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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최약체는 마족 한정 먼치킨이 되었다-243화 (243/334)

〈 243화 〉 사령왕 토벌전 (7)

* * *

휘우우웅!!!! 콰가가각!!!

아자벨 실버울프는 은빛 양손 도끼, 파라혼을 연격으로 휘두르며 흉린-몰리카르테의 목을 내려찍었다.

흉린이 거세게 목을 휘두르자 아자벨의 몸이 튕겨 나가 하늘로 솟구쳤다.

아자벨은 씨익 웃고는 밑면이 뾰족한 거대한 얼음덩어리를 만들었고.

그것을 박차고, 흉린을 향해 엄청난 속도로 추락했다.

“끝이다!”

도끼 날에 [서리불꽃]이 서린 파라혼으로, 아자벨은 근육을 실어 흉린의 목을 내려찍었다.

콰아아아아악!!!!

연푸른빛 빛살이 흉린의 목을 통과해 지면으로 내려꽂혔다.

그 궤적을 따라, 흉린의 철강보다도 단단했던 기다란 목이 반으로 갈라졌다.

쿠우우우우웅!!!

연이어 떨어진 빙괴가 흉린의 육체를 깔아뭉갰다.

목을 잃어 더는 저항할 수 없게 된 흉린의 몸이 지면에 처박혔고.

과격하게 착지한 아자벨은 파라혼을 어깨에 걸치며 승리의 미소를 머금었다.

아자벨의 포효와 함께 흉린은 두 번째 죽음을 맞이했다.

한편, 제르베르 황국의 황야.

보팔 소드의 검기가 황야를 가르는 소리. 쏟아지는 어둠 마법들이 일으키는 굉음과 시체 전사들의 포효 소리.

그 속에서, 아이작과 대립하던 사령의 칼가르트는 악룡과 흉린이 패배했다는 사실을 감각적으로 알아챘다.

─ ‘넌 너무 나한테만 신경 썼어.’

아이작이 했던 말이 뇌리를 스쳤다.

메피스토가 말하길, 아이작은 불가해한 능력으로 마족의 계획을 사전에 알아챈다고 하였다.

미래라도 내다볼 수 있는 것일까. 그게 가능하다면 이미 초월의 경지나 다름없다.

심지어 저 정도의 사내가 자신의 힘에 심취하지도 않았다. 처음부터 스스로의 부족함을 받아들이고, 동료를 믿은 것이었다.

[재미있군….]

칼가르트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위우우우우웅!

칼가르트로부터 어둠 마력이 휘몰아쳤다. 순식간에 수십 개의 어둠 마법진이 전개되며 진녹색과 검은색으로 발광했다.

앨리스는 엄청난 마력을 느끼고 흠칫 놀랐다.

사령왕의 두 눈이 진녹빛 안광을 아지랑이처럼 흘려 냈다. 그가 스태프를 들어 올리자 머리 부분에 달린 마석이 흉흉한 검녹빛 마력을 발산했다.

쿠구구구구궁!!!!

지면에 균열이 일었다. 쩌적, 갈라진다.

앨리스는 염동력을 사용해 자기 몸을 밀어내어 재빨리 뒤로 빠졌다.

매서운 강진.

땅이 쿵쿵 흔들리며 균열이 점차 크기를 키워갔다. 이윽고, 검녹빛 마력을 머금은 생물이 땅의 갈라진 틈새를 뚫고 지면을 짚으며, 그 거대한 상체를 불쑥 내밀었다.

시체 군대의 절반이 지면에서 솟구친 생물에게로 날아가 턱턱 달라붙었다. 썩은 살덩이가 녹아내려 그 생물의 육신을 이루었다.

서서히 검녹빛 마력이 스멀스멀 흐르는 괴물의 형상을 갖추어 간다.

그러나 얼굴은 백골의 형상.

[그하하하하학!!!]

그것은 기괴한 목소리로 폭소를 터뜨리며 아이작을 내려다보았다.

[백골의 헥세크]

Lv :180

종족 : 마족

속성 : 어둠,재생

위험도 : 최상

심리 : [ - ]

백골의 헥세크.

<메르헨의 마법 기사> 「10막, 사령왕」 파트의 최종 보스인 칼가르트의 하수인.

