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는 누나-50화 (50/98)

〈 50화 〉 50. 핫팬츠의 소원

* * *

지하주차장

지애의 눈은 썬팅으로 인해 보이지도 않을 차 안을 주시하고 있었다.

차 안에 있던 정우와 소희 역시 돌아보는 지애의 눈만 바라볼 뿐이었다.

둘은 놀란 채로 미동조차 못하고 있었다.

“어쩌면 좋아. 이모가 차로 우리 데리러 왔나 봐.”

소희가 혹시라도 바깥에 목소리가 들릴까봐 염려되었다.

굳이 작게 말할 필요는 없었지만 괜시리 정우에게 소곤거리며 불안해 했다.

불안한 건 정우도 마찬가지였다.

지애와 소원이 저기 있는 이상, 소희와 정우는 차에 계속 있지도, 밖으로 나가지도 못했다.

차에 계속 있다가는 하염없이 시간이 길어질 것이었다.

차에서 나간다 하더라도 문제 될게 뻔했다.

지금부터 옷을 챙겨 입는다해도 시간이 걸릴거였고, 당연히 둘의 관계가 밝혀질 것이기 때문이다.

소원이 핸드폰을 볼에 가까이하며 지애의 옆에 섰다.

그와 동시에 차 안에 있던 소희의 핸드폰 벨이 울렸다.

띠링띠링

정우와 소희의 눈이 마주쳤다.

소희가 재빨리 자신의 핸드폰을 집었다.

혹시라도 벨소리가 밖으로 들릴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둘이 차 안에 있는 걸 바깥의 두 사람이 알게 해서는 안됐다.

소희는 팬티만 입은 채 였고, 정우는 상의만 입은 채였다.

벨소리를 듣고 다가와서 노크라도 한다면 모든게 엉망이 될 거였다.

소희는 마음을 가다듬고 최대한 침착하게 전화를 받으려 했다.

­ 언니 어디야? 아직 안 온 거야? 아니면 벌써 다녀 간 거야?

답이 막혔다.

답이 생각날 때까지 시간을 끌어야 했다.

소희는 짐짓 모른 체 답했다.

“아직 안 오다니? 너는 어딘데?”

두 사람은 겨우 5m도 안되는 거리에서 통화를 하는 셈이었다.

차이점이 있다면 소희는 차 안에서 바깥의 소원을 보고 있다는 점이고, 소원은 소희가 바로 앞의 차 안에 있는 걸 모르고 있다는 점이었다.

소원은 계속 주차장만 바라보고 있었다.

­ 나 아빠 차에 있지. 이모 차로 언니랑 오빠 데리러 왔어.

소희는 이제야 답이 생각났다.

아직 안 온 거라고 하면 지애와 소원이 계속 차 앞에서 기다릴지도 몰랐다.

이미 다녀 갔다고 하는게 옳았다.

시간을 끈 보람이 있었다.

“어머. 우리 벌써 다녀왔는데.”

­ 벌써? 와인박스 무거울텐데?

“응. 정우가 들고 왔어.”

소희는 와인박스가 어디있는지 모르고 있었기에 그렇게 대답한 거였다.

그러나 와인박스의 위치를 알고 있던 정우는 이제야 생각이 나서 소스라치게 놀랐다.

조금 전, 와인박스를 차 트렁크 위에 올려둔 채 소희를 차 안에 밀어 넣었던 것이다.

차를 계속 바라보고 있던 이모의 눈에 어쩌면 와인박스가 보였을 것이었다.

설혹 이모가 아직 보지 못했다 하더라도, 두 사람이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와인 박스를 볼 수 있을 거였다.

와인박스를 가지고 차에 다녀갔다는 소희의 말이 거짓이란 건 금방 탄로날 게 뻔했다.

소원의 핸드폰 볼륨은 작지 않았다.

때문에 옆에 서 있던 지애에게도 통화하는 소리가 다 들리고 있었다.

소희의 대답에 지애의 눈빛이 바꼈다.

