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는 누나-65화 (66/98)

〈 65화 〉 65. 실수한 건지, 유혹한 건지

* * *

백화점.

토요일 점심 무렵.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1층에 도착하자 사람들이 빠져 나갔다.

지애는 그제야 몸을 돌려서 정면을 향해 바라보게 되었다.

몸을 돌리기 직전 지애는 잠시 정우를 바라봤다.

지애의 시선이 향하는 걸 느낀 탓일까.

정우 역시 지애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찰라의 시간이었지만, 두 사람 모두 상대방의 얼굴빛이 붉어진 걸 알 수 있었다.

지애는 이제는 뒤돌아선 채 정우를 등지고 서게 되었다.

떨리는 가슴이 눈빛에 담겨있던 건 아니었을까 염려가 되었다.

‘정우가 알아 차렸으면 안되는데.’

많은 사람들이 내렸고, 또 다른 많은 사람들이 올라탔다.

자리가 비면서 정우는 엘리베이터 가장 뒤로 옮겨가 있었다.

지애 역시 그 뒤를 따라 자리를 옮겨 정우의 앞에 서 있었다.

1층에서 지하로 내려가는 사람도 꽤 되는 듯 새로 탄 사람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아까 전처럼 앞뒤에서 밀쳐대서 가만히 서있기 힘들 정도로 빽빽한 건 아니었다.

지애는 조금 전과는 달리, 이제는 정우의 손을 놓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가만히 서 있는데, 힙 위쪽에서 단단한 게 느껴졌다.

넓은 부위가 아닌 유독 한 곳이 누르는 그 느낌은.

정우의 페니스인게 분명했다.

순간 지애의 얼굴이 또 다시 화끈거렸다.

정우의 의도를 알아차릴 수 없었다.

‘나를 유혹하려는 건가, 아니면 실수인건가.’

조금, 아주 조금만 발을 앞으로 옮기면 충분히 정우와의 접촉을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애는 움직이지 않았다.

단단함에서 전해져 오는 설레임이 나쁘지 않았다.

두손으로 핸드백을 꼭 쥔 채 지애는 눈을 감아버렸다.

지애는 엘리베이터 안의 누구도 둘을 못 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본다 하더라도, 어차피 다시 보지 않을 사람들이었다.

아무도 신경쓸 필요가 없었다.

그런 생각에 지애는 그냥 그대로 서 있었다.

**********

정우는 사실 좀 놀라고 있었다.

놀라기 시작한 건 일층에 닿기 전 지애의 손이 자신의 페니스를 밀면서부터였다.

그 전까지는 어쩔 수 없이 지애의 하복부에 페니스를 대고 있는 바람에 미안함이 가득했었다.

그런데 어느새 지애의 손이 자신의 페니스를 밀기도 하고 쥐기도 하니 놀란 것이다.

주변을 가득 채운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그 은밀한 손길이란!

몹시도 짜릿해지려 했다.

다만 이렇게 짜릿해도 되는건지 몰라서 떨떠름했을 뿐이었다.

일층에 닿을 무렵에야 톡톡 치는 지애의 손길에 정우는 간신히 마음이 진정되었다.

아마도 지애는 자신을 여전히 어릴 적의 꼬마로 생각하는 듯했다.

마음 한편으로는 안심하면서도, 조금 서운해지기도 했다.

애도 아니고, 톡톡거리다니.

엘리베이터가 일층에 서고, 지애가 돌아선 뒤였다.

앞에서 들어오는 사람들 때문인지 지애가 뒤로 밀리는 듯했다.

엘리베이터 가장 뒤에 자리 잡은 정우의 몸에 지애가 가까이 오더니 닿았다.

정우는 접촉한 몸을 떼기 위해 뒤로 움직이고 싶었으나 그럴 수 없었다.

뒤가 벽이기에 어쩔 수 없이 그냥 그대로 서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단단해진 페니스가 지애의 힙 부근에 닿아 있었다.

자신이 움직일 공간은 없었다.

