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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최약체는 마족 한정 먼치킨이 되었다-318화 (300/334)

〈 318화 〉 천의 날개 토벌전 (6)

* * *

“힐드.”

휘이이이이!

사역마 계약진이 빛을 발하고, 허공에 얼음 마력이 뭉치더니 백룡의 형태로 변화했다.

빙설룡-힐드가 내 앞에 나타났다. 녀석은 걱정 어린 목소리로 소리쳤다.

[주인, 무사한가?!]

“어떻게든.”

[흐흑, 다행…. 어, 아닛, 파, 팔다리가 멀쩡해지지 않았느냐! 주인은 괴물이었나?!]

“그러겠냐.”

놀랄 법도 했다.

팔다리 다 날아갔던 인간이 갑자기 새로운 팔다리를 얻었으니까.

“가면서 설명할게. 일단 가자.”

빙설룡-힐드 위에 올라탔다.

빙설룡은 거대한 문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단 한 번, 무슨 상태든지 단숨에 회복할 수 있는 비장의 수단이 있었잖아.”

[아, 그거 말인가? 무상의 피?]

“어. 그거 썼어.”

[참으로 다행이구나…. 아까는 십년감수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빙설룡.

십년감수라. 이 녀석의 수명은 10년이 줄어도 그다지 타격이 없을 것 같은데.

[난 또 요즘 것들은 팔다리 정도는 쉽게 재생되나, 싶었다.]

“인류가 너 잠들어 있던 동안 그 정도로 엄청난 진화를 이뤘겠냐…?”

잠깐이지만 이걸 세대 차이로 승화하다니. 굉장하군.

[그런데 주인, 대체 어떻게 승강기에 탑승했던 것이냐?]

“예상치 못하게… 아는 분께 도움 좀 받았어.”

[…그렇군. 그럴 수도 있겠구나.]

이곳은 명계다.

영원의 옴이 날 도왔듯, 이미 죽었던 누군가가 나를 도와주는 일도 충분히 벌어질 수 있었다. 빙설룡은 그리 납득한 듯했다.

‘얘도 내 감정을 느끼고 있겠지.’

빙설룡은 그 ‘아는 분’의 최후가 어땠을지 짐작하고 목소리를 가라앉혔다.

그때 푸슝, 하고 연푸른빛 냉기를 머금은 무언가가 내 쪽으로 빠르게 날아왔다. 누가 던졌는지는 단숨에 구분되었다.

[고유 특성 [최상위 포식자]가 발동됩니다!]

빌어먹을 오즈마의 힘을 이용한다.

고유 특성 또한 오즈마와의 맹약으로 맺어진 결과물.

즉, 오즈마의 의사가 어떻든 녀석은 계약 내용을 반드시 이행해야만 했다.

단숨에 팔을 뻗어 얼음 마력이 흐르는 바위의 벽 [화석빙]을 전개해, 날아오는 것을 튕겨냈다.

카앙!!

‘[얼음 창]인가.’

마력 밀도가 제법 높았다.

[주인, 적이다.]

“응.”

얼음 호수에서 몸 군데군데가 얼음으로 이루어진 괴수들이 몸을 일으켰다.

덩치 큰 인간형 괴수부터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하는 거인까지. 저마다 특유의 미(美)를 느끼게 했다.

내 목숨만 노리지 않았다면 몹시 아름다운 광경이었으리라.

아무래도 이곳의 괴수들은 전부 나를 위험 요소로 판단한 모양이었다.

그들은 나와 빙설룡-힐드를 향해 돌격하거나 얼음 마법을 퍼부었다.

[ ※ 정보를 읽을 수 없습니다. ]

습관적으로 상태창을 읽으려 했으나, 괴수들의 정보가 나타나지 않았다.

등록되지 않은 정보.

‘당연하겠지.’

적의 정보는 오즈마의 지식 범위 안에서 파악되고 있으리라.

<메르헨의 마법 기사>에 나오지 않았거나, 자신이 본 적 없는 생물들은 당연히 모를 것이다.

얼음 호수에 와본 적이 없을 테니까.

‘바위 시련 때 봤던 괴물도 마찬가지겠고.’

악신이 부활하는 때, 모든 세계의 멸망이 시작되면 대한민국 땅에 나타나는 검푸른 괴물.

당시엔 시야에 노이즈가 나타나 제대로 분간하기 어려웠지만, 그때 느꼈던 오싹함은 잊을 수가 없었다.

