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9화 〉 39. 허리 아래의 지배자
* * *
띠리리리
타이머가 울렸다.
타이머는 은아와 정우 두 사람에게 남은 시간이 없음을 알려왔다.
은아가 애타는 눈빛으로 타이머를 바라봤다.
정우는 그런 은아의 가슴을 그저 계속 만지고 있을 뿐이었다.
은아는 내심 정우의 손놀림으로부터 벗어나기 힘들었다.
마치 투명한 그물에 사로잡힌 듯 움직일 수 없었다.
바로 저기 앞에 있는 데도, 타이머에 다가가기는 커녕 손 뻗을 수조차 없었다.
띠리리리 …. 띠리리리 …
타이머는 은아의 속도 모르고 자꾸만 울렸다.
더 이상 울리게 놔두는 건 위험했다.
다른 직원이 들어오게 될 지도 몰랐다.
아직 정우는 바지는 물론 팬티도 올리지 않고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은아는 젖가슴을 덮은 채 움직이고 있는 정우의 손을 뿌리칠 수 없었다.
그 손길이 너무나도 감미로웠기 때문이다.
은아는 가까스로 정우를 돌아봤다.
타이머를 끄러 가려면 정우에게서 벗어나야 했다.
그러나 정우의 손길이 싫지 않은지라, 일방적으로 중단시키기 보다는 동의를 구했다.
“잠시만요.”
정우는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정우가 듣기에도 타이머가 여러 번 울렸다.
손을 멈췄다.
은아는 급히 가더니 타이머를 정지시켰다.
잠깐 복도를 향해 귀를 기울였다.
아무런 인기척도 들리지 않았다.
누구도 별다른 주목을 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다행이었다.
은아가 불안해 하는 걸 정우도 알아차렸다.
은아를 염려하며 조용히 물었다.
“괜찮아요?”
은아는 정우에게 다가가며 대답했다.
“네.”
은아가 정우의 옆에 와서 섰다
아무런 방비없는 은아의 허리가 마치 안아 달라고 조르는 듯했다.
정우가 왼팔을 둥글게 감싸며 은아를 안았다.
은아는 자신을 안는 정우의 손에 허리를 맡겼다.
잠시 후 정우의 오른손이 슬며시 오더니 은아의 가슴에 다시 닿았다.
은아는 정우의 손에 간지러웠다.
손이 닿은 허리와 가슴도.
그리고 손 닿지 않은 은밀한 부위 안에서도 간지러움이 느껴졌다..
온 몸이 짜릿해지는 듯 했다.
은아는 정신을 차리려 했다.
아직 정우는 누구에게도 물리치료를 받고 있는 걸로 보여야 했다.
타이머가 울렸는데도 이대로 있어서는 안되었다.
다음 단계로 빨리 진행해야 했다.
그리고 다음 순서인 열찜질은 굳이 물리치료사가 옆에 있을 필요가 없는 치료였다.
그렇기에 자기는 아마도 다른 환자를 치료해야 할 게 분명했다.
지금도 아마 다른 환자가 대기하고 있을 거였다.
서운하고 아쉬웠지만 할 수 없었다.
은아가 조용히 말하며 정우의 손을 잡고 가슴에서 떼어내려 했다.
“이제 그만요.”
정우의 손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마치 타이머만 끄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듯 보였다.
남자는 애라더니.
정우가 고집을 부렸다.
“선생님도 꼭 기분 좋게 해 드리고 싶어요.”
은아는 정우의 모습이 고마웠다.
미소를 지으며 나지막히 말했다.
“이 정도도 충분해요. 많이 좋았어요.”
은아의 손이 부드럽게 정우의 손을 감싸 쥐었다.
그제서야 정우의 손은 은아의 가슴에서 떨어졌다.
아쉬움이 가득 담긴 정우의 눈빛이 은아의 눈에 닿았다.
그 눈빛에 은아는 한번 더 마음이 흔들렸다.
은아가 침대에 앉아있던 정우의 머리를 가슴 가득 안았다.
“고마워요.”
은아는 정우에게 잘 들리도록 고개를 숙이고 속삭였다.
“그런데 치료를 두 개나 건너 뛰고 말았어요. 어쩌죠?”
속삭이는 소리가 정우의 귀를 간지럽혔다.
정우는 귀를 간지럽히는 은아의 나직한 목소리에 기분이 좋았다.
“괜찮아요. 받은 거로 쳐요. 지금 이 치료가 더 좋아요.”
은아가 미소지었다.
정우의 머리를 안은 손에 힘을 주며 꽉 안았다.
정우는 은아의 풍만한 가슴에 얼굴을 묻고 있는 것만해도 좋았다.
거기에 은아가 더 힘줘서 안아주자 그 포근한 느낌이 너무나 좋았다.
그대로 정우가 두 가슴 사이에 머리를 묻은 채 가만히 있는 중이었다.
