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화 〉 31. 애절함, 간절함, 그리고 외로움
* * *
세나는 이별을 말하려던 정우의 시도를 키스로 무산시켰다.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아쉬움에 정우를 한번 더 유혹하고 싶어졌다.
쉬고 있던 정우의 페니스를 바지 위로 쓰다듬으며 세나가 속삭였다.
“하고 싶어.”
애절했다.
그제야 세나의 가슴 위에 가만히 올려져만 있던 정우의 손가락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손끝만 움직이던 손가락이 점차 마디마디가 움직이더니 급기야 세나의 가슴을 움켜잡고 주무르기에 이르렀다.
이 밤이 마지막일거라 생각하는 남자는 여자를 달래주고 싶었다.
그러나 이 밤이 마지막이기 싫은 여자는 남자를 사로잡고 싶었다.
둘은 그렇게 서로 다른 생각을 하면서 서로를 탐하기 시작했다.
정우는 세나의 가슴 위에 둔 왼손으로 앙증맞은 가슴을 계속 주물렀다.
손은 맨살을 만지고 싶어했다.
환자복 상의의 줄을 풀고 싶어졌다.
상대가 세나니까 허락을 받아야 할 거였다.
그러나 정우는 허락없이 풀기로 했다.
어차피 마지막일 터였다.
기어오른다고 타박 좀 맞은들 상관 없었다.
“오늘 밤은 좀 기어오를래요.”
정우를 올려보는 세나의 눈빛이 그윽했다.
세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뭐든 마음대로 하라는 의미였다.
정우가 고개를 숙여 둘의 입술이 다시 닿게 했다.
정우의 혀가 세나의 입을 열고 들어가 세나 입안의 부드러운 느낌을 즐기기 시작했다.
세나의 혀가 닿으려 나오자 둘은 다시 엉키며 서로의 타액을 교환하기 시작했다.
정우의 왼손이 세나의 상의를 가려주는 매듭으로 자리를 옮겼다.
매듭을 당기자 상의를 얽고 있던 줄이 풀어졌다.
결을 따라 내려가며 왼손은 모든 매듭을 다 풀어버렸다.
손은 마침내 느슨해진 앞섶을 젖히며 거침없이 그 사이로 들어갔다.
밤공기가 세나에게 차가울까봐 정우는 세나의 상의를 벗기지는 않았다.
왼손으로 환자복 안의 한쪽 가슴을 만지려 하는데 브래지어가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세나의 등 뒤에 머물러있던 오른손이 잠시 내려갔다가 셔츠 안으로 들어가 다시 올라가더니 브래지어의 후크를 풀으려 했다.
익숙치 않은 듯 잠시 헤매었지만 마침내 오른손은 성공했다.
후크가 풀어지자 브래지어는 느슨해졌다.
왼손은 저녁에 이어 다시 세나의 젖가슴에 닿게 되었다.
“예뻐요.”
정우는 입술을 떼고 세나의 작고 귀여운 가슴을 내려다 봤다.
정우의 시선에 세나가 괜시리 민망해했다.
“작다고 생각하면서.”
“그렇지 않아요. 깜찍하면서도 섹시한게 누나한테 잘 어울려요.”
세나가 살짝 웃었다.
“고마워.”
세나의 손은 계속 페니스를 만지고 있었다.
정우가 허리를 숙여 세나의 젖가슴으로 입을 가져가려 했다.
정우는 문득 세나의 손이 아직도 정우의 바지 위에 머물고 있는걸 깨달았다.
바지 안으로 들어오게 하고 싶었다.
“직접 만져 줄래요?”
정우는 요구했다.
오늘 밤은 기어올라도 된다고 허락했으니 요구해도 될 것 같았다.
정우의 제안에 세나는 기뻤다.
마음에 있으니 요구하는 것 같았다.
어쩌면 정우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이라면 그보다 더한 것도 허락해줄 수 있었다.
“나도 만지고 싶었어.”
세나가 정우의 목덜미에 키스하며 대답했다.
세나의 말이 끝나자 정우가 세나의 몸에서 양 손을 잠시 떼어내며 허리를 숙였다.