그 녀석이 나타나고 초기화 준비 시간이 시작됐었으니, 아마 시간을 되돌리는 존재는 그 녀석일 것이었다.

그리고.

‘그놈은 여기에 있다.’

아마 그놈이 1회차 도로시가 얘기했던, 궁극의 얼음 마법을 내게 전수해줄 존재라는 확신이 들었다.

왜냐하면 사암의 시련 때 느껴졌던 마력이 문 너머에서부터 희미하게 내 피부에 맞닿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힐드. 전부 해치운다.”

[명령에 따르겠다.]

암철검을 꺼내 어깨에 걸쳤다.

이 검 안엔 대량의 바위 마력이 내장되어 있다. 그것만으로 싸울 생각이었다. 신체는 마력 회복에 집중해야 하니까.

나와 빙설룡-힐드는 괴수들에게 대규모로 바위 운석과 얼음 마법을 쏟아부으며 전진했다.

콰가가강!!

그리 괴수들을 처리해나갔으나, 얼음 호수 위로 떠오르는 괴수들이 점차 많아져 갔다.

얼음 호수 자체가 창조하는 하수인인가.

이 호수는 의지를 품고 나를 배척하는 듯했다.

‘하나하나가 제법 강하네.’

레벨이 책정됐다면 한 개체당 적어도 180에서 190은 됐을 것이다. 악신 네피드가 다루는 창조 하수인, 흑염체에 버금가는 전투력이었다.

빙설룡은 백옥빛 마력을 흩뿌리며 제트기처럼 빠른 속도로 허공을 가로질렀다.

[그오오오오오!]

하늘에 맞닿을 듯이 커다란 얼음 거인이 진로를 가로막았다.

파앗!

빙설룡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얼음 거인을 바라보며 암철검을 옆으로 뻗었다. 암철검의 검날에 바위 마력이 강렬하게 스몄다.

얼음 거인은 세 개의 머리로 입에 강력한 얼음 마력을 머금었다.

그 머리들을 향해 암철검을 휘두른다.

사아아아악!!

검날에 스몄던 바위 마력이 막대한 지름의 칼날 형태로 뻗어나가며 허공을 갈랐다.

스윽!

바위 마력의 칼날이 얼음 거인의 머리 세 개를 베어냈다.

얼음 거인은 베인 부위부터 시작해 몸체가 빠르게 석화되어 갔다.

[쇄암식 제3형], ‘암귀조’.

얼음 거인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고, 그 거체가 얼음 호수에 침잠했다.

내가 공중에서 떨어지기 시작하자 빙설룡-힐드가 날아와 다시 나를 태웠다.

‘경험치는….’

당연히 없었다.

이 괴수들은 게임 시나리오에 나오지 않으니까.

‘경험치는 무슨.’

애초에 경험치라는 표현부터 잘못 됐지.

여태 오즈마가 독단적으로 줬던 힘이었으니.

[주인, 거의 다 왔다! …허?]

끝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철문 앞에 거의 도달한 때였다.

등줄기를 타고 기어오르는 오싹한 감각.

문 앞, 기이한 제단에서 군청색의 대낫을 쥔 흑발의 여성이 그 낫을 위로 뻗었다.

그녀의 뒤로 셀 수 없이 많은 마법진이 전개되더니, 그 모든 것을 아우르는 하나의 거대한 마법진이 궤적을 그려나갔다.

화아아아아아!!

그녀의 대낫 위로 연푸른빛 냉기가 소용돌이치며 점점 뭉쳐가고, 크기를 키워나갔다.

그리 냉기 태양이 구축되어 갔다.

얼음 괴수들은 더는 나를 쫓아오지 않고 얼음 호수 안으로 되돌아갔다.

문지기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서거나, 아니면….

‘개죽음을 피하기 위해서인가.’

[ ※ 정보를 읽을 수 없습니다. ]

정보를 몰라도 괜찮았다.

그녀가 누군지는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으니.

[주인…, 저 인간은….]

“이제 확실히 알겠지? 내가 네 전 주인의 환생 아니라는 거.”

9성급 얼음 원소 마법 [한빙지옥]의 창시자.

나를 제외하고, 인류 역사상 가장 강했던 얼음의 마법사.

낫을 든 마녀라고도 불렸던 태초의 빙제.

베로니카 아슬리우스였다.

