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 최약체는 마족 한정 먼치킨이 되었다-325화 (307/334)

〈 325화 〉 천의 날개 토벌전 (13)

* * *

“제길…!”

“막아야 한다! 당장!!”

천문학적인 마력량.

연맹 대군은 천족 반역군을 상대하는 것만으로도 벅차 뷔엘을 방해하기 어려웠다.

쿠우우우웅!!

블랙 스톤 내부의 자연 마나가 치솟는 까닭에 땅이 매섭게 흔들렸다.

“지진이다!”

“모두 조심해!”

지진의 기세가 드높아져 간다. 땅의 울림은 블랙 스톤을 넘어 도시로 번질 것이었다.

대재앙의 전조였다. 마침내 롱기누스의 창이 완성되었을 때 이 세계는 망가지고 말 터.

화르르륵!! 치지지직!! 휘우우우!! 푸우우우!!

돌연 네 가지 원소가 소용돌이치며 블랙 스톤의 분화구에 이르렀다.

원왕 4명. 염제, 뇌제, 풍제, 도제가 뷔엘을 포위했다. 세계 멸망의 위기를 감지했기 때문이었다.

[원왕들인가.]

콰가각!!

뇌제가 대답 없이 내지른 전격이 뷔엘을 덮쳤으나 갑주를 뚫지 못하고 무력하게 흩어졌다.

다른 원왕들도 막강한 원소 마법을 일제히 뷔엘에게 쏟아냈다. 그러나 뷔엘 주위로 신성력이 소용돌이치며 원소 마법을 간단히 몰아냈다.

무장한 뷔엘은 극강의 원소 저항력을 자랑했다. 하물며 천위 시계의 효과까지 적용된 상황. 마법에만 치중하며 살아온 원왕들에게 지금의 환경은 쥐약이나 다름없었다.

결국, 아무리 원왕들이 원소 마법을 퍼붓는다고 해도 뷔엘은 아무런 타격도 입지 못할 것이었다.

“으으, 마법이 제대로 안 나와서 돌겠네요…!”

“마법에만 의존하지 마. 너도 무기를 꺼내.”

도제의 탄식에 풍제가 활을 꺼내 들며 단조로운 어조로 대답했다.

작은 체구에 걸맞지 않은 대형 활이 풍제의 손에 쥐어졌다. 밀도 높은 바람 마력으로 이루어진 바람의 팔을 허공에 뻗고, 그것으로 활 시위를 잡아당겼다.

휘우우우!!

화살에 묵직한 바람 마력이 일었다.

동시에 뇌제는 전격을 휘감은 창을, 염제는 화염을 휘감은 검을 꺼내 들었다. 저마다 고위 마도 무기였다.

“제가 보조하죠!”

도제는 물이 음율처럼 아름답게 흐르는 하프를 꺼내며 외쳤다.

풍제가 화살을 쏘아내고, 뇌제와 염제가 각자의 무기를 들고 뷔엘을 향해 날아들었다.

[날파리들이, 꺼져라.]

화아아악!!!

“꺄악!”

“큭!”

신성력이 퍼져나가 원왕들을 휩쓸었다.

천족의 무장은 신체 강화는 물론이며, 신성력을 좀 더 효율적으로 끌어내는 효과를 지녔다. 특히 최고위 천족의 갑주가 가진 성능은 더욱 극명했다.

원왕들은 일제히 원소 보호막을 전개해 피해를 최소화하며 속수무책으로 밀려나야만 했다.

[…….]

뷔엘은 구축되어 가는 롱기누스의 창을 올려다보았다.

웅대한 크기의 마력 창이 형상을 갖추어 간다. 이마저도 천신과 비교하면 티끌만한 크기겠지만, 충분했다.

천위 시계의 효과 발동과 블랙 스톤에 내장된 대규모의 자연 마나. 지금이야말로 천신을 끌어낼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였다.

이 세계에 사는 모든 생물을 멸종시키는 건 천족을 끌어내기 위한 불가피한 희생일 뿐.

뷔엘은 죄책감으로부터 애써 눈을 돌리고, 지금껏 전쟁으로 잃어온 수많은 동료들을 떠올리며 반역군의 염원이 담긴 창을 구축하는 데 온힘을 쏟았다.

[흠?]

끼루룩, 하고 커다란 매 형태의 마수가 수송기를 끌고 날아오고 있었다.

매는 바람을 타고 질주해 전장에 이르렀고, 그 위에 서 있던 한 사내가 가뿐히 뛰어내렸다.

그는 전장에 착지해 쿠웅, 소리를 낸 직후.

사라졌다.

스가앙!!

[끄헉!]

[아악!]

순식간에 검격이 춤을 추듯 휘몰아치며 허공에 궤적을 남겼다.

날카로운 파찰음의 연속. 천족들의 비명이 퍼져나갔다.

[저 자를 막아라! 꺄악!]

[감히 인간이…! 크헉!]

천족들이 비명을 내지르며 베여간다. 뷔엘의 불쾌한 눈빛이 전장을 향했다.