와인박스는 분명히 차의 트렁크 위에 있었다.

두 사람이 다녀갔다면 와인박스는 저기에 없어야 했다.

소희가 거짓말을 하는게 확실했다.

두 사람이 차 안에 있는 것도 확실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둘은 차에 꽁꽁 숨어 있으려 했다.

그 이유가 대충 짐작은 됐지만, 함부로 예단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소원은 아직 와인 박스를 보지 못했다.

더군다나 두 사람이 차 안에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하고 있었다.

­ 어차피 이모도 운전 못하겠다고 차 두고 간다고 했는데 잘 됐네. 어디야? 우리도 곧 갈 테니 기다려. 만나서 같이 가자.

소원은 헐렁한 자켓 아래, 핫팬츠로 드러난 자신의 다리가 자기가 보기에도 예뻐 보였다.

누군가에게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싶었다.

소희도 지애도 아닌 그 자리에 있는 다른 사람, 정우에게.

소희는 애가 탔다.

소원과 지애가 빨리 차에서 떠나서 곧장 집으로 가야했다.

다른 변수가 생기면 거짓말이 더 복잡해져야 할 거였다.

“아냐. 먼저 들어가. 정우가 아이스크림 먹고 싶대서 우리는 편의점에 가는 길이야. 오래 걸릴지도 모르니 기다리지 말고 들어가 있어.”

소원은 어떻게 해서든 들어가기 전에 두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 어디 편의점? 나도 갈까?

가만히 듣고 있던 지애가 나섰다.

“밖이 쌀쌀하네. 우리 그냥 들어가자.”

지애의 말소리는 핸드폰을 통해 소희에게도 들렸다.

소희는 지애가 집에 가자고 하는 것 같아 잠시 듣기만 했다.

“이모는 들어가게? 그럼 나 혼자 가서 아이스크림 먹을께.”

“너도 그냥 들어가. 아이스크림 살쪄.”

지애가 소원의 핸드폰을 뺏다시피 가져갔다.

“소희야. 우리 먼저 들어 갈테니 너희도 너무 오래 있지 말고 곧 오렴. 언니랑 형부 기다리신다.”

지애는 중의적인 표현을 남기고는 전화를 끊고는 소원에게 핸드폰을 도로 건넸다.

지애의 말은 소희와 소원에게는 편의점에서 너무 오래 있지 말라는 소리로 들렸다.

그러나 정우에게는 차에서 곧 나오라는 표현으로도 들렸다.

정우는 지애가 눈치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려 했다.

하지만 지애가 표를 내지 않아 정확하게는 알 수 없었다.

“젊은 게 좋네.”

지애가 무심코 혼잣말을 했다.

차에서 일탈할 수 있는 두 사람이 부러웠다.

지애 역시 젊은 나이였고,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혼의 상처와 누적된 외로움에 스스로 위축되어 있던 터였다.

지나간 세월이 아쉬운 마음에 자기도 모르게 나온 말이었다.

부럽고, 부러웠다.

소원이 갸오뚱하며 물었다.

“이모 뭐가 좋다고? 못 들었어.”

지애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 것도 아냐. 집에 가자.”

소원은 계속 편의점을 따라 가겠다고 졸랐다.

그러나 지애는 그런 소원을 말리며 집으로 데려가려고 했다.

차에 앉아 있던 두 사람의 눈에도 둘의 행동이 보였다.

앙탈을 부리는 소원과 달리 지애는 단호했다.

곧이어 소원의 표정에 낙담하는 기색이 보이더니 드디어 지애와 소원이 차 앞을 떠났다.

저만치 걸어가면서 소원이 지애를 끌어 안으며 재롱을 부리는게 보였다.

이제야 둘은 안심을 했다.

다시 둘만 남게 되자 긴장이 풀어졌다.

정우가 소희를 돌아봤다.

알몸이나 다름없는 소희가 자켓을 덮은 채 토끼 눈을 하고 바깥을 바라보는게 너무나 예뻤다.

