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는 누나-59화 (60/98)

〈 59화 〉 59. 뜨거운 물줄기

* * *

소희의 집, 새벽.

소원은 안방에서 엄마를 안은 채 누워 있었다.

엄마는 피곤한지 금새 잠이 들었고, 소원 역시 잠을 청했다.

아쉬웠다.

아무도 없는 새벽의 고요한 거실.

그 곳에서 정우와 속삭여 보고 싶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정우는 집에 가고 없었다.

‘지가 뭐라고 나한테 관심을 안 가져?’

야한 옷차림에도, 이따금씩의 접촉에도 정우는 자신에게 특별한 관심이 없어 보였다.

그런 정우의 태도는 소원을 짜증나게 만들고 있었다.

짜증은 소원을 되려 안달나게 만들고 있었다.

소원은 새벽의 자신의 행동이 생각나자 스스로도 어이가 없었다.

저녁에 정우를 핫팬츠로 유혹하려 한 것만 해도 나름 베풀어 준 거였다.

그걸로도 모자라서 잠든 정우의 바지를 벗기고 페니스에 입을 대기까지 하다니.

아빠를 찾는 전화가 아니었다면 더한 것도 했을 지도 몰랐다.

그래도 정우의 신체를 확인해 볼 수 있었기에 의미없는 시간은 아니었다.

자신에게 관심없는 정우가 야속해지긴 했지만, 밉지는 않았다.

당장은 아니겠지만 정우가 자신에게 빠져들게 하는 건 자신 있었다.

지금 자신의 속을 끓이는 건, 그 뒤에 두고두고 갚아주면 될 거였다.

소원은 현재의 남자친구를 정리하는 거로 결론내고 있었다.

어차피 괴팍한 성격에 질려있었기에 언제고 헤어지려던 참이었다.

정우가 자신에게 다가온다면 못 이긴 척 자연스럽게 새로운 남자친구로 받아들이리라.

취한 탓에 소원 역시 금새 잠이 들려 했다.

포근한 엄마의 품에서 의식을 잃어가던 그 때였다.

철컥

거실에서 소리가 나는 듯했다.

현관문 소리 같기도 했다.

이 시간에 누가 문을 열랴.

취중의 소원은 귀찮은 나머지 그게 현관문 소리는 당연히 아닐거라 여겼다.

소원은 그 소리를 무시하고 누워 있었다.

잘못 들은 거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자꾸만 마음에 걸려 마냥 잠이 들 수 없었다.

평상시 같으면 집에 있는 다른 사람들이 확인할 터였다.

하지만, 지금은 아빠는 부재중이었고 엄마는 자신의 옆에서 자고 있었다.

그리고 아마도 언니와 이모 역시 술에 취해 잠들어 있을 거였다.

정우마저 나가고 없으니 깨어 있는 사람은 자신 뿐이었다.

여자들만 있는 집에 강도라도 든다면 그건 정말…

생각조차 하기 싫은 불상사가 생길지도 몰랐다.

“엄마, 저 소리 들었어?”

엄마는 깊은 잠에 빠졌는지 좀처럼 잠에서 깨지 못했다.

소원은 애써 몸을 일으켜 문을 열고 거실로 나갔다.

“무슨 소리가 났는데? 누구세요?”

거실에는 어둠만 가득했을 뿐,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할 수 없이 불을 켰다.

여전히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어쩌면 잘못 들은 거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고요한 거실에서 그런 소리가 날 일은 없었다.

곧 엄마가 따라 나왔다.

“무슨 소리가 났어?”

“잘 모르겠어. 근데 나 들은 거 같아.”

엄마는 겁이 덜컥 났다.

“언니랑 이모 괜찮나 확인해 봐야겠다.”

**********

방 안의 지애는 자고 있는 척하려 했다.

공연히 깨어 있었던 걸 밝힐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찾아온 두근거리는 기분을 이대로 깨뜨리고 싶지 않았다.

조금 더, 조금만 더 지금을 느끼고 싶었다.

실로 오랜만에 은밀한 곳 안에 들어가 있는 손가락을 빼내고 싶지 않았다.

거실에서 두 사람의 대화가 들려왔다.

“경찰 부르거나 아파트 CCTV 확인해봐야 하는거 아냐?”

“일단 소희랑 지애 괜찮은가 먼저 보구.”

일이 커지고 있었다.

그냥 가만히 있다가는 아파트 경비실에까지 찾아갈 기세였다.

별 일이 없었다는 건 금방 알게 되겠지만, 정우가 집에서 나간 시간이 알려질게 뻔했다.