녹색 머리의 한 사내가 고작 검 한 자루로 천족들을 유려하게 양단하고 있었다. 천족들은 저항하려 했으나, 사내의 움직임조차 눈으로 쫓지 못하고 어느 순간 베어졌다.

멀리서 보아도 눈으로 따라잡기 어려운 속도다. 연륙교에서 상대했던 트리스탄 험프레이라는 남학생과 비슷한 움직임이었으나, 녹색 머리의 사내는 그보다도 한참 수준이 높았다.

[검성…!]

검성, 제랄드 아스트레앙.

인간 측에서 검으로 최고의 경지에 이른 남자. 그가 지원군으로 가세했다.

“아버지…?”

“아버지?!”

카야 아스트레앙과 메를린 아스트레앙은 아버지의 참전에 놀란 기색을 보였다.

제랄드는 황실 기사를 은퇴한지 오래되었기에 이 전쟁에 참전할 의무가 없었기 때문.

즉, 그는 황국을 지키기 위해 발 벗고 나선 것이었다.

수송기가 착륙하고, 그 안에 탑승해 있던 아스트레앙 공작 가문의 정예 기사들이 튀어나가 제랄드를 뒤따랐다.

제랄드는 제 목소리에 확성 마법을 걸었다. 아무리 마력이 꼬였어도 확성 마법처럼 간단한 수준의 마법은 사용할 수 있었다.

“황실 기사들이여! 고작 이들 따위에 밀리고 있었느냐?!”

제랄드는 미려한 솜씨로 천족들을 베어나가며 소리쳤다.

땅이 흔들리고 있음에도 중심을 잃지 않고, 오히려 땅의 움직임마저 이용해 그는 연신 용수철처럼 튀어나가며 빠르게 움직였다.

오로지 육체와 검술만을 단련해온 인간.

천위 시계의 효과로 마력이 한껏 꼬여 버린 지금 이 세계에서, 제랄드는 압도적인 강함을 자랑했다.

사아악!!

연맹 대군을 고전하게 만들던 적들이 거짓말처럼 손쉽게 썰려 나갔다.

“굉장해….”

연맹 대군은 천족들과 싸우는 와중에도 제랄드의 실력에 감탄했다.

“수치를 알아라!!”

제랄드는 호통 쳤다.

“황국을 지킨다! 국민을 지킨다! 그것이 황실 기사의 사명이다! 그리할 수 있는 용맹함을, 그리할 수 있는 실력을 당장 이 자리에서 내보여라! 전원, 황국을 위하여 목숨을 바쳐라!!”

한때 검성이라 불리던 남자의 외침이 연맹 대군의 의욕을 고취시켰다.

그들은 함성을 내지르며 천족들과 싸워나갔다.

뷔엘은 [칫.]하고 혀를 차고는 남은 손을 연맹 대군을 향해 뻗어 신성력을 쏘아내려 했다.

피유웅! 콰아아아!!

동시에 바람 마력이 응축된 화살이 뷔엘에게로 날아갔다.

뷔엘은 그 화살 방향으로 빛의 보호막을 전개했다. 한동안 화살은 바람 마력으로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빛의 보호막과 격한 충돌을 이어가다 어느 순간 텅, 하고 튕겨 나갔다.

쉴 새 없이 뇌제와 염제가 짓쳐들고, 그들은 각자의 원소 마력을 휘감은 무기를 휘둘렀다.

채앵!!

천족 부하들이 뇌제와 염제를 막아 서서 무기를 맞부딪혔다.

대마법사 중 어느 한 원소 속성의 최고 경지에 이른 자들이 원왕이다.

그들의 힘은 마법의 비중이 몹시 컸기에, 마력이 꼬여 버린 현 상황에선 원소의 힘을 휘감은 마도 무기로 뷔엘의 부하들과 힘겨루기를 이어가는 것이 고작이었다.

[방해하지 마라.]

뷔엘의 목소리가 무겁게 내려앉았다.

뷔엘이 다시 신성력을 퍼뜨려 원왕들을 몰아냈다.

[곧 있으면 완성된다. 천신을 끌어내릴 수 있는 창이! 우리의 염원이 이루어진다!]

뷔엘의 외침에 천족들이 함성을 내지르며 연맹 대군을 몰아갔다.

천신을 끌어내고, 그 신을 신살의 권능을 지닌 악신의 먹잇감으로 삼는다.

천신만 해치울 수 있다면 더 이상의 희생을 바라지 않아도 된다.

뷔엘은 천족들이 수많은 전쟁에 내몰려 잔혹한 최후를 맞이하지 않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 것이었다.

연맹 대군으로선 뷔엘을 막을 수 없었다. 원왕들이, 아스트레앙 공작가가 있다고 해도 이미 늦었다.

그들이 이를 악물고, 거의 다 완성되어 가는 롱기누스의 창을 바라볼 무렵.

휘이이이!!

기이한 바람 소리와 함께 상공에 휘황찬란한 얼음의 상현달이 나타났다.

[……!!!]

원왕들을 모두 합쳐도 비교조차 되지 않는 어마어마한 마력이 일대에 깔린다.

