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는 누나-8화 (8/98)

〈 8화 〉 8. 도발적인 그녀, 세나

* * *

그녀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강렬하게.

“필요한 거, 있죠.”

모르는 여자가 자신의 병실에 맘대로 들어와 허락없이 침대에 앉아 있다는 건 불편한 일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앉아있는 자태가 예뻐보였기에 정우는 화를 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당황스러웠다.

“필요한 거라뇨?”

여자는 웃으며 대답했다.

“음. 친구?”

‘병원에서 외로워서 친구를 찾나 보구나. 하긴 오전에도 퇴원한 아이를 찾긴 하더니.’

정우가 말없이 생각하며 걸어 들어왔다.

여자는 정우의 손에 들린 세면도구와 수건을 흘깃 보더니 물었다.

“샤워했나 봐요? 아직 아플텐데.”

샤워한 이유는 소희와의 행위때문이었으나, 그런걸 밝힐 수는 없었다.

정우는 그저 다른말로 둘러댔다.

“네. 땀을 좀 흘려서요. 참을만 했어요.”

정우는 침대 옆 옷장에 와서 손에 든 걸 내려 놓고 여자를 바라봤다.

여자랑 같은 침대에 앉거나 눕기가 마땅치 않아 옆의 의자로 비켜 앉아 달라고 요청을 했다.

“여기 이 의자에 앉으시겠어요?”

여자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나 의자는 바닥이 딱딱해서 싫은데. 그냥 침대에 같이 앉으면 안 되요?”

말하는 품새는 당찼으나, 눈빛은 은은했다.

하는 수 없었다.

“그러세요.”

그제야 정우는 여자가 아침에 병실에 왔을 때와는 달리 옅게나마 메이크업을 한 게 보였다.

메이크업은 그러지 않아도 예쁜 여자의 얼굴을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 했다.

금속으로 된 은색 실처럼 생긴 귀걸이가 빛나고 있었다.

여자가 예쁘기는 했으나, 정우가 살면서 이렇게 강하게 대해 오는 여자 사람은 처음이었다.

정우로서는 어찌해야 할 지 알 수가 없었다.

경계하는 마음에, 약간 떨어져서 앉았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두근거리는 마음도 있었다.

여자는 그새 향수도 뿌린 듯, 은은한 향이 풍겨왔다.

여자는 싱긋 웃더니 말을 이었다.

“그나저나, 정우씨 스물 셋이네요? 내가 한 살 누나이고 구면인데 말 놔도 되죠?”

정우는 깜짝 놀랐다.

“저에 대해 어떻게 아시나요?”

여자가 웃었다.

“여기 침대에 명찰 있잖아.”

여자는 허락도 안 받았으면서 잘도 말을 놨다.

정우는 그제서야 병상 앞의 명찰에 자기 이름과 나이, 증상 등이 적힌 것을 알게 되었다.

정우는 여자가 와일드한 면이 좀 있어 보였지만, 나쁜 사람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친구를 만들고 싶어하는데다 나이도 비슷한데 서로 말을 놓고 친구처럼 지내도 되겠다 싶었다.

“그러면 저도 말 놔도 되죠?”

정우는 여자를 어떻게 호칭해야 할 지 몰라 말을 흐리며 요청했다.

당연히 긍정의 대답이 나오리라 생각해서 별다른 생각없이 질문했다.

그러나 여자의 대답은 예상외였다.

“그건 안 되지. 나중에 좀 더 친해지면 몰라도. 그리고 나한테는 누나라고 불러야지.”

여자의 단호한 대답은 정우를 한번 더 당황하게 만들었다.

여자가 맘대로 호칭과 서열을 정리하려는 거 같아 정우는 슬며시 짜증마저 날 지경이었다.

정우는 자신도 강하게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누나라고 안 부르면 어쩔 건데요?”

사실 자신에게 반말을 하는 여자에게 존칭을 쓰며 질문하는 순간, 이미 정우는 지고 있었다.

게다가 정우도 여자의 기세에 자기가 눌리고 있다는 걸 깨닫고 있었다.

“그러면 다신 못 보겠지. “

여자는 말을 하며 잠시 창 밖을 바라보다가 슬쩍 정우를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 아마도?”