지애가 좀 더 앞으로 간다면 둘의 접촉은 떨어질건데.

그러나 무슨 이유인지 지애는 움직이지 않았다.

지애의 힙 언저리에 자신의 페니스가 발기된 채로 닿아 있다는 건 정우에게 미안함과 설레임을 함께 안겼다.

미안함은 정우의 몫이었고, 설레임은 페니스의 몫이었다.

페니스는 지애의 부드러움 몸을 만끽하며 움직이려 했다.

정우는 그런 페니스를 제어하려 했다.

그러나 녀석은 그러면 그럴수록 더 커지고 꿈틀거리기만 할 뿐이었다.

둘의 자세는 엘리베이터가 움직이고 지하로 내려가도 그대로였다.

매 층마다 사람들이 내리면서 조금씩 자리가 더 났다.

그러나 왠일인지 지애는 앞으로 가지를 않았다.

지애가 움직이지 않으니 정우 또한 어쩔 수 없이 서 있었다.

‘이모가 모르고 있나 보네. 될 대로 되라지.’

어느 순간이었다.

지애의 힙에 닿은 페니스 끝에서 정우에게 조금씩 쾌감이 전해져 왔다.

‘이러면 안되는데.’

그러면서도 본능적으로 페니스에 힘이 들어갔다.

아마도 페니스의 움직임이 지애의 힙에 닿았을 것이었다.

정우는 제발 페니스의 움직임을 지애가 느끼지 못했기를 바랄 뿐이었다.

‘이모한테 또 이러면 안되는데.’

정우는 애가 탔다.

지애가 제발 앞으로 가줬으면 싶었다.

**********

[지하4층입니다.]

드디어 엘리베이터는 차가 세워진 지하 4층에 닿았다.

그제야 지애는 감은 눈을 뜨고 앞으로 움직였다.

지애는 차를 향해 걸었고, 정우는 그 뒤를 따라 걸었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이유로 머리가 복잡했다.

두 사람 모두 차에 타고 나서도 두 사람 사이에는 아무 대화가 오가지 않았다.

서로가 생각도 많고, 무안하기도 해서였다.

“죄송해요, 이모.”

지애는 말없이 시동을 켰다.

뭐라고 대답하기가 스스로도 겸연쩍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정우가 자신에게 닿은 건 엘리베이터의 승객이 만원이라 그랬던 거였다.

그러나 자신은 정우의 페니스를 일부러 쥔 거였다.

정우의 사과를 받을 일이 아니었다.

지애는 충동을 참지 못한 자신을 자책했으나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차는 조용히 백화점 주차장을 빠져 나와서 소희의 집으로 향했다.

오분 정도 가던 차는 신호를 받아 섰다.

말없이 앉아 있던 정우가 다시 입을 열었다.

“참, 머랭쿠키 맛있었어요.”

적막함을 깨트리려고 말한 거였다.

입원해 있던 날, 소희가 가져왔던 머랭쿠키는 정말 맛있었다.

그걸 지애가 만들어줬던게 지금 생각난 것이다.

지애가 앞을 보는 채로 담담히 대답을 했다.

“뭘. 대단치도 않은 건데.”

마침내 대화의 물꼬가 터진 거였다.

역시나 어색할 땐 맛있는 음식 얘기가 소재로써 괜찮았다.

게다가 그게 지애가 만든 음식이었으니.

“대단치 않다뇨. 정말 달콤했어요. 먹어본 중에 제일이었어요.”

칭찬을 들은 지애가 미소를 지었다.

“그래? 그럼 이사와서 다음에 또 만들어 줄께.”

말을 마친 지애가 정우를 잠시 바라보더니 말을 이었다.

“기회되면.”

지애와 정우의 눈빛이 조우했다.

두 사람의 눈빛이 흔들렸다.

정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네. 기회되면.”

지애는 애써 고개를 앞으로 돌렸고, 차 안은 다시 조용해졌다.

이사 얘기가 나온 듯 해서 정우가 말을 이었다.

“그러면 다음주 금요일 이사네요? 제가 도와드릴까요?”

