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는 누나-60화 (61/98)

〈 60화 〉 60. 욕실 안의 지애

* * *

토요일 새벽.

소희 집의 욕실.

샤워기에서는 따뜻한 물줄기가 내리고 있었다.

그 아래에 있는 지애의 몸은 물줄기보다 더 뜨거웠다.

지애의 한 손은 젖가슴을 쥐어짜듯 만지고 있었고,

다른 손은 자신의 은밀한 곳에 위치해서는 손가락을 안에 넣은 채였다.

손가락은 도톰하게 솟은 돌기를 빠르게 비비고 있었다.

몸은 조금 전 정우의 움직임에 설레여하던 그 느낌을 기억한 채 요구했고,

지애의 손은 그저 그 요구에 따라 움직였을 뿐이었다.

지애의 호흡이 격해져 갔다.

그러나 지애는 머리 속에 떠오르는 정우의 모습을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머리에서 지우려 노력했다.

그러나 그럴수록 점점 더 정우의 모습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호감가는 인상의 잘생긴 얼굴과 다부진 체격,

자신을 예쁘다고 하던 그 모습,

그리고 어릴 적 자신을 선망의 눈길로 쳐다보던 그 모습도.

두 다리로 서있기 힘들어진 지애가 등을 벽에 기대고 욕조 가장자리에 앉았다.

지애의 손이 은밀한 곳에서 계속 움직이자 지애의 고개가 뒤로 젖혀진 채 앞으로 돌아오질 않았다.

어차피 욕실은 자신 외에는 아무도 없는 곳이었다.

거실에도 아무도 없는 시간이었다.

자신이 내는 소리를 들을 사람이 없었다.

설혹 소리가 나더라도 물줄기가 그 소리를 차단할 거였다.

손은 아래의 도톰한 곳을 더 빠르게 자극했다.

욕망은 호흡을 더욱 거칠게 했다.

그러기를 잠시.

‘아!”

지애의 입에서 외마디 신음소리가 강렬하게 흘러 나왔다.

동시에 지애의 아래에서 시작된 경련이 허리를 지나 온 몸으로 퍼져갔다.

지애의 눈이 파르르 떨리면서 눈 앞이 밝아졌다.

수년간 아니 어쩌면 그 전부터 겪어 보지 못했던 느낌이었다.

지애에게 절정의 황홀감이 찾아왔다.

수년간 참아왔던 지애의 문이 열린 것이다.

기품, 우아함, 정숙 …

지애는 자신을 구속하고 있던 스스로의 속박에서 잠시 벗어난 걸 깨달았다.

눈은 감고 있었지만 눈 앞이 환한 듯 했다.

지애의 의지와 무관하게 허리의 떨림은 잠시 계속되었다.

몇 초나 지났을까.

몸의 움직임이 멎었고, 지애는 이성을 찾았다.

마침내 절정이 지나 있었다.

‘앞으로 어찌해야 하나.’

지애는 내리는 물줄기에 몸을 맡긴 채 호흡을 가다듬을 뿐이었다.

**********

정우의 집

토요일 오전 10시.

정우는 잠에서 슬며시 깨어 일어났다.

꽤 피곤하긴 했지만, 체력이 좋아서인지 그럭저럭 일어날 만했다.

이틀 전에 다쳤던 몸도 어느새 거의 회복되고 있는 듯했다.

갑자기 오른팔이 허전했다.

정우는 그제야 오른팔에 찼던 보호대를 소희의 방에 벗어두고 온 게 생각났다.

상관없었다.

찾으러 가면 될 일이었고, 그 전에는 손목을 최대한 조심하면 그만이었다.

잠에서 깬 정우는 기분 좋은 나른함을 침대 속에서 느끼고 있었다.

이 침대에 어제 소희가 와서 잠시 함께 누워있던 게 생각났다.

침구에서는 마치 지금도 소희의 체취가 나는 듯 했다.

불과 몇 시간 전에 소희를 뒤에서 안고 사정하던 기억도 떠올랐다.

엎드린 채 자신이 움켜쥐던 풍만한 가슴,

페니스를 압박해 주던 소희의 허벅지,

그리고 사정할 때 귀두를 감싸쥐던 부드럽고 따듯한 그 손길까지도.

사실 그건 소희가 아니라 지애였지만 정우는 아직도 그건 전혀 알지 못한 상태였다.

그게 소희인 줄로만 기억하고 있을 뿐이었다.

어느새 정우의 페니스가 다시 불끈 달아올라 있었다.

그렇게 소희는 상상만으로도 정우를 흥분시키는 존재가 되어 있었다.

불과 이틀만이었다.