정우는 한편으로는 짜증이 났으나, 고개를 돌아보는 도발적인 여자의 모습에서 야릇함이 느껴졌다.

이런 괴팍한 성격의 여자라면 진짜 뭐든 한다면 할 거 같았다.

순간 여자의 예쁜 모습을 다시 못 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 바에는 다시 못 보는 것 보다는 손해보는 셈치고 맞춰 주는 게 더 나을 거였다.

다시 보고 싶었다.

“이름이 뭐에요?”

여자의 병실에 가면 이름과 나이를 확인할 수 있긴 했지만, 그러기엔 번거로웠다.

마침 화제를 돌리고도 싶어서 분한 마음에 뾰루퉁하게 맞대응하듯이 물어봤다.

여자는 정우가 기분이 나쁜 걸 억눌러 참으면서도 존대말로 물어오는 게 귀여운지 웃으며 대답했다.

“화났니? 화풀어. 나는 최세나라고 해. 세나 누나라고 불러.”

“친구가 필요하다면서 이런 식으로 대화를 해요?”

여전히 볼멘 소리를 하는 정우에게 여자, 세나가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내가 원래 좀 세서 그래. 동생들한테 잘해주면 기어 오르더라구.”

지금까지 잘 해준 것도 없던 여자였다.

정우는 앞으로도 자신에게 특별히 잘해 줄 거리도 없어 보이는 세나의 말에 어이가 없어 답했다.

“그래요. 그러면 안 기어오를테니 어디 한 번 잘해 줘 봐요.”

세나는 까르르 웃었다.

정우는 여전히 불만이 조금 남아 있었다.

그러나 세나가 예쁘게 웃는 모습을 보여주자 조금은 마음이 풀어졌다.

“어디가 아파서 입원한 거에요?”

정우는 누나라는 호칭은 의도적으로 쓰지 않았다.

존칭은 하더라도, 불만인 상황에서 왠지 그것만은 양보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운전하다 가벼운 접촉사고를 당했는데, 목이 조금 아파서 2주째 입원하며 치료받고 있지.”

“음. 그럼 나이롱 환자?”

“아니거든. 나 진짜 아팠단 말야. 지금은 다 나아가고 있지만.”

세나가 팔을 들어 뒷목을 잡고 주물렀다.

팔이 움직이자 환자복도 따라 올라가며 가슴도 따라 움직이는 듯 했다.

정우는 자기도 모르게 시선을 세나의 가슴으로 향했다.

크지는 않지만 세나의 자그마한 몸집을 감안하면 적당해 보였다.

세나는 정우의 시선을 느껴졌지만, 모른 척 정우에게 반문했다.

“넌 왜 다쳤니?”

“공사장 근처에서 구르다가 팔이며 허리며 몇 군데 다쳤어요. 그 중 팔이 좀 심해선지 보다시피 이렇게 반깁스를 했죠.”

"공사장 근처에서 왜 굴렀는데? 일하다가?"

"그런건 아니고, 공사장에서 쇠파이프가 떨어지는데 그 아래에 어떤 강아지가 있길래 다칠뻔한 걸 구해 주려 했죠."

"어머? 강아지는 어떻게 되었는데?"

세나는 정우보다는 강아지가 더 걱정되었는지 강아지가 다쳤다는 말에 큰 반응을 보였다.

'강아지는 대번에 걱정해 주네? 이럴 때 보면 여려 보이는데.'

대가 세보이던 세나였는데 의외였다.

정우는 세나가 여리고 착해 보이기도 했다.

"무사해요. 저만 다치고."

"다행이네. 아, 네가 다친게 다행이란 말은 아니구."

세나가 웃으며 대답했다.

"네 강아지야?"

"아뇨. 길 가다가 오늘 처음 본 모르는 강아지였어요."

'잘 생긴 줄만 알았더니 착하네? 모르는 강아지도 구해주고.'

정우의 말을 들은 세나는 정우에 대해 호감이 더 생겼다.

“그랬구나?"

세나는 대답과 함께 정우의 반깁스를 손으로 만졌다.

딱딱했다.

세나가 말을 이었다.

"아까 들어왔을 때, 너 깁스하고서 링거 맞는 채로 꼼짝 못하는 거 사실 많이 웃겼어.”