그렇다고 자신의 입으로 저 두 사람에게 그게 정우가 나간 소리라고 얘기할 수는 없었다.

이제까지 정우가 자신과 한 방에 있었다는 소리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지애는 하는 수 없이 몸을 일으켜 문을 열고 거실로 나갔다.

“문 내가 열은 건데?”

소원과 소원의 엄마가 안도의 한 숨을 내쉬는게 느껴졌다.

“어디 갔다왔어?”

사촌 언니의 질문에 적당한 답을 해야 했다.

“응 나 차에 뭐 가지러 갈게 있어서 나갔다 왔..”

아차 싶었다.

나갔다 왔다고 말하려던 지애는 말을 중단했다.

자신은 이 집 현관의 비밀번호를 알지 못했던 것이다.

“나갔다 오려다 비밀번호를 몰라서 그냥 문 닫고 들어왔어.”

완벽했다.

현관문소리에 대한 두 사람의 의문도, 정우의 알리바이도, 자신과의 일도 모두 덮을 수 있었다.

“아, 그랬구나? 아빠도 정우 오빠도 나가고 없어서 내가 좀 민감하게 반응했나봐.”

“아니야. 여자 뿐인 집인데 그래야지. 잘했어.”

소원의 해명에 엄마가 대답했다.

“형부랑 정우 다 나갔어요?”

“응 애들 아빠는 아까 연락받고 좀 일찍 나갔어. 정우도 안 보이는걸 보니 그 뒤에 갔나 봐.”

지애는 정우의 행방을 모른 척, 언니와 대화했다.

이제야 모든게 일단락되었다.

세 사람은 잘 자라는 인사와 함께 대화를 마무리하고 각자의 방으로 다시 흩어졌다.

방으로 돌아온 지애에게 침대 바닥에 떨어져 있는 낯선 물체가 보였다.

정우의 보호대였다.

보호대를 벗어놓고 간 걸 보면, 정우 역시 다급했던 듯 싶었다.

침대에 다시 누울까 하던 지애는 잠시 고민했다.

다시 아까 전 소원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전의 상태로 돌아갈까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지금의 정신이 돌아온 자신은 도저히 스스로 그런 음란한 행동을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음란한 행동을 할 게 아니라면 몸에 남아있는 정우의 흔적을 닦아내야 했다.

손바닥에, 손가락 사이에 그리고 허벅지 사이에서 끈적끈적하게 굳어가는 정액과 쿠퍼액.

이질감은 티슈로 닦아도 없어지지 않았다.

정액의 느낌은 오랜만이라 생소하기까지 했다.

불을 켜고 살펴보니 다행히 소희의 이불에는 묻지 않았다.

자신이 필사적으로 손바닥으로 받아가며, 그리고 허벅지로 정우의 페니스를 조이며 막은 보람이 있었다.

지애는 팬티를 벗었다.

안과 밖에 자신에게서 나온 이슬과 정우의 정액이 묻어 있었다.

정우의 손가락이 들어와서 희롱하던, 그리고 정우의 페니스가 비벼지던 팬티였다.

정우 때문이긴 했으나, 자신의 음란했던 상태의 증거물인 이 섬유조각을 벗어야 했다.

지애는 갈아입을 속옷을 챙겨 욕실로 향했다.

욕실 문을 잠그고 슬립과 브래지어를 벗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자신의 육체가 거울에 비춰졌다.

한창 때보다는 덜했지만 여전히 매력적인 몸이었다.

거울 안에 시원한 목덜미에 붉은 반점이 보였다.

정우의 입술이 남긴 야만적인 흔적이었다.

거울 안에 탐스러운 가슴이 있었다.

저 탐스러운 가슴을 움켜잡던 정우의 손의 느낌이 떠올랐다.

거울 안에 하얀 허벅지와 곧게 뻗은 두 다리가 흘러 내리고 있었다.

저 사이를 정우의 페니스가 비벼졌으리라.

거울안에 부드러운 음모로 뒤덮인 음부가 비춰졌다.

저 곳에 정우의 손가락이 들어왔었다.

그리고 결국 자신의 손가락까지도.

정우는 갔지만 정우는 아직도 지애의 온 몸에 남아 있었다.

몇 년 만에 찾아온 부드러움과 우악스러움이 공존하던 그 손길도 여전히.

지애는 욕조에 들어가 샤워기를 틀었다.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에 닿자 그제야 정우의 흔적들이 씻겨 내려갔다.

정우는 모를텐데.

아직 모든 걸 아는 건 나하나 뿐인데.

