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8화 〉 58. 지애의 가쁜 숨
* * *
토요일 새벽.
불 꺼진 소희의 방.
거실이 다시 비워지고 조용해졌다.
거실의 불이 꺼지자 그나마 방문 밑으로 스며 들어오던 빛이 다시 사라졌다.
방 안에도 어둠이 다시 찾아왔다.
그저 창에서 들어오는 빛으로 사물의 실루엣 정도만 식별할 수 있을 뿐.
정우가 집 안의 다른 사람들 모르게 소희의 방에서 나갈 수 있는 기회였다.
이 기회가 오래가진 않을 것이었다.
거실에서 들려오던 대화로 봐서는 안방에서 소원이 오래지 않아 나올 듯했기 때문이다.
정우는 이 방에서 지금 당장 나가야만 했다.
정우도, 지애도 그걸 알고 있었다.
“누나, 나 지금 바로 나가봐야 할 것 같아.”
정우는 여전히 자신의 몸 아래에 엎드린 있는 사람이 소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여전히 그녀의 손안에 페니스가 잡혀 있는 채였다.
부드러운 손 안에서 쥐여 있는 느낌이 좋았다.
아쉬웠지만 이제 정리해야 할 때였다.
지애는 그러잖아도 취한 상태에서 정우의 스킨쉽에 잠에서 깨어 정신이 없던 참이었다.
당황한 중에도 침구에 정우의 정액이 묻지 못하게 하려고 페니스를 쥐고 있었다.
그런데 거실에서 불이 켜지고 언니에 이어 소원의 목소리까지 들리자 난감한 나머지 그대로 쥐고 있던 것이다.
정우의 아래에 있던 지애는 정우의 말이 들리자 정신을 차렸다.
지애는 무안해하며 손에서 정우의 페니스를 놓았다.
지애의 두 다리도 풀리며 정우의 페니스가 빠져나가는 걸 허락했다.
지애는 페니스가 올라가면서 남아있는 끈적한 액체를 자신의 다리와 팬티 아래에 묻히는게 느껴졌다.
끈적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지애는 차마 고개를 돌릴 수가 없었다.
지금의 자세로는 정우를 야단치기도 적절하지 않았다.
음란하게도 자신의 손안에 정우의 정액이 가득히 있었다.
게다가 자신의 허벅지와 팬티에도 정액이 묻어 있었다.
민망했다.
야단을 치게 되더라도, 간단히 마무리할 수도 없을 것 같았다.
뭐라고 얘기해야하나 난감했다.
말이 길어지다보면 누군가 또 다시 거실로 나올지 몰랐다.
그리고 자신의 정체를 밝힌다면 아마도 정우가 몹시 놀랄 거였다.
그 역시 새로운 변수가 되어 정우로 하여금 또 다른 실수를 하게 할 수도 있었다.
지애는 그냥 정우가 이대로 빨리 나가줬음 싶었다.
상황이 수습된 뒤에 나중에 정우를 다그쳐도 늦지 않을 듯 했다.
아무리 사귀는 사이라 하더라도 상대의 동의없이 일방적으로 뒤에서 덮치는 건 잘못이었다.
그걸 훈계할 필요야 있었지만 꼭 지금 할 필요는 없을 듯했다.
게다가 정우는 자신이 알기로 순하고 성실한 아이였다.
언제든 대화로 풀 수 있는 상대였다.
그런터라 지애는 끝내 자신이 누구인지 당장 밝히지는 않고 싶었다.
고개를 돌리지 않았고,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
아무 말없이 그저 정우가 나가기만 기다렸다.
“내가 티슈 가져올께.”
정우는 일어나는대로 소희의 책상으로 가서 티슈를 몇 장 뽑았다.
어둡지만 어디에 책상이 있는지 정도는 원래 알고 있었다.
정우는 티슈를 가져다 엎드려 있는 그녀의 다리 사이를 정성껏 닦았다.
정우의 페니스를 쥐고 있지 않던 그녀의 다른 손이 힙 뒤로 와서는 손짓을 했다.
아마도 티슈를 달라는 듯했다.
정우는 그 손에 티슈를 쥐어줬다.
티슈를 받아든 손은 엄지손가락을 오므려 티슈를 잡더니 다른 네 손가락을 편 채로 손목에 스냅을 주며 흔들었다.
아마도 그냥 나가라는 신호 같았다.
정우는 소희가 지금 자신에게 빨리 나가라고 신호하는 걸로만 느껴졌다.
그러나 정우는 소희를 이대로 남겨두고 가기가 미안했다.
“나 가라구? 내가 마저 닦아주고 갈께.”
그녀의 손이 손목에 스냅을 주며 계속 움직였다.
거절하는 듯 했다.
