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는 누나-56화 (56/98)

〈 56화 〉 56. 이 음란한 순간이 차라리 꿈이었다면

* * *

토요일 새벽.

네시 반을 조금 넘긴 시간.

불 꺼진 소희의 방이었다.

취한 채 침대 위에 엎드려서 자는 사람은 지애였다.

지애는 이상한 느낌이 들어 잠에서 깼다.

묵직한 무게감이 들더니 힙과 두 다리 사이로 부드러운 물체가 비집고 들어오려 했다.

그 때만 하더라도 꿈이려니 싶었다.

분명히 소희의 방이었고, 자신 외에 누군가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러니 꿈이 아니고서야 사람이 자신의 몸 위에서 그러고 있을 거라 상상할 수 없었다.

달콤하고 음란한 꿈이 나쁘지 않았다.

이런 꿈은 꾸고 싶다고 해서 찾아오는 꿈이 아니었다.

어찌 생각하면 설레이기까지 했다.

너무나 외롭게 살아왔었고, 오늘은 술까지 마신 거였다.

단지 꿈이기에 잠시 허락해도 될 것 같았다.

“누나, 나 너무 좋아.”

놀랍게도 꿈 속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정우의 목소리였다.

아마도 저녁동안 마주하고 계속 술을 마셔서인지 정우가 꿈에 나오나보다 싶었다.

소희와 소원과 정우 세 사람의 관계에 대해 너무 생각한 부작용인 듯도 싶었다.

‘아무리 꿈이라지만, 정우가 내게 이렇게 하게 내버려 둬도 괜찮은 걸까.’

그러나 지애 자신은 가만히 있었다.

상대방이 정우의 목소리였지만 굳이 깨려 하지 않았다.

고작 꿈인데 어떠랴.

더구나 정우가 소희와 결혼한 사이도 아니었다.

아직 청춘인 이십대 중반의 소희에겐 한차례 거쳐가는 인연에 불과할 지도 모를 것이었다.

고작 꿈일 뿐이었다.

그리고 지애 자신은 취해 있기에 그 자체만으로도 변명이 될 수 있었다.

외롭게 살아온 삶에 대한 자그마한 보상 같았다.

꿈에서나마 오래간만에 느껴진 뜨거운 감정에 몸과 마음을 맡기기로 했다.

자신도 모르는 음란함이 꿈 속에서 발산한 듯 싶기도 했다.

곧이어 꿈 속의 정우가 목 뒤에 키스해 오는 게 느껴졌다.

온 몸을 묵직하게 누르며 키스하는 입술의 느낌은 특별하진 않았다.

그러나 머리카락을 통해 전해져 오는 느낌은 짜릿했다.

게다가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설렘이 함께 어우러졌다.

지애의 정신이 아득해지려 했다.

어쩌면 그런 생각마저 들었다.

꿈이 아니고, 정우가 아니었으면 좋으련만.

지애는 취한 몸을 꿈에 맡기고 그저 방심한 채 엎드려 있었다.

그러나 지애의 방심은 오래 가지 않았다.

갑자기 뒷덜미에서 따끔하는 통증이 느껴지며 정신이 번득 들었다.

꿈이 아니었다.

정신이 들자 등 뒤에서 자신을 눌러왔다.

그건 바로 꿈이 아닌 현실의 정우라는 걸 지애는 바로 알 수 있었다.

“누나 내꺼야.”

이게 무슨 말인가.

이건 무슨 상황인가.

왜 정우가 자신의 등 뒤에서 엎드려서 자신에게 누나라고 하는 건가.

지애는 정우가 자신의 귀에 속삭이는 이유가 이해되지 않았다.

게다가 자신의 허리 아래에서 음란한 물체가 느껴졌다.

그 미끌거리는 부드러운 그것은,

아마도.

아니, 분명히!

페니스일 터였다.

그것도 소희의 남자친구라 추정되는 정우의 페니스.

지애는 놀란 나머지 미동조차 할 수 없었다.

