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는 누나-11화 (11/98)

〈 11화 〉 11. 하는 거 봐서

* * *

잠시동안 세나와 나란히 누워있던 정우가 누운 채로 몸을 돌려 세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세나를 자극하지 않으려는 부드러운 톤이었다.

“좋았어요?”

정우는 확인받고 싶었다.

이 까탈스러운 여자로부터 첫관계에 대한 칭찬도 받고 싶었다.

더 나아가 다음을 위한 기약까지도 이끌어내고도 싶었다.

그리고 분명히 세나가 절정까지 도달했다는 확신을 받은 터였다.

그렇기에 긍정적인 대답이 나오리라는 예상을 가지고 물어본 거였다.

정우가 돌아눕는데 정우의 페니스가 자연스레 세나의 몸에 닿았다.

녀석은 언제 사정했었냐는 듯 어느새 다시 조금씩 일어서고 있었다.

부드러운 세나의 몸에 자연스레 닿는 느낌이 좋았었나 보다.

그러나 돌아온 세나의 답은 뜻밖이었다.

“그렇게 물어보는거 아냐.”

세나의 얼굴에는 조금 전의 그 황홀하던 표정은 사라져 있었다.

단호한 답을 하는 세나는 다시 까칠한 모드로 돌아와 있었다.

“그딴 게 그렇게 궁금하냐?”

괜한 걸 물어봤다 싶어 정우가 머쓱해졌다.

좋은 의도로 물어본건데 불필요하게 짜증내는거 같아 조금 기분이 상하려 하기도 했다.

일어서려던 페니스도 금새 시들어 버렸다.

어정쩡한 자세로 있는 채로 둘 사이에 잠깐 침묵이 흘렀다.

지나치다 싶었는지 세나가 말을 이었다.

전에 없이 상세한 게 조금 미안한 기색이 있는 듯도 했다.

“좋았던 거 보면 모르냐? 근데 그런 질문은 나는 좀 별루야. 꼭 날 떠보는 거 같아 싫어. 안 좋았을 때 억지로 좋다고 대답하도록 강요받는 느낌이 들어 싫기도 하구. 게다가 네 점수가 몇 점이냐고 초딩애가 선생님에게 묻는 거 같단 말야. 내가 왜 네 점수를 매겨주냐? ”

정우는 그제야 이해가 갔다.

어딘가 상처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더는 깊게 들어가고 싶지 않아서 황급하게 사과했다.

“아.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미안해요.”

금새 사과하는 정우가 마음에 들었는지 세나가 손을 들어 정우의 볼을 쓰다듬었다.

“다음 번에는 그런 거 묻지마.”

뭐 이런 변덕이 다있나 싶었다.

그러나 ‘다음 번’이라는 말에 정우는 새로운 희망이 생기는 듯해서 기뻤다.

“그러면 다시 할 수 있는 거죠?”

세나는 까르르 웃더니 정우의 볼을 쓰다듬던 손으로 볼을 꼬집었다.

“아니 나 말구. 누가 한대. 다음번에 누군가랑 하게 되면.”

말을 마친 세나는 몸을 일으켰다.

정우의 볼을 꼬집었던 손으로 자신의 몸에 접촉해 있던 정우의 페니스를 쓰다듬었다.

“너도 수고했어.”

세나가 정우를 보며 말했다.

“근데 이 방에는 티슈 같은거 없니? 나 옷 입게 좀 닦고 싶은데.”

정우는 그제야 자신과 세나의 배가 온통 정액으로 범벅이 된 걸 깨달았다.

티슈를 찾았으나 있을 리 없었다.

하기야, 티슈가 있었으면 한시간 전에 소희가 삼켜주지도 않았을 것이었다.

순간 그 생각을 하자, 티슈가 없었던게 다행이라는 생각마저도 들었다.

그러던 중 정우의 눈에 창가 근처에 옷걸이로 걸어 둔 수건이 들어왔다.

샤워 후 대강 손세탁을 하고 말리려고 걸어 둔 거였다.

정우는 그대로 일어서더니 수건을 집어왔다.

정우가 창가에 걸어 둔 수건을 가지러 알몸으로 다녀오는 모습을 세나가 지긋이 바라봤다.

지금 자신에게 맞춰주려 고분고분해서 위축되었을 뿐이지, 남자로서는 손색이 없는 모습이었다.

‘역시, 다시 봐도 괜찮단 말이야.’