정우는 어째 말 한마디 하지 않는 소희의 기색이 심상치 않았다.
“누나 혹시 기분 상한거야?”
기분이 상한 건 맞았지만, 상대방은 소희가 아닌 지애였다.
대답할 수 없는 지애는 답답해졌다.
그냥 빨리 알아듣고 가면 될 것을.
지애는 손목을 좌우로 저어 아니라는 표현을 했다.
그 뒤, 다시 스냅을 주며 정우가 가도록 재촉했다.
이제 와서 내가 누구라고 밝히는 것도 마땅치 않았다.
오직 손의 움직임만으로 의사전달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누나 기분 상한거 아니지?”
정우는 소희가 기분 상했을까봐 그게 가장 두려웠다.
그녀의 손목이 다시 한 번 좌우로 움직였다.
기분 상하지 않았다는 의미 같이 보였다.
다행스러웠다.
“알았어. 나 그럼 갈께.”
말을 마친 정우는 그제야 벗어 둔 옷을 챙겼다.
옷을 입고 추스리는 동안에도 그녀는 이불에 얼굴을 묻고만 있었다.
그녀는 엎드려 누운 자세에서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정우는 소희가 아직 많이 취해있나보다 싶었다.
취해서 쉬고 싶을 소희를 더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떠나기 전에 소희의 입술에 키스하고 싶었다.
그러나 얼굴을 애써 이불 깊숙이 묻고 있는 터라 그럴 수 없었다.
소희의 휴식에 방해되지 않도록 정우는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그녀의 목덜미에 키스했다.
정우는 그걸로 아쉬웠는지 슬립이 덮지 않은 등에도, 힙에도 키스를 한번씩 했다.
힙 아래 드러난 맨살의 부드럽고 매끈한 느낌이 좋았다.
탐스러운 그 곳에서 입술을 떼고 싶지 않았다.
조금만 더 내려가면 은밀한 곳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정우가 다시 욕심을 부리기 시작했다.
은밀한 곳에 입 맞추고 싶어진 정우의 입술이 서서히 힙을 따라 내려갔다.
그녀의 두 다리가 조금씩 흔들리는게 느껴졌다.
입술이 힙의 곡선을 타고 두 다리 사이로 움직여 들어갔다.
아마도 눈 앞의 실크로 된 팬티를 들추면 그 뒤에 소희의 샘물이 기다리고 있을텐데.
소희가 화나 있지 않다면, 어쩌면 두 다리를 열어 은밀한 곳을 입술에 허락해 줄지도 몰랐다.
마치 조금전 손가락이 닿도록 허락해줬을 때처럼.
갑자기 두 다리가 조여졌다.
소희는 이번만큼은 아래에 키스를 허락하지 않는 듯했다.
정우는 어쩔 수 없이 그제서야 힙에서 입술을 떼고 고개를 들었다.
싫다는 소희를 상대로 시간도 없는 지금 억지로 더 범할 수가 없었다.
이제는 가야 했다.
간신히 입술을 떼자 정우의 마음이 그제서야 급해졌다.
“누나 나 그럼 정말 갈께. 나중에 봐.”
말을 마친 정우는 서둘러서 문으로 다가갔다.
귀를 기울여 확인하니 거실에 인기척이 없었다.
다시 한 번 확인한 정우가 방문을 열었다.
예상대로 거실의 불이 꺼져있었고, 아무도 없었다.
그대로 조용히 현관까지 걸어간 정우는 살며시 문을 열고 그대로 나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건물 밖으로 빠져나가니 바깥 공기가 시원하고 상쾌했다.
내일 일요일 저녁에 소희와 자신의 집에서 함께 지낼 생각을 하니 바지 앞섶이 다시 부풀어 오르는 듯 했다.
소희와 헤어지기 전 키스를 하지 못한 건 묻어 뒀다가 다음번에 마음껏 하면 될 터였다.
집으로 가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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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가 방에서 나가자 지애는 정우에게서 받은 티슈로 손 안의 끈적한 액체를 닦아냈다.
양이 많기도 했다.
몇 장의 티슈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그러나 정우가 언제 방문을 열고 다시 들어올지 알 수 없었다.
그랬기에 지애는 아직까지는 엎드린 그대로 있었다.
귀를 기울이니 정우가 현관문을 닫고 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제서야 지애는 일어나서 티슈를 가져와서 남은 걸 마저 닦아냈다.
손바닥에 고여있던,
두 다리와 힙에 묻어있던,
그리고 팬티 아래 묻어있던 그 점액질의 액체들을.
닦고 있노라니 팬티 안에서도 습한 기운이 느껴졌다.
정우의 정액이 어느새 팬티의 섬유를 통과해서 피부까지 닿은건가 싶어 놀라 만졌다.