‘설마? 이건 꿈일거야.’

지애는 몽마에 사로잡힌 건 아닐까라는 생각에 정신을 차려보려고도 했다.

그러나 꿈이 아니었다.

등에서 시작하여 허리를 따라 힙과 두 다리 사이를 거쳐 종아리와 발목에 이르기까지.

누군가가 온 몸을 누르는 게 분명히 느껴졌다.

현실이었다.

꿈이 아니란 걸 확인이라도 시켜주듯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정우의 목소리였다.

“아… 누나, 아…”

나지막한 신음소리아 귀를 간지럽혔다.

힙 뒤에서는 정우의 허리가 리드미컬하게 눌렀다 떼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정우가 움직일 때마다 술냄새가 풍기는게 아직도 술에서 깨지 않은 게 확실했다.

지애의 생각에는, 아마도 정우는 술에 취한 나머지, 지애를 소희로 착각하고 있는 듯했다.

그러나 지애로서는 어찌 됐든 정우를 멈추게 해야 했다.

하지만 그저 의지만 있을 뿐이었다.

아직 지애는 술에서 완전히 깨어나지는 못하고 있었다.

의지와는 달리 몸이 움직이질 않았다.

지애는 정우의 페니스가 힙과 두 다리 사이를 부벼대는 게 느껴졌다.

‘이대로 혹시라도 삽입이라도 된다면?’

그렇게 되게 할 수는 없었다.

지애는 간신히 손을 허리 아래로 내려 보냈다.

아래로 내린 손으로 더듬어보니 팬티는 물론 슬립도 입은 채였다.

다행히도 옷은 벗겨지지 않고 잘 때 입은 그대로인듯 했다.

그제야 지애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잠시나마 지금의 상황을 판단해보려 했다.

지애는 자기 전에 분명히 방문을 잠궜던 게 기억이 났다.

그와 동시에 어제밤 이 방 안에서 소희가 해줬던 말이 생각났다.

소희는 손잡이가 고장났다며 걸쇠로 잠궈야 한다고 했었다.

지애는 술에 취한 나머지 걸쇠를 거는 것을 까마득히 잊고 잠들었던 게 어렴풋이 생각이 났다.

지애는 걸쇠를 잠그지 않은 스스로를 탓했지만 자신의 잘못이라 할 수도 없었다.

지금 당장 일어나서 막아야 했다.

지애의 손이 움직이는 걸 느껴서일까,

정우가 대화를 걸어왔다.

“누나, 일어났어?”

지애는 선뜻 답을 할 수 없었다.

자신이 깨어 있다는 것과, 자신이 소희가 아니라는 것, 그리고 너는 당장 멈춰야 한다는 것.

그 여러가지를 어떻게 얘기해야 할 지 머리 속이 잠시 혼란스러웠다.

정우가 곧바로 말을 이어왔다.

대답을 바라고 질문한 게 아닌 듯했다.

어느새 정우의 허리가 움직임을 멈추고 있었다.

“누나, 나 오분만 있다가 금방 일어날께. 이 정도는 괜찮지? 어제도 여기까진 봐줬잖아.”

지애에게는 정우의 말은 오분만 안고 있겠다는 소리로 들렸다.

정우의 말로 봐서는 아마도 소희가 허락한 한계가 이 정도까지인 듯 했다.

그러고 보니 정우가 자신의 아랫도리를 벗겨내지 않은 이유가 납득이 되려고도 했다.

적어도 정우가 자신을 범하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애에게 마음의 여유가 조금 더 생겼다.

조금만 더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도 될 듯 했다.

그 뒤에 정우를 멈추게 하면 될 것 같았다.

“누나? 아직 자?”

지애가 움직이지 않아서일까 정우는 한번 더 확인해 왔다.

지애가 보기에는, 정우는 아직 지애가 깬 걸 모르는 듯 싶었다.

어찌보면 자신이 깬 걸 모르는게 다행이었다.

사실 지애는, 자신이 깨자마자 정우를 멈춰야 했다고 생각했었다.

