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는 누나-4화 (4/98)

〈 4화 〉 4. 여운

* * *

소희가 혀를 내밀고 나간 후 정우는 깨달을 수 있었다.

중학교 이후로 소희가 혀 내미는 걸 본 건 처음이었다.

그 동안 자기가 누나라고 생각해서인지 일체의 귀여운 행동은 하지 않았던 소희였다.

태연한 척 했지만, 소희도 민망한게 틀림 없었다.

한편으로는 그런 소희의 행동이 너무나도 깜찍했다.

그리고 사랑스러워 보이기까지도 했다.

아직 식사시간이 되려면 좀 시간이 남아 있었다.

정우는 휴식을 취할 겸 눈을 감고 침상에 누워 있었다.

처음에는 다친 사실을 부모님께 연락을 할까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생각이 조금씩 바꼈다.

굳이 큰 일도 아닌 거 같아 여행중인 분들께 걱정 끼치고 싶지는 않았다.

부모님이 알게 되신다 한들, 만일 돌아오신다면 이삼일 후일테니 도움될 게 별로 없었다.

돌아오지 않고 계속 여행하신다면 아들 걱정하는 마음에 공연히 여행만 망치게 될 거였다.

결국 연락을 드리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

여자친구도 없는 터라 따로 연락할 데가 없었다.

생각해보니 퇴원할 때까지 병실에 혼자 있어야 할 것 같았다.

그런 생각들에 외로워 지려던 순간, 소희가 떠올랐다.

소희 누나가 가까이 있다는 생각이 들자 외로움은 이내 사라져 버렸다.

‘역시, 누나가 있는 병원에 오길 잘했어.’

소희의 생각을 하고 있노라니, 낮에 본 소희의 모습이 떠올랐다.

엘리베이터에서 본 청순한 목덜미,

그 앞으로 정우의 시선을 끌던 보일듯 말 듯한 속살,

매력적인 뒷모습,

혀 내밀던 깜찍한 표정.

'누나가 저렇게 예쁜 걸 전에는 왜 몰랐을까?'

마침 딱히 할 일도 없었다.

정우는 그저 병상에 누워 반성 아닌 반성을 하며 소희의 모습을 계속 떠올리고 싶어졌다.

누나에 대한 죄책감이나 그 기저에 위치한 의리 같은 건 지금 잠깐은 내려 놓고 싶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정우는 상상을 제어했다.

아직 정우에게 소희는 여전히 누나였다.

정우는 애써 고개를 저으며 소희에 대한 잡념을 머리에서 쫓아내려 노력했다.

순간 정우는 아침에 길에서 만났던 나연의 모습이 떠 올랐다.

귀여운 얼굴,

온몸에 달아붙은 트레이닝복 뒤로 느껴지는 날씬한 몸매,

자신과 밀착되었을 때 그 가슴의 느낌.

어느새 정우가 덮은 얇은 이불의 아랫 부분이 솟아 올라 있었다.

정우의 아랫도리가 부풀어 오르게 된 것인데, 정우는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그 때였다.

병실 문이 소리 없이 조용히 열리고 누군가 들어오더니 다시 조용히 닫혔다.

정우는 문소리를 듣기는 커녕 누가 들어왔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 했다.

여전히 눈을 감은 채 누워 있었다.

그 사람은 병실 안으로 들어오더니, 정우의 솟아오른 이불을 보고 깜짝 놀랐다.

“어머!”

앙칼진 비명소리에 정우도 깜짝 놀라 눈을 떴다.

환자복을 입은 왠 여자가 서 있었다.

분명히 자기 말고는 환자가 없는 방이었는데 누굴까 싶어 놀란 정우가 물었다.

“깜짝이야. 누구세요??”

여자는 민망해서인지 창으로 시선을 두며 대답했다.

“저는 옆방 환자인데요..”

여자가 말을 하다 말자 정우가 다시 물었다.

“옆 방 환자분이 이 방에는 어떻게..?”

여자는 정우가 아까 눕고 싶었으나 그러지 못했던 창가자리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그, 그게, 혹시 이 자리에 초등학생 남자아이 하나 못 보셨어요? 쪼그만한...”

“모르겠는데요? 제가 왔을 때는 자리에 아무도 없었어요.”

여자는 사과 한마디 없이 자기 얘기만 했다.

“아 오늘 퇴원했나 보네요 그럼? 내일 퇴원이라고 했었는데 아쉽네 요녀석. ”

정우의 입장에서는 여자가 좀 당돌하기도 하고, 약간은 명랑해 보이기도 했다.

남의 병실에 무단으로 들어와서 소리를 질러대다니.

