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화 〉 12. 데스크 아래의 은밀한 손길
* * *
“언니”
데스크 너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세나의 목소리가 분명했다.
데스크 아래에 엎드려 있는 정우는 몹시 놀랐다.
혹시나 소희와 입 맞추고 있는 모습을 세나가 본 건 아닐까.
또는 급하게 엎드려 숨는 모습을 세나에게 들킨 건 아닐까.
어떤 모습이라도 보여서는 안될 일이었다.
그 와중에도 정우의 눈 앞에 보이는 소희의 다리는 역설적이게도 몹시도 탐스러웠다.
데스크 너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언니, 혹시 복도에서 은색 실 같은 거 못 보셨어요? 오늘 제 귀걸이에서 떨어진 거 같은데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를 않아서요.”
소희 역시 정우처럼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세나가 갑자기 모습을 드러내며 부르자, 세나에게 뭔가 보인 게 아닐까 싶어 불안해 하던 참이었었다.
그러나 이내 세나로부터 귀걸이를 찾는다는 말을 듣게 되자 비로소 안심이 되었다.
하지만 아직 안심할 수는 없었다.
소희는 떨리는 마음을 감추고 애써 태연하게 대답했다.
“글쎄요? 복도에 다니면서 보지는 못했는데, 나중에라도 보게 되면 찾아 드릴께요. 병실은 잘 찾아 보셨어요?”
소희는 일단 세나를 다른 공간으로 보내고 싶었다.
아직 정우가 데스크 아래에 있었다.
정우를 내보내려면 간호사실 앞에는 아무도 없어야 했기 때문이다.
세나는 복도 아래를 두리번 거리면서 대답했다.
“제 방은 잘 찾아 봤어요. 그래도 안 보여서요.”
세나가 빨리 자리를 비워주면 좋겠다는 생각에 소희는 애가 탔다.
세나가 자리를 비워야 정우를 간호사실에서 내보낼 수 있었다.
“혹시 오늘 귀걸이 차고 어디 어디 다녔는지 기억나세요? 환자분들 휴게실이나, 샤워장이나, 계단이라던가 아니면 병원 밖이라던가..”
세나가 말을 듣고 보니 모두 오늘 다녀본 곳이긴 했다.
병원에 오래 있으니 따분해서 전화 통화도 할 겸, 여러 곳을 돌아다닌 터였다
그 때 뭔가가 세나의 머리를 스쳤다.
“아, 어쩌면..”
세나는 정우의 병실인 503호 방향을 바라봤다.
어쩌면 503호에 떨어져 있을 가능성도 있었는데, 이제야 생각이 났다.
그러나 503호에 다녀왔다는 걸 입 밖으로 낼 수는 없었다.
평소 병원 측에서 환자들 간의 병실 이동을 자제해 달라고 자주 공지했던 터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나는 꼬맹이가 있을 때부터도 503호를 소리를 죽여가며 몰래 다닐 정도였다.
꼬맹이가 있는 방에 가는 것도 눈치 보였는데, 하물며 정우 같은 성인 남성이 입원하고 있는 오늘 간 것은 더 밝힐 수 없었다.
게다가 503호에 두 번이나 들어간 게 알려지면 어떤 불이익이 있을 지 몰랐기에 밝히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무엇보다도 세나 자신과 정우 두 사람의 관계는 병원의 누구에게도 비밀이어야 했다.
자신을 바라보는 소희의 애타는 시선을 세나의 눈에 들어왔다.
세나는 그 눈빛을 자기 대답에 집중하고 있는 거로만 잘못 해석했다.
쓸데없는 관심은 부담스러웠다.
게다가 소희는 평소 입원한 동안도 자신은 별로 마음에 안 들었던 간호사였다.
세나로서는 말을 돌려야 했다.
세나는 재빨리 503호 방향에서 시선을 돌려 소희를 바라보았다.
“언니, 고마워요. 병실이나, 아니면 언니가 말해준 곳들 중에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좀 더 찾아 볼께요.”
세나는 503호에 귀걸이를 흘렸을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저 귀걸이를 잃어버렸을 가능성이 있는 여러 곳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사실 503호에 간다 하더라도 지금 소희가 바라보고 있는데 갈 수는 없었다.
일단은 다른 곳들을 더 살펴본 후 나중에 간호사들 모르게 살짝 가던가 해야 했다.
게다가 자기 나름대로 정우를 길들이고 있는 중이라, 밀당에 지장을 줄 것 같기도 했다.