재생 마력을 갖추고 있어, 아무리 치명상을 입더라도 금세 원 상태로 복구되는 마족.

그는 이성 없이 오로지 주인의 명령만을 따른다.

지면을 가로지르는 균열 위로 거대한 상체만 튀어나와 있지만, 그 거체로 몸을 길쭉하게 늘릴 수 있기에 공격 범위는 넓은 편이었다.

아이작은 경험치 덩어리인 백골의 헥세크를 기다리고 있었다. 앨리스를 통해 시체 군대를 휩쓸어 가며 칼가르트를 자극했던 건 그런 연유였다.

이제 자신이 나설 때가 되었다.

“앨리스, 이제 빠져.”

앨리스는 아이작의 명령을 따라 얼음 의자 옆에 이르렀다.

“너, 죽기 전에 하나만 불자.”

아이작은 칼가르트에게 말을 걸었다.

“메피스토는 어디 있어?”

[답해줄 수 있는 건 없다.]

겉으로 듣기엔 공격적인 대답이었으나.

아이작은 [심리 간파]로 칼가르트의 대답이 말 그대로 진실임을 알아챘다.

메피스토는 아이작의 추적을 눈치채고 도망쳤으며, 칼가르트에게 도피처를 가르쳐 주지 않았다. 신중한 처사였다.

“…쓸모없네.”

아이작은 한숨을 내뱉었다.

[그대의 안위부터 신경 써야 할 것이다.]

칼가르트는 스태프로 아이작을 가리켰다.

[공격해라.]

칼가르트의 지시.

시체 전사들이 포효하더니 이빨을 딱딱거리며 아이작을 향해 돌격했다.

백골의 헥세크는 포효하며 검녹빛 화염이 휘감긴 거대한 팔을 휘두르려 했다.

휘우우우우!!

그 순간, 아이작에게서 9성급 패시브 스킬 [빙제]의 기세가 완연해졌다.

아이작의 오른쪽 눈에서 연푸른빛 마력이 온화하게 피어올랐다.

지면에 맞닿은 발끝을 기점으로 청아한 빙정이 뻗어나간다. 냉기 마력이 퍼져나가 일대를 감싸며, 새로운 공간을 건축했다.

멀리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뷔엘은 사태가 심각하게 돌아감을 느꼈다.

[도망쳐라.]

[네…?]

다급히 부하를 역소환하는 뷔엘.

자신도 도망치려 했으나, 이미 빠져나갈 수 없는 벽이 생겨나 뷔엘을 가로막아 버렸다.

영역 지배.

[빙화신궐]에 무저갱으로부터 빼앗은 힘을 융합시켜, 새로운 미궁을 구축한다.

선명한 빛이 모두의 시야를 감싸고.

차라라락.

눈을 한번 깜박이자, 무언가가 얼어붙는 소리와 함께 새로운 정경이 시야에 담겼다.

진격하던 시체 병사들은 멈칫하더니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여긴…?]

칼가르트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끝없이 펼쳐진 기미한 영원의 감옥.

조화롭게 널린 아름다운 빙괴들.

머나먼 하늘을 메운 눈부신 빙경(氷鏡).

형형한 빛깔을 내비치는 지면엔 기이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거리 감각이 달라졌다.

칼가르트의 시야에, 멀리서 얼음 덩어리가 드높게 뻗어나가 궁궐의 형상을 갖춘 광경이 보였다.

그 위로 얼음의 별이 찬란한 빛을 뿜어냈다.

신비로운 빙괴와 빙정이 둥둥 떠다닌다. 그것들은 하나의 얼음 왕좌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그 왕좌로 이어지는 길은 고난을 상징하는 찬연한 오르막길.

그 끝. 얼음 왕좌에 앉은 이는 주먹으로 한쪽 턱을 괴고 무덤덤하게 칼가르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빙제 아이작이었다.

아이작 주위로 청광이 비춘다. 그의 뒤에선 아름다운 백룡이 포효한다.

공간 창조.

영역 재구축.

끝없는 미궁.

[빙화신궐]을 강화해 탄생시킨 8성급 공간 창조 마법 [무궁빙설경].

