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 최약체는 마족 한정 먼치킨이 되었다-274화 (319/334)

〈 274화 〉 아이작과 누나

* * *

이브 로펜하임.

유일한 혈육이라 그녀에게 유달리 정이 가는 건 사실이다.

로펜하임 남작의 구속도 사라졌고, 나도 몰랐던 오해도 잘 풀렸으니. 그간 심적으로 크게 고생했을 이부남매를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러나…, 사람 일이란 게 내 뜻대로 돌아가리란 법은 없었다.

“누나?”

“아이작, 이거. 도시락이야. 오랜만에 힘 좀 써봤는데, 어때?”

“다 탔는데…?”

이브는 날 찾아와 모든 음식이 새까만 석탄처럼 변한 도시락을 건네주기도 했고.

“아이작, 안녕. 우연이다! 여기서 다 보네?”

“누나? 아침 구보 같은 건 안 하지 않았어?”

“아니, 가끔 했는데?”

“여태 한 번도 못 봤는데…?”

이른 아침에 갑자기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나타나 내 옆에서 달리기도 했고.

“아이작, 밥 같이 먹어도 돼?”

“미안해, 손가락 정도는 잡아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직 안 되는구나…. 내가 성급했나 보다.”

“왜 이렇게 핼쑥해? 다크서클도 심하잖아. 밥은 잘 먹고 다니는 거야? …거짓말하지 마. 너 오늘 아침 굶었잖아. …뭐가? 왜 그래? 누나니까 걱정돼서 하는 말이잖아.”

“아니야, 미안해. 부담됐지? 미안해. 내가 너무 못났나 봐….”

“나, 요즘 행복하다? 이제 너랑 떨어지기 싫어. 우리 또 멀어지면, 나 어쩌면 자해할지도 몰라….”

“혹시, 아까 내 인사 피한 거 아니지? 일부러 나 못 본 척한 거 아니지? 내가 과민반응하는 거지?”

마치 이브를 억제하고 있던 어떤 족쇄가 풀리기라도 한 것처럼, 그녀는 강제로 비집고 내 일상에 개입하려 했다.

다른 사람에겐 평범하게 굴면서도 나만 보면 마치 다른 사람이 되는 것만 같았다.

‘집착이 심해졌어….’

그럴 만도 했다.

로펜하임 남작이 망가뜨린 가정사는 아이작뿐만 아니라 이브의 과거이기도 하다.

그토록 사랑했던 동생과 안 좋게 헤어져야만 했고, 사랑했던 엄마를 무심히 떠나보내야만 했다. 심지어 동생은 행방불명되고 말았다.

이브가 겪었을 정신적인 충격도 이루 말할 수 없을 터였다. 그러니 내게 미안하다고, 과거의 선택을 후회한다고 울먹였던 거겠지. 금이 가 버린 유리창처럼 이미 정신이 온전치 않은 상태였으리라.

‘이젠 모든 문제가 해결됐으니까, 뭐….’

잃고 난 뒤에야 있었던 것의 소중함을 실감하고 마는 것은 대부분의 인간이 거치게 되는 인생 과정이다.

그러니 엄청난 상실감을 느꼈을 이브가 집착 증세를 보이는 것도 납득이 갔다.

도로 되찾은 동생이다. 나와 사이가 멀어진다면, 이브는 막대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자책하리란 확신이 들었다.

‘그래도 이건 예상 밖인데.’

<메르헨의 마법 기사>에서 이브 로펜하임은 정신적으로 완전히 무너져 있던 엑스트라 NPC였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고 소식이 끊겨 버린다.

어느 맵에서 이브의 졸업장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이브가 그토록 바라던 졸업장을 얻고 나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걸 유추할 수 있는 단서가 있었다. 졸업장을 따야 했던 삶의 이유가 모두 사라져 버렸던 까닭이리라.

지금처럼 지내는 것도 다행이란 거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호의를 베풀어 주면 집착 증세가 더욱 심해지고 만다. 저번에, 고작 이브의 옷에서 털 한 올 빼준 뒤로 크게 실감했다.