그러나 팬티의 바깥 부분은 건조해 있었다.
그 곳을 적신건 정우가 아닌 자신의 몸에서 나온 이슬이었다.
정우로 인해 가슴을 졸이느라 지애의 이성은 긴장하고 있었지만, 몸은 이미 반응했고 있었던 것이다.
지애는 새삼 당황했다.
꿈이 아닌 걸 안 뒤에도 몸이 뜨거워져 있었던 걸 이제야 깨달았다.
어두운 방, 혼자 남은 방이었다.
지애는 부드러운 이불에 몸을 바로 뉘여 천장을 보고 드러 누웠다.
지애의 손이 다시 팬티로 다가갔다.
손가락은 팬티 안으로 살며시 들어가더니 습기가 느껴졌던 곳의 근원을 찾았다.
촉촉함이 느껴졌다.
‘언제였더라.’
마지막으로 자신의 은밀한 곳이 젖은 게 언제였는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이혼하기 몇 년 전부터 이미 전남편과의 관계는 중단되었었다.
게다가 그 이전에도 남편과는 의무적인 관계가 이따금씩 있었을 뿐, 애정을 느끼며 안았던 건, 한 참도 전이었다.
보수적인 성격의 지애로서는 다른 남자를 만나는 것도 내키지 않았기에 그저 남자는 잊고 살아왔었다.
이혼 후에도 그런 삶이 마찬가지로 계속되었던 터였다.
아래에서 느낀 촉촉함은 지난 몇 년 간 처음으로 느껴 본 거였다.
어쩌면 자신의 몸에 마지막으로 닿았던 남자의 성기만큼이나 더 오래되었을 그 이슬들.
손가락은 어느새 은밀한 곳의 초입을 부드럽게 어루만지고 있었다.
조금씩 몸이 뜨거워졌다.
기분이 좋아졌다.
안타까웠다.
이 좋은 기분을 잊고 살았다니.
‘왜 나는 남들 같은 이런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살았었나.’
이혼의 와중에 거액의 위자료를 받긴 했었다.
그러나 고작 돈이나 받으려고 결혼한 것도 아니었다.
사랑하고 싶었는데 사랑하지 못한 지난 삶이 원망스러웠다.
원망은 자신을 흔들어 놓은 이 집에서의 이틀의 시간으로도 이어졌다.
그동안 그래도 나름대로 혼자 잘 살아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고작 이틀만에 이런 혼란을 느끼게 하다니.
그리고 그 원망의 끝에는 정우가 있었다.
아무리 착각했다지만 자신에게 파렴치하게 건드린 정우가 거기에 있었다.
숨이 가빠지며 원망스런 정우의 모습이 그려졌다.
부드럽게 자신의 아래를 어루만지던 손가락과
허벅지 사이를 문지르던 거대한 기둥과
난폭하게 젖가슴을 쥐어짜던 무례한 손길,
그리고 손안에 잡히던 그 딱딱하고 살아 숨쉬던 페니스 그 자체.
마지막으로, 자신의 소중한 곳을 범하려 했으나, 차마 허락하지 않은 바람에 물러가 버린 그 입술까지도.
지애의 원망이 가득 담긴 손길이 자신의 아래에 닿아 있었다.
손가락은 원망스럽게 은밀한 곳 안의 돌기를 만지고 있었다.
역설적이었다.
분명 불쾌하고 당황스러운데
한편으로는 뜨겁고 두근거렸다.
지애는 자신이 원망하는 건지, 원하는 건지도 불확실했다.
그저 지금의 가쁜 숨을 참기에 바빴다.
자신이 왜 이러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래. 술 때문이야.’
술 때문이었다.
술이 아니라면 몸이 이렇게 뜨거워질리가 없었다.
자신에게 반박 못할 술이기에 핑계로 삼기에도 좋았다.
손가락을 멈춰야 했지만 멈출 수 없었다.
불꺼진 방에서 혼자 갈등하는 지애의 손이 앙증맞은 팬티의 라인에서 들어가지도, 벗어나지도 못하고 머물러 있었다.
그 때였다.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더니 곧이어 소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무슨 소리가 났는데? 누구세요?"
정우가 나가는 소리를 들은 소원이 뒤늦게 방에서 나온 듯 했다.
소원이 거실 불을 켜는 소리가 들리고 불빛이 다시 방문 아래로 스며 들어왔다.
지애의 손가락이 멈췄다.
자신을 멈추게 한 소원의 목소리가 마냥 반갑지만은 않았다
주변을 휘감고 있던 침묵이 흩어진게 아쉬웠다.
지애의 입에서 자기도 모르게 한 숨이 새어 나왔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