세나는 혼자만 생각했을 뿐, 굳이 정우에게 표현하지는 않았다.

정우의 외모가 자기의 마음에 드는 걸 자꾸 얘기했다가는 정우가 자칫 기어오를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정우 역시 세나가 누운 채로 계속 자기를 보고 있는 걸 봤다.

그러나 정우로서는 빨리 닦아 달라고 채근하는 것만 같이 느껴졌다.

더구나 귀여운 외모의 세나를 자기 손으로 닦아주는 게 정우 본인도 싫지는 않았다.

“티슈는 없지만, 수건은 있어요. 젖어 있긴 하지만 아까 빨아 둬서 깨끗한 거에요.”

정우는 침대옆에 선 채 수건으로 세나의 목에서 가슴과 배와 그 곳을 지나 다리까지 정성스레 닦아줬다.

그 느낌이 세나도 묘하게 좋았다.

세나의 몸집이 비교적 작았기에 닦는데 오래 걸리진 않았다.

“다 닦았어요.”

기분이 좋아진 세나는 장난을 치고 싶었다.

“그러면 내가…”

잠시 말을 멈춘 세나는 고개를 정우에게 가까이 가져 가더니 말을 이었다.

“한번 더 빨아줄까?”

순간 무슨 말인가 싶어 정우가 세나를 바라봤다.

수건을 빨아준다는 말인지 아니면 아까처럼 빨아준다는 말인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당황스러웠다.

그 모습에 세나가 까르르 웃었다.

“농담이야 농담~ 수건 빨아줄까 물어본 거지. 아, 귀여워.”

정우가 민망해하는 가운데 세나는 정우의 손에서 수건을 가져왔다.

“가만 있어 봐.”

그러더니 세나가 이번에는 자기가 정우의 배와 페니스를 닦아줬다.

반쯤 서다 만 상태였던 페니스였다.

세나는 침대 위에서 무릎 꿇은 채 수건을 움직였고, 정우는 바닥에 선 채로 가만히 있었다.

배부터 닦아준 세나의 손길이 내려가더니 페니스에 닿았다.

어느새 페니스가 다시 고개를 들려 했다.

관계 이후로도 세나의 반응에 따라서 계속 서다 말다를 반복하느라 녀석도 힘들어 보였다.

세나가 수건의 깨끗한 부분으로 음낭부터 귀두 끝까지 페니스를 부드럽고 꼼꼼하게 닦아줬다.

그 손길에 정우가 몹시 짜릿해하는 가운데, 힘들어 보이던 녀석이 결국 다시 일어섰다.

“어머? 얘 봐.”

세나는 미소를 지었다.

“정말로 다시 빨아줘야겠네. 수고했으니 보답해 줄까?”

세나는 침대에 엎드린 채 화려한 네일의 손가락으로 정성스레 쓰다듬었다.

그러더니 정우의 페니스를 입에 물고서는 오물조물 다시 희롱하기 시작했다.

정우가 내려다보니 세나의 목덜미에서 등을 지나 힙으로 내려가는 라인이 적나라하게 보였다.

시각적으로도 몹시 자극적인데다 세나의 입과 혀가 움직이며 페니스를 자극하자 정우의 정신이 다시 아득해졌다.

그러기를 잠시, 세나가 정우로부터 입을 떼어냈다.

“자 그럼 이걸로 끝~.”

말을 마친 세나는 벗어 놓았던 옷을 챙겨 입었다.

정우는 하다 말아서 무척이나 아쉬웠다.

그러나 언제 병실에 사람이 들어올지 몰라 아쉬움을 뒤로 하고 자기도 역시 옷을 입을 수 밖에 없었다.

아쉬운 마음에 대충 옷을 걸친 정우가 물었다.

“언제 퇴원하세요?”

“아마도 며칠 후? 넌 언제라고 그랬지?

“의사선생님이 오늘 경과봐서 내일 퇴원할 수도 있다고는 하셨어요.”

세나는 무심한 듯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말없이 환자복 상의의 끈을 맸다.

“근데 뭐 하나 물어봐도 되요?”

옷을 갖춰 입은 세나가 머리를 매만지며 답했다.

“뭔데? 들어보구 답해줄께.”

정우는 조금 우물쭈물했다.

“이건 진짜로, 맞을 각오하고 물어보는 건데요,”

빨리 병실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조급해져 있는 세나가 독촉했다.

“나 시간없어. 빨리 물어봐.”

