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화 〉 2. 입원
* * *
"헉"
정우는 비명을 지르면서 넘어졌다. 조금 후 '솜탱이'의 주인인 아가씨가 달려왔다.
“어머 괜찮으세요?”
아가씨가 물어왔다.
처음에는 아팠으나, 머리는 차차 나아지는 거 같았고 허리도 좀 아프지만 참을 만 했다.
그 외에도 몸의 몇 군데가 경미하게 쓰렸는데 심한 것 같진 않았다.
“학생, 움직이지마. 우리가 구급차 불러 줄께. 누워있어.”
급히 달려 내려온 인부들도 염려를 해줬다.
조금 살갗이 쓰라리긴 했으나, 그다지 아프지 않았다.
정우는 학교에 가던 길이라는 게 생각났다.
“괜찮아요. 구르다가 다친 거지, 파이프에 맞은 건 아니에요. 저 그냥 학교에 가던 길이라서 그냥 갈께요.”
정우는 계속 염려를 하는 인부들과, 강아지를 구해줘서 고맙다는 아가씨 모두에게 괜찮다며 손사래를 치고 가방을 어깨에 매고 그 자리를 벗어났다.
“마침 저도 이쪽으로 가던 길이었는데, 같이 가도 될까요?”
정우에게 고마웠던 아가씨는 정우의 동의를 얻어 함께 나란히 걸었다.
정우가 이제야 보니 아가씨는 상당히 예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날씬한 몸매가 드러난 핑크색 트레이닝복이 새하얀 강아지와 잘 어울렸다.
잘록한 허리와 앙증 맞은 가슴도 매혹적이었고, 특히 탐스러운 엉덩이는 보기만 해도 탄력이 느껴졌다.
엉덩이 뒤에 적힌 선명한 ‘PINK’ 글씨는 이 아가씨의 엉덩이를 더 돋보이게 했다.
무엇보다도 긴머리 웨이브진 헤어 사이로 보이는 얼굴은 시선을 돌리기 어려울 정도로 귀여웠다.
아가씨의 이름은 나연. 이사온 지 두 달 정도된 재수생이다.
여느 재수생들과는 다르게 나연은 가끔씩 소소한 일탈을 즐기면서 스트레스를 풀곤 했다.
자유로운 성격의 나연에게는 재수 그 자체가 스트레스였는데, 솜탱이와의 산책은 그 스트레스를 잊게 하는 몇 안 되는 방법 중의 하나였다.
오늘 아침도 학원을 거르고 솜탱이를 데리고 산책을 했는데, 잠시 방심하는 바람에 갑자기 솜탱이가 장난을 쳐서 혼쭐이 난 것이었다.
나연은 솜탱이를 구해주려던 정우가 다치게 되자, 자신의 방심이 이런 결과를 초래한 걸 반성하며 정우에게 미안한 마음이 가득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175cm 내외의 적당한 키에 호감가는 인상의 정우가 괜찮아 보이기도 했다.
어색한 침묵을 깨며 나연이 말을 먼저 걸어왔다.
“저희 솜탱이를 구해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 드려요. 다친 데는 괜찮으셔야 할 텐데.. “
“이 정도 갖고 뭘요. 괜찮아요. 견딜만해요.”
몇 발짝 걷다가 나연이 다시 물어봤다.
“이 근처에 사세요?”
“네. 저희 집은 저기 안쪽에 있어요”
“저.. 몇 살이신지 물어봐도 되요?”
“스물 세 살이에요. 군대 다녀와서 올해 복학했어요.”
“아~ 그렇구나. 저보다 오빠시네요? 저는 스무 살이에요. 그리고 재수생인데, 사실 그닥 열심히 공부하진 않구요.”
명랑하고 자유분방한 나연은 재수생이라는 콤플렉스마저도 밝게 유머로 승화시키는 재주가 있었다.
정우에게는 명랑하게 농담처럼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는 나연의 모습이 무척이나 귀여워 보였다.
무척이나 매력적인 외양은 그런 나연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나연이 말을 이었다.
“잘 됐네요~ 제가 두 달 전에 이 동네로 이사 왔는데, 그래서 아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마침 동네 오빠 알게 되어서 반가워요.”
“저도 반가워요.”