정우에게 모든 걸 밝히고 야단치는게 옳은 건지 새삼 의문이 들었다.

그냥 아무 일도 없었던 척 지나가면 정우도 끝내 이대로 모르고 넘어가게 되진 않을까.

흐르는 물줄기와 함께 부드러운 지애의 손길이 가슴에 닿자 잠시 짜릿한 전율이 흘렀다.

샤워할 때마다 몸을 만지던 손길이었는데, 오늘은 왠지 달랐다.

지애의 손길이 자신도 모르게 자기 자신을 움켜 쥐었다.

손이 움켜쥔 탐스러운 젖가슴이 손가락 사이로 삐져 나왔다.

바로 이 느낌이었다.

낯설고 당황스러웠지만, 조금 전 자신을 두근거리게 했던 그 느낌.

손은 그 자리에 머물러서 떠날 줄을 몰랐다.

어쩔 수 없이 다른 손이 몸을 닦아야 했다.

점차 아래로 내려오던 손은 거뭇한 음모에 닿자 조심스레 내려갔다.

검은 음모 사이로 천천히 내려온 손가락이 그 사이의 깊은 계곡을 찾았다.

마침내 계곡의 입구를 찾은 손가락이 그 사이로 파고 들었다.

전율은 온 몸으로 퍼졌다.

지애는 선 채로 고개가 뒤로 젖혀졌다.

‘술 때문이야.’

지애는 술에 탓을 돌리고 있었다.

몇 년 만에 자신이 이렇게 달아 오르건 술 때문일거 같았다.

지애는 본능이 몸을 장악하려는 거 같아 두려웠다.

그러나 사실은 몸이 본능에게 스스로를 맡기려는 거였다.

손가락은 부드럽게 은밀한 곳을 어루만졌다.

자그마한 돌기에 닿자 자기도 모르게 허리가 뒤틀렸다.

손가락에 만져지는 은밀한 곳이 젖고 있었다.

젖어 들고 있는 건 물줄기 때문만은 아닌 듯 했다.

샤워기에서 나온 물줄기와는 이질적인 느낌이었다.

순간, 자신의 몸 위에 엎드려있던 정우의 신음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애써 소리를 감추려 했지만 새어 나오던 그 중저음의 소리가 생생했다.

“아”

상상의 목소리에 지애가 신음으로 답했다.

입에서 새어 나온 신음소리가 다시 귀로 들어가며 지애 스스로를 더 흥분시켰다.

은밀한 곳을 만지는 스스로의 손길이 점차 격해지고 있었다.

가슴을 움켜쥐는 손 역시 그러했다.

지애는 샤워하는 동안은 두 손에 몸을 허락해도 될 것 같았다.

어차피 씻으려면 손으로 만져야 했다.

물줄기는 끝날 줄을 몰랐다.

흐르는 물줄기가 지애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어루만지는 듯했다.

새벽녁의 차가운 공기를 막아줄 따뜻한 물줄기였다.

그러나 지애의 몸에는 뜨겁게만 느껴졌다.

물이 자신을 뜨겁게 하는건지, 자신이 물줄기를 뜨겁게 하는건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두려웠다.

생소해져 있던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이 일상의 평화를 깨트릴지도 몰라 두려워졌다.

그러나 마냥 두렵지만은 않다는 걸 지애는 아직 인정 못하고 있었다.

동전의 양면처럼 두려움 반대편의 설레임이 지애의 가슴을 조금씩 적시고 있었다.

“안돼”

지애의 머리속에 정우의 얼굴이 떠오르려 하자 지애가 애써 고개를 저었다.

정우 생각만은 막아야 했다.

조카나 다름없는 자신보다 훨씬 어린 정우를,

사촌 언니의 딸인 소희의 남자친구인 정우를,

게다가 소원이가 짝사랑하고 있을 정우를.

그런 정우를 생각하며 자위할 수는 없었다.

그런 정우에게 범해지는 것도 안 될 일이었고,

그런 정우를 떠올리는 것도 안될 일이었다.

그러나 금기는 반대로 욕망을 부추길 뿐이었다.

지애가 고개를 저을수록 머리속의 정우의 모습이 더 선명해졌다.

안타까워하는 지애의 이성과 달리 감정은 더욱 격해지고 있었다.

두 손이 더욱 빠르고 강하게 움직였고 지애의 온 몸도 그에 따라 격해져 갔다.

새벽이었고,

혼자 있는 욕실이었다.

샤워기에서 물이 내리는 소리가 모든 다른 소리를 덮고 있었다.

지애의 신음소리도, 그리고 은밀한 곳을 비비는 음란한 소리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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