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화 〉 24. 삼자대면
* * *
병실에 들어선 소희의 눈은 분노로 가득 차 보였다.
소희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이거 최세나 환자님이 잃어버렸다던 그거 맞죠?”
소희의 손에는 핸드백에서 꺼낸 은색 금속 실이 들려 있었다.
평소 자상한 친절하고 자상한 모습으로 병원내에 칭송이 자자하던 소희가 아니었다.
세나는 소희에게서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느껴졌다.
세나는 그게 자기 물건임을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오후 내내 찾아다녀도 보이지 않던 그걸 왜 소희가 가지고 있는지 의아했다.
더구나 소희는 세나가 찾아가서 물었을 때 분명히 못 봤다고 한 터였다
선뜻 시인하고 받으려던 세나는 이상한 느낌에 대답을 미뤘다.
살펴보는 척하며 침착하게 생각했다.
세나는 소희가 잃어버린 물건을 찾아주려는 의도로 묻고 있는 게 아니란 걸 깨달았다.
소희에게 세나 자신의 은색 실에 관련된 사연이 있을거라 직감했다.
함부로 답했다간 소희의 페이스에 휘말릴 수도 있었다.
소희가 다짜고짜 화를 내고 있는 반면 세나는 흥분하지 않고 침착하게 답했다.
“그런데요?”
세나로부터 확인받은 소희는 세나를 흘겨보며 지나치더니 정우에게 다가갔다.
이제 정우의 침대 머리맡에 그 물건이 놓여 있던 이유를 확인하는 것만 남았다.
병실에서 그냥 친구삼아 대화만 나눴다는 여자의 귀걸이의 일부가 그냥 머리맡 자리에 떨어져 있을 수는 없었다.
세나의 확인을 받는 순간 은색 실은 둘이서 침대에서 뭔가 격렬한 행위를 했다는 증거로 변했다.
소희가 정우를 노려보며 따져 물었다.
“근데 이게 왜 정우 네 침대 머리맡에 있었던 거야?”
안 그래도 당황하고 있던 정우는 그 말에 깜짝 놀랐다.
정우는 한동안 아무 말 못하고 은색실과 소희를 번갈아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그제야 정우는 오후 늦게부터 소희가 자기에게 쌀쌀맞게 대한 이유를 짐작하게 되었다.
소희는 분명히 낮에 침대에서 자기와 은밀한 행위를 나누던 중 은색 실을 발견했을 터였다.
일단은 시치미를 떼야 했다.
“이게 내 침대에 있었다고?”
소희가 앙칼지게 대답했다.
“그래. 내가 거기서 주웠어.”
“그게 왜 내 침대에 있었지?”
아쉽게도 마음과는 달리 정우의 연기는 어설펐다.
그걸 느낀 소희의 공세가 계속되었다.
“그거야 네가 여기에서 뭔가를 했으니까 그랬겠지!”
정우는 눈 앞이 캄캄해졌다.
당황한 나머지 아무 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숨기자니 소희의 말을 부정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사실을 말하자니 눈 앞의 세나를 봐서라도 그럴 수 없었다.
“그, 그건...”
그 순간 앙칼진 소리가 들려왔다.
“잠깐만요!”
이제야 상황이 이해가 된 세나가 정우의 말을 자르며 끼어든 것이다.
화난 상태의 소희는 만만치 않았다.
이 판국에 끼어들려 하다니 가증스러웠다.
세나를 향해 뒤로 돌아보며 앙칼지게 외쳤다.
"남의 일에 껴들지 마세요!"
그러나 세나 역시 앙칼지기로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았다.
게다가 정우 앞에서 소희에게 밀리는 모습을 보이고 싶진 않았다.
“왜 내 물건을 갖고 그러시죠?”
‘내 물건’은 세나로서는 중의적인 표현이었다.
은색 실을 의미하기는 했지만, '정우'를 의미하기도 했다.
정우를 차지하고 싶은 욕망도 함께 담은 말이었다.
세나는 소희를 바라보며 말하다가 유독 ‘내 물건’ 이라는 단어에서는 정우를 노골적으로 바라봤다.
