황실 기사는 몸이 으스러질 것 같은 고통을 참으며 이 악물고 버텨 냈다.

움직일 수 없었다. 도로시는 그가 적당히 버티면서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만 중력을 강화시킨 것이었다.

“용건이 있는 건…, 이 새끼뿐이야…. 어디 있는지 못 찾겠어서, 직접 찾으러 온 거라고….”

“제정신이냐?!”

황실 기사는 두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다.

며칠간 잠도 안 자고 무저갱에게 별빛 마법을 퍼부어 대다가, 갑자기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몸 상태가 돼 버린 도로시다. 별빛 마력이 폭주했기 때문일 터.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이제는 기어이 정신까지 나가 버린 것인가.

…아니었다.

도로시를 몰아넣은 건 고작 그 때문이 아니었다.

“앨리스 캐럴 사건의 수사권은 황실에 있다! 사건 관계자 신변을 다룰 권한 또한 황실에 넘어왔다! 네가 낄 자리가 아니란 말이다! 황실의 권위에 도전한다면, 아무리 너라도 무시하지 못할 거다! 도로시 하트노바!!”

황실 기사는 분노를 쏟아 내면서도 도로시를 걱정했다. 그녀가 황국에서 손꼽히는 강자라고 해도 아직 학생 나이에 불과하니까.

하지만 지금의 도로시는 이성을 제대로 유지하지 못하고 선을 넘고 있었다. 그렇기에 황실 기사는 강압적으로 협박하기로 한 것이었다.

도로시는 눈을 가늘게 좁혔다.

현재 메르헨 아카데미에 잔류 중인 황실 기사단이 일제히 덤벼들어도 도로시 한 명을 이기지 못하리라.

하지만 토벌대가 이쪽으로 몰려오고 있는 상황. 곧 그들은 연륙교에 도달할 터.

아무리 도로시라고 해도 토벌대를 이길 수는 없었다. 즉, 황실을 적으로 돌린다면 도로시는 무사하지 못할 것이었다.

그러나 도로시는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너희한테 악감정은 없어…. 나한텐…, 아이작이 제일 중요하니까….”

“네년이 정녕…!”

“아이작을 구하려면!!”

도로시는 고함을 내질렀다.

“이 새끼들이 필요하다고…!”

머릿속이 깨질 듯이 아파와도 아이작의 얼굴과 목소리 만큼은 선명하게 떠올랐다.

도로시에게는 아이작이 법보다 우선이었다.

아이작은 도로시의 세상이 되어 주었다. 죽음을 받아들이고 있던 그녀에게 미래를 선물해주었다.

도로시에게는 아이작이, 이미 한번 끝장났어야 할 이 하찮은 목숨 따위보다 훨씬 귀중했던 것이었다.

저 하늘 위 마족은 쓰러뜨릴 수 없다. [천라만상]의 힘을 지녔기에 남들보다 더욱 확실하게 실감할 수 있었다. 저 생물은 강해도 지나치게 강했다.

도로시 자신의 목숨을 바쳐 사용할 수 있는 별빛 마법, [초신성 폭발]로도 조금의 흠집을 내는 데 그칠지도 몰랐다.

물론 아이작 또한 제 속에 강한 힘을 품고 있지만…. 그가 사용할 수 있는 힘에는 아직 한도가 있지 않은가. 아이작 편이었기에 도로시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물며 아이작은 잡아먹힐 때 마력까지도 잡아먹히고 말았다. 이는 당시에 섬에 있던 누구나 알아챌 수 있었던 사실이었다. 그의 마력이 극적으로 사그라졌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도로시는 조급해졌고,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팔라딘 4명을 데리고 그들이 살았던 세계로 가자. 팔라딘을 길잡이 삼아, 하늘 위 마족을 소환시킨 놈을 찾아내자. 그런 생각이었다.

마력 회로에 흐르는 별빛 마력이 미친 듯이 끓어올랐다. 몸이 녹아내릴 듯했다. 그러나 이 감각은 도로시를 한 단계 높은 경지로 끌어 올려주었다.

이제는 별빛이 비치는 다른 세계에 개입할 때 소수의 사람 정도는 데려갈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으니.

나흘 간 감정의 격류와 별빛 마력의 과다 사용이 안겨준 성장이었다.

그래서 앨리스의 육체를 차지했던 마족의 본체를 찾아내, 놈에게서 무저갱에 대항할 방법을 알아내기로 도로시는 결정했다. 앨리스 몸 안에 깃들었던 마족이 본체가 아니었다는 사실은 [천라만상]의 힘 덕분에 알 수 있었으니.

