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는 누나-22화 (22/98)

〈 22화 〉 22. 세나의 계획

* * *

저녁. 정우의 병실.

“무거워.”

침대 위에서 발가벗은 채로 정우와 안은 채로 일분 정도 지났을까.

세나의 몸이 꽤 나른해지고 있었다.

여운이 끝나가고 있었다.

아래에 누워있던 세나가 무겁다고 하자 정우는 얼른 내려와서 수건을 가져왔다.

정우는 수건으로 낮에 했듯이 세나의 몸에 묻는 자신의 흔적을 정성스레 닦아냈다.

세나 역시 낮에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답례 차원에서 수건을 받아 정우를 눕히고는 정우의 몸을 닦아줬다.

손이 작은 세나가 투덜거렸다.

“많이도 묻었네.”

투덜거리면서도 열심히 닦아주는 세나가 귀여워 보인 정우가 웃었다.

“미안해요. 내가 닦을까요?”

세나가 정우를 바라봤다.

“그 말을 하려는 게 아니라,"

세나는 정색하는 표정이었다.

세나가 말을 이었다.

"오늘은 내가 생소한 경험이라 봐줬는데, 다음부턴 몸으로 닦지마. 느낌이 좀 찝찝해.”

“알았어요.”

정우 딴에는 세나도 만족시키려던 행동이었던 터였다.

타박을 받은 정우의 표정이 조금 시무룩해졌다.

그런 낌새를 느낀 세나는 내심 미안해졌다.

정우의 기분을 상하게 하려던 의도는 아니었기에 정우를 달래주고 싶었다.

“그래도 방금 전엔 나름 괜찮았어.”

세나는 매혹적인 미소를 정우에게 보내고는 말을 이었다.

“삐지지마. 내가 사과의 의미로 보상해줄께.”

세나의 머리가 아래로 향했다.

세나는 남자를 사로잡는 법을 알고 있었다.

세나의 오른손이 정우의 페니스를 부드럽게 잡으며 일으켜 세웠다.

손에 쥐어진 채 일어선 페니스를 입술과 혀가 움직이며 자극하기 시작했다.

꽤 괜찮은 보상이었다.

이제 방금 평온해졌던 녀석이 새로운 자극을 받자 금새 힘이 솟았나 보다.

녀석은 세나의 입 안에서 조금씩 다시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세나는 보기보다 정우가 건강한 것 같아 놀랐다.

벌써 몇번째 서는 건지 몰랐다.

게다가 몸 상태도 완전하진 않았을 것 같았던 정우의 몸이 다시 반응하는게 느껴지자 신기해졌다.

조금 피곤한 자신과 달리 아직 녀석은 금새 단단해졌다.

“어머. 얘 봐. 너 대단하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했던가.

칭찬받은 정우가 본격적으로 다시 흥분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고래도 아닌 주제에 페니스는 세나의 손에서 꿈틀대며 춤추려 했다.

세나는 신기한 듯 손으로 그 녀석을 잠시 위아래로 흔들었다.

정우를 바라보니 눈 감은 채 느끼고만 있었다.

그 모습이 사랑스러웠던지 세나가 정우의 입에 입술을 맞췄다.

그것으로 세나는 방금 전 사과에 대한 보상을 마무리했다.

몇 번 세나의 완강한 언행을 경험해서인지 정우는 세나에게 꽤 익숙해져 있었다.

처음 대화할 때와는 달리 이제는 순둥하게 말을 잘 듣고 있었다.

심지어 세나를 성적으로 만족시키는 능력도 나쁘지 않았다.

세나는 어쩌면 이 남자를 오늘 밤 안에 완전한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 생각이 들자 기분이 좋아졌다.

세나는 옷을 걸치지 않은 채, 얇은 시트만 덮고서 정우의 왼편에 누웠다.

정우의 팔을 베개 삼아 누워 안기니 안락하고 포근했다.

잠시 천장을 보고 있던 세나가 정우의 방향으로 돌아 눕더니 정우의 가슴을 쓰다듬었다.

“너 꽤 마음에 든다.”

정우가 대답하며 조심스레 물었다.

“나도 누나 좋아요. 근데 뭐 하나 물어봐도 되요?”

“뭔데?”

아까부터 뭐라 말하고 싶었지만, 낮에 좋았냐고 물었다가 면박 받았던 게 생각난 참이었다.

또 다시 면박 받을지도 몰라 망설이던 정우가 용기를 내서 물었다.

“섹스하고 나서 좋았냐고 물어보는게 안된다면 보통 뭐라고 물어봐야 해요?”

정우를 잠시 바라보던 세나가 피식 웃었다.

자기는 잠시 짜증내고 말았던 게 정우에게는 트라우마로 남아 있었나 보다 싶었다.

“그건 나도 모르지.”