정우는 세나라는 새로운 변수에 한층 더 당황스러워 하고 있었다.
아까부터 소희와 헤어지고 자신과 사귀자고 강요하던 세나였다.
자신이 거절하자 이 자리에서 소희와 담판을 지으려는 건 아닐까 불안해졌다.
그렇게 되면 소희와는 모든게 끝날 거였다.
정우의 머리속이 아노미에 빠져 들고 있었다.
세나는 소희에게 걸어오더니 손에 있던 은색 실을 낚아채며 조용하게 말했다.
"이거 내 물건인데?"
세나는 표정을 바꾸어 다시 앙칼지게 말을 이었다.
“한참 찾았네. 왜 언니가 내 물건을 안 돌려주고 가지고 있는 거죠? 언제부터 갖고 있었어요?”
소희는 세나가 되려 당당하게 나오자 기가 찼다.
그러나 은색 실을 가지고 따지자 당황했다.
비록 소희가 발견했지만, 어쨋거나 그건 세나의 말대로 세나의 물건이었다.
자기가 그걸 가지고 있을 권리가 없었다.
대답하는 소희의 목소리에는 기세가 한풀 꺾여 있었다.
"늦은 오후부터요."
세나는 이번에는 정우를 돌아보며 말했다.
“이거, 정우 네가 아까 병실 바닥에서 주웠다며 나 준다고 챙겨 뒀다던 거 아냐?”
정우는 이게 무슨 상황인지 당황스러웠다.
자신은 은색 실을 주운 적도, 챙겨둔 적도 없었다.
정우는 세나가 무슨 말을 하는건지 그 의미도, 의도도 이해되지 않았다.
그저 멍하니 세나를 바라보기만 했다.
사실 세나는 지켜보던 중에 정우를 위해 개입한 것이었다.
코너에 몰리게 된 정우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모르게 되자 나선 것이다.
세나는 빠른 계산으로 지금의 분위기가 자신에게 득될 게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
정우가 변명을 못하고 사실을 밝히게 된다면 정우가 이후에 자신을 부담스러워 할 것이 뻔했다.
설사 소희와 헤어지게 된다 하더라도 자신을 부담스러워 하게 될 정우의 마음을 얻기는 힘들 거였다.
자칫하면 자기에게도 피해가 올 지도 몰랐다.
풍기문란으로 병원에서 쫓겨나는 건 둘째 치고, 개인적으로도 무척 창피한 일이 될 거였다.
결론적으로는, 방관하기 보다 도움을 줘서 정우가 지금의 위기를 벗어나도록 은혜를 베풀어 주는게 나았다.
그랬던 세나였기에, 정우가 갈피를 못 잡는 것 같자 속으로 혀를 끌끌 찼다.
‘정말 순진하네.’
정말 거짓말을 못하는 아이 같았다.
하기야 그렇게 착한 게 정우의 매력이기도 했다.
소희를 슬쩍 보니 소희도 당황하는 기색이 보였다.
다행이었다.
세나는 정우를 마저 도와주기로 했다.
계속해서 따지듯 물었다.
“나 준다고 챙겨 놨다면서 왜 이 언니가 갖고 있어?”
세나는 소희가 보지 않는 틈을 타서 살짝 눈짓을 했다.
세나의 눈짓을 본 정우의 눈빛이 밝아졌다.
다행히 정우가 이번에는 알아들은 것이다.
그제야 세나가 자기를 도와주려는 걸 알게 되었다.
정우는 슬쩍 소희의 눈치를 보면서 말했다.
“내가 챙겨 뒀었는데 안 보이더니, 내가 침대에 뒀었나 보네.”
소희는 정우의 대답이 수상했지만 막상 들으니 반박하기 힘들었다.
자기가 잘못 판단한 건지, 아니면 두 사람이 지금 거짓을 말하는 건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워낙 세나가 당당하게 나오자 마냥 의심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정우의 말도 사실같이 들리기도 했다.
지켜보던 세나는 마지막 승리의 깃발을 꽂기로 했다.