그 순간 정우는 머리에서 갑자기 현기증이 느껴졌다.
어지러워진 정우가 균형을 잡아보려 발걸음을 멈췄지만 몸의 흔들림까지는 막지 못했다.
휘청거리는 정우에 깜짝 놀란 나연이 정우의 팔을 안으며 부축했다.
“괜찮으세요?”
급하게 안아서였을까 정우의 팔에 봉긋한 나연의 가슴이 닿는 것이 느껴졌다.
아찔한 와중에도 위에서 내려다보니 트레이닝복의 지퍼 사이로 가슴 골이 살짝 보일 듯도 했다.
그 순간 아침에 발기되다 말았던 정우의 페니스가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욕구가 해소되지 못한 채 숨 죽어있던 녀석이 자극을 받자 바로 고개를 든 것이다.
혹시라도 나연이 알게 될까 놀란 정우는 시선을 애써 돌리며 나연을 안심시켰다.
“아 괜찮아요. 아까 부딪힌 데가 잠시 아팠을 뿐이에요 이제 괜찮아졌어요.”
나연의 가슴이 닿는 느낌이 싫지는 않았지만, 혹시라도 나연이 자신의 시선을 느끼게 되면 혹시라도 치한처럼 여길까봐 염려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집주변이라서 아는 사람 누구라도 볼까 염려될 정도로 민망한 자세이기에 당황스럽기도 했다.
게다가 처음 보는, 그것도 미모의 아가씨에게 만에 하나라도 허약해 보이고 싶지는 않았다.
정우는 아쉽지만 나연의 팔을 풀면서 화제를 돌릴 겸 그제서야 이름을 물어봤다.
“참, 저는 송정우라고 해요.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저는 나연이에요. 김나연”
그렇게 걸어가며 5분 정도 소소한 대화를 나누며 걷다 보니, 어느새 두 사람은 서로 말을 놓는 동네 오빠 동생 사이가 되어 있었고 전화번호도 교환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부풀었던 정우의 페니스도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레 다시 수그러들고 평온해졌다.
그러던 중 어느새 지하철역이 가까워졌다.
“오빠 그러면 학교 잘 가. 나중에 맥주 한 잔 해.”
“그래. 그러면 다음에 …”
순간 정우는 머리에 현기증이 한번 더 느껴졌다.
그러고 보니 머리와 허리 뿐만 아니라 팔도 조금 아파왔다.
나연에게 내색하지 않던 정우는 나연과 헤어지게 되자 그제서야 병원에 가기로 마음 먹었다.
마침 지하철역 근처라서 소희가 근무하는 정형외과의 간판이 보였다.
‘저기 가도 되나? 누나한테 다친 모습 보이는 것도 창피한데, 그냥 다른 데로 갈까?’
소희에게 환자로 보이기가 쑥스러웠기에 다른 병원에 가는 것을 잠시 생각해 봤으나, 그래도 전혀 모르는 병원보다는 소희가 있는 병원이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병원으로 발걸음을 옮기려던 정우는 문득 아쉬움에, 멀어지는 나연의 탐나는 뒤태가 한번 더 보고싶어 졌다.
저 멀리서 나연의 매끈한 뒷모습이 강아지를 데리고 경쾌한 걸음걸이로 시야에서 멀어져 가고 있었다.
나연이 길모퉁이를 돌아 보이지 않게 되어서야 정우는 정신차리려는 듯이 고개를 흔들며 소희의 병원건물로 들어섰다.
소희가 근무하는 정형외과는 정우가 생각했던 것 보다 규모가 컸다.
안내를 보니 진료실이며 물리치료실 같은 일반적인 시설 외에도 다른 층에는 입원실이나 정밀검사실 같은 곳도 있었다.
정우는 일단 접수 후 진료를 기다리면서 주변을 둘러보며 소희를 찾았다.
'진작 와볼 껄. 생각보다 크네. 누나는 어디에 있지?'
둘러봐도 소희는 보이지 않았다.
누나. 나 지금 병원에 와서 진료 기다리는데 안 보이네. 혹시 못 보게 되면 그냥 저녁에 봐.
정우는 소희에게 메시지를 보내자마자 금새 진료 순번이 되어 진료실로 불려 들어갔다.