맥 빠지는 대답이었다.

그럴듯한 해답을 기대했던 정우의 눈썹이 찌푸러지며 입술이 삐쭉 나왔다.

그러나, 그래도 적어도 면박은 피했으니 다행이었다.

그 모습이 마음에 들었던지 세나가 싱긋 웃었다.

세나는 정우의 입술에 입을 맞추며 호감을 표시하더니 말을 이었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 경우에는… 글쎄?”

잠시 뜸들이던 세나가 말을 이었다.

“숙제야.”

정우가 볼멘소리로 투덜거렸다.

“숙제 잘 해야겠네요.”

정우의 대답이 우스웠는지 세나가 까르르 웃었다.

“숙제 열심히 하면, 검사해 줄께."

세나는 장난스레 정우의 입에 한번 더 입을 맞추고는 정우를 안고 누웠다.

세나가 부드러워진 게 느껴진 정우가 내친 김에 낮부터 궁금하던 것 하나를 더 물어보고 싶어졌다.

“하나 더 물어봐도 되요?”

세나는 방금 정도의 질문이라면 얼마든지 받아줄 용의가 있을 정도로 너그러워져 있었다.

“뭔데?”

정우는 한번 더 용기를 냈다.

언젠가는 묻고 싶던 거다.

“근데 왜 그렇게 세게 굴어요?”

세나는 질문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터였다.

표정의 변화 없이 눈동자만 움직여 정우를 바라봤다.

정우는 세나의 눈동자가 움직이는 모습만으로도 아차 싶었다.

세나가 기분 나빠지려는게 아닌가 우려된 정우가 세나의 볼에 입을 맞췄다.

방금 전에 세나가 했듯이 나름대로 달래주려 보상을 한 것이었다.

더 과격한 몸짓으로 보상해주고 싶었지만, 기어오른다 화낼 까봐 조심스러웠다.

세나는 뜻밖의 질문이었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정우가 해주는 볼키스 역시 나쁘지 않았다.

“세게 굴다니? 뭐? 내가 뺨 때린 거?”

정우가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세나의 기분은 괜찮아 보였다.

정우가 안심했다.

“그것도 그렇구. 기어 오르지 말라는 거라던가, 오늘 보여준 누나의 그런 모습 전부.”

말이 짧아지려 했다.

세나와 많이 가까워졌다고 생각했기에 정우가 잠시 방심하고 말을 짧게 하려던 거였다.

세나는 대답없이 계속 정우를 바라보기만 했다.

긴장한 정우가 재빨리 말 끝을 높였다.

“요.”

정우는 잠시 한번 말 낮추는 시도를 했으나, 눈치를 봐서 다시 꼬리를 내린 거였다.

세나는 말없이 살짝 미소 지었다.

굳이 짜증내지 않았는데도 정우가 알아서 고분고분하게 나왔기 때문이다.

이 남자가 자신이 이끄는 대로 조금씩 따라오고 있는게 느껴졌다.

“왜냐하면”

세나는 선뜻 대답하지는 않았다.

“나중에 얘기해 줄께. 기회되면.”

사실 세나에게는 신선한 질문이었다.

자신이 왜 그러는지에 대해서는 따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정우의 말을 듣고 잠시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다지 좋지 않았던 추억들이 기억나려 했다.

세나는 지금 이 순간 굳이 그런 기억들을 떠올리고 싶지는 않았다.

비록 대답을 거절받긴 했지만, 나중을 기약하는 세나에게 정우는 약이 오르면서도 묘한 희망이 느껴졌다.

세나가 말하는 ‘나중’이라는 단어가 곧 다음 번의 만남을 약속하는 걸로 들렸기 때문이다.

세나가 정우의 병실에 들어온 지도 어느새 사십분이 지나고 있었다.

정우는 시간이 많이 흐른 걸 느끼고 있었다.

자신의 병실을 오래 비운 세나가 아까처럼 곧 일어설 거였다.

마침 세나도 벽에 걸린 시계를 보더니 시간을 계산하는 듯했다.

“시간이 많이 지났네.”

정우의 생각에는 세나가 방을 비운 시간을 계산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사실 세나는 꼭 확인하고 싶은게 있어서 고민한 거였다.

정우가 말한 여자친구가 소희인지의 여부를.

비록 낮에 정우가 부정하긴 했지만 그 말이 쉽게 믿어지지는 않았다.

세나는 소희에게서 메시지가 왔던 그 순간부터 오늘 저녁내로 그 사실을 확인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차였다.

그러나 지금 당장 그 얘길 꺼냈다가는 혹시라도 그 얘기를 하다가 오늘 저녁의 이 시간이 끝날까 아쉬웠다.

오랫만에 안기는 남자의 품이 좋기도 했고, 그 상대인 정우가 마음에 들기도 했다.

