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7화 〉 47. 미묘한 기류
* * *
소희의 집
소희가 정우에 앞서 집으로 들어오니 다른 가족들은 이미 다 집에 와 있었다.
“다녀왔습니다.”
소희아빠는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었고, 소희엄마는 부지런히 음식을 만들고 있었다.
그 옆에서는 소희엄마가 만들어 놓은 안주를 소원이 깨작거리며 집어먹고 있었다.
“이모는 어디 갔어요?”
“모르겠네? 아침에 나가더니 아직 안 들어왔어. 저녁에 온댔으니 곧 올 거야. 소희도 와서 엄마 좀 도울래?”
소희를 반갑게 맞이한 엄마는 소원을 돌아 보며 투덜거렸다.
“넌 지금 만드는 것 보다 먹는게 더 많겠다.”
소원은 웃으면서 엄마에게 매달렸다.
“엄마 미안. 맛있는 걸 어떡해.”
소희의 눈에 유독 짧은 소원의 팬츠가 보였다.
짧은 팬츠를 입으니 안 그래도 가늘고 긴 소원의 다리가 더 길고 예쁘게 보였다.
그러고보니 티셔츠도 타이트한 걸로 입고 있었다.
하얀 바탕에 가슴에 뭐라 적힌 셔츠였다.
몸에 붙어 셔츠를 입다보니 소원의 도드라진 가슴을 비롯한 몸매 전체가 잘 드러났다.
물론 동생이 예쁜 게 나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정우도 오는데 짧게 입은 건 눈에 거슬렸다.
“넌 안 춥니?”
소희는 말을 돌려서 소원의 짧은 옷을 나무랐다.
그러나 소원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소원은 까르르 웃으면서 말을 돌렸다.
“술 마실 땐 이게 편해. 언니도 편하게 갈아 입고 나와.”
소희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혀를 끌끌 찼다.
보아하니 부모님도 나무랐을 것 같았다.
하지만 워낙 평소에 철부지인 소원이 말을 안 들은 눈치였다.
소원이 저러니 갈아 입힐 수도 없었다.
소희는 어쩔 수 없이 간단히 세면을 하고, 옷을 갈아 입기 위해 방으로 갔다.
옷장에서 갈아입을 옷을 고르는데, 자꾸만 소원의 복장이 신경 쓰였다.
소희는 소원처럼 짧고 몸에 붙는 옷을 고를까 고민을 했다.
하지만 소희 성격상 차마 그럴 순 없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데, 그 때 현관 벨소리가 들렸다.
소희는정우가 벌써 왔나 싶어 방문을 열었다.
그러나 소원이 더 빨랐다.
소원이 이미 현관문 앞에 가 있었다.
“누구세요?”
부리나케 현관으로 걸어간 소원이 물어보는데, 온 사람은 피자배달부였다.
소희의 눈에 소원이 한숨 쉬며 아쉬워 하는게 보였다.
소원이 왜 그러는지 소희는 이유를 알지 못했다.
**********
소희를 먼저 보낸 정우는 잠시 뜸을 들인 후 집에서 나섰다.
소희의 집에 오랜만에 가는데다, 와인파티를 한다고 하니 간식이나 사서 가져갈까 싶었다.
뭐가 좋을까 잠시 고민하다가 문득 엊저녁에 먹었던 머랭쿠키가 생각났다.
지애이모가 만들어 줬다던 머랭쿠키.
정우는 소희의 집 가는 길의 집 앞 동네카페에 들렀다.
정우는 소희네 집에 머랭쿠키가 남아 있을 것 같아서 마카롱만 한 세트를 샀다.
더 많이 사고 싶었지만, 주머니 사정이 넉넉치 않았다.
그저 성의만 보이는 차원에서 샀을 뿐, 더는 사지 못했다.
손에 간식거리를 든 정우가 소희의 집이 있는 아파트 건물로 다가갔다.
건물 앞에서는 외국 브랜드의 고급 세단이 주차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능숙한 솜씨로 자리를 잡고 차는 정지했고, 곧이어 엔진이 꺼지더니 운전석의 문이 열렸다.