이틀 전 아침에는 단지 동네의 아는 누나에 불과했던 소희에 대한 의리감에 똑 같은 상황에서 하의를 추스리고 일어났던 정우였다.

그러나 오늘은 소희 생각에 자신의 페니스를 어루만지며 소희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엎드린 만지고 있던 그 여체의 느낌이 아직 생생했다.

어두움 속에서 스릴과 함께 사정했던 터라 짜릿함이 배가 되었었다.

정우의 기분이 점점 고조되어 갔다.

이대로 소희를 떠올리며 자위행위를 하고만 싶었다.

문득 내일 소희가 집에 오기로 한 약속이 생각났다.

그 생각에 정우의 손이 멈췄다.

최대한 참다가 내일 밤에 소희와 함께 하는 동안 쏟아내는게 더 기분 좋을 듯 했다.

정우가 스스로를 대견스레 여기고 있는데 벨이 울렸다.

소희의 전화였다.

정우는 뿌듯해하며 전화를 받았다.

“누나?”

­ 일어났구나? 엄마가 너 와서 해장국 먹으래.

평소의 소희답지 않게 자상함이 많이 부족했다.

다짜고짜 인사도 없이 집으로 오라니.

정우는 아마도 옆에 다른 가족이 있기에 통화가 더 어색해진건가 싶었다.

정우는 알겠노라고 대답하고는 갈아입을 옷을 챙겨 욕실로 향했다.

새벽에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씻을 새도 없이 잠들었었다.

집에 아무도 없으니, 돌아오자마자 그대로 침대로 들어와서는 잠들어 버린 것이다.

여전히 자신이 안은게 소희라고 생각하던 정우는, 술이 깨자 깨끗이 닦고만 싶었다.

오늘 기회가 된다면 어쩌면 소희를 다시 안을 수 있을 지도 몰랐다.

깨끗이 해둬야 했다.

소희에 대한 생각만으로도 페니스는 아우성치려 했다.

정우는 그런 녀석을 애써 다독이며 샤워를 마친 후 소희의 집으로 향했다.

**********

소희의 집, 토요일 오전.

소희의 집에 도착한 정우가 현관문의 벨을 누르려 했다.

벨을 누르기도 전에 문이 열리면서 소희의 엄마가 나왔다.

화들짝 놀란 정우가 보호대 없는 오른팔을 뒤로 숨겼다.

보호대없이 온 모습을 소희가 아닌 누구에게도 보여서는 안될 것이었다.

보호대가 소희의 방에 있는 이유를 설명할 길이 없었다.

소희의 엄마는 정우의 인사를 받더니 대답했다.

“정우 왔니? 안에 들어가서 소희한테 해장국 달라고 해서 먹으렴.”

소희의 엄마는 장보러 간다는 말을 하고는 그대로 집을 나섰다.

정우는 간단히 인사 후 열린 문을 통해 집 안으로 들어왔다.

집안으로 들어온 정우는 여전히 오른팔을 등 뒤로 숨긴 채였다.

보호대를 찾아야 했다.

아주머니는 이제 나가고 없으니, 소원과 지애를 마주치기 전에 보호대부터 찾아야 했다.

신을 벗은 정우의 발걸음이 소희의 방으로 향하려 했다.

또한 아주머니가 소희를 찾으라 했으니 오자마자 소희의 방으로 향할 명분도 있었다.

그 때 주방에서 소희의 목소리가 들렸다.

“정우 왔니?”

고개를 내민 소희가 방긋 웃고 있었다.

언제봐도 아름다운 소희였다.

환하게 웃기까지 하자 정우의 가슴이 또 한번 녹아 내릴 듯 했다.

불과 이삼일만에 이렇게 달라진 자신이 신기할 정도였다.

불과 몇 시간 전에 저렇게 아름다운 소희를 안고 둘이 함께 만족했었던 게 스스로도 뿌듯했다.

사실 그건 소희가 아니라 지애였지만.

“응. 누나. 잘 잤어? 좀 괜찮아?”

정우가 새벽에 소희의 방에서 나올 때, 엎드린 그녀는 끝내 얼굴을 보이지 않았었다.

그게 생각난 정우가 소희의 안부를 물은 것이다.

아마도 소희가 기분이 좋지 않을 수 있었다.

또는 술이 많이 취해 있어서 힘든 것일지도 몰랐다.

어찌 됐건, 정우로서는 염려가 되었기에 소희를 챙기는 것이다.

정우는 소희에게 다가갔다.

아무도 없을 때 소희와 모닝 키스라도 할 수 있다면 그것도 좋을 것 같았다.

“응. 잘 잤지?”

다행이었다.

정우가 보기에 소희는 매우 밝아 보였다.