자신이 그 마족보다 약하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여차하면 많은 수명을 대가로 지불해 고강한 별빛 마법을 쓰면 되기 때문.

“끄으으…!”

많은 날붙이가 연신 뇌를 찌르는 듯한 두통이 도로시를 괴롭혔다.

동시에 몸이 붕 뜨는 듯한 기묘한 감각과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것 같은 전능감을 그녀는 느꼈다.

아까부터 얼핏 무언가가 자신에게 손을 내미는 듯한 환각이 보였다.

그 손을 잡으면… 영영 돌아올 수 없을 것 같은 아득히 먼 곳으로 끌려가게 될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렇기에 도로시는 그 환각을 무시했다.

콰아아앙!!

도로시는 피에르를 허공에 둥실둥실 띄운 채 구치소 벽을 부수고 나갔다.

그녀는 무서운 속도로 날아가 아카데미 중앙 광장에 이르렀고.

나머지 구치소 역할을 대신하는 건물들의 벽을 별빛 마법으로 무너뜨려, 트럼프 팔라딘만을 쏙 빼내 자신에게로 날아오게 했다. 그들의 위치는 이미 파악하고 있었기에 간단히 그리할 수 있었다.

“으윽!”

“끄으…!”

“커헉!”

스페이드 팔라딘, 제논.

하트 팔라딘, 셰라 헥토리카.

다이아몬드 팔라딘, 알렉사.

구속복 차림인 그들은 피에르처럼 도로시 주위로 둥둥 떠다녔다.

별 무리가 차라랑, 거리며 일어났다. 팔라딘 4명은 모두 무형의 힘으로 목이 붙잡혔는지 숨을 켁켁, 거리며 괴로워했다.

“도로시 하트노바! 뭐 하는 짓이냐?!”

“당장 멈추지 못하겠느냐?!”

발 빠르게 움직인 황실 기사단이 무기를 들고 도로시를 포위했다. 오르핀관에 있던 교장 엘레나 우드라인과 교수들은 도로시의 돌발 행동에 당황해 곧바로 광장으로 향했다.

현재 로얄 가드로 구성된 토벌대가 연륙교를 지나는 중이었다. 이럴 때 괜한 소음을 일으키는 걸 황실 기사단은 되도록 피하고 싶었다.

생기를 잃은 도로시의 두 눈이 자신을 향해 무기를 내민 황실 기사단을 훑었다.

화아아아!!

이내, 도로시의 몸에서 이질적인 광채가 흘러나왔다.

[천라만상]의 힘과 별빛이 비추는 세계를 넘나들 수 있는 초월적인 힘이 그녀와 팔라딘의 몸을 아카데미 광장에서 지우려 했다. 황실 기사단은 그 신비로운 광경에 놀라워했다.

지난 나흘간, 트럼프 병사들이 어느 세계로 역소환되었는지 도로시는 관측의 힘으로 찾아다녔다. 그녀가 무저갱에 화력을 쏟아붓는 일 외에도 무리한 일이 바로 그것이었다.

황실 기사단은 도로시를 향해 짓쳐들거나 공격을 쏟아 내며 그녀를 막으려 했다.

“방해…하지…, 마…!”

그러나 도로시가 퍼뜨린 형형색색의 별빛 마법이 황실 기사단의 공격을 전부 막아 내고 밀어냈다.

그 순간.

자색 벼락이 도로시에게 떨어졌다.

콰가가강!! 차라랑!!

도로시는 별빛 보호막을 전개해 그 벼락을 막아 냈다. 다만, 고강한 번개였기에 도로시의 집중력이 흐트러졌다.

도로시에게서 흘러나오던 광채가 사그라졌다. 그녀의 시선이 삐걱거리며 자신에게 벼락을 떨어뜨린 여학생에게로 돌아갔다.

황실 기사단은 경계했으나, 부단장 마그리오가 팔을 살며시 위로 들어 기사들을 멈추게 했다. 상황을 지켜보자는 의도였다.

“난 처음부터 네가 싫었어.”

로즈골드색 머리칼을 찰랑이며, 한 여학생이 황실 기사단을 무심히 지나쳐 도로시 앞에 멈춰 섰다.

도로시처럼 나흘 밤잠을 설치고 무저갱을 향해 마법을 쏟아부었던 마법학부 학생.

루체 엘타니아였다.

“이게 뭐 하는 짓이야?”

루체는 무감정한 인형 같으면서도, 을씨년스러운 표정으로 도로시에게 물었다. 목소리가 몹시 가라앉아 있었다.

도로시는 깨질 듯한 머리를 부여잡은 채 숨을 헐떡이며 루체를 노려보았다.

두 여학생 모두 눈 밑에 짙은 눈그늘이 내려앉아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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