페니스가 다시 일어섰다.
은아의 귀에 젖가슴에 파묻힌 정우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금 되게 좋아요.”
은아는 가슴 사이에서 공명이 생겨 그런지 가슴이 간지러워졌다.
은밀한 곳도 조금 더 짜릿해지는게 느껴졌다.
정우의 머리를 안고 있던 은아의 눈에 다시 커지는 페니스가 보였다.
방금 전만 해도 힘이 빠져서 축 늘어져 있던 녀석이었다.
갑자기 기지개를 켜는 페니스의 모습이 웃겼다.
자신의 손에 의해 사정 후 기력을 잃었던 그것이,
자신의 가슴에 의해 살아나는 것 같아 재미있었다.
은아는 병원 일을 하면서 실수하고 혼나는 과정을 거듭하며 지냈다.
그런 과정을 거칠때마다 수시로 자신이 무기력한 존재라고 실망하곤 했었다.
그러나 지금 자신의 의지로 이 남자의 페니스를 좌우하고 있는 지금은,
적어도 이것에 대해서는 자신이 지배자가 된 것 같은 생각마저 들었다.
페니스의 주인이 마음에 들어서인지, 페니스도 귀엽고 사랑스러워졌다.
시간이 촉박했다.
마냥 안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은아는 상체를 뒤로 물리며 정우의 얼굴을 가슴에서 떼어냈다.
그 자세로 정우의 눈을 들여다 봤다.
“참 재미있는 분이세요.”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어 정우가 바라보는데, 은아가 키스를 해왔다.
뜨겁고. 강렬하게.
아까 전과는 반대로, 이번에는 은아가 정우의 입술을 빨아당겼다.
정우는 은아가 자신을 가슴에 묻는 것도, 곧이어 강렬하게 키스해오는 것도 그저 좋을 뿐이었다.
그저 은아가 이끄는대로 가만히 있었다.
마음 급한 은아가 입술을 뗐다.
키스하고 싶은 곳이 한군데 더 있었다.
은아의 시선이 정우의 페니스로 향하고 있었다.
은아는 다시 손으로 녀석을 잡더니 고개를 가까이 갔다.
그 끝을 잠시 보던 은아가 녀석을 잡고서 끝 부분에 가볍게 키스를 했다.
은아의 손에 있던 페니스가 꿈틀거리더니, 정우의 허리도 들썩거리는게 느껴졌다.
은아는 다시 한번 자신이 페니스를 지배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자신에게 지배받는 페니스가 너무나도 사랑스럽고 기특했다.
그러나 지금은 가야했다.
은아는 간신히 이성을 차렸다.
은아는 정우의 아랫도리를 입히더니 치료기를 챙겼다.
그런 후 정우를 돌아보며 말하고는 커튼 밖으로 나갔다.
“잠시 기다리세요.”
복도로 나가니 실장이 힐끔 한번 쳐다볼 뿐, 그 외에는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
실장이 시계를 쳐다봤다.
아마도 시간을 체크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금새 실장은 시선을 돌려서 앞에 온 어떤 할머니와 대화했다.
아마도 환자분과 물리치료 부위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는 듯 했다.
실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9번방에 들어가세요.”
자신이 돌봐야 할 환자였다.
정우와의 오늘의 로맨스는 여기서 끝이라는 걸 의미했다.
찜질팩을 챙긴 은아가 정우의 방으로 들어갔다.
앉아있던 정우가 은아를 반겼다.
은아 역시 정우를 보고 환하게 미소지었다.
은아가 가까이 오자 정우가 안으려 했지만, 은아는 고개를 저으며 거부했다.
은아는 바깥에 들릴 정도의 큰 목소리로 정우에게 말했다.
“환자분 누우세요.”
이제 더는 곤란하다는 걸 정우에게 신호한 거나 다름없었다.
그걸 알아들은 정우가 시무룩해지는게 느껴졌다.
귀여웠고, 사랑스러웠다.
은아는 드러누운 정우의 등 뒤에 열찜질팩을 놓고 온도를 체크했다.
옆 방에서 누군가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여기서 들린다면, 옆 방에서도 들릴 거였다.
이제는 정말 그만해야 했다.
“누워서 찜질받으시면서 푹 쉬세요.”
은아는 정우에게 속삭이더니 누워있는 정우에게 가볍게 키스했다.
은아가 나가자 정우는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저 은아의 느낌을 되새기며 누워 있을 수밖에.
누워서 천장을 바라보던 정우는 허리의 따듯한 느낌과 함께 잠들었다.
피로가 누적되서 그런지 잠이 솔솔 왔다.
20분 후 타이머가 울리자 은아는 정우가 있는 방에 들어왔다.
기척이 있는게, 잠들어있던 정우가 깨어나는 듯했다.