“그럴래? 여기 내 폰에 네 번호 좀 남겨줄래?”

지애는 무심한 듯, 시크하게 정우에게 핸드폰을 건넸다.

그렇게 둘은 자연스럽게 전화번호를 교환했다.

핸드폰을 건네는 지애의 손이 조금 떨렸다.

그러나 정우는 운전하느라 차의 진동이 전해오는 거로만 생각했다.

지애가 뒤늦게 말을 이었다.

일단 용기를 내서 정우의 번호를 받긴 했으나, 그건 충동적인 제안이었다.

지애는 결코 속내를 들키고 싶지 않았다.

“연락은 소희를 통해서 할테지만.”

지애는 아차 싶었다.

공연히 소희를 언급한 듯했다.

자신이 소희와 정우의 관계를 알고 있다는 티를 낸 건 아닌가 싶었다.

그러나 다행히 정우는 무덤덤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둘 사이에 다시 정적이 흘렀다.

차가 다시 신호를 받아 정지선에 멈춰 섰다.

잠시 숨을 가다듬은 정우가 또 사과를 했다.

지애가 자신의 페니스를 잡은게 어찌된 영문인지 몰랐기에 얘기하기 힘들었다.

우선 자신의 페니스가 지애에게 닿은 걸 사과부터 하는게 맞을 듯 했다.

“이모, 아까는 죄송해요. 닿으려고 한 게 아닌데.”

지애는 정우를 돌아보지도 않은 채 대답했다.

더 길게 얘기해봐야 스스로 민망했다.

페니스를 잡은 것도, 힙 위에 닿은 페니스를 피하지 않은 것도.

지애는 괜시리 스스로를 낮추며 대꾸했다.

“나야말로 미안하지. 나이 많은 이모가.”

정우는 아마도 지애가 정우의 페니스를 쥐었을 때를 말하나 보다 싶었다.

“나이 하나도 안 많으세요. 저도 좋았어요. 이모.”

정우는 아차 싶었다.

과한 대답이었다.

‘[저도 좋았다]라…’

속으로 되뇌인 지애가 조용히 고개를 돌렸다.

요근래 설레이던 적이 많아서 그랬는지, 평소라면 생각 못할 말이 입에서 나왔다.

“정말 건강하던데?”

‘건강하던데'라는 대상은 정우의 페니스를 말한 거였다.

크기도, 굵기도, 단단한 정도도, 활기찬 것도 모두 한꺼번에 칭찬한 거였다.

마치 정우를 놀리는 듯 여유를 부리고 있었지만, 지애의 가슴 속은 뛰고 있었다.

‘그게 건강하면 어쩔꺼고, 건강하지 않다면 어쩔꺼지, 내가?’

정우는 그저 웃으며 대답할 수 밖에 없었다.

기분이 좋았지만, 더 길게 얘기하기는 민망했다.

그렇다고 지애에게 관심을 표할 수도 없었다.

지애는 소희의 이모이기에 그럴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너무 건강해서 탈이에요. 죄송해요.”

지애는 더는 페니스에 관해 얘기하지 않으려 했다.

하면 할 수록 헤어나지 못할 대화 같았다.

화제를 전환했다.

“여자친구는 정말 없는거니? 정우는 잘 생겼으니 있을 것 같은데.”

어제 저녁 다같이 마실 때 정우는 여자친구가 없다고 말했었다.

사실 정우로서는 혹시라도 소희와의 관계가 드러날까봐 그냥 아예 없다고 했을 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

지애는 여자친구가 없다는게 사실이 아닌 걸 확신하고 있었다.

그저 정우를 한번 떠 보려 물은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정우가 사실대로 대답했다.

지애와의 스킨쉽과 대화로 인해 경계가 흐트러진 탓이었다.

그러나 그 여자친구가 소희임을 밝히지는 않았다.

“사실, 여자친구 있어요. “

“그래? 어떤 사람인데?”

“있어요. 예쁘고, 편하고, 착해요.”

지애는 굳이 더 캐묻지는 않았다.