솔직히, 부담스러울 지경이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고민이 깊어져 있었다.

……

“으흐흐, 여자 문제야? 여자 문제지?”

저녁 시간, 해가 뉘엿뉘엿 져가는 때였다.

아카데미 야외 대련장에서 검은 토끼 리본을 단 하얀 단발머리의 여학생, 에이미 할로웨이와 관중석에 나란히 앉은 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에이미는 활짝 웃으면서 장난스럽게 물었다.

나는 마력기를 쥔 채였고, 대련장 위에선 내가 소환한 뒤펜도르프의 병력 한 명이 가만히 쉬고 있었다. 그 앞에선 이안 페어리테일이 기절해 있었다.

“하여간, 인기가 많아. 뭐랄까, 넌 잘생긴 찐따 같다고 해야 하나? 여자들 환장하게 만드는 요소들을 두루 갖추긴 했어.”

“뭔 찐따 소릴 하고 있냐….”

“그래, 그 안경 들치는 거. 완전 찐따 같아. 그걸 외모가 커버해줘서 시너지 효과가 난다니까?”

“됐고, 제대로 답 좀 해줘 봐.”

“너한테 집착하는 그분에 대해서 말이지?”

마침 이안을 단련시키던 중이었기에, 이안과 한 세트인 에이미에게 이브에 관한 고민을 이야기했다.

남에게 고민을 털어놓을까, 하는 생각이 지금 여기서 떠오른 까닭이었다. 마침 옆에 에이미가 있었던 것.

‘전생 나이로 치면 내가 얘보다 더 오래 살긴 했는데….’

이브 같은 유형을 대하는 건 처음이라 남들의 의견을 듣고 싶었다.

난 잘 대해주고 싶은 사람이 있는데, 평소에 내게 부담스러울 만큼 집착한다. 잘 대해주면 내게 더욱 집착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어쨌든 잘 지내고 싶은 사람이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했다.

이브라고는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루체 얘기야?”

“그러겠냐.”

“오호.”

에이미의 토끼 귀 리본이 쫑긋 섰다.

“루체가 아니라니. 우리 아이작 친구, 어장 관리하면 못써요. 너 원래 여자애들한테 여지 엄청 주잖아? 그거 안 좋은 거야, 안 좋은 거. 완전 때찌할 일! 우린 여자애들 중에 그런 애 있으면, 심하면 절교하기까지 한다니까? 넌 이성 관계 좀 탁탁 끊을 필요가 있어.”

“그런 거 아니야, 인마.”

그리고 내가 여지 주는 건 어장 관리가 아니다. 단지 하렘을 위한 빌드 업일 뿐. 난 내가 좋아하는 여자들 전부랑 사랑을 나누고 싶다고.

사람 이상한 쪽으로 몰고 가네.

“그래? 그럼, 일단 누군지 말해봐. 너랑 그 사람이 무슨 관계인지 알아야 나도 구체적으로 고민해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냥 가족. 남매야.”

“아아. 참고로 누나? 여동생?”

“누나.”

“너한테 애착 있는 누난가 보네. 푸흐흐, 근데 야, 넌 무슨 빙제라는 애가 고민하는 게 우리랑 수준이 똑같애? 너라면 세계적인 안건, 인류를 위협하는 무시무시한 문제 같은 것만 고민할 줄 알았는데.”

그건, 맞긴 해…. 이브에 관한 고민 빼고는 다 인류를 위협하는 세계적인 중대사였다.

“나라고 여기 사람들이랑 딱히 큰 차이가 있는 건 아니야.”

“어련하시겠어.”

에이미는 피식 웃었다.

“내 생각엔, 가족의 집착은 좋지 않아. 나라면 일부러라도 떨어지려 할 거야. 아니, 피해 다닐 거야. 날 내버려 둬! 라고 하겠지.”

“그래?”

“응. 난 오빠의 과보호 때문에 진절머리가 났었는데…. 누구든지 나한테 부담까지 주면서 집착하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해.”

“네 남친이 그래도?”