왠 미모의 여성이 차에서 내리는 게 보였다.
작지만 고급진 백을 갖고 내린 그 여자는, 언뜻보니 소희 같은 느낌이 들었다.
소희와 어딘가 닮은 듯한 얼굴이었고, 몸매도 어찌 보면 비슷했다.
자켓으로 감출 수 없는 볼륨있는 가슴,
도도하게 치솟은 힙.
날씬한 몸매에 쭉 뻗은 다리,
크고 시원한 눈이며 갸름한 얼굴까지.
그러나 소희가 그런 고급 세단을 타고 다닐 리가 없었다.
정우가 가까이 와서 보니 그 여자는 소희와 닮았으되 소희는 아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소희가 그 여자를 닮은 것이었다.
“지애 이모?”
상대방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누구? 아. 정우니?”
정우와 지애는 서로를 알아보고 놀라는 중이었다.
두 사람은 오늘 저녁에 보게 될 것을 서로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집 밖에서 보게 되리라는 건 둘 다 생각하지 못하던 참이었다.
“이모 오랜만이에요. 안녕하세요?”
“어머, 정우 맞구나. 오랜만이다, 얘.”
간단히 인사를 나누자 정우가 물었다.
정우는 지애가 고급 외제 세단에서 내린 사실에 놀랐다.
정우의 기억 속의 지애는 차가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외제차를 타고 나타났으니 놀랄 법 했다.
“저거 이모 차에요?”
지애는 차로부터 정우의 관심을 돌리고 싶었다.
자신의 부(?)가 이슈되는 건 민망했다.
지애가 미소 지으며 답했다.
“그렇게 됐어. 너는 많이 근사해졌다? 되게 잘 생겨졌네?”
정우는 지애가 기억하던 앳된 외모의 소년이 아니었다.
지금의 정우는 건장한 청년이 되어 있었다.
훨씬 더 커진 키에, 다부진 체격, 그리고 준수한 얼굴을 갖춘 정우는 꽤나 남자다워져 있었다.
지애의 칭찬에 정우가 머쓱해졌다.
지애야말로 미모가 여전했다.
외모로 칭찬하자면 지애가 더 칭찬받아야 할 것 같았다.
“이모는, 그대론데요? 아니 더 예뻐지신거 같아요. 예전에도 예쁘셨고.”
정우의 칭찬에 지애가 웃었다.
“어머, 그러니? 고맙다 얘. 나이드니 예쁘다는 말이 제일 좋네. 우리 들어가서 얘기할까?”
“네.”
그렇게 둘은 함께 아파트로 걸어 들어갔다.
**********
소희네 집 거실에 또 한번 벨이 울렸다.
이번에도 역시 현관문에 먼저 다가간 건 소원이었다.
몸에 달라붙은 짧은 옷을 입은 소원이 한껏 경쾌하게 물었다.
“누구세요?”
“이모야.”
소원은 또 자그맣게 한숨을 내쉬었다.
소원이 기다리는 사람은 따로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지애가 온 것 역시 반가웠기에 소원의 얼굴빛은 밝았다.
“이모 왔어? 늦었네?”
문을 열자 지애와 함께 정우가 들어왔다.
“소원이 안녕? 나도 왔어.”
소원의 안색이 더욱 밝아졌다.
기다리던 사람이었다.
바로 정우.
“어머, 오빠도 왔네?”
“응. 오다가 이모랑 앞에서 만났어.”
곧이어 소파에 앉아있던 소희도 일어나 인사했다.
“이모 다녀왔어? 정우 퇴원 잘했니?”
정우와 소희는 조금전만 해도 서로 살을 비벼댄 사이였다.
하지만 전혀 티내지 않고 태연하게 인사를 나눴다.
정우의 몸은 소희를 보는 것만으로도 반응했다.
방금 전의 못다 한 스킨쉽의 여운이 남아있었는지, 페니스가 묵직해지려 했다.
하지만 그런 모습을 사람들에게 티내서는 안 되었다.
정우는 최대한 진정시키려 노력했다.
정우와 지애는 곧 집에 들어와서 소희네 아빠, 엄마와도 인사를 나눴다.