나중에라도 자신이 정우의 음란한 행동을 알고도 가만히 있었던 걸 설명할 방법이 없을 듯했다.

이왕 정우가 자신이 깬 걸 모르는 지금은 이대로 있는게 어찌보면 나을 듯 하기도 했다.

새벽이고 곧 날이 밝아올 거였다.

오분 정도만 있으면 정우가 정말로 일어날 지도 몰랐다.

그렇게 되면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될 거였다.

정우가 움직이지 않자, 지애의 다리 사이에 끼어있던 정우의 페니스의 느낌도 서서히 사그러지는 듯 했다.

아마도 녀석도 취중에 작아지고 있는 듯했다.

굳이 정우를 따끔하게 혼내 주고 싶지도 않았다.

비록 몇 년 만에 만나긴 했지만, 정우 역시 자기가 아꼈던, 조카뻘 되는 아이였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정우는 실수한 거고, 자신은 운이 나빠서 단지 그 자리에 소희 대신 있었을 뿐이니.

지애의 생각에도, 여기는 소희의 방이었고 지금은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소희와 자신의 체형이 유사하니 술 취한 정우가 혼동할 만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저 지금만 넘기면 그걸로 족할 듯했다.

무엇보다도 술 때문에 움직이기도 힘든게 지애가 어찌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였다.

엎드린 지애가 정우에게 안긴 채 잠시 시간이 지났을까.

지애는 이대로 모른척 넘어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지금은 기억나진 않지만, 과거에 어렸던 정우가 자신을 바라보던 동경의 눈빛을 모른 척할 때처럼.

순간적으로 어제 저녁 정우를 처음 만났을 때의 듬직했던 모습이 떠 올랐다.

그리고 술 마시는 중에 계속 웃음을 자아냈던 정우의 모습들이 생각나기도 했다.

소년에 불과했던 정우가 어느새 많이 자라 남자가 되어 있었다.

지애는 세월이 많이 지났음을 느꼈다.

혹시 정우가 이대로 간다면 없던 일로 할 것이었다.

만일 자신이 제지하게 된다면 너무 상처받지 않도록 적당히 주의를 주는 걸로 마무리하면 되겠다 싶었다.

그 때였다.

잠시 멈춰 있던 정우의 허리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분만 있겠다며?’

지애는 정우의 움직임에 속으로 애가 닳았다.

지금이라도 술에서 금방 깬 척 일어나 멈추게 하고 싶었다.

“아. 누나. 너무 섹시해. 누나도, 속옷도.”

술에 취한 정우는 스릴 때문인지 금새 흥분했다.

지애의 허리 아래에서 정우의 페니스의 존재감도 다시 구체적으로 느껴졌다.

힙과 허벅지 사이를 쓸며 위아래로 움직이는 그것의 느낌이 실크를 통해서 지애의 은밀한 곳에도 전해져왔다.

일어나야 했다.

적어도 정우를 부르며 저지라도 해야 했다.

그러나 지애는 그러지 못했다.

지애는 한편으로 자신의 몸 속 깊은 곳에서 본격적으로 솟아나오는 설레임에 놀라고 있었다.

남자의 생생한 신음소리를 들은지 몇 년 만이었다.

반복되는 정우의 신음소리가 어느새 지애의 청각을 마비시키며 본능을 해방시키고 있었다.

게다가 난데없는 정우의 페니스에 은밀한 곳이 음란하게 비벼지고 있었다.

은밀한 곳을 비비는 실크의 느낌에 지애는 잠시지만 이성의 끈을 놓칠 지경이었다.

그 순간, 정우의 오른손이 지애의 몸 앞으로 돌아오며 지애의 가슴을 덮쳐왔다.

정우는 왼손으로는 체중을 지탱하면서 오른손으로 지애를 유린하려 했다.

불편했던지 저녁 내내 차고 있던 오른손의 보호대는 어느새 풀어버린 듯 했다.