은아는 다 식은 찜질팩을 챙기더니 정우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다음에 봐요.”
아직 잠이 덜 깬 정우가 간신히 눈을 뜨니 은아가 미소짓고 있었다.
은아는 아쉬운 듯, 잠시나마 자신이 지배하던 정우의 페니스를 바지 위로 한번 잡더니 그대로 방을 나섰다.
***
물리치료를 마친 정우는 병실이 있는 병실로 돌아왔다.
한숨 푹 자서 그런지 컨디션이 좋았다.
병실에 들어오니 새근새근 잠자며 숨쉬는 소리가 들렸다.
‘이제는 이 방에 나 혼자가 아니지?’
물리치료실로 가기 전에 어르신이 병실로 들어오셨던 게 기억났다.
어제는 비어 있던 그 침대에서 어르신이 누워서 주무시고 있었다.
정우는 어르신의 숙면에 방해되지 않도록 조용히 움직였다.
방에 그냥 앉아있기가 뭐했던 정우는 몸에 남아 있을 크림도 씻어낼 겸 세면도구를 챙겼다.
샤워장에 가서 샤워를 하다보니, 허벅지 안쪽의 붉으스레한 자국이 눈에 띄었다.
어제밤 세나가 남긴 키스마크였다.
아직 조금 남아있긴 했지만, 세나 말대로 곧 없어질 듯 해서 크게 신경쓰이진 않았다.
그것보다도, 깁스를 한 오른팔이 신경 쓰였다.
이제는 익숙해질만도 했지만, 여전히 깁스는 불편했다.
우여곡절 끝에 샤워를 마치고 나와보니 크림에 젖었던 바지와 속옷도 그런대로 말라 있었다.
은아가 정성스레 닦아줘서 그랬던 듯 싶었다.
은아의 손길이 다시 한번 더 생각났다.
병실에 돌아오니 소희가 안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소희는 어르신의 침대 주위에 커튼을 치고 있었다.
혹시라도 깨실까 최대한 조용하고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소희의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반가운 마음에 정우가 부르려 했다.
그러자 소희가 입술에 손을 대며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내 왔다.
어르신이 잠자고 있기도 하거니와, 혹시라도 정우가 사적인 말을 할까봐서 인 듯 싶었다.
소희의 의도를 알아차린 정우가 조용히 다가왔다.
어르신의 자리가 커튼이 쳐져 있기에 안는 것은 괜찮을 듯해서 소희를 안았다.
아침에도 볼키스 밖에 하지 못했으니, 지금은 포옹만이라도 하고 싶었다.
소희는 싫지는 않았으나 정우의 팔을 풀었다.
비록 옆에서 자고 있기는 했지만, 다른 환자가 있었다.
그리고 어르신 바로 옆에서 정우와 안는 게 좀 죄송스럽기도 했다.
소희는 정우의 팔을 이끌어 침대에 앉혔다.
혹시 잠결에 어르신 환자분이 들을지도 몰라서 환자를 대하듯이 말했다.
“조금 후에 원장 선생님 오실 테니 그 때 보시고 퇴원 여부 들으시면 됩니다.”
소희는 정우의 자리에도 커튼을 쳐주고 싶었다.
어르신만큼이나 정우의 프라이버시도 소중했다.
어르신이 깨지 않게 조용히 커튼을 쳤다.
소희가 커튼을 다 치자, 커튼 속에는 소희와 정우만 있었다.
둘만의 공간이었다.
정우는 나긋나긋하게 살살 움직이는 소희의 뒷 모습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웠다
일어나서 소희를 뒤에서 안았다.
소희에게 미안했다.
아침에 나름 어쩔 수 없는 상황들이긴 했지만 다른 사람들을 겪었던 게 미안했다.
그리고 그걸 말하지 못하는 지금도 미안했다.
“나 가야해.”
소희가 속삭였다.
커튼안이긴 했지만, 외부로부터 은폐가 되어서 그런지 지금의 정우의 포옹에 불안하진 않았다.
정우가 뒤에서 안아주는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정우의 팔이 허리께에서부터 X자를 이루며 올라와 소희의 두 어깨를 감싸 안았다.
정우의 팔에 가슴이 슬며시 눌려지는 느낌도 좋았다.
소희는 입으로는 가야한다고 속삭이면서도 팔을 뒤로 돌려서 정우를 안았다.
소희의 팔이 뒤로 돌아가며 정우를 안으니 두 사람의 몸이 더 밀착되었다.
소희는 어깨 위에서 정우의 고개가 묵직하게 누르는게 느껴졌다.
묵직한 중량감은 소희의 등에서도 느껴졌다.
그 때였다.
허리 뒤에서도 어떤 단단한게 누르고 있는걸 소희는 알 수 있었다.
그게 무엇인지도 깨달은 소희의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커튼이 쳐져 있었다.
병실 안에서는 잠든 이의 숨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