일단 다른 곳을 좀 더 찾아보면 나올지도 몰랐다.
두 사람이 대화하는 걸 데스크 아래에서 듣고 있던 정우 역시 소희처럼 안심이 되었다.
‘휴 다행이다. 걸린 게 아닌가 보네.’
긴장이 조금씩 풀어지자 정우의 눈에 소희의 다리와 무릎 위로 드러난 허벅지 일부가 보였다.
서있던 자세에서는 무릎까지 내려온 스커트였다.
소희가 의자에 앉으면서 자연스레 접혀 올라간 것처럼 보였다.
스타킹으로 덮혀진 소희의 매끈한 다리와 허벅지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세나가 있기에 온 신경을 소희와 세나의 대화에만 집중하고 있는 터라 지금은 그저 보는 둥 마는 둥 하고 있었다.
그 때였다.
어느 병실인지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딸깍거리는 소리와 함께 보행보조기를 쓰며 누군가 천천히 걸어오는 게 들렸다.
얼마 전에 무릎 수술을 한 할머니 환자였다.
그 분은 재활을 위해 담당 의사의 허락을 받고 수시로 보조기를 써서 복도를 걸어 다니곤 했다.
할머니는 아직 무릎이 아프신지 매우 천천히 이동하고 있었다.
소희는 세나와의 대화를 중단할 겸, 정우에게 상황을 알릴 겸, 일부러 큰 목소리로 인사를 했다.
“어머님, 또 운동하세요? 부지런하시네요. 보조기 조심히 쓰시고 안 넘어지게 조심하세요~.”
평소 워낙 싹싹한 소희였기에 이런 행동은 전혀 어색해 보이지 않았다.
소희의 의도가 세나에게 통했다.
바쁜 소희를 귀찮게 하기 미안해진 세나가 인사를 해 왔다.
“언니 고마워요. 혹시 찾게 되면 잊지 말고 주세요.”
세나는 일단 휴게실부터 다시 찾아보기로 하고는 그 방향으로 걸어갔다.
세나가 인사 후에 데스크 앞을 떠나자 소희는 그제야 안심이 되었다.
그러나 할머니 환자가 데스크 방향으로 다가오고 있기에 아직 정우를 내보낼 형편이 안되었다.
그저 할머니가 빨리 지나가셔서 모퉁이를 꺾어서 시야가 가려진 곳으로 이동하길 바라는 수 밖에 없었다.
할머니가 보조기를 바닥에 짚을 때마다 나는 딸각소리는 정우의 귀에도 들렸다.
느리긴 하지만 일정한 박자로 울리는 그게 무슨 소리인가 궁금하던 차였다.
그 때 소희의 인사말이 들렸다.
소희 덕분에 정우 역시 그게 보행기 소리라는 걸 알게 되었다.
세나가 인사와 함께 멀어지는 걸 느끼자 정우는 긴장이 한번에 풀렸다.
보행기 소리가 다가오는게 느껴지긴 했지만, 그건 그저 할머니일 뿐이었다.
세나가 다가왔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긴장되지 않았다.
보행기 소리의 주인공은 그냥 지나갈 사람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설혹 걸리게 되더라도 어떻게든 무마할 수 있을 터였다.
물론 걸릴 확률도 0에 가깝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제서야 정우는 눈 앞에 펼쳐진 소희의 다리가 눈에 들어왔다.
너무 예뻤다.
그러나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아직은 그저 바라만 볼 뿐, 지금은 일단 이 자리를 빠져나가는게 중요했다.
언제 나갈까 싶어 소희의 눈치를 살필 겸 고개를 조금 내밀어 소희를 올려봤다.
정우의 시선을 의식한 소희가 아래를 살짝 내려다 봤다.
소희는 소리나지 않게 오물거리며 입모양으로만 신호를 보내왔다.
아직 나오지 마.
그 표정과 입모양이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정우는 바로 일어나서 그 입에 입맞추고 싶었지만, 그래서는 안된다는 것도 알았다.
정우에게도 할머니가 다가오는 소리가 계속 들렸기 때문이다.
정우는 나오지 말라는 소희의 말에 공감했다.
갑자기 정우에게 슬며시 장난스러운 마음이 발동하기 시작했다.
소희에게 아까 전에 자기가 못 만지게 한 벌(?)을 주고 싶어졌다.
정우는 왼 손을 뻗어 눈 앞에 놓인 소희의 왼쪽 종아리를 감싸 쥐었다.