정우가 주방 안을 둘러봤다.

아무도 없었다.

욕실문이 열려 있는게 욕실 안에 역시 아무도 없었다.

“이모랑 소원이는?”

소희가 피식 웃으며 답했다.

정우가 다가온 이유도, 이모와 소원이의 동태를 묻는 이유도 알만 했다.

응큼하기만 했다.

“글쎄? 둘 다 자나 본데?”

소희 부모님이 다 나가신 건 정우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잠시지만 정우와 소희, 두 사람만 있게 된 거였다.

정우가 다가와서 소희를 안았다.

정우가 소희에게 살며시 입술을 맞췄다.

혹시라도 누군가 방에서 나올 기미가 보인다면 바로 팔을 풀 거였다.

소희의 입술과 닿자 집에서부터 참아왔던 욕정이 다시 솟구치려 했다.

사실 바지 안의 페니스는 소희의 얼굴을 보는 순간부터 서서히 팽창하던 참이었다.

녀석은 자신에게도 관심을 가져달라는 듯 꿈틀거렸다.

소희가 고개를 갸웃 거렸다.

“너 보호대는? 팔 괜찮아?”

아마도 보호대는 소희의 방에 있을 건데, 소희는 마치 전혀 모르는 듯했다.

정우는 소희가 아마도 방 안의 보호대를 보지 못한 듯 싶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도 보호대가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 몰랐다.

이럴 새가 없었다.

얼른 소희의 방에 들어가서 찾아봐야 했다.

“응 어제 벗어 놓고 간 거 같아.”

“괜찮은 것 같아도 잘 차고 다녀야 해. 원래대로라면 깁스해야 될 애가 그걸 두고 다니면 어쩌니?”

소희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나무랐다.

하지만 정우는 오히려 소희를 걱정했다.

“누나야말로 괜찮은 거 맞아? 술 취해서 나 가는 것도 못보는 거 같던데.”

정우는 침대에 엎드려 있던 그녀가 끝내 고개를 돌리지 않은 걸 말하는 거였다.

그러나 소희는 그런 정우의 말이 자신이 방에서 나오지 않은 걸 탓하는 걸로만 들렸다.

소희가 웃으며 답했다.

“당연히 못 보지. 그렇게 많이 마시고 방에서 자고 있는데, 거실에 있던 네가 가는 걸 어떻게 알았겠니?”

말을 마친 소희는 정우에게 식사를 차려주기 위해 정우의 팔을 풀고는 몸을 돌렸다.

정우는 정신이 번득 들었다.

‘이게 무슨 소리지?’

‘누나가 방에서 자고 있는데, 내가 가는 걸 몰랐다니?’

소희의 말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순간적으로 머리 속이 꽉 막혔다.

꽉 막힌 머리는 정우에게 놓여진 퍼즐을 풀지 못하고 있었다.

분명희 소희와 자신은 소희의 방에서 안고 있었다.

그리고 소희는 손으로 자신의 페니스를 만져줬고, 정액을 손바닥으로 받아줬다.

게다가 잘가라고 손짓까지 했기에 가는 걸 모를 수가 없었다.

혹시 너무 과음을 해서 기억을 못하는게 아니라면야.

앞 뒤가 전혀 맞지 않았다.

정우답지 않게 말을 더듬기까지 했다.

“내, 내가 가는 걸 몰랐다구?”

국을 뜨는 소희는 등을 돌리고 있느라 정우의 당황스러워하는 표정을 볼 수 없었다.

“몰랐지. 난 너 소파에 누운거 보고 방에 들어가서 아침까지 잠만 잤어.”

정우는 보호대 따위는 어느새 잊어 버렸다.

당황한 정우의 머리 속에서 퍼즐이 한 조각씩 맞춰지고 있었다.

답이 거의 나오려 했는데, 그 답을 인정할 수가 없었다.

“방이라니? 어느 방?”

“내가 말 안 했었나? 이모 있는 동안 나 소원이랑 잔다고.”

소희의 말대로라면,

소희는 어제 소원의 방에서 소원이와 함께 잤다면,

소희의 방에 있었던 건…

등 뒤에서 소희의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정우 왔니?”

정우가 놀라서 뒤를 돌아봤다.

방문을 열고 나온건 지애였다.

지애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소희가 큰 소리로 인사했다.

“이모 잘 잤어? 소원이는 아직도 자는데.”

정우는 저 방에서 잔 게 지애라는 걸 이제야 깨닫게 되었다.

정우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정우와는 대조적으로 지애의 얼굴은 차가웠다.

서릿발처럼 차가운 지애의 표정에 정우의 혼이 나가려 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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