우선은 한번 더 관계를 가지고 싶었다.

질문은 그 뒤에 하면 될 거였다.

시간에 쫓긴 세나의 마음이 급해졌다.

정우의 눈에는 곧 일어설 것 같이 보였던 세나의 입에서 뜻밖의 말이 나왔다.

“숙제검사, 지금 바로 할까?”

정우의 가슴을 안고 있던 세나의 왼팔이 정우의 몸을 따라 아래로 미끄러지듯이 내려갔다.

잘 정돈된 네일 끝이 배꼽을 스치더니 단전을 지나 페니스에 닿았다.

세나의 손은 정성스레 녀석의 뒤로 파고들어 숨어 있던 주머니를 매만지고는 다시 녀석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방금 전 세나로 인해 부풀어졌다가 다시 작아졌던 녀석의 끝에 쿠퍼액이 조금 새어나와 이슬처럼 맺혀 있었다.

세나는 엄지손가락을 이용해서 이슬을 오일처럼 정우의 끝 부분에 문질렀다.

새로운 느낌에 정우의 온 몸이 다시 반응했다.

예상 못한 세나의 갑작스런 움직임에 급격히 달아오른 정우가 몸을 돌렸다.

정우는 세나에게 입을 맞추며 세나의 가슴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둘의 혀가 다시 엉켰다.

서로의 손이 상대의 몸을 만져댔다.

세나는 은밀한 곳이 조금씩 흥분되기 시작하는게 느껴졌다.

"아"

세나의 입에서 새어 나오는 소리가 정우를 한층 들뜨게 했다.

정우가 세나의 핑크빛 유륜으로 입을 다시 가져갔다.

다시 봐도 매력적인 유륜에 입을 맞추더니 곧이어 앙증맞은 가슴을 입에 머금고 빨기 시작했다.

"아파."

세나는 정우가 잘못한 건지 아니면 자기의 몸이 준비할 시간이 좀 더 필요한지 스스로도 애매했다.

세나가 아파하자 미안해진 정우가 입을 떼며 주저했다.

"조금 있다가 할래요?"

그러나 세나는 정우의 상체를 뒤로 밀며 눕혔다.

"아냐. 그냥 이대로 해."

세나는 병실을 비운 시간도 신경쓰였지만, 지금의 행위를 빨리 마무리하고 궁금한 것을 확인하고도 싶었다.

시간이 넉넉치 않아 세나는 내심 조급해졌다.

빨리 끝내고 싶어진 세나가 그대로 정우의 상체에 올라타며 삽입을 시도했다.

가슴과는 달리 은밀한 곳은 조금은 준비되었던 듯 싶었다.

약간 아프긴 했지만 그런대로 자신의 은밀한 부위에 정우의 페니스를 넣을 만은 했다.

정우는 세나의 몸에 삽입되는 느낌이 낮과 달리 부드럽지 않은 걸 알아 차렸다.

세나가 얼굴을 찡그리기에 중단할까 싶었다.

그러나 세나의 의사를 존중해서 하던 걸 마저하기로 했다.

상체를 세워 정우 위에 앉은 세나가 허리를 움직이자 세나의 앙증맞은 젖가슴이 귀엽게 위아래로 흔들렸다.

정우는 두 팔을 뻗어 세나의 양 가슴을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정우는 가슴의 가장자리를 부드럽게 자극하며 세나의 움직임에 맞추어 허리를 움직였다.

처음엔 다소 아픈듯했던 세나는 점차 흥분이 고조되며 아래가 부드러워 지는 걸 느꼈다.

세나의 움직임이 조금씩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정우가 왼팔을 뒤로 해서 상체를 지지하며 몸을 세워 세나의 오른쪽 가슴을 입에 물었다.

이번에는 혀를 움직여 아까보다 훨씬 더 부드럽게 마사지했다.

그 자세에서 정우의 허리가 위아래로 다시 움직였다.

자극이 더해진 세나의 몸이 더 격하게 요동쳤다.

곧이어 세나의 고개가 뒤로 젖혀졌다.

정우에게 세나의 눈이 파르르 떨리는 게 보이더니 세나의 온 몸이 그 순간 정지했다.

"아!"

병실문이 닫혀있지 않았다면 분명히 밖에 들릴만한 소리였다.

세나는 자기도 모르게 교성을 내며 순간을 즐기고 있었다.

그 상태로 몇 초 정도 지났을까 세나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나 했어."

이렇게 급하게 마지막을 넘은게 세나 스스로도 신기해졌다.

아마도 지금의 상황과 환경이 자극이 되었던 듯도 싶었다.

지치기도 했고 자세도 불편했던 세나가 자세를 고치며 뒤로 누웠다.

자연스레 정우가 세나의 위로 올라오는 자세가 되었다.