오른손은 벽을 짚은채 왼손으로 바지춤을 잡고 바지와 팬티를 함께 내렸다.
팔과 다리가 함께 움직이자 정우의 아랫도리는 금새 발가벗겨졌다.
두 겹이나 되는 하의에 속박 당하고 있던 페니스가 힘차게 기지개를 켰다.
녀석은 또 한번의 비상을 꿈꾸는 듯 펄떡였다.
세나가 맨살을 만질 수 있도록 하의를 벗어낸 정우는 그대로 세나의 가슴에 입을 댔다.
자세가 불편하긴 했지만 그런대로 참을만 했다.
세나가 한 손으로 페니스를 잡고 만지는 느낌이 좋았다.
세나 역시 불편한 건 마찬가지였다.
세나보다 키가 큰 정우가 허리를 굽혀 가슴에 입을 댄 모양새였다.
정우가 기껏 노출해 놓은 페니스가 세나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었다.
세나 딴에는 신경써서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만져주고는 있었다.
하지만 최대한 팔을 뻗어 근근히 터치하는 것에 불과했다.
세나는 정우가 젖가슴을 머금고 입술과 혀로 꼭지를 희롱해주는 느낌이 기분 좋았다.
그러나 자신의 손이 정우의 페니스를 만족시켜주고 있다는 확신은 들지 않았다.
지금 세나에게는 자기가 느끼는 것 보다는 정우를 사로잡는게 더 중요했다.
자신의 젖가슴에 얼굴을 묻고 있는 정우의 귀에 속삭였다.
“빨아 줄께.”
소희에게서는 들을 수 없는 적나라한 표현이었다.
가끔씩 세나의 귀여운 입에서 나오는 이런 류의 말은 그때마다 정우에게 짜릿한 쾌감을 느끼게 했다.
정우는 세나의 젖가슴이 자신의 입안에서 바깥으로 입술 안쪽을 서서히 스치며 나가는 걸 느꼈다.
세나는 발아래 놓여있던 하얀 시트 위에 두 무릎을 꿇더니 정우의 페니스를 두 손으로 잡았다.
세나는 페니스에 대고 방긋 웃으며 인사를 했다.
“또 보네?”
정우가 아랫도리에 힘을 줬다.
녀석은 끄떡거리는 걸로 대답을 대신하는 듯 했다.
세나는 페니스 끝을 살짝 머금고서 한차례 혀를 휘감아 돌리더니 살짝 입술을 뗐다.
그러자 페니스 끝에서 실처럼 끈적한 액체 한 줄이 묻어나와 세나의 입술까지 걸쳐졌다.
무릎꿇은 자신의 모습이 어색했지만 이 정도야 해줄 수 있었다.
세나는 자신을 내려다 보고있는 정우의 시선이 느껴졌다.
민망해진 세나가 미소지으며 올려다 봤다.
정우는 세나의 요염한 모습에 넋을 잃고 있었다.
무릎꿇고 얌전히 두손으로 페니스를 받쳐든 자태.
앙증맞은 가슴을 앞으로 내밀고 올려다 보는 수줍은 표정.
자신의 소중한 분신에서 나온 흔적이 닿아있는, 반쯤 벌려진 작고 빨간 입술.
세나가 싱긋 웃으며 입술을 움직이자, 그 입술에 걸쳐있던 액체 한 줄이 끊어지며 어디론가 사라졌다.
저 촉촉한 입술에 다시 끈적한 걸 묻히고 싶어졌다.
“빨아줘요.”
정우의 목소리가 간절했다.
정우가 허리를 앞으로 들이 밀었다.
페니스는 정확히 세나의 입술에 닿았다.
이내 세나의 입이 페니스를 삼켰다.
정우는 오른손으로 벽을 짚고 선 채, 왼손으로는 세나의 뒷머리를 부드럽게 감쌌다.
아래에서 올라오는 아찔한 느낌에 흥분한 나머지 다른 모든 것을 잊고 있었다.
“아!”
정우의 입에서 나지막한 신음소리가 나왔다.
세나의 혀가 기둥 가장자리를 따라 원을 그렸다.
정우의 고개가 뒤로 젖혀지고 있었다.