소희는 아마 놀랄테지만 절대 큰 소리를 내거나 저항할 수 없을 거였다.
잠시 종아리 전체를 훑던 손은 종아리 뒤쪽의 부드러운 살을 쓰다듬기 시작했다.
부드럽던 소희의 다리에 힘이 들어오는 게 느껴졌다.
소희가 갑작스러운 스킨쉽에 놀라 다리에 힘을 준 거였다.
정우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장난스레 부드럽게 종아리를 만져왔다.
소희가 놀란 건 맞았다.
소희는 할머니의 눈치를 살피면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정우는 소희의 얼굴과 다리를 번갈아 바라보기만 할 뿐, 손길을 멈추지 않았다.
소희가 애타게 정우를 내려다 보는 것과 대조적으로 정우는 장난치듯 미소띈 표정으로 소희를 올려봤다.
어찌보면 정우가 일부러 짖궂게도 소희의 의도와 다르게 움직이는 것도 같았다.
소희는 말을 듣지 않는 정우가 야속하기만 했다.
정우로서는 처음에는 장난으로 소희를 놀래켜 주려 쓰다듬은 거였다.
그런데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이 변하기 시작했다.
정우는 지금 여기 데스크 아래에서 오래 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가 됐건 빨리 끝까지 마무리해주고 싶었다.
그대로 왼손을 훑으며 소희의 다리 위 쪽으로 움직였다.
손은 소희의 왼쪽 무릎을 지나 허벅지 안쪽까지 들어가려 했다.
동시에 오른손으로는 왼쪽 종아리를 계속 만지면서 마사지를 하듯이 조물거렸다.
보행기 소리가 천천히 일정한 박자로 적막한 복도를 울리고 있었다.
불공평하게도 똑같은 소리를 들으며 소희는 긴장을, 정우는 희열을 느끼는 중이었다.
소희는 세나로 인한 긴장이 풀리자마자 갑자기 다가온 정우의 손길에 다시금 긴장한 터였다.
계속 아래를 보며 때로는 입모양으로, 때로는 가는 목소리로 정우를 만류했다.
하지만 정우는 아랑곳하지 않고 순간을 즐기면서 소희의 다리를 계속 만져댔다.
게다가 정우가 이미 오른팔로 다리를 안고 있었기에, 소희가 다리를 옮길 수 조차 없었다.
어쩔 줄 몰라 하던 소희는 무릎에 닿는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졌다.
바로 정우가 무릎에 입을 맞춰온 거였다.
정우가 입술과 혀로 무릎을 간지럽히자 어느새 소희도 조금씩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간지럽고, 부드러웠다.
스릴과 함께 와서 일까, 정우의 입술과 양손은 점차 소희에게 흥분을 가져다 주고 있었다.
정우는 소희의 양 다리를 벌리며 허벅지 안쪽을 내주기를 강요했다.
그러자 소희의 힙이 의자 끝단까지 앞으로 이동해 왔다.
소희는 의자 앞까지 옮겨 앉으며 양 다리를 데스크 아래에서 벌려주며 정우의 행동을 도왔다.
정우는 소희가 허벅지 안쪽을 내어주자 기뻤다.
직접 말로 한건 아니지만, 소희가 허락한 것이나 다름 없었다.
정우는 고개를 점점 다리 안쪽으로 옮기며 부드러운 허벅지살에 끊임없이 키스를 했다.
그와 동시에 소희의 허벅지를 만지던 왼손이 앞장서서 점점 깊이 들어가더니 소희의 매끈한 두다리가 만나는 그 곳에 닿게 되었다.
손가락을 뻗어 갈라진 틈사이로 속옷이 허락하는 데까지 부드럽게 밀어 넣었다.
갈라진 틈이 촉촉해져 있는게 느껴졌다.
눈을 들어 소희를 바라보니 소희는 애타는 표정으로 아래를 바라보고 있었다.
소희의 눈빛은 이미 뭔가를 갈구하고 있었다.
정우 역시 흥분된 마음이 가득했다.
오른팔을 뻗어 안으며 소희의 힙을 주무르며 왼손 검지와 중지를 갈라진 틈 사이에서 부드럽게 움직였다.
화답하듯 소희의 두 다리가 정우를 안으며 조여왔다.
또각또각
할머니는 어느새 데스크 앞을 지나서 가고 있었다.
그리고 데스크 뒤에서는 두 남녀가 아무도 모르게 은밀한 행위를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