세나가 흥분하는 모습은 정우에게도 많은 자극이 되었다.

하지만 아직 정우는 완전히 끝까지 도달하지는 않은 상태였다.

좀 더 자극이 필요했기에 정우는 체력도 비축할겸 세나의 몸 속 느낌을 음미하며 속도를 줄여 천천히 움직였다.

세나는 정우가 느려지자 아직 남은 것 같이 느껴졌다.

내심 초조해졌다.

빨리 끝내고 할 일이 있었다.

"힘들지? 이번에 내가 도와줄께."

정우는 무리한 동작을 하느라 힘을 많이 소모하긴 했지만, 그래도 할만 하던 참이었다.

도와준다는 게 무슨 의미인가 싶어하는데, 세나가 정우를 몸 위에서 내려오게 했다.

"이번엔 배에 하지마."

세나는 자신의 몸에서 나온 정우의 페니스를 오른손으로 잡았다.

오른손을 서서히 위아래로 흔들기 시작하더니 왼손을 뻗어 정우의 오른쪽 가슴을 만졌다.

동시에 혀끝으로 페니스의 끝을 간지럽혔다.

정우의 흥분이 고조되었다.

달아오른 정우가 엉덩이를 들어 세나의 입에 페니스를 넣기를 원했다.

그걸 알아차린 세나가 고개를 숙여 녀석을 입 안 가득 담아 고개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우는 조그만 입 안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속살이 꽉 잡고서 흔들어주는 듯했다.

정우는 절정을 향해 치달았다.

"나올 것 같아요."

정우의 신호에도 세나는 입을 떼지 않고 고개를 더 세게 움직였다.

누운 채로 내려다보는 정우에게는 세나의 고개가 움직이는 모습 자체가 자극적이었다.

세나의 허락을 받진 않았지만, 저정도로 해주는 거라면, 세나의 입에 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우는 한층 더 흥분되어 참기 힘들어졌다.

"읏"

정우가 애써 참으며 마지막 신호를 내뱉았다.

정우의 온 몸이 뻗뻗해졌다.

세나는 입안의 페니스를 혀로 휘감으며 고개를 계속해서 움직였다.

그러자마자 정우에게서 밀도 높은 액체가 쏟아져 나와 세나의 입 안을 채웠다.

세나는 마지막까지도 고개를 천천히 움직이며 정우의 여운을 도왔다.

뻗뻗해진 몸이 점차 늘어지기 시작했고, 세나 역시 그걸 느꼈다.

마침내 모든게 끝이 나자 세나가 침대 옆에 놓인 수건을 가져왔다.

세나는 입안에 고인 끈적한 액체를 입술 사이로 슬며시 흘리며 입밖으로 내보냈다.

세나는 정우에게 가늘게 눈을 흘기며 입술 아래로 흘러내리는 정액을 수건으로 닦아냈다.

그 모습은 소희가 정액을 삼키던 모습 못지 않게 섹시했다.

정우는 세나가 한층 더 사랑스러워져서 끌어당겨 안았다.

"뭐라 말하는 게 좋을까요? 어려워서 모르겠어요. 숙제 어쩌죠?"

"모르면.. 다음 시간까지 숙제야."

세나는 정우를 안은 채 이 남자가 점점 내 것이 되어가고 있다고 확신했다.

시계를 보니 시간이 꽤 지나는 중이었다.

곧이어 할 일을 마무리해야 했다.

**********

집에서 나온 소희는 정우에게 전화를 다시 걸어 볼까 하다가 그냥 병원으로 가기로 했다.

혹시라도 자고 있다면 공연히 깨울 것 같아 그냥 가 보기로 했다.

제발 세나와 함께 있는게 아니길 간절히 바라며 소희는 조심스레 병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평소 소희의 발걸음으로 20분 정도 걸리는 그 길이 유독 지금은 더 멀게만 느껴졌다.

병원에 빨리 가고 싶은 마음에 발걸음이 급했다.

그러나 아껴 신느라 자주 신지 않던 하늘색 슈즈는 길이 덜 들었는지 발이 편하지 않았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 편한 신으로 갈아 신고 나올걸 싶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거리의 쇼윈도에 비친 모습을 보니 하늘색 롱스커트와 잘 어울렸기에 그냥 가던 길을 걸었다.

하기야, 소희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애초에 집에서 나올 때 부터 복장에 신경쓰고 나온 터였다.

소희는 발이 아픈걸 그냥 감수하고 가기로 했다.

발이 아파서 그런지 마음은 급했지만 평소보다 더 천천히 갈 수 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마음만 앞세워 걷고 있는 소희였다.

단정하게 정리했던 긴 머리칼이 맞은 편에서 불어오는 저녁 바람에 나부끼며 흐트러지고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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