정우는 소파에 앉았고, 지애는 방에 들어가서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나왔다.
지애가 나와서 보니 소희와 소원 둘은 약속이나 한 듯 어제와 다르게 둘다 메이크업을 지우지 않은 채였다.
다만 소희와 달리 소원이 몸에 달라 붙는 면티와 핫팬츠를 입은 게 차이랄까.
늘 경쾌한 소원과 어울리는 복장이긴 했지만, 지금은 과하게 선정적으로 보이긴 했다.
“어머, 넌 정우도 온다는데 옷이 왜 그러니?”
어느새 소파에 앉아있던 소원이 재잘거렸다.
“이게 뭐 어때서. 여름엔 학교도 이러고 갈 때도 있는 걸.”
지애는 정우를 슬쩍 떠봤다.
“망칙해라. 말만한 여자애가. 정우는 어때 보이니?”
정우 역시 소원의 복장이 민망해 보이긴 했다.
하지만 그렇게 말했다간 소원이 민망해 할 것 같았다.
정우는 그저 농담으로 얼버무렸다.
“집인데 어때요? 저야 형제 같은 사이라 괜찮아요. 근데 너 안 춥냐?”
소원은 입을 삐쭉거렸다.
“안 추워. 어떻게 언니랑 묻는게 똑같냐?”
그 말에 소희와 정우의 눈빛이 마주쳤다.
대부분 눈치채지 못하는 가운데, 둘 사이에 살짝 미소가 엇갈렸다.
오직 단 한 사람, 지애만이 미묘한 기류를 느낄 수 있었다.
식사준비를 마쳤는지 소희엄마가 모두를 불렀다.
“이리 와서들 식사해요.”
식탁에는 여섯 개의 자리가 놓여 있었다.
소원이 외쳤다.
“난 정우 오빠 옆에!”
소원은 정우를 노골적으로 찾았다.
보다 못해 소희가 물었다.
“너 언제부터 그렇게 정우를 좋아했니?”
“헤헤. 오랜만에 보잖아.”
지애가 핀잔을 줬다.
“내가 더 오랜만 아닌가?”
소원은 까르르 웃으면서 지애에게 다가가더니 지애의 팔에 매달렸다.
“이모랑은 아침에도 옆에서 먹었잖아.”
소원은 눈 앞에 정우가 있는데도 서슴없이 지애에게 매달렸다.
그 탓에 지애의 가슴이 눌리며 모아졌다.
아름다운 여자들이 한데 엉킨 것도 모자라서 지애의 가슴이 눈에 도드라져 보이니 정우는 순간 난감해졌다.
호흡이 조금 가빠지며 페니스에 피가 몰리는 느낌이 들었다.
안 그래도 이 집에 와서 소희를 보자마자 흥분하려는 걸 참는 것도 힘든 터였다.
소원의 과한 복장도 자극되던 참인데, 거기에 지애의 가슴까지 보이다니.
정우는 스스로의 왕성한 기운을 반성했다.
최대한 슬픈 생각을 떠 올리려 노력했다.
‘슬픈 생각. 슬픈 생각’
여섯 사람은 곧 식탁에 앉아 식사를 시작했다.
와인과 함께 피자와 파스타를 비롯한 여러가지 음식들이 곁들여졌다.
음식들은 잡생각을 잊도록 할 만큼 충분히 맛있었다.
“시작은 약한 거로 해야지”
소희의 아빠는 여섯 개의 잔에 라이트한 와인을 따랐다.
도란 도란 이야기가 오가는 가운데 저마다 앞에 있는 술을 마셨다.
달콤해서 그런지 주방에 있던 와인 다섯병 중, 두병이 금새 비워졌다.
소희네 부모님이 대화를 나눴다.
“다들 잘 먹네? 와인이 모자라겠는 걸?”
“당신 퇴근 길에 몇 병 더 사올 거라더니 안 사왔어요?”
“아. 내 정신 좀 봐. 차에 놓구 왔네.”
소희아빠는 사람들을 둘러보며 물었다.
“저기 세 병 다 마시고 더 마실 수 있겠어?”