“이안은 예외지. 오히려 쟨 집착을 너무 안 해서 문제야.”

뾰로통하게 볼을 부풀리는 에이미.

단순히 집착은 좋지 않다며 상대와 거리를 두려 하는 건 너무 일차원적인 해결 방식 같았다.

아무래도 가정사까지 털어놓아야 제대로 된 고민 상담이 될 것 같은데…. 그러기엔 에이미는 애매한 감이 있었다.

“아, 이안 일어났다.”

에이미가 대련장을 보며 말했다.

이안 페어리테일이 정신을 차리고 몸을 일으켰다.

그러더니 검을 쥐고,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뒤펜도르프의 병사와 다시 대련했다.

퍼억!

“또 기절했다.”

에이미는 당연한 일처럼 해설했다.

……

하늘이 어두워졌다.

나비 정원 구석에서 단련하던 중. 여전히 이브 문제가 내 머릿속을 메우고 있었다.

그냥 이브의 호의를 적당한 선에서만 받아들이고, 과하면 배척하는 방법이 베스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브의 부탁을 거절할 때마다 그녀는 큰 슬픔을 느꼈고, 내게 미움을 사는 건 아닐지 노심초사하며 속이 타 들어 갈 만큼 염려했다.

연민과 죄책감이 느껴지고 만다.

그런 사람을 어떻게 대하면 좋을까.

“크와아!”

“오, 씨! 깜짝이야….”

깊은 고민에 잠겨 있을 때, 뒤에서 누가 귀엽게 포효했다. 오랜만에 개놀랐다.

고개를 뒤로 돌리자 느흐흐, 하고 웃고 있는 도로시가 보였다. 나는 도끼눈을 뜨고 그녀를 노려보았다.

“아, 이 반응. 그리웠어. 너무 좋아, 찰져!”

“선배….”

“오랜만에 방심했구만? 도대체 무슨 고민이 있어서 그럴까아?”

도로시는 내게 고개를 가까이 들이밀며 장난스럽게 추궁했다.

생각해 보면 도로시 만큼 내가 비밀을 허울 없이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얘는 내 비밀을 누구보다도 많이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네. 얘한테 물어볼까.’

에이미의 ‘피해 다녀라’라는 대답을 떠올렸다. 그리하면 상대방이 느낄 심리적 고통이 걱정되고 만다. 이브는 정서적으로 온전하지 않은 상태니까.

시험 삼아 도로시에게 물었다.

“도로시 선배.”

“응.”

“만약 제가 선배를 피하고 싶어졌다면, 선배는 어떤 기분이 드실 것 같으세요?”

“응…?”

웃고 있던 도로시의 안색이 서서히 파랗게 질려갔다.

* * *

아이작과 도로시는 잔디밭에 나란히 앉았다.

아이작은 에이미에게 말했던 고민을 털어놓았다.

잘 지내고 싶은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이 나한테 집착한다. 잘 대해주면 집착이 더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그게 부담되는데 어쩔까?

그런 식의 단순한 인간관계 고민이었다.

“그 얘기였구나….”

도로시는 안도했다.

“다짜고짜 그렇게 물으면 어떡하냐, 이 자식아? 사람 간 떨어지게. 누나 뭐 크게 실수한 줄 알았잖아.”

“죄송합니다. 아까 친구가 해줬던 답변 때문에….”

“어쨌든. 집착하는 분이 있는데 네가 호의를 베풀면 집착이 더 심해지고, 그렇다고 안 좋은 사이로 지낼 순 없는 사람이라….”

도로시는 눈을 감고 손을 턱에 갖다 댄 채 고민에 잠겼다.

고민하는 척이었다.

‘여자 문제인가…!’

당연히 여자 문제다. 설마 아이작이 남자를 두고 이런 고민을 할 리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어떤 여자가 아이작을 마음에 품었고, 선한 성격의 아이작은 그녀를 섣불리 내치지 못 하는 모양이었다.

답은 정해져 있었다.

떨어뜨려 놓아야 한다.

“쯧쯧, 우유부단하네.”

“네?”