멀쩡히 자고 있는 사람을 깨워 놓구서는 사과없이 자기말만 하는 게 어처구니없어 보이긴 했다.

그러나 워낙 예쁜데다 명랑하게 얘기하기에 차마 밉게 보이진 않았다.

여자는 짧은 머리에 자그마한 키였다.

귀여운 외모를 가진 모습에 소녀인지 성인인지 연령대가 불확실해 보였다.

자세히 보니 양 쪽 귀에 은색 실처럼 내려오는 귀걸이를 하고 있었다.

그걸 감안하니 성인 같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사실 여고생들이 귀걸이를 달거나 화장을 하면서 꾸미는 경우도 있었다.

그 때문에 정우로서는 그냥 봐서는 여자의 나이를 알아보기 힘이 들었다.

그러다 여자의 손 끝의 색색의 화려한 네일아트를 보고서야 정우는 그녀가 성인이라 짐작할 수 있었다.

여자의 귀걸이나 네일은 환자복과 어울리지는 않았지만, 숏커트한 헤어와는 왠지 잘 어울려 보였다.

그리고 그 귀걸이가 예뻐 보이는 게 헤어 때문인지 귀여운 얼굴 때문인지는 정우도 판단하기 어려웠다.

“간호사분 말로는, 이 자리에 있던 사람이 오늘 퇴원을 했다고는 하더라구요. 근데 왜 놀라신 거에요?”

잠시 황당한 표정으로 정우를 바라보던 여자는 이내 상대가 몰랐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는 그제서야 손가락으로 이불을 가리키며 당당한 태도로 말했다.

“그 쪽의 거기가… “

정우는 발기된 아랫도리에 이불이 솟아 오른 걸 이제야 알게 되었다.

가리기 위해서 황급히 손을 덮고 싶었으나, 손을 움직일 수 없는 처지였다.

어쩔 수 없이 두 무릎을 세우며 말했다.

“아! 죄송해요. 저도 모르게 그만“

여자가 싱긋 미소 지었다.

허둥지둥하는 정우가 우스웠나 보다.

“아니에요. 죄송할 거 까지야... 제가 불쑥 들어온 건데요 뭐. 그럼 이만 실례했어요.”

난처한 모습을 보인 것에 얼른 지금의 상황을 모면하고 싶은 정우는 간단히 인사했다.

“네. 안녕히 가세요.”

여자는 웃으면서 인사를 하고 문으로 가더니 고개를 돌렸다.

"또 와도 되죠? 병원이 심심해서 그러는데."

정우는 여자가 민망하긴 했으나, 예쁘기도 한지라 굳이 못 오게 할 이유는 없었다.

그냥 지금으로서는 여자가 얼른 나가기만을 바랬다.

"네 그러세요. 가세요~"

잠시 미소지은 여자는, 상당히 숙달이 된 듯 소리 없이 조용히 문을 열고 닫으며 밖으로 사라졌다.

한 시간 정도 지났을까, 누워서 쉬고 있다 보니 어느새 식사시간이 되었다.

병원에서 먹는 밥은 매우 맛있진 않았으나 아침을 대충 먹은 정우로서는 먹을 만 했다.

음식보다도 견디기 힘든 건 생전 처음 링거를 맞으면서 식사하는 행위 그 자체였다.

두 팔의 움직임이 제약되어 움직이기 불편한 상황이었다.

손을 사용하며 하는 모든 행위 그 자체가, 하다 못 해 숫가락질 마저도 어려웠다.

정우는 어쩔 수 없이 불편하게나마 간신히 식사를 마쳤다.

소희가 구해준 세면도구로 힘겹지만 간단히 양치질을 한 후, 다시 자리에 누웠다.

누워 있으니 여전히 딱히 할게 없었다.

애써 떠 올렸던 나연의 모습은 다행히 다시 뇌리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어느새 다시 오전의 소희의 설레었던 모습들이 하나씩 떠오르기 시작했다.

정우의 의지로 인해 떠오르는게 아니었다.

정우는 소희의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소희에 대한 잡념을 애써 떨치려 힘쓰고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몸이었다.

오랜 기간 욕구를 충족하지 못한 상태였다.

새벽에 잠시나마 자위를 한 여운이 남아 있는 중에 그 후로 계속해서 여러가지 자극에 노출된 터였다.

정우의 페니스는 소희의 목덜미와 보일 듯 말듯한 가슴을 연상하는 것만으로도 다시 금새 부풀어 올랐다.

그 때였다.

병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정우야, 누나 들어간다?”

오전의 해프닝을 의식해서일까 소희가 미리 신호를 주고 들어왔다.