전쟁을 벌이던 모두가 본능적인 공포감을 느꼈다.

뷔엘마저도 섬뜩한 감각을 느끼고서 갑자기 나타난 얼음의 달을 바라보았다.

[저건…?]

그 상현달 너머, 연푸른빛 유성이 말도 안 되는 속도로 공기를 가로질러 오고 있었다.

그것은 어느 순간 번쩍, 하고 사라졌고.

콰가가각, 하고 폭음에 가까운 소리가 동시다발적으로 울리며 많은 천족들이 강한 타격을 입고 날아갔다.

연이어 제랄드 아스트레앙 앞으로 말끔한 복장을 차려 입은 청은발의 사내가 흙먼지를 일으키며 나타났다.

그의 등 뒤에 전개된 6개의 마법진은 각각 화려한 냉기 날개를 뻗은 채였다.

[얼음달]의 효과. 시간 동결.

그 사내는 시간의 흐름을 조절해 천족들을 빠르게 타격하고서 제랄드 앞에 이른 것이었다.

카가각!! 쨍그랑!!

천위 시계의 효과는 청은발의 사내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로선 [얼음달]을 잠깐 유지하는 게 고작이었다.

다만, 그런 마법을 시전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그가 얼마나 드높은 경지에 도달한 것인지… 그 누구도 가늠할 수 없었다.

“늦었네, 빙제.”

“뭔가 새로운 걸 익혔네요.”

풍제가 안도한 얼굴로, 도제가 감탄한 얼굴로 말했다.

“빙제….”

“껄껄. 든든하군.”

뇌제가 냉철한 얼굴로, 염제가 웃는 얼굴로 말했다.

“왔나.”

제랄드는 희미한 미소를 머금었다.

“오랜만입니다, 장인어른.”

청은발의 사내, 아이작은 자리에서 일어나곤 고개를 뒤로 돌려 선한 얼굴로 제랄드에게 인사했다.

[빙제…, 아이작…!]

뷔엘은 눈을 좁히고 짙은 경계심을 드러냈다.

그가 누구보다도 경계하는 사내. 이 세계 누구와도 비교조차 되지 않는 인류 측 최강의 강자.

빙제 아이작이 참전했다.

도로시는 “회장!”하고 활짝 웃었고, 카야는 “아이작 님!”하고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어?”

아이작이 도착하자, 도로시는 무언가가 제 안에 스며드는 듯한 기묘한 감각을 느꼈다.

어째선지 한쪽 눈에서 눈물이 뚝 흘러내렸다.

동시에 별빛 마력이 정제되어 가고, 어느 기억들이 흐릿하게 그녀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 ‘부디 제 오즈의 마법사가 되어 주세요.’

“뭐야…?”

북받치는 감정에 눈물이 쏟아졌다.

도로시는 당황스러웠다. 머릿속에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가는 한 여인의 일생이 도로시의 가슴을 미어지게 만들었다.

그건 또 다른 자신의 생애였다.

부유섬과 함께 자폭하고 맞이했던, 한 사람의 운명이자 과거였다.

이 순간, 도로시는 또 다른 자신과 하나가 된 것만 같다고 느꼈다.

“도로시 학생, 왜 그래?”

“아, 아니, 나도 잘….”

곁에 있던 여자 기사가 다급히 묻자 도로시는 당황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도로시의 점점 슬퍼지는 눈빛이 아이작을 향했다.

“아이작…, 대체 얼마나….”

겉보기에 아이작은 멀쩡하고 말끔해 보였다. 하지만 그가 얼마나 지쳤을지, 얼마나 큰 격통을 겪고 있을지 도로시는 알아챌 수 있었다.

아이작은 제랄드와 나란히 서서 뷔엘을 노려보았다.

“분화구 쪽 천족은 제가 맡겠습니다. 실례지만, 장인어른께선 나머지 놈들을 맡아주세요. 얼마 안 가 천족 측의 지원군이 올 겁니다. 그때까지 버티시면 됩니다.”

제랄드는 아이작의 호흡이 조금 거칠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지쳐있는 것이다.

아이작의 손목을 곁눈질하니, 주르르 흘러내리는 붉은 피가 보였다.

전신의 상처가 심한데도 아직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한 까닭이었다.

타인의 눈에 보이는 부분만 당장 빠르게 치료했을 뿐, 옷에 가려진 부위엔 외상이 심각할 듯했다.

그렇기에 티가 나지 않도록 어두운 색감의 옷과 코트를 입은 것일 터. 수없이 전장을 누벼본 제랄드로선 금방 파악할 수 있는 사실이었다.

내심 자기보다 압도적으로 강한 아이작에게 걱정이 들고 마는 자신이 우습게 느껴졌다. 제랄드는 눈을 지그시 감았다 뜨고 적을 노려보았다.

“버티라니, 우스운 소리군.”

제랄드는 피로 적신 검을 휙 휘둘러 천족의 피를 털어냈다.

“속전속결로 전부 베어내겠다.”

“그럼 더 좋고요.”

“저건 맡기마.”

“네.”

아이작과 제랄드는 함께 지면을 박찼다.

* *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