정우는 눈치를 보며 조심스레 물었다.

“아까부터 궁금하던건데, 오전에 말한, 저기 누워 있었다던 초등학생 있죠? 걔랑도 혹시..?”

세나가 확 짜증을 냈다.

“야!”

세나는 움직임을 멈추고 정우를 노려봤다.

거기까지만 들어도 정우가 무슨 질문을 하려는 지 알 수 있었고, 그 뒷 말은 차마 듣고 싶지도 않아서 말을 끊은 거였다.

세나는 사람을 어떻게 보고 이러나 잠시 불쾌해졌다.

무엇보다도 관계를 가진 사이라고 다시 기어오르려 하나 싶긴 했어 기분이 나빴다.

그러나 정우가 자신의 짜증에 말을 중단하고 움찔하는 걸 보고서는 그건 아니겠구나 싶어져서 안심이 되었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다시 생각해보니 정우로서는 궁금할 수도 있을 거 같았다.

무엇보다도 화내면서 벌써 손절해 버리기에는 정우라는 존재가 아까웠다.

한숨을 쉬더니 세나가 말을 이었다.

“너도 참. 애랑 뭘하니. 입원해 있는 동안 꼬맹이랑 말동무나 하고 논 걸 가지고.”

그 말에 정우의 안색이 밝아졌다.

어찌나 밝아졌는지 세나도 단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가볍게 핀잔을 줘서 어색한 분위기를 마무리하려 했다.

“질투났냐?”

정우는 멋쩍은 미소로 답했다.

“질투라뇨. 하하. 그냥 걱정되서죠.”

머리를 만지던 세나는 갑자기 행동을 빠르게 했다.

“아 나 이럴때가 아니지. 나 병실 정말 오래 비웠어. 나 간다~”

후다닥 가려는 세나에게 정우가 마지막으로 물었다.

“누나 번호 좀?”

세나는 상큼하게 씨익 웃었다.

“하는 거 봐서.”

세나는 정우에게 번호를 그냥 알려줄 수도 있었지만, 그렇다고 쉽게 주고 싶지는 않았다.

좀 더 안달나게 하고, 길들여두고 싶었다.

어차피 병원에서 만나려면 만날 수 있으니 굳이 번호를 받거나 주지 않아도 괜찮을 듯 했다.

세나는 더는 말하지 않고 그냥 문을 향해 그냥 걸어갔다.

세나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번호를 듣지 못한 정우가 시무룩해졌다.

그 순간, 갑자기 벽 옆에서 세나가 고개만 힐끔 내밀더니 말했다.

아직 병실 밖을 나가지 않은 거였다.

“저녁에 올께. 그리고 넌 내 방에 오지마, 알았지? 내 방엔 사람들 많어.”

말을 마친 세나는 정우의 안색이 밝아진 걸 확인하고는 그제야 병실을 나섰다.

저녁에 세나가 다시 온다는 걸 듣자 정우는 기분이 나아졌다.

아랫도리가 다시 묵직해지는 게 느껴졌다.

세나가 입을 한번 더 댄 이후로 페니스에서 다시 쿠퍼액이 나오려 했다.

정우는 그대로 일어나서 수건과 비누를 챙겨 샤워를 하러 갔다.

정우가 뒤로 한 침대 위.

머리맡 매트리스 커버가 접혀진 곳에 뭔가 놓여 있었다.

세나의 귀걸이에서 떨어져 나온 은색실이 여전히 놓여 있는 거였다.

그러나 정우도 세나도 그걸 알지 못했다.

**********

샤워를 마친 정우는 병실로 돌아오다가 문득 소희가 보고 싶어졌다.

간호사실의 데스크로 다가간 정우가 고개를 둘러봤다.

간호사들이 앉아서 일해야 할 그 공간에는 소희만 앉아 있었다.

소희는 정우가 오는 걸 모르는지 열심히 모니터와 책상의 서류를 바라보고 있었다

정우는 뭔가를 체크하느라 정신 없는 소희의 앞에 다가가 섰다.

인기척이 나자 그제야 소희가 고개를 들어 바라봤다.

“환자분 무슨 일로... 아!”

소희는 정우가 온 걸 깨닫게 되자 반가운 마음에 이름을 부르려다가 멈칫했다.

좌우를 둘러보고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하자 그제야 미소지었다.

소희는 누가 들을 새라, 가는 톤으로 속삭이듯 얘기했다.