몰아치는 칼바람. 휘몰아치는 혹한의 눈보라가 시체 병사들을 잠식했다.

시체 병사들은 몸이 점차 얼어갔으나, 칼가르트의 명령을 따라 멈추지 않고 아이작을 향해 돌격했다.

시체 군대는 그 수가 많음에도 얼음의 원왕이 내비치는 위엄 앞에선 몹시 초라했다.

[불가능하다. 이건…, 인간 따위가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칼가르트는 믿을 수 없었다. 이건 한낱 인간이 펼칠 수 있는 공간 마법이 아니었다.

마족 중에서도 최고위 마족, ‘옴’쯤은 되어야 가능한 경지이니.

그때 칼가르트는 한 가지 사실을 상기했다. 그 ‘옴’마저도 저 사내에게 패배하여 목숨을 잃지 않았는가.

무엇이든 눈으로 보아야 진정으로 실감이 되는 법이었다.

[아니군…. 그대는 이미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었는가…!]

빙제가 내뿜는 가히 범접할 수 없는 존엄은 적이자 마족인 칼가르트마저 경외심을 느끼게 했다.

아이작 곁을 지키는 하수인, 하트 여왕-앨리스와 악몽룡-재버워크에겐 [빙결 차단막]이 씌워진 채였다.

그들로선 가까이 있는 아이작의 냉기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오로지 사역마인 빙설룡-힐드만이 아이작의 힘을 공유 받으므로, 그의 냉기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다.

“너도 있었네.”

나지막이 독백하는 아이작.

[무궁빙설경]을 사용하기 전, 피해자를 만들지 않기 위해 [천리안]으로 일대를 훑었다. 덕분에 멀리 있는 반역의 천인 뷔엘과 그의 부하를 발견했다.

아직 엮인 적도 없고 불사의 가호 때문에 쓰러뜨릴 수도 없으나, 어차피 그들은 적이 되고 말 터.

아이작은 뷔엘을 [무궁빙설경]에 가두었다.

어차피 [천리안]의 시선을 느꼈으리라. 아이작은 그가 앞으로 허튼 짓을 못하도록 사전에 위협하고자 했다.

[멋지군….]

뷔엘은 감탄했다.

[무궁빙설경]에 갇히기 전, 그는 아이작의 시선을 느꼈다. 아이작은 멀리 있는 곳을 내다볼 수 있는 능력을 지닌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뷔엘을 가두었으니.

아이작이 자신에게 적의를 품었음을 뷔엘은 알아챘다.

[날 지나가던 들개 취급이라도 한 게 아니라면….]

경고의 의미인가.

천족은 인간계에 침투해선 안 된다는 조약을 맺었다. 애당초 천족이 인간계에 관심을 품을 이유가 없었다.

인간계가 멸망하든 말든, 생판 모르는 남 얘기나 다름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뷔엘에겐 목적이 있었다.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그는 조약을 어기고 몰래 이 세계에 침투했다.

즉, 빙제는 뷔엘에게 그 대가를 치르게 할 셈이 분명했다.

그게 아니고선 설명이 안 되니까.

조약 내용을 어떻게 알고 있는지는 몰라도, 빙제 정도의 사내가 그러하다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었다.

뷔엘은 실실 웃으며 빙제의 위세를 지켜보았다.

한편, 칼가르트는 조급해졌다. 온몸을 휘감는 냉기는 얼마 안 가 자신을 집어삼킬 것이었다.

그때, 아이작은 무어라 읊조리기 시작했고.

그의 뒤로 톱니바퀴가 톱니바퀴를 이어가듯 연푸른빛 마법진이 쉴 새 없이 전개되어 갔다.

그것이 쌓이고 쌓이며, 이윽고 거대한 궤적이 원(圓) 형태로 그려지며 모든 마법진을 아울렀다.

“날 죽이려 했다는 건 알고 있었어.”

멸망의 마법진.

태초의 빙제가 일생을 바쳐 완성해낸 궁극의 술식이 칼가르트의 시야에 담겼다.

“그게, 가능할 거라 생각했어?”

아이작이 담담히 묻자 칼가르트는 섬뜩한 감각을 느꼈다.