이미 누구인지도 알고 있었다.

사실 정우가 그게 소희라고 말하지 않는게 자신의 마음이 더 편했다.

자신이 둘의 사이를 모르고 있다고 정우가 생각하는게 , 자신이 정우를 대하기가 좋을 거였다.

그저 마음 한편이 왠지 아쉬울 뿐이었다.

그게 소희라는 것도 아쉬웠고, 하필 소희와 사귀는 사람이 정우란 것도 아쉬웠다.

“여자친구도 좋아하겠는 걸? 그렇게 건강하면?”

지애는 무심한 듯 찔러봤다.

다시 대화의 대상이 페니스로 돌아왔다.

새벽에 술 취한 정우가 지애의 등에서 내뱉던 말로는 둘 사이에 아직 허락하지 않은 단계가 있는게 분명했다.

그걸 확인하고 싶었다.

“잘 모르겠어요. 좋아하는지. 사귄지 아직 얼마 안되서 아직 못 해봤어요.”

망설이던 정우가 답했다.

역시나였다.

지애는 가슴 한편 어디에선가 기쁨이 솟아나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렇다고 자신이 정우랑 맺어질 수 있는 사이가 아니란 것은 물론 알고 있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사이를 시샘하는 본능마저 부인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곧이어 소희에 대한 미안함과 이모로서의 책임감이 지애의 가슴을 압박해왔다.

그 뒤로도 지애와 정우는 간단한 일상적인 대화를 이었다.

두 사람은 마치 아무 일 없던 사람들처럼 친근하게 대화를 나눴다.

지애와 대화를 나누다보니 이제야 정우에게 여유가 찾아왔다.

여유가 생기게 된 정우는 어느 순간부터 지애의 옆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운전대를 잡고 전방을 주시하는 지애의 옆모습은 아름다웠다.

지애의 목에 새겨진 키스마크가 눈에 들어왔다.

새벽에 자신이 실수로 남겨버렸던 그 키스마크.

한편으로는 죄책감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뻔뻔하게도 다시 한번 그 자국에 입 맞추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우는 자신의 생각에 놀라서 시선을 돌리려 했다.

그런다는게 그만, 정우는 자신도 모르게 지애의 바디라인을 따라 눈을 이동시켰다.

부드러운 머리결을 타고 내려와 팔 옆으로 보이는 가슴이 눈에 들어왔다.

잘록한 허리 아래로 내려와 원피스 아래의 허벅지를 거쳐 매끈한 종아리까지도 엿보였다.

‘저 가슴과, 허벅지를 오늘 새벽에 내가 뒤에서 안다니.’

정우는 새벽에 자신이 지애를 안고, 가슴을 움켜잡은 게 기억났다.

연이어 지애의 힙에 비벼지던 페니스가 두 다리 사이에서 사정한 게 떠올랐다.

머릿속이 짜릿해졌다.

정우는 자신의 아랫도리가 다시 부풀어 오르는 걸 느꼈다.

황급히 놀라 욕망을 누르려 했지만 이미 늦어 있었다.

페니스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지애의 향에 취한 듯 더 단단해지는 듯했다.

운전 중이던 지애는 사실 정우가 자신을 바라보는 걸 인지하고 있었다.

정우의 시선이 자신을 훑는 것 같이 느껴졌다.

여느 남자가 그랬다면 분명히 기분이 나빴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묘한 설레임이 들었다.

조금 전 정우가 하던 말이 자꾸 뇌리를 스쳤다.

[나이 하나도 안 많으세요. 저도 좋았어요.]

지애는 일부러 정우를 바라보지 않았다.

정우의 시선이 자신을 향하도록 놔뒀다.

아마도 자신의 빼어난 외모를 감상하는지도 몰랐다.

설레었다.

고민스러웠다.

정우의 시선에 지애의 은밀한 곳이 조금씩 촉촉해졌다.

'내가 실수한 건 아닐까? 아니면...'

지애는 마음이 흔들렸다.

'아니면 내가... 유혹한 건가?'

* * *

0