간단히 상담을 하고 엑스레이를 찍은 후, 의사는 의외로 현재로서는 머리나 허리보다는 오른팔의 부상이 크다고 진단했다.
의사는 인대가 늘어난 듯 하다며 반깁스를 처방했다.
그러고 보니 오른팔이 약간 부은 듯도 싶었다.
그리고 머리와 허리는 큰 염려는 되지 않으나, 혹시 모르니 하루 밤 정도는 병원에서 지내며 좀 더 증상을 지켜 보기를 권했다.
‘그래. 어차피 오늘 수업은 교양이라 가나 마나 했는데 그냥 병원에서 쉬자. ‘
반깁스를 하고 나와서 입원 수속을 하려는데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서 예쁘장한 간호사 한 명이 급히 내리는 게 보였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균형 잡힌 몸매에 간호사 복으로도 감출 수 없는 도드라진 가슴, 간호사복 치마 아래로 보이는 날씬한 다리, 큰 눈을 가진 아름다운 얼굴.
한 눈에 봐도 소희였다.
유니폼에서 오는 신선함 때문일까, 이제까지와는 달리 정우는 새삼 소희의 미모가 눈에 들어왔다.
'예쁜건 알았는데, 누나가 저렇게 예뻤나?’
소희가 종종걸음으로 다가와서 걱정스레 물었다.
“정우 왔니? 팔은 왜 이래? 어쩌다 다쳤어? ”
“응 누나. 나 좀 다쳤어. 심하진 않은 거 같은데, 의사 선생님이 입원하래서 수속하려던 참이야.”
“저런. 어떡하니. 부모님께 연락 드렸어? 너 일단 입원이 급하니 상세한 건 이따가 얘기하자”
갑자기 친한 동생이 다쳐서 온 터라 소희는 놀라며 수속을 함께 도와줬다.
“조심하지 그랬어. 그래도 마침 잘 됐다. 누나가 병동 담당인데 , 오늘 아침에 빈 병실이 하나 있으니 그리로 잡아줄께. ”
소희를 따라서 엘리베이터에 타는 동안 정우는 소희의 뒷모습에 적지 않게 놀랐다.
소희가 예쁜 건 원래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지금의 간호사복을 입은 소희는 정우에게 전에 없던 느낌이 들게 했다.
정우는 소희를 알고 지낸 이후, 처음으로 설레임을 느끼고 있었다.
시원하게 노출된 소희의 청순한 목덜미는 뒤 따라가는 내내 정우의 시선을 끌었다.
소희의 목덜미는 그 동안 간혹 만나더라도 긴 생머리에 가려졌기에 전혀 생각조차 못해본 부위였는데, 간호사복을 입느라 머리를 묶어서 올리다 보니 오늘따라 유독 잘 보이게 된 것이다.
‘사람이 목덜미로도 예쁠 수가 있구나.’
목덜미에 취해서 계속 보다 보니, 정우는 자기도 모르게 소희의 어깨 위에서 소희의 가슴을 내려다 보게 되었다.
간호사복 블라우스와 상체 사이로 보이는 그 틈으로 하얀색의 무엇인가가 소희의 걸음걸이에 따라 보일 듯 말 듯 했다.
잠시 취해서 엿보던 정우는 페니스가 다시 움직이는 게 느껴졌다.
‘ 안 돼. 누나를 상대로 무슨 짓이야 이게. ‘
정우는 자책하며 정신을 차리려 애쓰며 미안한 마음에 소희로부터 조금 물러났다.
물러나면서 보니, 뒤늦게 엘리베이터 안의 정면의 금속 벽에 비친 소희와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소희가 어쩌면 자신을 보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제서야 정우는 뒤늦게 후회하며 소희의 눈치를 살폈으나, 소희는 아는지 모르는지 무심한 표정으로 바닥만 보고 있었다.
소희는 얼굴이 약간 붉어진 것 같기도 했다.
정우는 혹시라도 자신 때문에 누나의 얼굴이 붉어진 건 아닌 지 죄책감이 들었다.
'누나가 본 건 아닐까? 그럼 나한테 실망할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사과하지?'
그러나 마음 속 깊숙한 한 곳에서 한편으로는, 만약에 봤다면 어떻게 생각할 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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