세나는 조금 전이 생각났는지 말하면서도 킥킥 거렸다.

갑작스런 세나의 웃음에 정우는 좀 민망해졌다.

“그게 왜요?”

세나는 눈을 찡긋하며 답했다.

“몸은 꼼짝 못해 보이는데, 거기는 활기차 보였거든.”

"거기라뇨?"

"거기 있잖아. 거기."

세나의 시선이 정우의 바지 앞섶을 가리켰다.

정우는 이제야 세나의 말 뜻을 이해했다.

조금 전 발기되었던 자신의 모습을 말하는 거였다.

대화의 수위가 갑자기 올라갔다.

정우는 세나를 바라보는 상태에서 멈칫하고 있었다.

대답없이 정우가 멈칫하는 걸 느낀 세나가 말없이 정우를 바라봤다.

두 사람은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 여자, 가만히 있으면 이렇게나 귀엽고 예쁜데 왜 그렇게 강한 척을 할까?’

세나의 귀여운 모습과 향긋한 내음에 어느새 정우의 페니스가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이 귀여운 여자가 자신에게 바짝 다가와 있었다.

소희가 입으로 사정을 받아 준 이후에도 계속 여러가지 자극들을 받았던 페니스였다.

지금 세나의 자극을 받자 다시 일어선 것이다.

정우와 서로 말없이 바라보던 세나의 눈길이 정우의 부풀어오른 바지 앞섶에 닿았다.

세나의 얼굴에 다시 미소가 어렸다.

“어머, 또 커지나 보네?”

세나의 웃음은 세나를 너무나 사랑스럽게 보였다.

수위 높은 농담은 마치 정우에게 뭔가를 요구하는 듯 하기도 했다.

정우는 갑작스럽게 고개를 숙여 세나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러운 세나의 표정을 보는 순간 욕망이 생긴 것이다.

한편으로는 움츠려있던 남성다움을 과시하려는 순간적인 욕정에 덮친 것도 있었다.

입술이 포개진 상태에서 이삼초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까.

가만히 있던 세나가 입술을 떼더니 오른팔로 정우의 뺨을 쳤다.

찰싹!

“기어 오르지 말라고 했지?”

방금 전까지만 해도 웃고 있던 세나는 싸늘한 표정으로 정우를 노려봤다.

그렇게 강하게 맞은 건 아니었지만, 갑작스러운 상황에 정우는 놀라게 되었다.

정우는 깁스하지 않은 왼 팔로 뺨을 만지며 그런 세나를 바라 보고만 있었다.

통증이 정우를 정신 차리게 했다.

정우가 긴장하며 말했다.

말까지 더듬었다.

"미, 미안해요."

세나가 엄한 표정으로 단호하게 요구했다.

"누나라고 해야지."

어느새 정우는 세나가 시키는대로 하고 있었다.

내키지는 않았지만, 억지로라도 대답했다.

"누, 누나."

"너 이제까지 의도적으로 누나란 말 피했지? 앞으로는 잘해야 해."

정우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화나 있는 세나를 공연히 더 화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이 괴팍한 여자가 화가 났다가는, 무슨 일을 벌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여친은 있니?"

"...."

정우는 대답하지 못했다.

소희랑 사귀기로는 한 듯 했지만, 그렇다고 여친이 있다고 하기가 두려웠다.

그랬다간 여친이 있는 녀석이 그랬냐고 또 욕을 먹을거 같았기 때문이다.

잠시 고민하느라 대답을 하지 못한 것이다.

정우가 고분고분해지자, 세나는 오른팔을 뻗어 자기가 때린 정우의 왼뺨을 어루 만졌다.

"그래. 이렇게 착하게 굴어야지."

말과 함께 세나는 정우에게 입을 맞췄다.

느닷없는 세나의 움직임에 놀란 정우는 그대로 가만히 있었다.

이랬다가 저랬다가 하는 모습은 종잡을 수가 없었다.

그 때였다.

어느새 세나의 왼손이 정우의 환자복 상의의 끈 사이로 미끄러지듯이 들어왔다.

손은 정우의 가슴을 뒤덮더니 만지기 시작했다.

왠지 끈적한 손길에 정우의 온 몸이 들뜨기 시작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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