“언니 말대로라면 남의 침대를 뒤졌나 본데 그래도 되는 건가요? 그리고 이 시간에 퇴근한 간호사는 면회와도 되는 건가 보죠? 다른 사람들은 못 오게 하는 거 같던데?”
소희는 할 말이 없었다.
마지막 말은 세나의 말이 맞았다.
혹시라도 세나가 병원에 민원을 넣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은색 실을 취득하게 된 사유서라도 작성하게 되면 곤란했다.
“죄송합니다. 어찌 됐건 드릴 말씀이 없네요. 전부 사과드려요.”
소희가 사과하며 누그러지자 그제야 세나도 목소리 톤을 낮췄다.
“사실 나도 저녁 먹고 심심해서 정우방에 놀러 와서 대화나 나눈 건데, 자꾸 남의 병실에 다니다 언니한테 또 보였네요. 그냥 서로 비긴 걸로 하고 넘어가죠.”
겉으로는 당당했지만, 사실 세나 역시 속으로는 찔리는 구석이 있었다.
이 정도면 충분했다.
자신에게 유리하기만한 전장이 아니었다.
너무 코너로 몰 필요는 없었다.
소희는 완전히 누그러져 있었다.
더 이상 소희를 곤란하게 했다간 역효과가 날지도 몰랐다.
“참, 늦게라도 찾아줘서 고마워요.”
세나는 소희에게 가볍게 인사를 하고는 자리를 비켜줬다.
세나를 바라보는 정우의 눈빛에 고마움이 가득 담겨 있었다.
남은 건 정우의 몫이었다.
병실 밖에 나가 문을 닫은 채 잠시 멈춰 서있던 세나가 고개를 숙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잘한거야.'
세나는 이를 질끈 깨물더니 고개를 들고 발걸음을 옮겼다.
자기 병실로 돌아가는 세나의 뒷모습이 어딘가 쓸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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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나가 나가고 둘만 남게 되자 소희가 다리에 힘이 풀린 듯 시트에 걸터 앉았다.
정우에게 묻는 소희의 목소리에 힘이 빠져 있었다.
“어떻게 된 거야?”
은색 실의 경위를 묻는 말이었다.
정우는 짐짓 못 알아들은 척하며 말을 돌렸다.
“저녁 먹고 자는데 심심하다며 놀러 왔더라구. 그래서 얘기하다가 가려는데 누나가 온 거지.”
소희가 눈살을 찌푸렸다.
“그 얘기가 아니잖아. 최세나 환자가 말한 게 사실이야?”
정우가 정색을 하며 답했다.
“귀걸이 실? 아까 다 얘기했잖아. 오해하지마 누나.”
어느새 정우의 연기가 늘어 있었다.
말문이 막힌 소희가 확인을 했다.
“둘이 무슨 일 있었던 거 아니지?”
정우는 소희 옆에 앉아서 다독이며 안았다.
“물론이지. 대화 좀 나눈 게 다라니까.”
저녁 내내 걱정했던 소희는 우려했던 상황은 아닌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정우가 포옹해주는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아직 앙금이 남은 소희는 지레짐작이긴 했으나 마지막 경고를 날렸다.
“너 내가 이번에는 이렇게 넘어가 주는데, 다음에 걸리면 국물도 없어.”
정우는 뜨끔한 속내를 숨기며 소희를 안심시켰다.
“무슨 소리야. 이번에도 다음에도 전혀 그럴 일 없어.”
이제 끝난 건가 싶어 정우는 소희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아직도 입을 삐쭉 내밀고 있던 소희가 뭔가 생각났는지 핸드백을 열었다.
또 은색 실 같은 위험한 물건을 꺼내는 건 아닌가 싶어 정우가 움찔했다.
핸드백에서는 자그마한 봉투가 하나 나왔다.
소희가 볼멘소리로 봉투를 정우에게 건넸다.
“먹어. 머랭쿠키야.”
혹시나 불안했던 정우는 곤란스러운 물건이 아니라 다행이었다.
“이게 왠 거야? 샀어?”
“이모가 줬어.”
“이모? 지애이모?
“응. 오늘 왔어.”