“나 이따가 간다니까 그래. 나 지금 바빠~”

목소리는 조용하고 은밀했지만 얼굴에는 부드러운 미소가 가득햇다.

둘만의 비밀을 유지하려 애쓰는 그 모습에 정우는 기분이 좋았다.

소희의 미소를 보자 조금 전까지 세나랑 보냈던 시간은 이미 머리 속에서 희미해지고 있었다.

기분 좋은 시간이긴 했으나, 지나친 긴장을 거듭하느라 피곤하기도 했었다.

편안하고 익숙한 소희와 함께 있는 지금의 시간이 더 없이 편안했다.

“누나 보고 싶어져서 왔지. 방해 안 할께. 나 신경쓰지 말고 일해.”

소희는 정우를 보며 가볍게 미소짓더니 계속 일했다.

“응 고마워.”

“근데, 누나 말고 여기 아무도 안 계신거야?”

“원래는 있는데, 지금은 다들 이래저래 자리를 비워서 나만 있어. 그래서 내가 자리를 못비워.”

“얼마나 혼자 있는데 그럼?”

“글쎄. 한시간 정도?”

바쁜데 방해말라는 듯한 애타는 표정이었다.

정우는 병실 환자들에게 들리지 않도록 조곤조곤 말하는 소희의 모습이 무척 사랑스러웠다.

한시간 동안은 다른 간호사가 오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자 정우가 대담해졌다.

갑자기 소희를 안아주고 싶었다.

그저 단순히 포옹만 하고 병실로 돌아가고 싶었던 정우는 어느새 간호사실로 들어가서 소희의 뒤에 섰다.

소희의 단아하고 깨끗한 목덜미가 정면으로 보이자 정우는 소희의 목덜미에 그대로 입을 맞췄다.

소희는 깜짝 놀라 뒤돌아보며 놀랐다.

“여기 들어오면 안돼. 누가 보면 어쩔려구 그래.”

“걱정마. 나 바로 나갈께.”

소희는 정우의 서프라이즈가 싫지는 않았기에 눈을 흘기며 입을 삐죽거렸다.

그 예쁜 모습에 참을 수 없었던 정우가 몸을 숙여 소희의 입에 키스했다.

처음에는 피하려던 소희도 정우의 대담함에 이끌려 버렸다.

소희는 양 팔을 뒤로 돌려 정우의 목을 뒤로 안고 입맞추게 되었다.

어느새 두 사람의 입이 열리고 서로의 혀가 서로를 탐닉하고 있었다.

소희도 정우도 이 키스가 오래가면 안된다는 걸 알고는 있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지금 이 달콤한 순간을 빨리 끝내고 싶지는 않았다.

두 사람이 키스에 열중하고 있던 그 때였다.

복도 저쪽에서 다급하게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환자들이 신는 슬리퍼 소리 같았다.

그와 동시에 소희와 정우의 입이 떨어졌다.

소희가 다급한 목소리로 낮게 말했다.

“어떡해!”

슬리퍼소리의 주인공이 몇 발짝만 더 오면 둘이 함께 있는 걸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정우는 재빨리 간호사실을 나갈까 했으나 이미 늦은 터였다.

방법이 없어진 정우는 간호사실 바닥에 몸을 바짝 엎드려 붙일까 했다.

그 때였다.

사랑도 일도 지켜야 했던 여자는 강했다.

순간 소희가 정우의 손을 잡더니 책상 아래로 끌어 당겼다.

정우는 소희의 손에 이끌려 책상 아래로 몸을 숨겼다.

큰 몸을 구부리고 들어가자니 쉽지 않았지만 어떻게든 구겨 넣을 수 있었다.

졸지에 정우는 몸을 굽혀 소희의 책상 아래에서 소희의 무릎을 마주보는 자세가 되었다.

그 순간 데스크 너머에서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언니 !”

소희를 부르는 소리가 분명했다.

그리고 그 목소리는 분명 세나였다.

혹시 세나가 본 건 아닐까 깜짝 놀란 정우는 매우 놀랐다.

자기가 세나에게 혼나는건 괜찮았다.

그러나 소희가 직장에서 곤란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무척이나 심란해졌다.

이런 정우의 애타는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정우의 눈 앞에는 소희의 다리가 아른거리고 있었다.

정우를 유혹하듯 매끈하고 탐스럽기만한 그 다리에 정우의 다른 자아가 설레이고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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