“괜찮아? 뭐 더 챙겨줄 건 없어?”

“응. 없어 괜찮아.”

정우의 침상 옆에 선 소희는 링거의 수액을 체크했다.

누워서 올려다보는 정우의 눈에 소희의 아름다운 얼굴이 들어왔다.

'아 예쁘다. 누나..'

정우는 차마 눈이 마주칠까 염려되어 소희의 얼굴에서 눈을 떼려 했다.

그러나 그런 정우의 의지와는 달리, 정우의 시선은 엉뚱하게 움직였다.

소희의 얼굴에서 내려온 시선은 턱을 지나 입맞추고 싶을 만큼 깨끗한 목을 거쳐 가슴으로 옮겨지고 있었다.

블라우스 뒤로 볼륨이 꽤나 느껴지는 가슴이었다.

소희가 알아챌까봐 한 곳에 시선을 둘 수가 없었던 정우가 결과적으로 의도치 않게 소희의 몸매를 훑어 보게 된 것이다.

정우의 의식은 누나의 몸을 훔쳐보는 거 같아 미안하기 그지 없는 반면,

그런 의식과는 반대로 정우의 페니스는 더욱 힘차게 일어서고 있었다.

수액을 체크한 소희는 정우에게 돌아서서 이불 매무새를 정리해 주었다.

“너 처음 입원하는 거랬지? 몸 안 좋을 때는 이불 잘 덮고 있어야 해.”

소희는 이불을 정리하면서 얘기하던 중, 문득 이불 가운데 부분이 솟아 오른 걸 보게 되었다.

내심 놀랐으나, 아끼는 동생 정우가 다시 민망해 할까 봐 부드럽게 핀잔을 줬다.

“야 너 뭐야. 왜 이래~”

“미, 미안해. 나도 모르게...”

사실 소희는 정우의 시선을 느끼고는 있었다.

엘리베이터에서도 정우가 뒤에서 내려다 보는 모습이 벽면에 반사되는 걸 언뜻 본 것 같았다.

그때만 해도 자신이 잘 못 본것이려니 하고 정우에게 굳이 그 일에 관해 묻지는 않았던 터였다.

그러나 방금 전 수액을 체크할때는 자신의 몸을 훔쳐보는 듯한 정우의 시선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소희는 누나로서 정우를 타이를까 잠시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아직은 아까와 같은 불편한 분위기가 연출되게 하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소희는 정우가 방금 자신을 훔쳐본 것에 대해서는 굳이 아는 체 하지 않기로 했다.

어쩌면 그게 정우를 더 자극하지 않는 것 같이 생각되기도 했다.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보니, 마냥 아이 같이 생각하기만 하던 정우가 어느새 어른이 된 것 같기도 했다.

오히려 정우가 시선을 애써 돌리려던 듯한 모습이 대견스러운 구석도 했다.

방금 전의 핀잔에 난감해 하던 모습은 귀여워 보일 정도였다.

정우가 곤란해 하니 서로 어색해지고 있었다.

어색함을 무마하고 싶었다.

소희가 정우를 놀리고 싶어졌다.

.

“쿠쿠쿠. 아니야. 어차피 아까 실물도 본 건데 뭘. 건강하니 다행이네. 지금 것도 못 본 걸로 할께.”

정우는 민망해할 뿐이었다.

민망해하는 정우를 뒤로 하고 병실을 나가려던 소희가 한번 더 놀리듯 말을 이었다.

“참어. 아니면 잘 해결하던가~”

정우는 또 다시 당황했다.

“아 좀 놀리지마~”

투덜거리는 정우의 모습에 소희는 미소를 남기고 병실을 나갔다.

다시 혼자 남게 되어 주위가 조용해지고 긴장이 풀리게 되었다.

정우는 참고 참아 누적된 욕구에 그만 갑자기 자신의 중심부에 손을 대고 싶어졌다.

그러나 오른팔은 깁스를 하고 있으며, 왼팔은 링거를 맞고 있는 터라 그러기가 쉽지 않았다.

그저 허리를 비틀며 두 다리를 움직이며 마찰로 잠깐의 여운을 즐겼다.

그러나 그것도 불편한 일이었다.

허리에 오는 미세한 통증이 느껴진데다, 스스로의 모양새가 볼썽 사납게 느껴졌다.

결국 정우는 그마저도 그만두고 모든 걸 체념한 채 그냥 다리를 뻗은 채 누워 버렸다.

그로부터 오 분정도 지났을까.

병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들어오며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소희의 목소리였다.

“정우야, 누나 들어간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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