어릴적부터 소희, 소원과 자주 어울리던 정우도 지애를 아는 사이였다.
같이 어울려 놀면서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았으니 소희와 소원처럼 자연히 지애를 이모라고 불렀다.
국제선 승무원일 정도로 날씬하고 예뻤던 지애를 정우는 청소년기까지도 동경했었다.
“아 그랬구나.”
반갑긴 했지만 정우는 더 묻진 않았다.
무엇보다도 소희를 달래는 게 지금은 가장 중요했다.
비로소 소희의 마음이 다 풀린 것 같아 정우는 마음이 놓였다.
이제야 잊고 있던 소희의 사랑스러운 외모가 정우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긴 생머리를 가지런히 늘어뜨린 채 앉아있는 소희는 옷도 사랑스럽게 갖춰 입고 있었다.
소희가 자기를 보러 오면서 이렇게 차려 입고 왔다는 게 신기하고도 고마웠다.
연이어 세나와 뒹구느라 피곤해졌던 몸에서 어느새 힘이 솟아나는 게 느껴졌다.
“누나 지금 정말 예뻐.”
칭찬을 듣자 소희는 기분이 조금 좋아졌다.
차려 입고 온 보람이 있었다.
어느새 화가 봄눈 녹듯이 풀려 버렸다.
“정말?”
“응. 나 때문에 이렇게 입은 거지? 전에는 이렇게 예쁘게 입고 나 만난 적 없었는데.”
동네 동생이었던 정우와 남자친구인 정우는 당연히 달랐다.
소희가 신경을 쓸 수 밖에 없었다.
소희가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그럼. 이젠 남자친구잖아."
화가 다 풀린 게 확실했다.
정우는 그냥 소희를 꽉 안더니 물었다.
“누나, 얼마나 더 있을 수 있어?”
“글쎄. 한 삼십분?”
“잠깐만 기다려. 나 저녁 먹고 양치질을 안해서.”
정우는 소희가 오기 전 세나와 몸을 섞었던 게 생각났다.
씻지도 않은 채로 소희에게 손댈 생각을 하니, 미안해서 그럴 수 없었다.
세면도구와 수건을 챙긴 정우가 바삐 나가더니 채 십 분도 되지 않아 돌아왔다.
머리결에 물기가 남아 있는 게, 급히 샤워하느라 제대로 닦지도 못한 것 같았다.
소희가 놀라며 미소지었다.
“그새 씻었어? 어떻게 그걸 벌써 다해?”
정우가 특유의 너스레를 떨며 소희 옆에 앉았다.
“양치에, 샤워에, 수건까지 빨았어. 군대 다녀오면 이 정도는 다 해.”
소희가 방긋 웃었다.
“가져온 거 먹구서 양치질 하지.”
정우는 깁스한 오른팔로 소희를 안았다.
“더 급한게 있어서”
정우는 고개를 앞으로 하며 이제야 소희의 입에 키스를 했다.
소희가 눈감은 채 정우의 입술을 받아 주었다.
정우는 욕심을 부려 혀를 소희의 입술 사이로 밀어 넣으려했다.
정우의 입에서 갓 양치질한 상쾌한 내음이 느껴지자 소희도 기분이 좋아졌다.
정우의 밀려드는 혀에 자신의 혀를 마중 내보냈다.
저녁 내내 맘고생을 했던 자신을 정우의 혀가 달콤하게 달래주는 듯 했다.
두 사람의 입술 사이에서 혀가 오가는 가운데 정우가 소희의 손을 잡아 자신의 페니스 위에 뒀다.
녀석이 부풀어져 있었다.
“얘 또 이래?”
소희가 수줍게 미소짓는데 그 아름다움에 정우가 취했다.
“샤워할 때부터 이랬어.”
정우는 다시 소희에게 입을 맞추면서 노란색 카디건을 입은 소희의 가슴에 왼손을 올렸다.
정우의 손가락은 소희의 가슴을 자극했고, 페니스는 소희의 손에 계속 신호를 보냈다.
자극과 신호는 소희의 온 몸으로 퍼져 나갔다.
어느새 소희의 깊숙한 곳도 촉촉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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