“잘 들어, 아이작. 단호해져야 해. 그런 사람은 있지? 가만히 냅둘수록 심해지면 심해지지, 나아지진 않을 거야. 사람이 싫어하는 티를 내는 데도 그러는 건 정신머리부터 글러 먹은 거라구? 이기적이야. 쳐 내야 해. 예외는 없어. 네가 있는 절벽으로 기어오르려 한다? 인정사정 없이 그 손을 밟아서 떨어뜨려야 해. 그 사람이 떨어지면서 비명을 질러도 귀를 막고 무시하라구. 너한테 해가 된다면 단호하게 쳐 내는 게 맞아.”

“그 사람이 많이 힘들어할 것 같은데요…?”

“어쩔 수 없잖아?”

도로시는 열변을 토해냈다.

“그런 사람들, 모험가 길드에서 일할 때 많이 봤어. 다 쳐 내야 할 사람들이었어. 네게 부담만 주고, 집착만 심하게 하는 사람을 네가 왜 배려해줘야 해? 그건 널 위한 일도, 그 사람을 위한 일도 아니야. 서로에게 해만 끼치는 거라구! 그런 사람은 네 인생에 하등 도움도 안 돼!”

“도로시 선배…, 생각보다 훨씬 단호한 분이셨네요.”

“당연한 거라구? 난 똑부러지고 세련된 사람이니까.”

도로시는 의기양양하게 대답했다.

아이작은 턱을 살며시 쓰다듬었다. 에이미나 도로시나, 의견이 같다. 이런 건 여자들 쪽의 생각을 따르는 편이 맞겠다고 판단했다.

각오가 섰다. 이브와 거리를 두자. 그러다 보면 부담스러운 집착 증세가 완화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할게요. 단호하게 쳐 내는 편이 나을 것 같아요.”

“잘 생각했어.”

도로시는 싱긋 웃었다. 속으로 경쟁자 제거를 완료했다며 자축하면서.

“그래도 가능한 한 누나가 상처를 덜 받게 해야 할 텐데.”

“응? 누나?”

“네, 전에 말씀드렸던. 로펜하임 남작한테 이용 당했다던 이부누나요.”

“그렇구나~.”

도로시는 웃는 얼굴로 점차 고개를 떨구었다.

멎어가는 호흡.

수도꼭지라도 튼 것처럼 도로시의 얼굴에 식은땀이 콸콸 쏟아지기 시작했다.

“고작 집착 좀 한다고 단호하게 쳐 내는 건 인간으로서 할 짓이 아니라고 생각해.”

“…예?”

도로시는 떨리는 목소리를 애써 진정시키며 빠른 속도로 설명했다.

“동생이 밥은 잘 먹고 다니는지, 공부는 잘하고 다니는지, 고민은 없는지, 슬픈 일이라도 겪지는 않았는지 궁금해 할 수도 있는 거잖아? 가끔 동생한테 애교 정돈 부릴 수 있는 거잖아? 완전 정상이라구! 오히려 그런 배려심 넘치는 사람을 쳐 내다니, 말도 안 되지! 최악이야!”

“그런 사람은 이기적이라고…, 예외는 없다 하지 않았어요? 안 멀어지면 서로에게 해만 끼칠 거라고….”

“이 세상에 절대적인 건 없어. 내 경험도 수많은 인간의 인생사 중 하나일 뿐이지, 참고할 게 못 돼…!”

“도로시 선배처럼 어렸을 때부터 험난하게 살아오셨으면 꽤 참고가 되지 않을까요…?”

“아니야! 난 한낱 먼지에 불과하다구!”

인생을 바라보는 도로시의 태도가 급격히 공손해졌다.

“어쨌든!”

아이작의 어깨에 손을 올리는 도로시. 그녀의 눈에 지진이 났다.

“집착 좀 받으면 어때? 동생을 생각하는 사려 깊은 형님을 피한다니, 완전 비인륜적인 행위야!”

“형님…?”