이제 집에 가게 되면 소희의 나신을 이틀 뒤 일요일 저녁에나 보게 될 지도 몰랐다.

아쉬웠다.

정우는 소희의 자켓을 걷으며 소희를 안았다.

어느새 페니스에 다시 힘이 들어가고 있었다.

방금 전에 지애가 차에서 내리기 전의 순간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소희가 입술과 혀로 다시 페니스를 만족시켜 주기를 바랐다.

소희는 싫지는 않았지만, 더 지체할 수는 없었다.

지금부터 다시 시작하게 되면 또 다시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될 거였다.

자신을 안으려는 정우의 팔을 살짝 밀치면서 정우의 등을 토닥였다.

“늦었어. 이제 그만 가자.”

정우가 투정부리듯이 말했다.

정우의 손이 소희의 손을 잡더니 자신의 아래로 이끌었다.

“누나 한번만~.”

"정말 이럴거야?"

소희가 눈을 흘기더니 정우의 페니스를 잡았다.

곧이어 소희가 페니스를 입에 머금었다.

혀는 정우가 좋아하던 원뿔과 기둥의 경계를 한바퀴 돌면서 자극했다.

정우가 황홀해하며 좋아하는데 소희가 입을 뗐다.

“한번 됐지? 이제 가자.”

정우는 안타까웠지만 할 수 없었다.

정우 역시 시간이 많이 지났다는 걸 알고 있었다.

아쉬운 마음에 정우는 소희를 바라봤다.

소희의 탐스러운 가슴과 앙증맞은 팬티까지 모든게 사랑스러웠다.

“뭐해?”

“잘 기억해 두려구. 이틀간.”

소희가 방긋 웃었다.

“뭐래. 나도 잘 기억해 둘께, 네꺼.”

소희는 정우의 페니스를 다시 한번 잡았다 놨다.

굵고 기다란 그것이 손에 잡히는 느낌이 처음과는 달리 점점 익숙해져 갔다.

둘은 아쉬움을 달래며 곧 옷을 입었다.

차에서 내린 두 사람은 와인박스를 챙겨 집으로 향했다.

**********

소희와 정우 두 사람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다.

다른 네 사람은 식탁에 앉아서 계속 마시던 중이었다.

소원이 두 사람을 몹시 반가워하며 일어서서 나왔다.

“아이스크림 우리꺼는?”

소원은 바깥에 나올 때의 복장 그대로였다.

헐렁한 자켓 아래의 핫팬츠.

그리고 그 아래로 흐르는 날씬하고 매끈한 두 다리.

그러나 정작 정우는 별 반응이 없었다.

소원은 서운해질 지경이었다.

“생각 못했네? 정우만 하나 사먹고 그냥 왔어.”

소희는 편의점에 가지도 않았으면서 잘도 대답을 했다.

“와. 오빠만 먹다니 섭섭하다. 오빠 그러면 다음에 하나 사주기다?”

정우의 눈에 소원의 투정은 언제봐도 귀여웠다.

여느 집 막내동생처럼.

정우가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 그러자.”

정우의 말에 소원이 좋아라 하며 방긋 웃었다.

"와. 좋아."

지애의 눈에 소원이 자꾸 정우와 엮이려 하는게 보였다.

이 세 아이가 어떤 관계인지 점점 그려졌다.

아이스크림 따위에는 관심없는 소희의 아빠가 정우를 반겼다.

“정우 수고했다. 이리와서 앉아라. 이제 2라운드야.”

소희의 엄마가 아빠를 말리고 나섰다.

“당신 이제 들어가서 주무셔야죠.”

“아냐. 정우가 술도 더 가져왔는데, 내가 기본은 해야지. 안 그래 처제?”

지애가 웃으며 답했다.

“그러세요, 형부.”

지애는 소희와 정우 일을 모른 체하고 있었다.

이미 두 사람은 성인이었다.

어제밤 소희의 팬티에 묻어있던 정액의 흔적에 조금은 짐작하기도 했던 터였다.

그랬기에 방금 전의 충격이 완화가 되기도 했다.