아이작은 검지를 위로 치켜세웠다. 그 손가락 위로 냉기 마력이 소용돌이처럼 회전하고 모여들며, 하나의 구체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무심하게, 너무도 간단하게.

아이작의 검지 위로 상상을 초월하는 양의 마력이 응축되며 웅대한 광구를 일구었다.

쿠우우우우우우!!!

공기가 몸서리친다.

[무궁빙설경]이 아니었다면 전 세계가 비명을 질렀을 냉기다.

아름답게 빛나는 냉기 태양.

얼음 지옥을 창조하는 궁극의 얼음 원소 마법, [한빙지옥]이 고작 한 남자의 손가락 위에 떠올랐다.

무저갱과 맞붙었을 때 만큼의 위력으로 구현하진 않았다. 이 정도로도 칼가르트의 병력을 전멸시키기에 충분했기 때문이었다.

대규모의 시체 병사들이 [무궁빙설경]을 가로지르며 아이작을 향해 돌격하고 있음에도, 칼가르트는 조금의 승산도 품을 수 없었다.

마치 코끼리를 향해 돌격하는 개미 떼. 아니, 그보다도 못했다.

[빙제….]

문득 칼가르트는 의문을 느꼈다.

[그대는 대체 무엇인가?]

저 남자는,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추상적인 질문이었으나, 아이작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너희들의 적.”

칼가르트 상대로 할 수 있는 대답은 그 뿐이었다.

칼가르트는 눈을 감았다. 생각을 정리하고, 다시 눈을 뜨고 아이작을 노려보았다.

메피스토가 빙제를 적임에도 칭송했던 이유를 칼가르트는 이 순간 확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저건… 지나치도록 규격 외였다.

[인정하겠다. 그대는, 내가 몇 번이고 목숨을 내놓기에 합당한 적이다…!]

전력을 쏟아붓는다.

돌격하던 시체 병사들은 아이작을 향해 일제히 어둠 마력이 담긴 창을 투척했다.

칼가르트의 후방에 남은 시체 마법사들은 일제히 어둠 마법진을 전개했고.

백골의 헥사크는 몸을 길게 뻗어내, 아이작을 향해 검녹빛 화염이 휘감긴 거대한 팔을 휘둘렀으며.

칼가르트는 시체 마법사들과 함께, 맞닿는 모든 걸 끌어당겨 집어삼킬 수 있는 대량의 어둠 마법을 시전했다.

콰아아아아아아아!!!!!

“…….”

그러나 그 모든 공격은 아이작에게 닿지 못했다.

차라라라라락!!!! 화아아아아악!!!!

아이작과 [한빙지옥]이 뿜어내는 묵직한 냉기가 퍼져나가 전부 꽁꽁 얼고, 밀려나며, 무력화되었으니.

고농축된 마력으로 뭉쳐 물리력마저 거머쥔 막강한 냉기였다.

휘둘러지던 헥사크의 팔은 단숨에 얼어붙더니, 몰아치는 냉기에 얻어맞아 산산이 부서졌다.

대량의 어둠 마법은 냉기에 무력하게 삼켜졌고, 얼어 버린 무구들은 모두 부서지며 파편이 비산했다.

칼가르트의 눈이 휘둥그레 뜨였다. 그의 전력은 아이작 앞에서 그저 가소로울 뿐이었다.

“이번엔 내 차례다.”

냉담한 음색.

멸망의 술식을 등진 아이작이 검지를 가볍게 휘둘렀고.

냉기 태양이 그의 손가락을 떠나, 칼가르트와 시체 병사들을 향해 떨어지기 시작했다.

눈부신 광채.

전신을 파고드는 절대영도의 냉기.

문득 칼가르트는 가슴속 심지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열기를 느꼈다.

시야를 가득 메운 압도적인 광경은, 칼가르트에게 저항할 수 없는 종말을 마주하는 무력감을 마주하게 했고.

죽음의 공포를 느끼게 했고.

동시에, 그를 매료시켰다.

쿠우우우우!!

마침내 냉기 태양이 잔잔하게 지상에 내려앉았다.

시야를 뒤덮는 섬광.

아주 잠깐 시간이 얼어붙고.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어마어마한 냉기 폭발이 아이작의 미궁을 휩쓸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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