“무슨 말이니, 누님이라고 했는데? 아무튼, 아직은 너랑 지내는 게 너무 좋아서 자기 뜻대로 마음 케어가 안 되고 있는 걸 수도 있잖아? 일단 너희 누나를 믿어봐. 그리고 사랑해줘. 널 생각해주는 누나잖아. 부, 분명 잘 풀릴 거야!”

도로시는 황급히 좋은 말을 봇물처럼 쏟아냈다. 그 말이 아이작의 감성을 자극했다.

“…….”

로펜하임 남작이 본격적으로 아이작의 가정을 무너뜨리기 전까지, 이브는 아이작과 사이좋게 생활했을 것이었다.

그런 생각이 새삼스레 떠오르자, 오히려 이브를 더 챙겨 주면서 경과를 지켜보는 쪽이 낫겠다는 판단이 섰다.

“네, 뭐…. 그럴게요. 고마워요, 선배.”

“그래….”

억지로 웃고 있던 도로시는 터덜터덜 아이작 옆에 도로 앉았다.

……

아침이었다.

오르핀관, 3학년 B 클래스 교실. 등교한 학생들이 한창 떠드는 와중, 이브 로펜하임은 책을 꺼내며 수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책을 꺼내던 손이 뚝 멈추었다.

“…….”

자신을 부담스러워하던 아이작의 모습이 떠오르자 가슴속이 북받쳐 올랐다.

무심코 부담을 줘버린 걸까. 하지만 아이작을 바라보면 감정이 들끓고 마는 걸 어찌하겠는가.

이브는 애써 소리를 자제해 코를 훌쩍이며 다시 손을 움직였다.

그때, 강의실에 한 2학년 남학생이 들어왔다.

잦아드는 대화 소리. 차츰 무겁게 변해가는 강의실 분위기.

3학년생들은 그 2학년생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쟤 아이작 아니야?”

“빙제잖아…?”

“와, 왜 저 분이 여길 와…?”

“잘생겼어….”

이브의 귀가 꿈틀댔다. 그녀는 재빠르게 고개를 돌려, 강의실에 들어온 2학년생을 확인했다.

청은발의 남학생, 아이작이 이브의 시야에 들어왔다. 그는 이브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커져가는 이브의 눈.

3학년생들의 시선이 아이작과 이브에게로 쏠렸다.

“아이작, 여긴 왜…?”

“그냥. 누나 보러 온 건데.”

3학년생들은 자기 귀를 의심했다. 누나라고? 쟤 지금 누나라고 했어? 그런 수군거림이 3학년생들 사이에서 오갔다.

아이작은 손에 들고 있던 음료수와 초콜릿을 이브의 책상에 가지런히 올려 두었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이브의 표정에 그런 의문이 담겼다.

“나 먹으려던 건데, 누나 생각나서 나눠주러 왔어.”

“어…?”

아예 대놓고 호의를 베푼다. 그것이 아이작의 선택이었다.

어차피 이브하고는 잘 지내고 싶었다. 이 관계를 자기가 주도하면 그만이지 않겠는가.

이러는 편이 마음도 편했다.

“맛있게 먹어.”

어색한 건 어쩔 수 없었지만, 아이작은 연기의 달인이다. 그는 오그라드는 속내를 숨긴 채 태연하게 말하곤 이브의 어깨를 툭툭 두들겼다. 그 후, 등을 돌리고 강의실을 떠나갔다.

3학년생들은 아이작이 떠나간 자리를 가만히 바라보았고.

이브는 사고가 정지한 채로, 아이작이 놓고 간 간식들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윽고, 이브의 이성이 정상적으로 가동했다.

“……!”

이브는 손으로 입을 꾹 막고 눈을 초롱초롱 빛냈다.

‘뭐야, 기뻐…!!’

흔하게 사 먹을 수 있는 간식들이 이토록 휘황찬란한 광채를 뿜어낼 수 있다니. 난생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이브는 감격의 눈물이라도 흘릴 것 같았다.

그녀는 아이작이 나눠준 간식들을 고급스러운 함에 조심스레 담은 뒤, 기숙사에서 귀중한 가보처럼 보관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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