소원이 좋아라하며 졸랐다.
“아빠, 맛있어. 더 먹자.”
소희아빠가 정우를 바라보니 정우도 웃었다.
“저야 주시면 좋죠.”
“그럼 나까지 세명. 과반수 넘게 찬성하니 가져와야겠군.”
“당신 새벽에 일어나야 하면서 뭘 더 마셔요?”
“정우도 왔는데 내가 좀 더 상대해 줘야지. 적당히 마시면 괜찮아.”
소희아빠가 자리에서 일어서려 하는데 정우가 재빨리 일어났다.
“차키 주세요. 제가 가져 올께요.”
“너 팔 괜찮겠니?”
“왼팔로 들고 오면 괜찮아요. 조심해서 천천히 들고 올께요.”
“아 그래? 잘됐다. 내 차가 어디 있냐면, 지하주차장인데…”
막상 말로 설명하려니까 쉽지 않았다.
리모콘을 눌러서 소리로 확인하면 가능하긴 했지만, 그걸로는 부족했다.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서 오른쪽 왼쪽으로 꺾으면서 가서 눌러야 찾을 수 있는 자리였다.
소희아빠가 뭐라 설명할까 고민하는데, 보다 못한 소희가 나섰다.
“거기 찾기 힘들어. 내가 같이 갈께.”
마침 손님인 정우 혼자 내보내기도 미안했기에 아빠도 허락했다.
“아. 그러면 되겠군. 소희가 같이 다녀와라, 그럼.”
갑자기 소원이 껴들었다.
“나도 갈래.”
소희엄마가 핀잔을 줬다.
“넌 밤에 추운데 그렇게 입고 어딜 가려고 해. 그냥 둘이 다녀와.”
“옷 입고 다녀오면 되지.”
소희가 소원을 말렸다.
“세 명이나 가면 식사자리가 휑하잖아. 넌 그냥 있어. 빨리 다녀올께.”
소희의 엄마랑 아빠도 연이어 말리자 소원이 하는 수 없이 자리에 앉았다.
소원이 입술을 앞으로 내밀었다.
소원의 뾰루퉁한 표정은 숨겨지지 않았다.
조용히 잔을 입에 대던 지애가 알듯 말듯한 미소를 지었다.
소희와 정우의 사이에 눈치없이 소원이 계속 껴들려 하고 있는게 눈에 보였다.
소희는 얇은 자켓을 하나 더 걸치고는 정우와 함께 집을 나섰다.
엘리베이터에 단 둘이 탄 정우의 가슴이 설렜다.
소희에게서 풍겨져 오는 향이 좋았다.
어제 병원에서 소희와 둘이 탔을 때의 설레던 심정이 생각났다.
그때만해도 소희 모르게 소희의 목덜미에 설레여하던 자신이었다.
고작 훔쳐보기나 하던 자기가 지금은 무려 소희와 연인이 된 사실에 기분이 좋았다.
가슴이 두근거리는 가운데 페니스가 슬며시 일어섰다.
정우가 소희를 앞에서 안으며 소희의 배에 페니스를 밀착시켰다.
소희는 배에 단단해진 페니스가 느껴졌다.
"어머, 언제부터 이랬어?"
"누나랑 있을 때는 늘 이래."
소희는 미소지었다.
정우가 상처받지 않게 부드러운 말씨로 거부하려 했다.
“카메라 있어.”
"카메라에는 안고 있는 거만 보일텐데, 뭘.”
카메라에는 발기된 페니스가 소희의 배를 누르는 모습은 안나올 거였다.
“그것도 싫어.”
정우는 내심 아쉬웠다.
여자 입장에서는 그럴만했다.
소희의 말이 이해됐다.
"그럼 카메라 없는 데서는 괜찮지?"
정우는 소희가 수줍게 끄덕거리는게 느껴졌다.
포옹을 푼 정우는 엘리베이터가 지하에 닿기만 바랐다.
엘리베이터를 내리면 어딘가 카메라 없는 곳이 있을 거였다.
정우가 설레이는 가운데, 소희 역시 속으로 설레고 있었다.
소희의 은밀한 곳도 다시 촉촉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