정우의 오른손은 엎드린 지애의 슬립 옆으로 파고들어 브래지어 안으로 들어와 버렸다.

술에 취한 탓일까 손에는 부드러움이라고는 전혀 없었다.

마치 용서없는 정복자처럼 손은 지애의 부드러운 가슴을 움켜쥐고 주무르기에 바빴다.

이미 본능의 눈을 뜨고 있는 지애였다.

아래에서 계속 움직이며 자극해 오는 정우의 페니스의 느낌만으로도 충분히 혼란스러웠다.

거기에 젖가슴에까지 정우의 손이 압박해 오자 수년만에 쾌감이 속에서 솟아올랐다.

전혀 예상 못한 정우의 손에 지애의 오른쪽 가슴이 주물러지자 지애는 정신이 아득해졌다.

기품과 정숙이라는 단어에 갇혀있던 지애가 스스로 틀을 깨버리게 되려는 순간이었다.

“누나, 가슴 너무 사랑스러워. 엎드려서인가 더 커진거 같아.”

정우의 말은 지애를 설레이게 했다.

하지만 동시에 지애에게 주의를 환기시키기도 했다.

번득 정신이 든 지애가 가슴을 주무르는 정우의 손을 잡으려 할 때였다.

“누나. 나 이대로 할 것 같아.”

지애는 놀랐다.

지금은 가슴이 문제가 아닌 듯 했다.

이대로 정우가 사정하면 소희의 이불에 흔적이 남을 거였다.

그것만은 막아야 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있었던 일을 소희가 알게 할 순 없었다.

'안돼.'

지애는 간절한 마음에 젖먹던 힘까지 짜내어 손을 움직였다.

지애의 손이 자신의 은밀한 곳 앞으로 빠르게 내려갔다.

손은 은밀한 곳에 비벼지는 정우의 페니스를 잡았다.

그러나 멈추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마지막 사정이 임박한 페니스는 세상 무엇보다도 단단해져 있었다.

그러지 않아도 실크의 촉감과 두 다리의 압박이 자극적인데다 지애의 부드러운 손에 잡혀서일까.

위아래로 움직이던 정우의 페니스는 새로운 자극을 받자 그만 터져 나오고 말았다.

꿀렁 꿀렁.

저녁 이후 수차례 밀봉되었던 히멀건한 액체들이 쏟아져 나왔다.

지애는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그나마 다행스러운건 지애의 손바닥이 정액을 받고 있다는 거였다.

지애는 엎드린 채, 한 손을 은밀한 곳 바로 아래 두고 있었다.

그리고 은밀한 곳 뒤에서 자신을 비벼대던 정우의 페니스에서 나오는 정액을 새지 않도록 받고 있었다.

지애의 허벅지도 페니스를 조여왔다.

페니스에서 나오는 액체 한방울조차 소희의 이불에 닿지 않도록 해야 했다.

정우는 그런 지애의 안타까움은 전혀 모른 채 허리를 움직이기에 바빴다.

정우는 마지막 한방울이 나올 때까지도 허리의 움직임을 늦추지 않고 여운을 즐겼다.

“고마워. 누나.”

정우의 목소리는 여전히 취해 있었다.

이미 지애의 손이 확실하게 움직였고, 정우의 페니스를 잡기까지 했다.

정우도 지애가 깬 걸 아는게 분명했다.

단지, 그게 소희라고 착각하고 있을 뿐.

지애는 이 황당하고 당황스러운 상황을 어찌해야 하나 싶었다.

정우가 자신을 덮치고 사정한 것도 황당했지만,

자신이 정우에게 느낄뻔 했다는 것도 당황스러웠다.

정우에게 어떻게 야단을 치고 뒤를 수습해야 하나 막막하기만 했다.

'이 순간이 차라리 꿈이었다면'

그 순간이었다.

찰칵

거실에서 스위치 소리가 들렸다.

두 사람이 있는 방문 아래 틈새로 빛이 스며 들어왔다.

누군가에 의해 거실 불이 켜진 거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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