[베로니카…!]

“명령이야. 감정적으로 굴지 마.”

단호하게 다그쳤다.

빙설룡-힐드의 북받치는 감정이 주인인 내게 전해졌기 때문이었다.

“네 전 주인의 뜻을 네가 모르진 않을 거 아니야?”

[…….]

빙설룡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베로니카의 전언을 내게 전한 이는 다름 아닌 빙설룡이다.

녀석은 베로니카의 뜻을 잘 알고 있을 것이었다.

“힐드.”

빙설룡의 비늘을 쓰다듬었다. 녀석이 복잡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는 건 안다. 나도 냉담한 소리만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베로니카가 나를 막아설 것은 자명해 보였으니. 단호해질 수밖에 없었다.

“미안한데, 내가 지금 마력이 많지 않아서 역소환해야겠다.”

‘현 빙제는 태초의 빙제를 뛰어넘었다’라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다.

그건 어디까지나 천 년 전의 베로니카 아슬리우스가 비교 대상이었을 뿐.

베로니카가 그간 문지기 일을 해오며 제자리걸음만 했을 리 없었다.

피부를 짓누르는 묵직한 마력.

명왕 만큼은 아니더라도, 베로니카가 굉장히 강하다는 사실을 짐작하기엔 충분한 감각이었다.

[주인, 역소환하지 말아줬으면 좋겠구나. 부탁하마. 두 사람의 싸움을 지켜보고 싶다.]

“…그래라.”

허락했다. 아마 그것이 내가 빙설룡에게 해줄 수 있는 배려일 테니.

고유 특성 [최상위 포식자]가 발동되고, 마력 회로가 요동쳤다.

나는 [빙제]의 날개 세 쌍을 뻗고 날아올라 온화한 냉기를 흘렸다.

빙설룡은 작은 용의 형태로 바꾸어 마력을 절약했다.

녀석은 하늘에서 슬픈 얼굴로 베로니카를 빤히 바라보았다.

‘디아칸까지 소환하기엔 마력량이 여유롭지 않아.’

명왕 때문에 너무 많은 마력을 소모했으니까.

하지만 마력이 적당히 회복되었으니 베로니카와는 싸워볼 만했다.

휙. 팔을 위로 뻗고 영창을 읊조렸다.

어마어마한 수의 마법진이 내 뒤로 전개되고, 하나의 거대한 마법진이 궤적을 그려나가며 그 모든 마법진을 품었다.

뻗은 손 위로 소용돌이치듯 냉기가 응축되었다. 그리 9성급 얼음 원소 마법 [한빙지옥]을 구축했다.

문지기 베로니카의 마법과 똑같았다.

찬란한 냉기 태양 2구 탓에 각자의 냉기가 눈보라처럼 휘몰아치며 서로 맞부딪혔다.

─ ‘별을 따라가겠다. 거짓을 뿌리치기 위해.’

뒤펜도르프의 대행주 리샤드가 알려주었던, 베로니카가 남긴 마지막 말이다.

그녀는 별을 따라 이곳에 온 것일까.

그 별은 무엇이며, 그녀가 뿌리치려 했던 거짓은 무엇일까.

아마 그 진실은 저 거대한 문 너머에 있으리라.

“처음 뵙겠습니다, 베로니카 아슬리우스.”

마법을 써서 목소리를 베로니카 아슬리우스의 머릿속에 전해 정중하게 인사했다.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 ‘부디 마음 편히, 날 없애거라.’

빙설룡-힐드의 전언을 떠올렸다.

베로니카는 이미 천 년 전부터 이곳에서 나와 싸우게 되리라는 걸 짐작하고 있었다.

연푸른빛 냉기 태양 아래, 그녀의 얼굴을 살폈다.

짙은 눈그늘. 빼빼 마르고 무감정한 얼굴. 그녀는 이미 인간 시절의 이성을 모두 잃은 듯했다.

마치 인형처럼, 그저 주어진 임무만이 썩고 닳아버린 그녀에게 잿더미처럼 남았을 뿐.

나는 잔잔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편히 쉬십시오.”

여기서 베로니카에게 평안을 가져다주리라.

그리고 그녀가 등진 문을 지나, 도로시를 만나러 갈 것이었다.

나는 팔을 휘두르고, 베로니카는 대낫을 휘두르며.

우리는 서로를 향해 냉기 태양을 날렸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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