**********
소희의 집.
소희, 소원 부모님의 침실.
불을 끄고 누운 채였다.
아빠가 걱정스레 말했다.
“처제말야, 왜 이혼했을까?”
염려되는건 엄마도 매한가지였다.
“낸들 아나요, 말을 안하니. 그러고 보니 몇 년 전에 왔을 때 그쪽 집안이 손이 귀하다는 얘기를 한번 한 적은 있었는데.”
“애가 없어서 이혼했을라구?”
“그건 모르겠지만, 암튼 그 때 잘 안 생긴다고 몹시 우울해 했어요.”
아빠는 조금 놀라고 있었다.
처음 듣는 얘기였다.
“그럼 여태 애를 안 만든게 아니라 못 만든거야?”
엄마는 사촌여동생의 개인적인 일이라 아빠에게 얘기하지 않았었다.
지금 역시 화제로 삼기 불편하긴 마찬가지였다.
“노력은 했대는데, 잘 안된다고 했어요 그땐.”
아빠는 괜시리 잘 알지도 못하는 동서에게 짜증나려 했다.
처제가 결혼한 후에도 왕래가 별로 없던 동서라서 가족이라는 감정은 그다지 들지 않았다.
처제가 억울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마음놓고 비난하려 했다.
“동서, 아니 그 놈 탓은 아니고?”
민감한 질문이었다.
많은 경우 남자의 무정자증이 불임의 원인이긴 했으나, 그렇지 않을 수도 있었다.
엄마는 자칫 확실하지 않은 건으로 누군가를 가타부타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 얘기까진 못 들었어요.”
“그래도 설마 요즘 세상에 설마 애 없다고 이혼당할까?”
“당신이 몰라서 그래요. 우리야 모르지만 그 집안이야 그쪽 지방에서 돈 많기로 소문난 집이니 그럴 수도 있죠.”
엄마는 아빠가 오늘따라 더 순진하다고 생각되었다.
물론 물려줄게 적다 하더라도 후손에 대한 애착은 누구나 있을 것이지만, 물려줄게 많다면 얘기가 다를 수 있었다.
엄마는 결론나지 않는 얘기를 그만두고 화제를 돌리기로 했다.
지애 뒷담화를 하는 것 같아서 자꾸 이러쿵 저러쿵하고 싶지 않았다.
“그나저나 당신 토요일 새벽 몇 시에 출발해요?”
“새벽 세시 정도?”
“너무 이르지 않아요?”
“멀기도 멀고, 접대성 자리이다 보니 먼저 가서 준비할게 있어서 좀 일찍 나가려구.”
“그럼 내일은 정말 한잔만 드시고 주무세요.”
“정우까지 불렀는데, 내가 바로 잘 수 있나. 오랜만에 한잔하는 건데 몇 잔만 마시고 자지 뭐.”
“그럼 모레 운전할 수 있으시겠어요? 먼데까지 음주운전하면 안될건데.”
“아. 그렇군. 같이가는 직원더러 오라고 해서 얻어 타고 가야겠어.”
“그래요. 그렇게 다녀 오세요. 난 당신 덕분에 와인이나 잘 먹을께요.”
“그래, 당신이 내 몫까지 마셔.”
“간만에 지애랑 많이 마셔 보겠네요.”
아빠가 마음이 놓이지 않았던지 다시 지애에 관해 얘기를 꺼냈다.
“이혼 얘기할 때, 처제는 괜찮다고 하긴 했지만, 안색이 안 좋더라구. 혼자서 극복하기 쉽지 않을텐데.”
“그럼요. 그게 쉽게 잊혀지나요. 사람도 많이 만나고 해야 아픔이 가시는데 보아하니 저 혼자서 참아온 거 같은데. 걔야 우리 걱정할까봐 그랬겠지만 그 속 깊은 게 이럴 때는 더 독이 되는 거 같네요.”
“그런 의미에서 말이지.”
아빠는 한템포 쉬더니 말을 이었다.
“우리 다다음주 주말에 놀러 가기로 한거 있지? 그때 처제도 가능하면 같이 가는게 어떨까? 당신이나 애들이랑 좀 어울리기도 하고 말야.”