어디까지나 조카인 소희의 프라이버시였다.

지애는 두 사람이 스스로 밝히기 전에는 자신은 앞으로도 모른 체 하기로 했다.

“좋아. 달리자구~”

소원이 아빠에게 맞장구를 치며 식탁 아래에 남아있던 와인을 가져왔다.

이내 여섯 명은 다시 앉아서 먹고 마시기 시작했다.

“참. 아빠 엄마, 이모 이사 온대요.”

소원이 지애로부터 들은 게 생각나서 얘기했다.

소희아빠가 놀라며 사실이냐고 묻자 지애가 웃으며 대답했다.

“안 그래도 곧 말씀드리려 했어요. 원래 두 분 계신 근처로 이사오려고 마음 먹었었어요. 그래서 오늘 집 보러 다녀 온 거에요.”

이혼 후 혼자 살면서 지애는 가족의 정이 많이 그리워지고 있었다.

이번에도 친척 중에 의지할 수 있는 사촌언니의 집 근처에 살고 싶어 오랜만에 찾아온 거였다.

소희엄마가 반가워했다.

“잘 됐다. 안 그래도 객지에 너 혼자 있을 것 같아서 걱정했는데, 여기로 오면 가까워지고 좋지. 그래 마음에 드는 집은 있든? 괜찮은 집을 한번에 찾기는 어려울텐데.”

“많이 봤는데, 언니 말대로 여러 군데 보느라 힘들었어. 마땅한 걸 못 찾다가 다행히 급매로 나온게 하나 있길래 바로 계약하고 왔어. 안심해.”

대강의 위치를 들어보니, 가깝지는 않지만 집에서 걸어 갈 만한 거리에 있는,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다.

소희아빠는 지애가 구했다는 집 주변의 시세를 알고 있었다.

“거기 꽤 비쌀건데? 우리가 좀 도와줄까, 처제?”

지애가 미소지었다.

“형부, 고맙지만 안 그래도 괜찮아요. 감당할만해요.”

소희엄마가 물었다.

“그럼 언제 이사오게? 다음달? 다다음달?”

지애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다음주 금요일에 하려구.”

소희의 엄마와 아빠가 놀랐다.

“그렇게 빨리? 준비하는데 괜찮겠어?”

지애가 웃으며 대답했다.

“비어 있는 집이라서 당장이라도 들어가도 돼요. 짐이 많지도 않아서 준비하는 것도 오래 안 걸리구요.”

소희가 물었다.

“이사할 때 우리가 도울께, 이모.”

지애가 웃었다.

“포장이사라서 괜찮아. 일하시는 분들이 다 해 주실텐데 뭘.”

정우도 나섰다.

“짐정리할 때 혼자 하시기 힘드시면 언제든 부르세요.”

소원도 맞장구쳤다.

“그래 이모. 우리가 도울께.”

지애가 웃으며 고마워했다.

"그래, 얘들아. 고마워."

소희아빠가 잔을 들었다.

“자 그럼 오늘 이 자리는 이제 처제 환영식으로 바뀐 거네. 건배할까 우리?”

모두가 건배하면서 외쳤다.

"환영합니다."

"어서 와!"

지애가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말이 나오자마자 모두가 진심으로 환영해 줬다.

이 순간 만큼은 외롭지 않았다.

"모두 감사해요."

여섯 사람은 건배 후 잔을 입에 가져다 댔다.

소원이 잘 마시지도 못하며 외쳤다.

"원샷이야!"

소희가 말렸다.

"너는 잘 마시지도 못하면서."

"맛있잖아. 환영한다면 이 정도는 해야지. 언니랑 오빠도, 아니 모두들 마셔~"

소원은 역시 분위기를 밝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

소원이 사람들을 채근하며 분위기를 만들자 모두가 웃으며 술잔을 비웠다.

본격적으로 술판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제 2라운드였다.

비워지는 술잔들로 인해 오늘 밤 누군가에게 어떤 일이 생길지 아직 아무도 짐작하지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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