소희네는 2주 후 주말에 아빠의 회사에서 경비를 지원해주는 고급 풀빌라에 놀러가려던 참이었다.
호실내에 스파가 있어 가족끼리만 오붓이 지낼 수 있는 곳일 뿐더러, 수질 좋은 온천지역의 풀빌라라 인기있는 곳이었다.
높은 경쟁률로 인해 이용하지 못하다가 모처럼 빈자리가 생겨 주말에 네 식구가 가려던 거였다.
거기에 지애가 함께 간다 하더라도 이상할 게 없었다.
엄마는 호응을 했다.
불편할 수도 있지만 가족여행에 지애를 불러주는 아빠가 고마웠다.
“그거 좋겠네요. 방도 네개라 어차피 하나 남으니. 내일 얘기해 볼께요.”
"그나저나, 나도 내일부터는 바쁘네. 오랜만에 이리와 봐, 당신."
"왜 이래요. 지애도 있는데."
"뭐 어때. 방에 있을건데."
"마루로 나오면 들려요."
"지금 이 시간에 자고 있겠지. 뭘 그래. 방에서 나오는 소리 들리면 조심할께."
"이 이도 참."
엄마가 아빠에게 안겼다.
밤은 깊어갔다.
두 사람은 뒤이어 지애가 방에서 나오던 소리를 듣지 못했다.
**********
지애는 잠을 못 이루고 있었다.
정우에게 계속 관심을 표하던 소원.
비록 병원에 일하러 간다고 하긴 했지만, 정우를 챙겨준다며 나가던 소희.
남자를 만나러 가는 것 같던 소희의 옷차림.
핸드백 안에 감춰져 있던 갈아입은 속옷.
그 속옷에 넓게 묻어 있는 정액의 흔적.
정액이 묻은 시간이 오래되지 않았음을 증명해주는 은은한 밤꽃냄새.
세 아이의 관계가 쉽게 그려지지 않았다.
소원이의 경우, 원래 명랑하고 주변과 잘 지내는 아이인지라 정우에 관해 단순히 친근하게 생각할 수도 있는 거였다.
소희의 경우도 역시, 자상한 아이라서 정우를 챙겨주는게 이해는 갔다.
그러나 소희의 속옷에 묻은 정액의 흔적만큼은 분명 예사롭지 않았다.
적어도 소희와 정우는 이성관계인 것 같기는 했다.
하기야 생각해보니 소희, 소원, 정우 모두가 다 이미 성인이었다.
자기들끼리 뭘하든 지애가 상관할 바는 아니었다.
'어릴 적 꼬마일때부터 봐온 아이들이 어느새 다 자랐구나.'
지애는 내일 낮에 돌아볼 곳들을 핸드폰으로 찾아봤다.
잠깐만 살펴봤는데 마음에 드는 곳을 찾기 어려웠다.
아무래도 긴 하루가 될 것 같았다.
목이 말랐다.
물이라도 마시려고 방문을 열고 나왔다.
잠든 소희의 가족이 깰까봐 조용히 주방으로 걸음을 옮기는데 안방에서 뭔가 소리가 들렸다.
'언니랑 형부는 아직 안 주무시나 보네.'
괜시리 대화에 방해되기 싫어 불을 켜지 않은 채로 컵에 물을 조용히 따라서 마셨다.
안방에서 나는 소리가 좀 더 커진듯, 아까보다는 어느새 잘 들리기 시작했다.
방문에 가려 잘 안 들리긴 했으나, 귀를 기울여보니 분명히 부부관계 중 나오는 신음소리였다.
민망해진 지애는 얼른 소리나지 않게 방으로 돌아갔다.
부러웠다.
누군가랑 안을 수 있다는게 부러웠다.
외로웠다.
아무도 안아줄 사람이 없어서 외로웠다.
외로울 때 떠올릴 사람이 없어서 더 외로웠다.
뒤척이던 지애는 베개를 안고서 엎드린 채 잠을 청했다.
오랜 세월 늘 그래왔던 것처럼 지애는 습관처럼 엎드려 서서히 잠이 들었다.
지애의 긴 밤이 그렇게 깊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